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세종시의 자급자족 기능 부족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따른 행정 비효율성을 들어 원안 수정을 제기했습니다. 정부 부처만 덜렁 옮겨놓는다고 해서 인구 50만 명의 도시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오히려 행정의 비효율성만 키운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이미 합의된 의사결정을 되돌리는 데 따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피하기 위해서도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가 내년 1월 대안을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정파와 지역으로 쪼개져 사활을 걸고 대립하고 있다 보니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주민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같은 가치를 지녔더라도 손실을 이득의 2배 이상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세종시는 이미 확정된 계획이니, 이를 바꾸려면 결국 2배 이상의 효용을 가진 대안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바다 건너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도시 역사(役事)는 우리를 더 초라하게 만듭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토후국인 아부다비가 건설 중인 ‘탄소제로 도시’, 마스다르(Masdar) 시티 건설 계획입니다.(DBR 이번 호 96쪽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관련 기사 참조)
2008년 2월부터 짓기 시작한 마스다르 시티는 혁신적인 녹색 에너지 기술과 도시 인프라를 채택했습니다. 인구 4만 명 규모로 건설 중인 이 도시에는 자동차가 없습니다. 무인 전기 운송 수단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사막의 열기를 빼서 담수화 설비를 돌리는 시설과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다고 합니다. 녹색 에너지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이곳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경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들의 첫 입주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마스다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탄소제로’ 도시라는 특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스다르 계획은 단순한 도시 개발 계획이 아니라, 세계 석유의 9%가 매장된 석유 부국인 아부다비가 탈(脫) 석유 시대를 대비하여 계획한, 도시 기반의 국가 성장 동력 다각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아부다비 정부가 출자한 마스다르는 도시 개발, 청정 에너지 기술 투자, 청정 에너지 장비 산업, 탄소 전략, 청정 기술 특성화 대학 등 5개 사업 부문을 두고 시스템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마스다르 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으로 마스다르 과학기술대학원을 세우고, 한국 등 세계의 인재 유치에 나섰습니다. 학비와 숙소는 물론 생활비, 왕복 항공료까지 주고 졸업 후 의무 사항도 없는 파격 조건입니다.
한국이 세종시를 둘러싸고 국내 자원 배분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동안 아부다비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과 인재를 끌어모아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도시 개발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논란의 끝은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한다면, 단순한 도시 개발 계획보다는 도시를 기반으로 국가 성장 동력을 다각화하는 총체적이고 시스템적인 국가 전략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는 현 세대의 이해득실보다 후손에게 물려줄 국가적 자산을 만드는 사업이었으면 합니다.
시대를 읽는 혜안으로 맨바닥에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발명하고, 후손들에게 다른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국가적 자산을 물려준 세종대왕의 애민, 실용, 혁신의 정신을 되새겨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