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가 겨우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까스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많은 기업들은 다가올 호황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이번 불황이 준 교훈을 너무 일찍 망각하는 듯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누구나 불황을 싫어한다. 하지만 불황은 종종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든다. 동물의 세계에서 이 원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초원에 먹을 거리가 넘쳐날 때는 모든 동물이 쉽게 세력을 넓히지만 가뭄 등 어려움을 겪을 때는 강한 생명력을 보유한 동물만이 살아남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호황기에는 누구나 쉽게 사업을 확장하지만 불황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결국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강한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
이처럼 불황은 준비된 기업에 여러 기회를 준다. 특히 자사의 경영 모델을 재편하고, 어려운 시기에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다. 경영자에게는 비용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재해석을 통해 수익 관점에서 조직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황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어떤 특징을 갖추고 있을까. 미 경제주간지 포천과 헤이그룹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우량 기업과 일반 기업은 불황을 맞이했을 때 다음과 같은 차별성을 보인다.
첫째, 우량 기업은 사람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우량 기업은 핵심인재의 발굴, 체계적 육성을 통한 유지 관리, 직원들의 조직 몰입도 극대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높은 직원 몰입도를 바탕으로 우수한 인력들을 효과적으로 유지(retention)함으로써 호황 때 높은 비용을 들여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등 필요 이상의 비용을 낭비하지 않는다.
둘째, 우량 기업은 단기 성과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을 강조한다. 설사 당면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회사의 장기적 전략을 바꾼다 해도 어지간하면 장기적 관점의 시각을 고수할 때가 많다.
셋째, 우량 기업은 강력한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평소에 기업의 목표나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의 충성을 유도한다. 임원 팀(Executive Team) 등의 제도를 만들어 조직 내 협력과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러 차례 경기 침체와 버블 붕괴 등을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경영 체제를 도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가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인다고 해서 지금 상황에 만족해선 안 된다.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의 핵심 인력을 재무제표 상의 유형자산처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들이 지닌 아이디어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호황기에 성공할 계획과 다시 올 불황에 대한 대비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