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확대로 기업들의 수익성 제고 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전사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넘어 각 사업부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혁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이 과거의 단순하고 잘못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기고에서 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한 중공업 회사의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떻게 수익성 제고로 연결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가동률 향상보다 원가·매출구조 혁신해야
생산시설 및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중화학공업 회사들은 높은 고정비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주로 수주 증대를 통한 가동률 향상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 단위당 고정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공업 회사인 A사의 주조 및 단조(Casting & Forging·C&F) 사업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사업부는 지속적으로 영업 손실을 입어 전체 사업부 가운데 최하위권의 영업이익을 내며 퇴출이 거론될 정도였다. 이 사업부 임원진은 수주 증대를 통한 가동률 향상만이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를 분산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 왔다. 그 결과 과거 4년간 사업부의 수주 활동은 연 평균 30%에 가까운 신장률을 보이며 가동률도 65∼85% 수준으로 상승해 왔다.
그러나 가동률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매출구조와 원가구조였다. 그림 1과 그림 2를 살펴보자.
A사 C&F 사업부는 판매가격 개선을 통해 단위당 매출 곡선을 상승 이동(R1→R2)시켜 왔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제품 단위당 원가 상승(C1→C2)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평균 가동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왔음에도 손익분기(BEP) 가동률 수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의 매출 및 원가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C&F 사업부는 가동률이 94%일 때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가동률을 확대해도 수익 창출이 어려운 사업이라면 사업 자체를 퇴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사업부 수익성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수주 물량을 늘리고 가동률을 높여 고정비를 분산하는 기존의 단순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곡선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원가 및 매출구조의 혁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선 원가 측면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가동률 증가에 따라 설비의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고, 지나치게 많은 잔업으로 연장근무 수당이 발생해 노무비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매출 측면, 특히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비에 있었다. 선박용 주조품 및 단조품, 워크롤, 금형공구강 등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이 사업부는 제품별 생산량, 즉 제품 믹스가 수주 활동에 크게 좌우되는 일종의 주문생산방식의 특성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제품별 수익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적절히 수주 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사업부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이 사업부는 부정확한 방식으로 계산·배분한 고정비를 매출 원가율에 넣어 이를 근거로 제품별 수익성을 평가하고 수주 활동을 해 오고 있었다. 수주 계획 수립 및 실행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가 부정확하니 수익성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장승세seungse_chang@monitor.com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필자는 서울대 섬유고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3년 이상의 전략 컨설팅 및 M&A 관련 경험을 갖고 있으며, 특히 성장 전략 및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의 전문가중 한 명이다. 모니터그룹에서는 주로 글로벌 에너지, 화학, 중공업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사업 발굴 및 육성, 마케팅 전략 수립, 턴어라운드(Turnaround)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