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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주춤거리는 한국 살릴 '起'업가정신

배종태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도전, 용기, 위험 감수….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키워드들이다.
최기창 작가는 바다로 뛰어드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선 결코 새로운 내일을 꿈꿀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표현하고자 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먼저 자기 몸(身)을 던지는(投) ‘투신’ 행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메시지다.
최기창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혁신과 기업가정신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한때 “한국이야말로 가장 기업가정신이 높은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계속 약화되고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창업 활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기업들도 급변하는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사내 기업가정신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대학과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DBR이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이론과 솔루션을 집약했습니다.
 
 
 

 

1. 기업가정신의 원천
최근 국내에서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더욱 활성화해 경제와 고용, 국가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많은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 그룹, 비영리단체, 대학, 정부 등 모든 조직의 발전과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 사고방식, 행동양식으로 등장한 기업가정신은 그간 국가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학문적으로도 경영학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온 배경에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들과 정부의 역할이 컸다. 당시 보유자원이 매우 미미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기회를 보고 도전과 열정, 헌신으로 이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된 전형적인 모습이며, 기업가정신에 의하지 않고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상황과 미래 지향 사이에 부족, 결핍, 격차가 클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은 부족하지만 미래의 기회를 보고 그 기회를 추구할 때, 그 자원 격차를 메워 가는 노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기회에 대한 집요한 추구(obsession to opportunity)이자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과 탐험의 여정(entrepreneurial journey)이다. 기회란 드러나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준비되고 패턴을 읽는 안목이 있는 기업가에게는 명확하게 보인다. 불확실성과 위험을 안고 새로운 발견을 향해 나아가는 항해의 길에는 시련이 많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실현했을 때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신대륙 탐험가들은 모두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새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며, 기업가정신은 혁신을 추구한다.
 
 
2000년 이후 여러 요인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제도나 사업기회 등 인프라나 생태계 측면에서, 그리고 인재역량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의 거목인 피터 드러커도 갈파했던 것처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강한 나라”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기업가정신을 다시 생각해보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바람직한 기업가정신의 모습을 재정립해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크게 두 번의 물결을 통해 발전해 왔고, 이제 세 번째 물결을 앞에 두고 있다. 기업가정신 제1기(1960∼1980년대)에서는 정부가 집중 육성한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고도의 기업가정신이 발휘됐다. 삼성 현대 LG 포스코 SK 등 대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기업가정신으로 선두기업들을 추격하면서 역량을 축적하고 성장을 거듭했다. 대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침을 겪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면서 기업가정신 제2기(1990-2000년대)가 시작된다. 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성공으로 일어난 기업가정신 2기는 정부의 강력한 벤처육성정책에 힘입어 정보통신기술, 전자부품, 반도체 등의 하이테크 산업에서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 고품질창업이 줄어들고 기업가정신의 약화 현상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 각 시대별로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변천과 변화 원인을 정리하면 <표1>과 같다.
 
 
이제 기업가정신 제3기(2010년대)를 맞고 있는 우리는 ‘준비된 기업가 육성’과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변화하는 새 시대에 맞는 기업가정신을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전반으로 이를 확산해야 한다. 기업가정신 생태계 내에서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 등 당면과제 해결도 필요하고, 여러 주체들 간의 연계 및 통합적 노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메커니즘 정책도 필요하다.
 
 
2. 기업가정신에 의한 경영방식
이 글에서 기업가정신을, 널리 사용되는 표현인 ‘企業家精神’이 아닌 ‘起業家精神’으로 쓰는 이유는, 불어에 어원을 둔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라는 표현이 사업을 영위하는 일반적인 ‘企業家(businessman)’를 말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起業家(entrepreneur)’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업 경영방식에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 그 자원을 바탕으로 추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이 방식은 과거에 추진해 오던 사업을 계속 발전시킬 때에는 비교적 위험이 적고 유용하지만, 현재 보유하거나 활용가능한 자원이나 역량의 범위 내에서만 기회를 찾게 되므로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기업가정신에 바탕을 둔 경영방식(entrepreneurial process)에서는 먼저 자원을 보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집착하라고 요구한다. 남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먼저 포착한 후에, 이 기회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외부로부터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기회를 실현한 후에는 그 성과를 기여도에 따라 합리적으로 나누는 게 기업가정신의 방식이다. <표2>는 기업가적 경영자와 행정가적 경영자의 차이를 ‘기회 포착’과 ‘자원 관리’ 방식의 측면에서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Stevenson, 1999).
 
 
이 외에도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견해가 있다. <표3>은 기업가정신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정리한 것이다. 공학부문의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을 창업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고, 경영부문의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을 새로운 경영방식 및 분야의 하나로 본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개념들은 ①혁신 ②도전과 위험 감수(또는 위험 관리) ③사업기회 추구 및 가치 창출 ④네트워킹과 자원의 결합 등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기업가들은 기업가정신의 핵심 요소로 ‘국부 창출, 국익 우선’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사회 기여’ 또한 기업가정신의 중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가정신의 개념은 원래 상업적 기업가정신(commercial entrepreneur-ship)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기업가정신의 접근방식이 비영리조직 등 사회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상업적 기업가정신은 크게 ①중소벤처기업의 창업 및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벤처 기업가정신과 ②대기업이 지속적 성장과정에 발휘해야 할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기업가정신은 ③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제반 활동에도 적용돼 사회적 기업가정신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④대학에서도 대학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그림1>은 기업가정신의 다양한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유형의 기업가정신에 <표2>에 나타난 기업가정신의 특성이 적용된다. 기업가정신의 특성을 ‘기회를 어떻게 포착하고 추구하는가?’하는 관점에서 보면, ①보유 자원보다는 기회에 초점을 둔 전략적 성향(strategic orientation)과 ② 점진적이고 느린 의사결정보다는 포착한 기회를 과감하게 추구(commitment to opportunity)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기회를 포착한 다음, 요구되는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는가?’하는 관점에서 보면 ③단일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투입하기보다는 다단계에 걸쳐 자원을 확보(commitment of resources)하고 ④필요한 것을 모두 자체 소유하는 대신 활용을 중시하는 자원관리방식(control of resources)을 선호한다. 아울러 ⑤공식적 위계구조에 의한 조직관리보다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비공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수평적 관리방식(management structure)을 택하며 ⑥제한적인 보상 방식보다는 가치창조에의 기여도를 중심으로 제한없이 보상하는 체계(reward philosophy)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기업가적 과정에는 기업가, 기회, 그리고 자원 등 3가지 요소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생태계가 미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생태계가 포함돼야 한다. 이를 반영하면 기업가정신의 경영·추진방식은 ‘기업가(entrepreneur: E)가 주어진 생태계(habitat: H)에서 기회(opportunity: O)를 포착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원(resource: R)을 동원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Stevenson(1999)과 Timmons & Spinelli(2009)의 연구에 ‘생태계’ 요인을 추가해 기업가적 과정을 보완한 ‘HERO 모형’이 <그림2>에 도식화돼 있다.
 
 
기업가정신은 특히 창업과정에서 매우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가정신의 4가지 요소인 H-E-R-O를 바탕으로, [창업 전 - 창업 - 창업 후]의 전체 창업과정에서 수행돼야 할 주요 활동들을 정리하면 <표4>와 같다. 창업 전의 준비과정에서는 기업가요인이 가장 중요하고, 창업 시에는 기회요인과 생태계요인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며, 창업 후에는 자원요인과 생태계요인이 성공을 위해 더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3. 리스크를 누가 맡을 것인가?
<표3>에 나타난 기업가정신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을 보면, ‘새로움’ ‘창조’ ‘위험’ ‘기회’ ‘자원’ ‘불확실성’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새로움은 가능성(potential return)과 위험성(downside risk)을 함유하고 있다. 위험을 관리하면서 잠재적 가치·혜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high risk, high return)이 기업가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보유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창업하거나 신규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두 가지 형태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첫째, 기회를 제대로 포착했는가, 또 그 기회의 기대이익이 예상한 만큼 충분히 클 것인가의 문제다. 둘째는 높은 기대이익에는 늘 높은 리스크가 따른다. 따라서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고 경감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다.
 
기업가정신에 따른 리스크를 창업에 적용해보면 두 가지 문제는 창업이익이 클 것인가 하는 것과 개인 창업의 위험이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여기서 창업 기대이익이 개인 창업 위험보다 크면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이를 기업가정신 부등식이라고 한다.
 
기업가정신 부등식: [창업 기대이익 > 개인 창업 위험]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에는 가능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창업을 통한 기대이익을 높이면서, 동시에 개인 창업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은 무조건 위험에 무모하게 달려드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그리고 재무적인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창업 기대이익이 개인 창업 위험보다 커지도록, 즉 기업가정신 부등식이 만족되도록 해야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창업 기대이익과 개인 창업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정리한 것이 <그림3>이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지나치게 기업가에게만 위험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에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를 분담하고 관리할 것인가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의 활성화는 바로 이러한 위험과 실패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분담하는 체제를 가동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4.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길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노력을 생각해 보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그간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들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①위기의식의 지속적 유지, ②정부 주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공 경험의 축적, ③우수한 인력과 역동적인 민간부문의 존재와 학습 의지에 그 강건성의 뿌리를 두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이 강했던 것은 많은 위기를 딛고 일어서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시련극복의 유전자가 형성됐고, 이러한 위기의식과 극복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전쟁 이후 위기극복의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적응력에 바탕을 둔 기업가정신이 전 국민에게 생성됐다. 한국전쟁은 국토 파괴와 인명 살상의 큰 비극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전근대적 계층 구조를 허물고 발전의 제약 조건과 걸림돌도 파괴했다. 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같은 출발점에 서서 강력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명확한 기회와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주인의식도 가지게 됐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역시 구조 조정의 기회를 제공해 큰 불행 속에 감춰진 축복(a blessing in disguise)이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각 단계에서 이룬 성공의 경험은 다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더 나은 목표를 위해 위기의식을 스스로 조성하고 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둘째, 정부주도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동시추진 정책은 단기간에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산업화 초기의 재벌기업 발전과정과 1990년대 후반의 벤처 붐 기간을 통해 많은 성공적인 기업가들이 탄생했다. 이렇게 성공한 기업가들의 성공경험은 사회적 자산이자 후배들의 ‘역할 모형(role model)’이 됐다.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고 많은 후배들이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았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기업을 창업하게 됐다. 아울러 기회창출과 벤처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있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는 벤처정책이 가장 중요한 정부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셋째, 우수 인력들과 역동적인 민간부문의 역할도 컸다. 물리적 자원은 척박했지만, 우리에겐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고급 인력들이 있었다. 특히 우리의 유교적 가치관은 학문과 학벌을 중시하게 만들었고, 부모들은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자녀 교육에 매진했다. 아울러 민간기업 경영자들의 도전정신과 과감한 투자, 신속한 의사결정, 조직간 인력이동의 증가, 정부 주도 정책이 아닌 자생적 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테헤란밸리 등이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역동성을 말해준다.(배종태, 차민석, 2009)
 
그러나 2000년 벤처 붐이 가라앉으면서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 기업가정신이 오히려 약화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벤처기업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스타 벤처기업은 늘지 않고, 우수 인력들은 위험을 기피해 창업을 꺼리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 심화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기업가정신 부등식이 만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며, 세부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첫째, 창업 기대이익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성숙기로 이행하면서 전반적으로 사업기회가 감소했다. 그래서 자금력을 가진 기업에서도 새로운 사업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일부 업종이나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경쟁력 확보가 미흡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벤처기업 중에서 경영능력과 기술능력을 고루 갖춘 우수한 창업 팀을 가진 기업이 부족했다. 처음에 보유하고 있었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고 사업화한 후 해당 제품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벤처기업은 후속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시장에 내어 놓아야 한다. 하지만 자체보유 기술능력과 시장창출 능력, 새로운 기술원천에 대한 접근능력, 새로운 사업모형(business model) 발굴능력 등이 부족해 지속적인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았다.
 
둘째, 현재 생태계에는 창업위험을 크게 하는 요인들이 많다. 예를 들면 M&A 등 다양한 회수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벤처투자에 대한 회수 기회가 기업공개(IPO) 등으로만 한정돼 있다. 반(反)기업 정서, 노사 갈등, 기업 규제 등 경제 외적으로 기업가의 동기를 꺾고 경제활동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아직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불합리한 사업관행도 여전히 상존한다. 계약범위를 벗어나는 요구나 문서화되지 않은 상태의 거래 관행, 신뢰 미흡 등에서 해결돼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대학의 역할과 역량, 벤처캐피털의 역할과 전문성, 제조업 공동화 우려 등 산업구조의 변화, 지적 재산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지원 하부구조와 아키텍처(architecture), 문화 등에서도 미흡하다.
 
셋째,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 추구경향이 점차 강화되어 도전의식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벤처 붐이 식은 후에는 기업가들의 위험기피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아울러 ‘추격형’ 발전방식에 익숙하다보니 ‘선도형’ 발전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도 많다. 단기실적 중시의 기업 풍토, 투자보다 융자 중심의 자금 운영, 융자 시 대표이사 개인입보(立保)에 따른 리스크 등도 위험기피를 조장하는 요인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증적 요법보다 근본적으로 교육과 제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가를 육성하고, 신성장동력 사업 등 사회전반의 기회를 창출하는 노력을 배가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근본적인 접근방법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표5>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기업가정신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사람들의 창업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설명하고 있는 <그림4>를 보면(Leffel, 2008), 구체적인 사업기회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모두 ①생태계 특성(기대되는 결과, 인지하는 장애요소) ②기업가 특성(개인 특성, 인지된 자기효율성) ③자원 특성(인지하는 지원 정도)과 관련이 있다. 반면 창업 의도가 높은 사람들은 ④기회를 포착하게 되면 이를 실행에 옳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창업촉진을 위해서는 <그림4>에 제시된 바와 같이 근본적인 영향 요인들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역동적인 나라(Dynamic Korea)다. 그 역동성의 뿌리는 바로 기업가정신이므로, 우리나라는 곧 ‘기업가정신의 나라(Entrepreneurial Korea)’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러 여건들로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이 퇴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래 기업가정신이 강한 우리나라의 유전자는 장애요인들이 개선되면서 다시 살아날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 받지 않고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하는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이다. 따라서 기업가에게는 기회를 먼저 보는 선견력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집착이 필요하다. 또한 기회 실현에 필요한 서로 다른 유용한 자원들을, 그 능력을 가진 주체들 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해 그 결실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나누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다시 기업가정신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 사회 전체 주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가정신이 단순한 창업촉진을 넘어 우리나라 사회전체를 변화시키고, 도전과 헌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국부와 국격을 높이는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KAIST 경영과학과에서 개발도상국 기술발전과정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가정신 분야 최고학술지인 등 다수의 저널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기술경영과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1. 배종태, 차민석 (2009), “기업가정신의 확장과 활성화,” 「중소기업연구」, 제31권, 제1호, pp.109-128.
2. 배종태, 차민석, 김영환, 이정우 (2009),「한국형 기업가정신 모델 정립에 관한 연구」, 창업진흥원 연구보고서, 2009.
3. Leffel, Hallam (2008), “Influencing Entrepreneurial Intent for New Technology Intrapreneurs and Entrepreneurs in a University Environment,” PICMET 2008 Proceedings, Cape Town, South Africa.
4. Stevenson, H. (1999). “A Perspective on Entrepreneurship,” in The Entrepreneurial Venture,Ed. Sahlman, W., H. Stevenson, M. Roberts, and A. Bhide, Boston: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5. Timmons, J., and S. Spinelli, Jr. (2009). New Venture Creation: Entrepreneurship for the 21st Century. Boston: McGraw-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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