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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IBS 학생들은 '실전 국제회의'를 연다

박진우 | 59호 (2010년 6월 Issue 2)
중국의 환경오염은 세계전체의 문제다. 필자 역시 한국에서 매년 황사 때문에 환절기 때마다 큰 불편을 겪었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환경보호에 관한 중국인들이나 중국 기업의 인식 수준이 낮을 거라는 편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과 달리 환경 문제에 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CEIBS의 교육 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관련한 과목도 많고, 교수진 또한 수업 중에 CSR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CEIBS는 매년 BGRC(Being Globally Responsible Conference)라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연다. 2006년부터 시작된 BGRC는 아시아 비즈니스스쿨이 주최하는 국제회의 중 가장 큰 CSR 관련 회의로 명성이 높다. 학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에는 단순히 졸업 후 비즈니스 리더로 활동할 학생들에게 CSR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행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팎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높은 호응을 얻고, 참가하고 싶다는 관련 전문가들 또한 늘어나면서 회의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졌다.
 
BGRC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행사가 학교 측이 아닌 학생들의 주관 하에 이뤄진다. CEIBS 학생들은 매년 회의 전 BGRC 위원회를 구성한다. 회의 계획, 참가자 및 업체 선정, 홍보 등 행사 대부분을 학생들이 맡아서 진행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둘째, 단순히 CSR에 관한 주요 이슈를 거론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과 실행 계획을 도출한다. 지난달 2930일 양일간 CEIBS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올해 회의의 주제 역시 ‘기후변화, 탄소배출, 친환경 사업에 관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었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의 경제학자,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나 태양전지 업체 임원과 같은 각 기업 임원, 화학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2010 BGRC의 주요 이슈
올해 회의에서 필자가 인상 깊게 들었던 강의는 다음과 같다. 강 팡이라는 중국 경제학자는 ‘중국의 저탄소 발전과 세계 기후’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현재 세계 기후의 문제점은 일찍부터 산업화를 이뤄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시킨 선진국에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중국이 탄소 배출량을 줄여 세계 기후 변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는 단지 중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저탄소 발전 체제를 정착시키려면 선진국의 기술 및 재무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계 기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책임론과 자성을 강조하면서도, 선진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중국을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이상을 추구하는 이론가의 모습과 중화사상이 몸에 밴 야심만만한 중국 학자의 잔상이 동시에 겹쳐졌다.
 
기업인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화학업체 이보닉의 수황 대표는 화학산업이 환경 보호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발표했다. 그는 가장 많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와 관련, 리튬 배터리, 친환경 유리창 코팅 기술, 새로운 차체용 자재 개발 등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틀라스 사의 임원인 매그너스 길로는 제조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사례를 제시했다. 태양광 패널로 유명한 중국 업체 선텍 파워의 홀리 우 이사는 태양 에너지를 얻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한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시인하기도 했다. 특히 태양광 패널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의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케아(IKEA)라고 할 수 있는 가구업체 레드스타 마칼린의 셰 지안신 대표도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레드스타 마칼린은 친환경적인 가구를 생산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그는 자본금 600 위안(약 11만 원)으로 시작한 레드스타 마칼린이 현재 매출 300억 위안(약 5300억 원)의 회사로 급성장하는 과정에 CSR과 친환경 이미지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컨설팅회사 PWC의 지속가능 사업부 담당 임원, 투자업체, 환경업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그린 파이낸싱(Green Financing) 관련 발표도 있었다. 투자자들에게 단순히 ROI(Return On Investment)와 같은 지표로만 어필하려는 시대는 지났으며, 친환경 사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이에 부합하는 사업 구조와 전략을 마련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필자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배운 윤리 경영이나 CSR은 상당부분 진부하게 느껴졌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BGRC에서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사례를 통해 CSR에 관한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인상 깊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CSR에 많은 관심을 지닌 경영자들이나 업계 전문가가 중국 내에 이렇게 많다는 점은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CSR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런 주제로 중국에서 국제회의가 열리며, 그 회의를 MBA 학생들이 주도한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아닐 수 없다. 기존 선진국들은 성장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향후 20년간 고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은 과연 기존 선진국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달라질 거라는 느낌이 든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듯 하다.
 
CEIBS는 1994년 중국 정부와 EU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학교로 영국 경제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해 6년 연속 아시아 최고 MBA로 뽑혔다. 2009년에는 전 세계 MBA 스쿨 순위에서도 8위를 차지했다. 중국 본토 최초로 풀 타임 MBA 과정을 채택했으며 매년 190명의 학생들을 선발한다. 전체 인원 중 37% 정도가 중국 밖에서 온 학생들이다. 총 교육 기간은 18개월 정도이나 일반 2년제 MBA 학교와 달리 방학 기간이 2주 정도로 매우 짧다. 한국 학생은 매년 15명 정도 입학하고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스쿨,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중국 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등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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