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전후로 국제질서는 뚜렷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동맹국과의 갈등, 무역 전쟁 재점화, 국제기구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체제가 인류 정치·경제의 종착점이 될 것이라 진단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전망 역시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저서 『역사의 종언과 마지막 인간』에서 정치 체제는 물론 자유시장경제와 다자주의 협력체계를 포함한 서구식 질서 전반이 보편화될 것이라 봤지만 오늘날 세계는 그 예측과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무역은 후퇴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정치화됐으며, 기술은 명백히 무기화되고 있습니다. 이익 중심의 실용주의와 파편화된 블록 질서가 부상하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적 해체를 주도한 주체가 다름 아닌 미국 자신이라는 사실이 이 변화의 복잡성과 아이러니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단순한 변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세계적인 지정학 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 퓨처스 회장은 DB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1945년 이후 세계 경찰 역할에 피로감을 느껴왔고 무역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전략적 재정렬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돼 온 피로와 손익 계산의 결과라는 겁니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글로벌 리더십의 비용을 감당하려 하지 않으며 자국 중심의 산업 재건과 안보 연계형 보호무역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규칙, 협정, 동맹도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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