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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태가 던지는 교훈

곽승욱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Based on “I Just Like the Stock: The Role of Reddit Sentiment in the GameStop Share Rally,”(2023)
by S. Long, B. Lucey, Y. Xie, L. Yarovaya in The Financial Review [58:19-37]



무엇을, 왜 연구했나?

레딧(Reddit)은 미국 소셜 콘텐츠 공유 및 토론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네트워크다. 레딧 사용자(Redditor)들은 갖가지 주제로 서브레딧(Subreddit)이라는 포럼을 만들어 글, 이미지,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올리고 의견을 교환한다. 개인투자자들도 레딧에 주제별 토론 내용을 만들어 공유하고 소통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이들은 공공 매체에서 나온 뉴스나 정보에는 의존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레딧의 댓글은 다양한 주제를 가진 여러 스레드(Threads)로 세분되고 인기 있는 스레드엔 많은 하위 댓글과 추천이 달린다. 따라서 스레드의 하위 댓글 수와 추천 수는 특정 주제에 관한 스레드 토론의 인기 척도다.

서브레딧의 하나였던 월스트리트벳(r/WallStreetBets)은 2021년 1월 미국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의 주가가 1주 만에 700% 이상 오르는 데1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게임스톱 주식은 평균적으로 주당 약 7달러에 거래되다가 순식간에 20달러, 30달러, 80달러를 넘어서며 공매도 전략을 구현하기에 충분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대규모 헤지펀드 멜빈캐피털(Melvin Capital)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문을 열었다. 결과는 처참한 손실(약 250억 달러, 한화로 약 33조 원)로 끝나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톱 주가 폭등의 최대 피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게임스톱 사태는 각종 방송 및 뉴스 매체에서 레딧 사용자들이 어떻게 주가를 들었다 놓았다 했는지 갑론을박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레딧의 아마추어 개인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게임처럼 즐기도록 하는 데(주식 거래의 게임화)2 결정적 역할을 했던 로빈후드(Robinhood, 수수료 무료를 표방한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를 둘러싼 광범위한 논쟁이 일어났고 국회 청문회와 소송이 뒤따랐다. 게임스톱 사태 이후에도 다른 밈(Meme) 주식(예: 베드배스앤드비욘드, AMC엔터테인먼트)3 이 레딧 개인투자자의 표적이 돼 급등락을 거듭했다. 레딧과 로빈후드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언제든지 시장의 혼란을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위터와 비교할 때 레딧은 훨씬 더 복잡하고 무질서하다. 또한 레딧 포럼의 메시지는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밈 문화의 표현이 많아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착되지 않는 고유한 센티먼트가 발견된다. 이는 레딧 포럼에서의 투자자 행동을 분석하려는 학술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아일랜드, 영국,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연구진은 레딧 포럼에서 생성된 센티먼트가 게임스톱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문맥 분석(Textual Analysis)으로 검증해 밈 문화 이해 증진에 일조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2021년 1월과 2월에 월스트리트벳에 올려진 약 1100만 개 댓글의 톤(Tone)과 타이밍이 게임스톱 주가의 움직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밈 문화와 센티먼트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게임스톱 주가는 블룸버그 데이터를 이용해 1분 단위4 로 측정했다.

센티먼트는 텍스트 기반 센티먼트 분석 도구인 VADSR (Valence Aware Dictionary and Sentiment Reasoner)을 이용해 부정(비관), 긍정(낙관), 중립 센티먼트로 분류됐다. 레딧에 게시된 댓글과 스레드는 이모티콘과 구두점이 풍부한 짧은 문장이라 VADSR가 감정 분석을 수행하는 데 적합했다. VADSR 센티먼트 측정은 세 과정을 거쳤다. 첫째, 댓글과 스레드를 49개 주제로 분류한 다음 각 주제의 내용과 핵심 정보를 분석해 월스트리트벳에서 많이 사용되는 130개의 단어 목록을 만들었다. 둘째, 10명의 센티먼트 평가자가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댓글의 센티먼트 강도를 –1(매우 비관적)부터 +1(매우 낙관적)로 점수화했다.5 셋째, 낙관적 센티먼트 점수에서 비관적 센티먼트 점수를 뺀 수치인 순센티먼트(NET)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2021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 27일까지 첫 번째 상승장 기간 NET와 게임스톱 주가는 커다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레딧 투자자의 낙관성이 커질수록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NET와 주식수익률 간, NET와 주식 거래량 간에도 비슷한 관계가 관찰됐다. 낙관적 센티먼트가 강해질수록 주가수익률과 주식 거래량도 덩달아 빠르게 상승했다.

레딧 사용자들의 활발한 포럼 활동이 강세장에서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게임스톱 주가가 약세로 전환됐을 때는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즉, NET와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 간 관계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특히 2021년 1월 31일 이후 주가 하락기에도 레딧의 낙관적 센티먼트는 계속 유지됐지만 게임스톱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1년 2월 말 두 번째 상승장에서도 NET와 게임스톱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 간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재현됐다. 하지만 하락장으로 전환되자 다시 긍정적 관계가 급격히 약화하며 사라졌다. 레딧 포럼이 상승장에서는 게임스톱 주식에 관한 낙관적 댓글과 수많은 매수 추천이 주가, 주가수익률, 주식 거래량을 급격히 증가시켰지만 가격이 적정 가치를 찾아 하락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개인투자자 간 광범위한 낙관주의조차도 주가, 주가수익률, 주식 거래량을 지탱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레딧의 낙관적 센티먼트는 주식시장 상승기에 게임스톱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을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시장이 약세로 전환되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낙관적 센티먼트가 게임스톱 주가를 급격하게 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추락하는 주가를 떠받치는 데는 형편없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낙관적 센티먼트가 상승 모멘텀에선 주가를 폭등시켜 지나치게 고평가된 가격에 매수하게 하고 하락 국면에선 내림세를 방어하지 못해 주가와 투자자 보호에도 실패하는 투자의 몽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주식시장에 유행처럼 번지는 밈 문화가 낳은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개인투자자는 운의 향방에 따라 소셜미디어 센티먼트의 최대 수혜자일 수도, 최대 피해자일 수도 있다. 센티먼트 형성과 확산을 막거나 피할 순 없지만 센티먼트에 대한 반응은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 낙관적 센티먼트에 과도하게 들뜨지 말고, 비관적 센티먼트에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센티먼트를 감정으로 데우지 말고 이성으로 식히는 버릇을 키워보자.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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