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가 세계 유수 스마트팩토리를 선정하면서 한국에서는 농심 구미공장을 그 한 곳으로 꼽았다. ‘라면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도 보냈다. 원료 혼합부터 반죽의 압연, 절출, 증숙, 절단, 유탕 등 라면 제조의 각 단계를 최첨단 설비를 통해 실시간 확인과 관리, 분석을 가능하게 한 구미공장은 그야말로 국내 스마트팩토리의 원조 격이라고 부를 만하다. 스마트팩토리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던 1999년 타사보다 한발 앞서 거액을 투자해 첨단 공장 설비를 확충하는 데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추진, 더 똑똑한 생산 현장을 만드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편집자주
AI의 발달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 현장이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제조의 전 과정을 ICT로 통합해 효율과 안전을 높이고 불량과 원가를 낮추는 지능형 공장 스마트팩토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DBR이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 팩토리들을 방문해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세 시간여를 달려 김천구미역에 내리니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농심 신라면 구미공장까지는 택시로 20여 분. 세계 최고, 최초의 최첨단 라면 공장을 본다니 약간의 설렘마저 느껴졌다. 공장 뒤편 금오산 자락은 안개가 가득했지만 공장 안은 상쾌함과 청량감이 감돌고 있었다. 30여 년 전 건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청결했다. 김상훈 공장장이 직접 공장 안내를 해줬다. 공장은 ‘一’자 형태의 기다란 통로 형태로 한쪽 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돼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전 공정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친환경적인 공장을 소개하는 ‘슈퍼 팩토리’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선 포스코제철소와 구미 신라면 공장을 꼽았다. ‘라면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 스마트 공장’이라며 ‘농심 대표 브랜드 신라면의 세계 시장 진출을 앞당긴 전진기지’라고 했다. BBC 표현대로 구미 신라면 공장은 32년째 국내 라면 소비 1등 브랜드인 ‘신라면’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거점 공장이다. 지난해인 2022년 기준 구미 공장 한 곳이 낸 연간 매출액은 7000억 원으로 농심 6개 공장 전체 매출액의 31%를 차지한다. 주야 2교대 10개 라인을 통해 하루 500만 개, 연간 11억 개를 만든다. 하지만 공장 직원들은 총 600명이 채 안 돼 농심 전체 직원 5250명의 11.4%에 불과하다. 11% 근로자들이 전체 생산량의 70%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공장은 오래전부터 보러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외 기업과 학계에서 오는 견학 인원이 코로나 전만 해도 한 해 2만여 명에 달했다. 최근 수년간 다녀간 기업만도 삼성전자, LG전자, 한화, 아모레퍼시픽, 유한킴벌리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ABB차이나, 태국 CP그룹 등 해외 기업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켄터키대 등 기업과 학교에서 많은 관계자가 방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구미공장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임원은 물론 팀장급까지 견학을 하고, 농심의 전 공정 연속 자동화 라인에 대해 공부했을 정도다.
왜 사람들은 앞다퉈 이 공장을 보러오는 걸까. 비밀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이 녹아든 스마트 공장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미 이를 30여 년 전에 내다보고 구현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