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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환 세라젬 헬스&뷰티 사장 인터뷰

“작은 시장이 가장 큰 시장... 벙벙한 시장 조사는 집토끼마저 쫓아낸다”

하정민 | 55호 (2010년 4월 Issue 2)

훌륭한 시장 조사는 의미 있는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를 도와주는 조사입니다. 특히 이렇게 좁은 시장을 공략해서 과연 무슨 이익이 남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핵심 고객 집단을 쪼개고, 또 쪼갤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마케팅 전문가인 조서환 세라젬 헬스&뷰티 대표이사 사장은 시장 조사가 세분화의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1981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뒤 ‘하나로 샴푸’, ‘2080 치약’ ‘마리끌레르’ 등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KTF로 옮긴 뒤에는 여성을 겨냥한 ‘드라마(Drama)’,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Na)’, 3세대 휴대폰인 ‘쇼(Show)’ 등으로 잇따라 마케팅 돌풍을 일으키며 KTF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겉으로 작아 보이는 시장이 사실은 가장 큰 시장”이라며 시장 조사를 기획하거나 시행할 때 목표 고객 집단(target consumer)을 최대한 좁게 설정하라고 말했다. 20대 초반 여대생이라는 작은 고객 집단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마리끌레르 화장품이 정작 옛날을 그리워하는 30대 미시족과 여대생을 선망하는 여고생들에게 더 인기가 높았듯, 자사 제품의 소구력이 큰 고객 집단만 잘 발굴하면 그 집단의 규모가 아무리 적어도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으며, 고객층 또한 저절로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쪼개고 또 쪼개면 길이 보인다”고 거듭 강조하는 그를 만나 시장 조사의 의미와 활용 노하우를 들어봤다.
 
일각에서는 시장 조사의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시장 조사를 해보거나 그런 조사 결과를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겁니다. 훌륭한 시장 조사란 뭘까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조사인지, 어떤 방식으로 한 조사인지에 관계없이 시장 세분화의 극한에 성공한 조사입니다. 더 이상 좁힐 수 없을 만큼 소비자 집단을 세밀하게 규정해야 시장 조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그 어떤 산업의 어떤 제품이라도 엄청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사실상 블루오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시각각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주 좁은 시장에 들어가 그 시장을 제대로 확실히 장악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장 조사는 이 좁은 시장을 규정하고, 이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기준이 돼야 하는 겁니다.
 
화장품 신제품을 테스트한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소비자층을 집중 조사하고 발굴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성인 여성’이라는 모호한 답이 나왔다면 거기서부터 실패하고 들어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신제품의 콘셉트나 이미지가 모던한 느낌이라면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파트에 거주하는 20대 초중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겠다’라는 식으로 세분화를 거듭하는 겁니다.
 
1990년대 중반 애경에서 근무할 때 화장품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트리오 세제를 만들던 애경이 무슨 화장품이냐. 소비자들은 애경에서 만든 화장품에 세제 냄새가 난다고 여길 거다’라며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당시 출시했던 최초의 여대생 전용 화장품 ‘마리끌레르’, 여드름 전용 화장품 ‘a솔루션’, 모공 축소 전용 화장품 ‘B&F’ 등이 모두 크게 히트했습니다. 그 배경에 극한적 시장 세분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후 일단 시장 조사를 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예상대로 화장품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조사 결과만 일방적으로 믿었다면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저는 다른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피부 문제로 괴롭다는 응답자의 의견을 자세히 살펴보니 여드름과 모공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각각 25% 정도 있었습니다. 그 외 피부 톤이 검어서, 기미 주근깨가 많아서, 민감성 피부라서 괴롭다는 의견도 제법 있었고요.
 
시장 세분화라는 화두를 감안한 후 이 조사 결과를 본다 해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떤 이는 여드름을, 어떤 이는 검은 피부 톤을, 어떤 이는 기미 주근깨에 주목하겠죠. 저는 처음부터 여드름에 주목했습니다. 까만 얼굴과 기미 주근깨는 가릴 수는 있어도 화장품으로 치료하기는 어렵죠. 반면 여드름은 화장품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당시 여드름 전용 화장품이라는 시장 자체가 없었어요. ‘아주 좁은 시장에 들어가 그 시장을 확실히 먹어버리겠다’는 전략이 가능한 시장이었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명에도 솔루션(solution)을 넣었고,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두 번째는 모공, 세 번째는 여대생이라는 한 단어만 엄청나게 깊게 파서 모공 전용 화장품 ‘B&F, 여대생 전용 화장품 ’마리끌레르’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마리끌레르의 성공은 KTF로 이직한 후 ‘나(Na)’의 성공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당시 이동통신 업계에는 대학생 전용 포지셔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거든요.
 
여드름 전용 화장품? 모공 전용 화장품? 그게 무슨 창의적인 발상이야’라고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진정한 창의성은 이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존재해왔지만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시장을 발굴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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