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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for CEO-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소크라테스에게 오늘의 경영을 묻다

김형철 | 64호 (2010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경영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주최하는 CEO포럼의 일부 강의를 요약해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이번 호에는 ‘제31회 휴넷CEO 포럼 월례 조찬회’에서 김형철 연세대 교수가 강의한 ‘소크라테스에게 오늘의 경영을 묻다’를 전해드립니다.

배움의 인생은 지루할 틈이 없다
여러분이 CEO라면 어떤 결정을 놓고 참모들로부터 상반된 두 의견이 올라왔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각각의 문제를 얘기하는 참모들을 모두 평소 아끼고 믿어왔다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겠습니까? 리더는 판단을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란 얘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비전을 끝까지 포기 안 하면 회사는 망합니다. 적절한 시점에 포기하는 것도 미덕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오후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모든 테크놀로지를 주고도 아깝지 않다.” 이에 대해 혹자는 애플 내에 그다지 테크놀로지가 많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창의성은 없는 것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 새롭게 연결시키느냐에 있다”고 했습니다. 잡스가 정확하게 그걸 해낸 것입니다. 잡스는 자신의 판단을 근거로 카리스마를 갖고 밀어붙입니다. 엄청난 자신감입니다. CEO가 자신감이 없으면 부하들이 따르지 않습니다. 부하직원들은 CEO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습니다. 부하 직원 앞에서 절대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의 분야와 관계 없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최근에 시를 읽어보신 지가 얼마나 되셨는지요. 시 한 구절에서 브랜드 네임이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판을 바꿀 수 있는 생각의 단초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을 바꾸는 데는 테크놀로지의 힘이 필요하지만 그 테크놀로지를 디렉팅하는 힘은 직관에서 나옵니다. 직관은 오랜 경험과 지식이 뭉쳐졌을 때 나옵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2500년 전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철학자는 소크라테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델포이 신전에 가면 이런 말이 신탁에 쓰여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배우려고 합니다. 배움의 길에는 딱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물어보는 것입니다. 물어보지 않고 배우는 길은 없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물어보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CEO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CEO들은 직원들에게 “나는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들이 나한테, 그리고 우리 회사를 위해 지혜를 빌려줘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용기는 겸손함에서 출발합니다. 잘 나갈 때 당당한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우린 그걸 교만이라고 부릅니다. 잘 나가지 못할 때 겸손한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지만 그것을 우린 비굴함이라고 부릅니다. 잘 나갈 때 겸손하고 어려울 때 당당할 수 있는 것이 CEO의 덕목입니다.
 
하루는 소크라테스에게 제자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선생님, 인생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답변 대신에 두 제자를 데리고 과수원으로 갔습니다. “이 과수원에는 좋은 사과들이 많이 열려 있다.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사과 하나씩을 딸 수 있게 해주겠다. 단, 갔던 길을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한 소크라테스는 과수원 후문에 서 있었습니다. 정문에서부터 스승이 서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동안 두 명의 제자들은 각각 사과 하나씩을 땄습니다. 스승 앞에 선 한 명의 제자에게 소크라테스는 “마음에 드는 사과를 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제자는 “저는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아주 좋은 사과를 봤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사과가 있을 것 같아서 따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후문에 도착할 때까지 정문 쪽에서 봤던 좋은 사과가 보이지 않아 급한 마음에 그냥 이 사과를 땄습니다. 스승님, 한 번만 다시 돌아가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소크라테스는 똑같은 질문을 다른 제자에게도 했습니다. 이 제자는 “저는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좋은 사과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냉큼 땄습니다. 그런데 후문으로 오는 동안 더 좋은 사과들을 무수히 봤습니다. 선생님, 한번만 다시 돌아가게 해주세요.” 소크라테스는 아쉬워하는 두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여러분께서는 이래도 저래도 후회만 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현재 손에 들고 있는 사과를 최고의 사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과로 만들 궁리를 하셔야 합니다. 권력, 부, 명예 모든 것을 거머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막상 모든 것을 이루니 이 세상이 그렇게 허무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한평생 배우러 왔다가 가는 것입니다. 배움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보는 사람은 허무해하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습니다. 배움은 똑같은 사물과 현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지겹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은 끝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리더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
CEO는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눈으로는 전체를 모두 볼 수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마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보려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위대한 질문을 던지라고 합니다. 질문이 위대하면 대답도 위대해집니다.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세계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전투함이 있었습니다. 그 전투함에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한 달간 항해 훈련을 다녀오면 승무원의 3분의 1이 전역신청을 냈습니다. 두 번째 다녀오면 나머지의 절반이 전역신청을 했습니다. 이 시점에 새로운 함장이 취임했습니다. 새 함장이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이 전투함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무려 4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역전되었습니다. 도대체 새 함장은 어떤 일을 한 것일까요?
 
새로 취임한 함장은 300명의 승무원을 한 사람씩 함장실로 부른 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째, 자네가 현재 만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둘째, 자네가 현재 불만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자네에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각각에게 질문을 던져 답을 들은 함장은 승무원 한 명당 한 쪽씩 기록한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총 300쪽 분량의 노트는 전투함을 완벽하게 혁신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선원이 ‘화장실 청소는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가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개선사항을 냈을 때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실행했습니다. 물론 어떤 선원이 제안했는지는 절대로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얘기가 새어 나오는 순간 조직은 와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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