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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고객이 꿈꾸는 ‘넥스트 레벨’

김현진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팬데믹 이전: 당신은 다른 업체들과 경쟁한다→ 팬데믹 이후: 당신은 각각의 고객이 최근 경험한 ‘최고의 순간’과 경쟁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EY의 재닛 발리스 컨설턴트는 HBR에 기고한 아티클, ‘팬데믹 이후 마케팅에 대한 10가지 진실’에서 팬데믹 이후 달라진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건 모든 게 멈춘 듯했던 팬데믹 시기, 오히려 고객들의 경험 수준과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이 가속화한 기술 혁신으로 고객들이 다양한 디지털 경험에 노출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발리스 컨설턴트는 “고객들은 빅데이터 또는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고객들의 동선과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기업들이 기존에 겪었던 최고의 경험을 넘어서는, 즉 기대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합니다.

엔데믹(감염병 대유행 종료)을 앞둔 역사적 시점을 맞아 고객 경험과 관련된 기업의 고민이 깊어진 것도 아마 이런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온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기대할 것인지, 팬데믹 시기에 의미 있는 도전을 했거나 큰 도전을 앞둔 선진 기업들을 통해 집중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공통적인 키워드로는 △변화 리스크에 유연한 대응 △기술 및 예술과의 결합 △강화된 오감 만족 요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팬데믹을 거치며 대형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크기는 줄이되 점포 수는 늘리는 소형화 전략을 구사해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눈길을 끕니다.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시스 백화점이 2021년, 시카고 최대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의 매장을 철수하는 대신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일반 백화점의 5분의 1 크기인 소형 매장, ‘마켓 바이 메이시스’를 선보인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소형 매장은 개점 및 운영비용이 적게 들고 감염병과 같은 뜻밖의 리스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 고객이 있는 곳으로 기꺼이 찾아가고 팝업스토어 형태로 매번 다른 ‘페르소나’를 장착하는 등 ‘탈권위’에 나선 기업들도 눈에 띕니다. 일본의 미쓰이부동산이 선보인 이동형 매장 전용 브랜드 ‘미케’가 가장 신박한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이 대형 부동산 기업은 감염병이 한창일 때 대형 트럭과 밴으로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 앞 주차장 등을 찾아 고객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식품, 잡화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등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는 전략을 쓴 겁니다.

이제 기술이 디폴트가 된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디지털에 힘입어 ‘넥스트 레벨’이 되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읽어야 합니다. 2020년 7월, 중국 선전에 오픈한 버버리의 소셜 리테일 매장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버버리는 중국 텐센트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실제 매장 환경과 소셜 공간을 오가는 디지털 몰입 경험을 기획했습니다.

인간의 사회적 본능은 자신이 기꺼이 참여하기로 결심한 커뮤니티에서 극대화됩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을 개인적 취향과 감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조성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어느 순간에나 고객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략도 눈여겨볼 체크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올 들어 루이뷔통이 팝업 형태로 운영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구찌의 아트 체험형 전시처럼 오감 만족형 기획을 통해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될, 당위성을 부여하는 시도들도 엔데믹 시대에 맞는 리테일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EY의 발리스 컨설턴트는 팬데믹 이후 달라진 마케팅 법칙 중 또 하나로 “고객들을 ‘마케팅 전략’의 중심이 아닌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의 중심에 두라”고 말합니다. 즉, 고객과의 접촉이 시작된 이후에야 고객을 마케팅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고객의 모든 구매 여정에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보다 긴 주기와 관점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에 ‘공간’을 매칭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이 우리 공간에 들어온 뒤에야 반기기 시작하면 땡! 온•오프라인, 구매 전후를 아우르며 전방위적으로 접근하는 ‘공간으로의 초대’ 전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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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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