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MBA 스쿨은 지난 5월 서울에서 ‘미래의 글로벌 비즈니스와 비즈니스 리더’를 주제로 경영경제 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주제는 ‘윤리적이고도 바람직한 사회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있어 기업과 기업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였다. 기업 및 기업가, 이들을 양성하는 기관들은 환경파괴, 기후변화, 빈곤, 질병과 착취처럼 전 인류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업들이 이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게 해당 기업의 이윤 창출과 소비자 만족 확대에도 기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로 우리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다음의 몇 가지 의문을 품게 됐다. 우리는 과연 비즈니스 리더들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들은 주주의 이익을 넘어서서 사회 전체에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가? 비즈니스 리더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나 사내 인재 양성 부서가 어떻게 해야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제대로 길러내고 배출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비즈니스 리더 양성기관 혹은 인재개발 부서들이 선진국의 현실에만 초점을 맞춰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즉 선진국 밖에 존재하는 75%의 세계 인구와 기업의 존재를 무시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소위 후진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급격한 경제성장이 일어나고 있고, 향후에도 이 추세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경영저술가인 C.K. 프라할라드 박사가 저서 에서 밝혔듯 기업들은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소비자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프라할라드는 “실제 시장은 선진국의 소수의 부유한 소비자나 중산층 소비자가 아니라 시장 경제에 이제 막 합류하기 시작한 수십억 명의 저소득층에 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피해자나 부담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들을 안정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소비자로 인식해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와튼 MBA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스쿨은 특별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 복지를 증진하고, 신흥 중산층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고, 이런 지식으로 무장한 인재를 길러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비즈니스가 공공 선의 원동력이 되도록 이끌어야 하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는 비단 비즈니스 스쿨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해당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이룩한 한국 역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 역시 한국 경제를 이끌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기업을 통해 사회적 공공 선에 기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미래의 리더들은 소수를 위한 부를 극대화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향유하는 부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만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경제구조가 머지않은 시기에 반드시 도래하리라고 확신한다.
토머스 로버트슨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스쿨 학장은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케팅 전략, 소비자 행동, 혁신이 주 연구 분야로 다양한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카터 센터가 발족시킨 개발도상국 연구소(Institute for Developing Nations)의 창립 이사, 런던 경영 대학원(LBS) 부학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