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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마트팩토리를 가다❶ 농심 ‘신라면’ 구미공장

대한민국 스마트팩토리 원조
AI-딥러닝 공정 통해 ‘똑똑한 라면’ 제조

허문명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영국 BBC가 세계 유수 스마트팩토리를 선정하면서 한국에서는 농심 구미공장을 그 한 곳으로 꼽았다. ‘라면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도 보냈다. 원료 혼합부터 반죽의 압연, 절출, 증숙, 절단, 유탕 등 라면 제조의 각 단계를 최첨단 설비를 통해 실시간 확인과 관리, 분석을 가능하게 한 구미공장은 그야말로 국내 스마트팩토리의 원조 격이라고 부를 만하다. 스마트팩토리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던 1999년 타사보다 한발 앞서 거액을 투자해 첨단 공장 설비를 확충하는 데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추진, 더 똑똑한 생산 현장을 만드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편집자주

AI의 발달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 현장이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제조의 전 과정을 ICT로 통합해 효율과 안전을 높이고 불량과 원가를 낮추는 지능형 공장 스마트팩토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DBR이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 팩토리들을 방문해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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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세 시간여를 달려 김천구미역에 내리니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농심 신라면 구미공장까지는 택시로 20여 분. 세계 최고, 최초의 최첨단 라면 공장을 본다니 약간의 설렘마저 느껴졌다. 공장 뒤편 금오산 자락은 안개가 가득했지만 공장 안은 상쾌함과 청량감이 감돌고 있었다. 30여 년 전 건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청결했다. 김상훈 공장장이 직접 공장 안내를 해줬다. 공장은 ‘一’자 형태의 기다란 통로 형태로 한쪽 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돼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전 공정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친환경적인 공장을 소개하는 ‘슈퍼 팩토리’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선 포스코제철소와 구미 신라면 공장을 꼽았다. ‘라면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 스마트 공장’이라며 ‘농심 대표 브랜드 신라면의 세계 시장 진출을 앞당긴 전진기지’라고 했다. BBC 표현대로 구미 신라면 공장은 32년째 국내 라면 소비 1등 브랜드인 ‘신라면’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거점 공장이다. 지난해인 2022년 기준 구미 공장 한 곳이 낸 연간 매출액은 7000억 원으로 농심 6개 공장 전체 매출액의 31%를 차지한다. 주야 2교대 10개 라인을 통해 하루 500만 개, 연간 11억 개를 만든다. 하지만 공장 직원들은 총 600명이 채 안 돼 농심 전체 직원 5250명의 11.4%에 불과하다. 11% 근로자들이 전체 생산량의 70%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공장은 오래전부터 보러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외 기업과 학계에서 오는 견학 인원이 코로나 전만 해도 한 해 2만여 명에 달했다. 최근 수년간 다녀간 기업만도 삼성전자, LG전자, 한화, 아모레퍼시픽, 유한킴벌리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ABB차이나, 태국 CP그룹 등 해외 기업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켄터키대 등 기업과 학교에서 많은 관계자가 방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구미공장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임원은 물론 팀장급까지 견학을 하고, 농심의 전 공정 연속 자동화 라인에 대해 공부했을 정도다.

왜 사람들은 앞다퉈 이 공장을 보러오는 걸까. 비밀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이 녹아든 스마트 공장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미 이를 30여 년 전에 내다보고 구현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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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직원들이 70%를 생산

견학 시작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라면의 원료인 밀가루를 담은 거대한 저장고(사일로)다. 사일로에 들어온 밀가루는 중앙관제실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자동 계량돼 믹서로 옮겨져 전분, 비타민 등 분말과 섞인 뒤 깨끗한 정제수로 자동 반죽이 된다. 이렇게 혼합된 밀가루 반죽은 7개 대형 롤러를 통과하며 얇게 펴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하얀 이불 천들이 계속 생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반죽을 납작하게 누른다고 해서 압연 공정이라고 부르는 이 라인을 지나면 ‘라면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면을 꼬불꼬불하게 만드는 절출 공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얇게 펴진 반죽을 국수 형태로 만드는 동시에 아래위에서 밀어주는 롤러의 속도에 차이를 주면 비로소 라면의 면발이 완성된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드는 의문 하나. 왜 라면 면발은 꼬불꼬불할까? 서울에서 동행한 홍보팀 홍기택 책임은 “면 사이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야 빨리 익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줬다.

절출 공정이 끝나면 100도 이상에서 스팀으로 삶는 ‘증숙’ 과정에 이어 동그란 틀에 담겨 신선한 팜유에 튀겨지는 유탕 과정을 거친다. 이를 급속 냉각시키면 방부제가 필요 없는 건조 상태의 제품이 된다. 홍 책임은 “음식물이 부패하기 위해서는 수분 함량이 최소 12%가 넘어야 하는데 라면은 수분 함량이 4∼6% 정도에 불과해 방부제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면이 완성되면 별도 공정에서 나름대로 또 다른 몇 단계 자동화 과정을 거쳐 포장된 스프를 만나 최종으로 봉지 포장된다. 스프 특유의 매콤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스프 제조 공정실에 들어서자 유리벽 너머로 스프 원료가 담긴 통을 14대의 무인 운반차가 부지런히 옮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대 값이 약 800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스프 누락 검출기가 2중으로 설치돼 있어 스프가 빠져 포장된 면은 자동으로 제거된다. 비닐로 밀봉 포장을 마친 라면들은 다시 다섯 개씩 번들 포장이 된 뒤 로봇 팔에 의해 종이 박스에 담겨져 팔레트에 차곡차곡 쌓여 창고로 옮겨지고 있었다. 포장 기계도 세계적인 식품 포장기 전문 기업의 고속 설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공정을 둘러보면 우선 드는 생각이 ‘빠르다는 것’. 원재료인 밀가루에서 최종 포장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0분으로 반죽 시간 18분을 빼면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람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인 1초에 밀가루 반죽에서 완제품 10개가 나오면서도 오차 없이 균질한 제품이 똑같은 포장용지에 싸여 나오는 것을 실제로 보는 것만도 신기하다. 주요 라면 선진국들은 제품 100만 개당 포장 불량이 2개 정도 나오는데 구미공장은 0.5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대한민국 스마트팩토리의 원조 격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생산과 물류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통제되며 이를 네트워크화해 실시간으로 컨트롤되는 것이다. 원료 혼합부터 압연, 절출, 증숙, 절단, 유탕, 냉각, 포장에 이르기까지 전 제조 공정은 지능형 공장 시스템(IFS, Intelligent Factory System)으로 관리된다. 이에 따라 공장 내 모든 정보가 공장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관제실은 물론 부문별 현장에서 실시간 확인·점검·분석이 가능하다. 전 공정에서 수집된 제품 정보들은 중앙 통제 시스템의 빅데이터로 저장돼 본사와 실시간 공유된다. 실제로 중앙관제실은 공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디지털 트윈’ 공간이었다. 생산 현장과 사무동 전체를 모니터로 보면서 배합에서부터 포장까지 전 공정을 컴퓨터로 제어하고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장에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로 기계를 통제하고 고장이 나지 않는지 관리하는 직원들만 공정별로 서너 명씩 눈에 띄었다.

구미공장은 1991년 9월부터 가동됐지만 지금처럼 인텔리전트 공장으로 변모한 건 그로부터 8년 뒤인 1999년 8월이었다. 가히 대한민국 스마트 팩토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공장 준공 때 방문했던 미국 퍼듀대 교수이자 ‘컴퓨터 공장(CIM, 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전문가 티모시 할리(Timothy A. haley) 박사는 “구미공장처럼 진정한 의미의 CIM이 단위 공장 전체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고 농심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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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만든 최첨단 자동화 설비는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미래를 내다본 안목과 도전 정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스마트 팩토리를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 신 회장은 왜 이런 공장을 만들려고 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라면을 전 세계인들의 식탁에 올리자’는 비전 때문이었다. 신 회장은 1982년 농심의 사활을 걸고 국내 첫 번째 ‘스프 특화 공장’ 안성공장을 지었다. 제2차 석유 파동 여파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내린 결단이었고 후발주자였던 농심을 선두로 올라서게 하는 결정적 투자였다. 당시 안성공장은 열풍건조 공법의 한계를 넘어 진공건조 공법을 통해 원재료의 맛과 향을 지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안성공장에서 만들어진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은 잇따라 ‘대박’을 치며 농심을 창사 20년 만인 1985년 ‘라면 1위’ 자리에 오르게 만들었다. 여기에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1위 수성에 쐐기를 박았다.

신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한국 라면의 글로벌화’를 시작했다. 고인은 이미 1980년대부터 “세계 어디를 가도 신라면을 보이게 하라”며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창업 6년 만인 1971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국내 식품 회사 중 가장 먼저, 가장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이렇듯 그의 눈은 늘 세계 무대를 향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 라면 수요가 폭증할 것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산(增産)이 필요한데 더 넓은 땅에, 더 넓은 공장을 지어봐야 기존 설비를 그대로 늘리는 방식은 근본 처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생산성 2배 향상, 이것이 구미공장이 변신해야 할 방향이었다.

다음은 김상훈 공장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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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회장님이 대단한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 당시로서도 엄청난 거금인 1400억 원을 들여 첨단 공장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제가 그때 받은 월급이 50만 원이던 시절이니까 얼마나 큰돈인 지 짐작이 가시나요?(웃음) 외환위기 때 구미에 자리 잡고 있던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한국전기초자 같은 우량 기업들이 다 망해 가는데 농심만 거의 유일하게 증설을 했습니다. 구미시장이 ‘정말 감사하다, 시에서 도와줄 것 없느냐’며 거의 매일 현장을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변 다른 회사 직장인들도 얼마나 저희를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저희보다 월급을 많이 받았지만 구조조정 광풍에 직장을 잃었으니까요. 저희는 한 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창업 회장님의 결단은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뤄졌습니다. 만약 투자가 1, 2년 늦춰졌거나 기존의 아날로그 설비를 추가하는 차원에 그쳤다면 이후 세계 100여 개국에 연간 50억 개 라면을 공급하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1998년 4월부터 시작된 구미공장의 변혁은 20개월 동안 진행됐다. 배합수 공급 설비와 제면 설비, 냉각 시스템, 포장기까지 모든 설비를 해외 유수의 기업과 협력해 개발해 냈다. 생산 라인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2배의 속도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터라 세심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특히 포장 고속화는 생산성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설계를 담당한 농심엔지니어링과 포장재를 생산하는 율촌화학, 세계적인 고속 자동화 기계 전문 업체인 스위스 SIG 기술진이 협력, 기관총 연사 방식을 적용한 설비를 개발해 완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원료 투입부터 제품의 생산, 포장까지 일련의 공정이 중앙통제실에서 버튼 하나로 작동되는 디지털 무인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분당 600개가 생산되는 신라면의 원활한 생산과 검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계산에 의해 수행되는 생산 시스템으로 맛에 대한 관리는 물론 제품의 품질 또한 높일 수 있었다.


스피드를 넘어 스마트로

고 신 회장이 ‘스피드’를 내세우며 혁신을 거듭했다면 2대인 현 신동원 회장은 ‘스마트’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라면 하나 만드는 데 무슨 첨단 기술이 필요할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가닥 굵기가 신라면은 1.3㎜, 짜파게티는 1.55㎜, 얼큰한너구리는 1.6㎜로 제각각이다. 면 굵기는 스프가 면발에 스며드는 정도를 감안해서 정하는데 얇을수록 글루텐이 많이 형성돼 쫄깃한 식감을 얻는다. 면 한 가닥 길이를 얼마로 정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신라면의 경우 한 가닥 길이를 40㎝로 정했는데 옛날에는 80㎝였다. 그래서 라면을 반으로 부숴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봉지 라면 하나에 들어가는 면발의 가닥수도 딱 100가닥이어야 한다. 개당 무게가 100g에 넘치거나 모자라면 안 된다. 이물질이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되며 포장지가 뜯기거나 덜 다물어져도 불량이다. 물론 스프, 기름 등 구성품이 빠져도 안 된다.

이처럼 제품 생산 곳곳에 해결해야 할 스마트화 기술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동원 회장은 다양한 상황을 데이터로 정확하게 판단해 제품의 안정성과 생산성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데 혁신의 초점을 맞췄다. 2008년 6시그마를 도입해 품질 경영의 기초를 마련하고, 2010년에는 업계 최초로 제조표준시스템인 PMS(Production Management System)를 도입했다. PMS는 데이터 중심의 생산 관리 시스템으로, 농심은 여기에 AI와 딥러닝을 적용해 생산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농심이 업계 최초로 적용하고 있는 기술은 AI 기술 중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식해 데이터화하는 ‘사물인식 프로그램’이다. AI 프로그램을 카메라와 함께 생산 라인에 설치, 수십만 장의 제품 사진을 데이터화한 후 인공신경망이 불량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장의 접합 부분 패턴이 깨져 있음을 감지’하게 하거나 하나의 멀티팩 안에 ‘辛’이라는 글자 5개가 보이지 않으면 불량으로 분류해 걸러내는 방식이다.

김 공장장은 “얼핏 보면 기존 검사 장치와 다를 게 없지만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제품 사진에 빛이 반사돼 하얀 부분이 나오면 불량이 아님에도 불량이라고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경우가 있었는데 AI 기술이 접목된 지금은 ‘사진의 하얀 부분 중에서 빛 반사를 별도로 구분’해 정상 제품으로 판단하는, 더 정교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도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 생산 라인의 조명이 완벽히 일정하지 않은 데다 공정 속도, 제품별로 달라지는 디자인 등 코딩된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AI가 잘못 판단한 데이터를 축적해 ‘학습’시키고 계산식을 업그레이드해 더욱 똑똑하게 만드는 딥러닝 과정이 계속 필요하다. 농심의 공장 디지털 혁신 기술은 외부 업체가 아닌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김 공장장은 “위생은 물론 생산 공정, 안전에 대한 기계설비 혁신과 유지 보수는 이를 직접 써 본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문제의식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5위에서 세계 1위로 가자


하늘부터 땅끝까지라는 ‘실핏줄 전략’으로 100여 개국에 신라면을 팔고 있는 농심은 현재 세계 다섯 번째 라면 생산 기업(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조사)이다. 농심은 2021년에 처음으로 해외 라면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1965년 농심이 첫 라면을 만들기 시작한 지 56년 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라면 원조국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요즘은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은 물론 크로거·코스트코·월마트 등 미국 거대 유통 회사들 매장에서 신라면을 살 수 있다. 월마트의 경우 지난해 ‘신라면 블랙’을 모든 지점에 입점시켰다. 2020년 6월 뉴욕타임스 자회사인 상품 전문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는 농심이 만든 ‘신라면 블랙’을 ‘세계 베스트 라면 1위’로 선정했다. “제발 우리 제품을 넣어 달라”며 머리를 조아리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동원 회장은 아버지의 꿈을 넘어 세계 1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2017년 미국 라면 시장 2위를 달성한 뒤 3위 닛신과의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세 배 수준인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라면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농심은 이르면 오는 2025년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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