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Management

팬데믹 위험 관리는 ‘녹여서 푸는’ 용광로처럼

342호 (2022년 04월 Issue 1)

저널워치


Based on “Mental Health: Build Predictive Models to Steer Policy” by J. Occhipinti et al. in Nature, 202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여러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확산으로 인해 인류의 정신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호주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2차 확산 기간인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 자살자 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6%p 증가했다. 2020년 6월, 미국의 18∼2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25%가 코로나 관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약물 복용을 늘렸다고 답했다. 2021년 유엔 아동자선단체 유니세프(UNICEF)가 발행한 세계아동현황보고서(State of the State of The World’s Children)는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웰빙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며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처럼 사전 지식이 부족하고 슈퍼 전파력을 가진 팬데믹의 위험과 파급효과를 예측하고 이에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험 관리 모형인 ‘시스템 모형(System Model)’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팬데믹 위험을 관리하는 패러다임이 시스템 모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 위기가 준 기회 중 하나다. 팬데믹 위험의 복잡성, 불확실성, 확장성에 대응하려면 이러한 전환은 필수다.

무엇을 발견했나?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시스템 모형을 ‘사회, 경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다차원적 위험 관리 모형’으로 정의한다. 시스템 모형은 분야, 직종, 성별, 세대, 인종, 문화를 불문하고 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위험의 발생, 전파, 파급 효과 등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또한 정량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정성적 데이터, 즉 사람들의 살아 있는 경험이 주는 통찰로부터 강력하고 효과적인 위험 해결이나 회피의 실마리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의 범위, 품질 및 시의적절성은 수시로 평가해 개선된다. 또한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할 때마다 업데이트와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불확실성은 줄어들고 예측력은 높아져 위험에 대한 관리 및 대응 능력은 극대화된다.

최근 좋은 예가 코로나 팬데믹 관련 시스템 모형이다. 통근 패턴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통합해 코로나의 확산을 빠르게 예측함으로써 공간 폐쇄, 마스크 착용, 휴교 및 예방 접종을 포함한 팬데믹 확산 완화 정책을 신속히 수립하고 적용 시기와 규모를 최적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호주, 뉴질랜드, 대만의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데이터를 시스템 모형으로 분석해 자살 충동, 교육 손실, 실직, 가정 폭력, 사회적 고립, 불안과 공포와 같은 팬데믹으로 촉발된 문제를 적시에 포착하고 응급실과 정신과 서비스를 포함한 지역사회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 급증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호주의 뇌정신센터(BMC, Brain and Mind Center)가 개발한 시스템 모형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의 정신 건강 회복 방안으로 보육, 고용 프로그램 및 일자리 창출(특히 여성을 위한),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적극적인 후속 조치, 디지털 방식으로 조정된 전문 정신 건강 서비스의 확장을 위한 투자를 제안했다. 이러한 투자는 정신 건강과 관련된 자해 입원자 수를 약 6%p, 응급실에 가야만 하는 상황을 약 4.1%p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반대로 정신 병원 병상, 건강 관련 캠페인, 상담 진료, 1차 진료 또는 전문 치료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 투자(전통적 위기관리)의 효과는 미미했다.

‘COVID-19 국제 모델링 컨소시엄(CoMo, COVID-19 International Modelling Consortium)’이 개발 중인 시스템 모형도 주목할 만하다. CoMo 모형은 전산 및 시스템 과학, 역학(Epidemiology),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과학, 정책 및 경제학 등 학제 간 특성을 고루 갖춰 타당성과 강건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종 편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더불어 팬데믹 체험자들의 주관적 경험을 주요 의사결정 요인으로 인정하는 개방형, 참여형 접근 방식을 택해 다양한 팬데믹 위험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융합 모형의 탄생을 예고한다.

하지만 시스템 모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유용한 시스템 모형이 저소득 국가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특권층에 도움이 되는 모형이 소외 계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피해와 관련이 깊은 사회심리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으면 시스템 모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위기 탈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적절한 데이터와 잘못된 가정(Assumptions)의 부작용도 항상 경계해야 한다. Garbage In, Garbage Out(GIGO). 즉, 모형에 입력되는 자료와 가정이 불량하면 모형이 출력하는 결과물도 불량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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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팬데믹 위험에 관한 관심과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은 팬데믹이 개발도상국 국민의 건강,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해결하도록 돕기 위해 약 1600억 달러(약 190조 원)를 투입했으며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의 사회나 경제 지원 패키지도 수조 달러(수천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올바른 위험 관리 모형이 없으면 이러한 국제적 공조도 수포가 되기 일쑤다.

부동산 정책을 부동산 전문가 위주로 기획하고 수립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권 정책을 변호사, 인권 전문가, 관료, 정치인이 정하는 것도 시대에 뒤처진다. 위험의 분석과 관리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모형은 위험 요소를 개별적, 독립적으로 분석하는 기존의 일차원적 관점에서 벗어나 여러 전문 분야의 다양한 관점과 많은 사람의 경험적 정보를 포함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조화롭게 융합해 장기적인 위험 대응 능력을 극대화한 용광로 모형이다. 위험과 위기는 인류의 무분별한 생각과 행위가 모여 만들어진 유해성 폐기물이다. 용광로 모형은 이를 녹여 안정화하는 처리 장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 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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