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금융 분야로 유명한 학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학교…일반인들이 시카고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첫 번째로 떠올리는 느낌이다. 1890년 설립된 시카고대는 지금까지 총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1969년부터 수여된 노벨경제학상 분야에서는 현재까지의 수상자 65명 중 3분의 1이 넘는 수상자를 시카고대 단독으로 배출했을 정도다.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던 필자가 부스 MBA 스쿨을 택한 이유도 금융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학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뉴욕 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몇몇 MBA 스쿨도 금융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월가 근처도 아니고, 1년 중 절반이 눈이 내리는 춥고 음산한 시카고에 위치한 학교가 이 정도의 성과를 낸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부스 MBA 스쿨의 교육 과정도 경제학과 금융에 강한 학풍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어떤 과목, 어떤 교수진의 수업에서도 분석적이고 계량적인 접근 방식을 중시한다. 재무, 회계는 물론이고 인사조직, 전략, 마케팅 과목에서도 경제학 모델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많다. 실제 마케팅, 전략, 인사조직(HR)을 가르치는 교수진 중 상당수가 경제학자 출신이기도 하다.
마케팅 수업에서 가격 책정 전략을 토론한다고 가정하자. 약간 떨어진 위치에 맥주가게가 두 곳 있다. 이 때 각각의 맥주가게는 과연 어떤 식으로 맥주 가격을 정해야 할까? 이 질문에 막연하게 ‘인근 거주 인구수, 해당 지역의 과거 맥주 소비량, 가격 변화 추이, 경쟁자와의 지역적 괴리도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한다’고 생각하면 시카고대가 원하는 해결책 도출 방안이 아니다. 시카고대에서는 ‘판매하는 맥주의 고정원가와 변동원가는 얼마인가, 판매량 구간별 고정원가의 step-up(자본 지출 등의 이유로 일정 판매량 이상으로 맥주를 판매할 때 고정원가가 한 단계 상승하는 현상)은 얼마인가, 소비자 거주 분포에 따라 맥주 가게로 이동하는 일에 대한 거리당 원가는 얼마인가, 맥주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효용함수는 어떻게 가정할까, 우리 가게의 가격이 A일 때 경쟁 가게의 가격 구간에 따른 우리 가게의 판매량은 어떻게 변하는가’ 등 모든 요인을 정량화해야 한다. 이후 가격별 판매량, 이익 등을 산출해야 최적 가격을 도출할 수 있다.
HR 문제를 경제학 도구로 해결
부스 MBA 스쿨의 계량적이고 정량적 접근 방식을 실제 강의를 통해 살펴 보자. 필자가 이번 봄 학기에 수강한 캐니스 프랜더개스트 교수의 ‘Mana-ging the Workplace’는 경제학의 다양한 분석 모형들이 실제 인사조직 관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연구하는 수업이었다. 프랜더개스트 교수는 포천,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적인 경제 전문 언론에 다수의 칼럼을 기고하는 경제학자 출신의 인사조직 분야 교수다. 그는 직원 인센티브, 성과평가, 조직관리 등의 문제를 경제학의 틀을 이용해 해결하는 방안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필자처럼 HR 관련 경험이 적은 학생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방안으로 HR 문제를 고찰할 기회를 제공하므로 인기가 많다.
그가 제시한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모형을 통해 직원 급여를 결정하는 방법을 알아 보자. A라는 회사가 한 명의 직원을 고용한다고 하자. 해당 직원을 채용한 후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가능성은 각각 50%다. 경기가 좋아질 때 이 직원의 생산성은 100, 나빠질 때의 생산성은 45다. 이 직원은 A사 외에도 50의 급여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다른 회사의 취업 제의를 받았다. 또 A사에서 해고를 당해 급하게 구직을 한다 해도 언제든 30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 상황에서 과연 A사는 얼마를 주고 이 직원을 고용해야 할까?
직원의 급여를 결정하려면 우선 직원 입장에서 A사의 리스크와 리턴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회사가 제공하는 50이라는 안정적인 소득은 이 직원이 A사에 취직하는 일에 대한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이 직원은 불황 시 해고될 때 얻을 수 있는 30, 호황 시 얻을 수 있는 급여의 기대 평균의 합이 50이 되는 급여인 70을 기대할 것이다(30x0.5+70x0.5=50). 이 때 많은 회사들은 우선 70에 해당 직원을 고용한 후 경기가 좋아지면 고용을 유지해서 30(100-70)의 이득을 얻고, 불황이 오면 즉시 이 직원을 해고해서 0의 이득을 얻는 전략을 생각한다.
하지만 프랜더개스트 교수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직원의 최소 요구 사항, 즉 기회비용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한다. A사가 직원의 기회비용, 즉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50을 제공하는 상황을 살펴보자. 이 때 A사는 경기가 좋을 때는 50(100-50), 불황 때는 -5(45-50)를 얻을 수 있다. 호불황의 가능성이 각각 50%임을 고려할 때 이 직원에게 안정적인 50의 급여를 제공하는 일이 A사에도 더 이익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상황에서는 (30x0.5+ 0x0.5=15)이고, 두 번째 상황에서는 (50x0.5-5x0.5=22.5)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통해 적정 급여 수준을 산출하고, 훌륭한 인재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유능한 지원자와 무능한 지원자가 있고, 그들이 다른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각각 100과 50이라고 하자. 회사는 1기간 동안 고용을 한 이후 지원자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으며, 그 판단에 근거해 1기간 직후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초기 1기간 이후 재고용될 가능성은 유능한 직원이 95%, 무능한 직원이 5%이다. 처음 1기간 이후 4기간 동안 지원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했을 때 회사는 초기 1기간의 급여와 나머지 4기간의 급여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이 때 화폐의 시간 가치는 무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