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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데이터 거래소, 새 경제 생태계를 예고하다

호세 파라모야노(Jose´ Parra-Moyano),칼 슈메더스(Karl Schmedders),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데이터는 자본과 노동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 요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첫째, 같은 단위라도 데이터마다 건강, 금융, 위치 등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대체가 힘들다. 둘째, 여러 회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배타적이지 않다. 셋째, 데이터의 가치는 날마다, 심지어 매시간 변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 넷째, 대량일 때만 실질적 가치를 갖는다. 다섯째, 둘 이상의 사용 사례가 서로 반응하면서 가치가 증폭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개인에게 있다. 이런 성질을 갖는 데이터가 대량으로 공유되고,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할 만한 제3자에게 효과적으로 유통되려면 데이터 거래소가 필요하다. 데이터 거래소는 경제 생태계 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20년 여름 호에 실린 ‘What Managers Need to Know About Data Exchanges’를 번역한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1 2018년에도 세계에서 시장 가치가 가장 높은 6개 기업 중 4개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알리바바2 가 데이터 활용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광고를 최적화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자본이나 노동 같은 전통적인 생산 요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예컨대 규모를 확보하려면 대량의 고객 데이터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을 가지고 광고 모델이나 매출을 창출하는 다른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규모가 확대되면 데이터는 어쩔 수 없이 개인 프라이버시, 심지어 국가 보안 문제와 얽히게 된다. 이는 다른 생산 요소들엔 없는 문제다. 데이터는 이런 특성 때문에 데이터 시장에서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거래되기 어렵고, 디지털의 본질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폐쇄적 사일로 안에 갇혀 조직의 가치 극대화를 방해하곤 한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단일 개체가 관리하는 사일로가 아니라 공유 데이터로 바라보는 쪽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필자들이 특히 관심을 둔 대상은 데이터 거래소다. 이는 여러 다양한 출처, 즉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모든 개인과 조직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큐레이션한 뒤 제3자 업체들이 이로부터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공유 플랫폼을 가리킨다. 이런 통찰력이 시장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고, 은밀하게 전달될 때 데이터를 통한 가치 창출 활동은 큰 도약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이 실현되려면 관리자들이 데이터의 고유한 특징은 물론, 데이터 거래소가 어떻게 위협을 완화하면서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의 특징

공유 데이터가 지닌 잠재력을 완전히 파악하려면 일단 데이터가 다른 생산 요소들과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야 한다.

데이터는 대체할 수 없다. 첫 번째 특징은 일정한 단위의 데이터가 같은 회사에서도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겠다. 어떤 회사가 1달러의 투자를 받았다고 치자. 이때 그 회사가 시중에 유통되는 수많은 달러 중 어떤 것을 받았는지, 투자자가 1달러를 지폐 한 장으로 줬는지, 아니면 쿼터 4개로 줬는지, 혹은 1센트 동전 100개로 줬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본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회사가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데이터 한 단위(가령 1메가바이트)를 받았을 때는 그렇지 않다. 같은 단위라도 데이터마다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건강 관련 데이터, 금융 데이터, 지리 위치 데이터 등등) 조직에 도움이 되는 수준도 달라지게 된다.

데이터는 배타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두 번째 특징은 같은 데이터를 두 회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3 반면 자본(보통 1달러는 한 번에 한 회사에만 투자될 수 있다)이나 노동(한 사람이 행하는 한 시간의 일은 한 작업 환경에서만 이뤄진다)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의 유용성은 빨리 고갈된다. 데이터는 날마다, 심지어 매시간 변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는 보통 새로울수록 더 가치가 높다. 모든 데이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가령 사람의 출생 데이터는 그 가치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건강, 금융, 지리 위치 데이터 같은 것들은 분명 변한다. 물론 다른 생산 요소들도 시간이 흐르면 쓸모가 없어진다. 하지만 자본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낡은 기술을 보유한 노동자들은 재교육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데이터의 가치는 그보다 훨씬 더 빨리 하락하고, 완전히 사라질 때도 많다.

데이터는 주로 대량일 때 가치를 창출한다. 소량의 데이터도 가치 있는 경우가 있지만 분석을 하거나, 알고리즘을 교육하거나,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업 상황에서는 대량의 데이터가 모였을 때만 실질적 가치를 갖는다.

데이터는 대개 개별적 사용이 아닌 둘 이상의 사용 사례가 서로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이 사용자의 행동과 선호도에 대한 값진 통찰력을 제시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생각해 보라. 이는 플랫폼 사용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본 데이터에 대한 권리가 개인에게 있다. 개인이 보유한 데이터를 사전 동의 없이 판매하거나, 공유하거나, 교환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데이터 가공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동의 권한은 있지만(가령 고용주를 위해 범법 행위에 관여하지 않기로 하는) 그마저 제한적이다. 본인 자본에 대한 투자 활동은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데이터는 그 사람이 모르는 상태로 사용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래 왔다. 이에 따라 데이터에서 동의에 따르는 우려는 다른 생산 요소들의 경우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현재 데이터 공유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데이터는 자산이나 노동과 달리 개인에서 조직으로, 혹은 조직 간의 유통을 도모하는 투명한 글로벌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과 플랫폼들은 고객이나 사용자 같은 개인이 그 조직 안에서 만들어낸 데이터를 가지고 필요한 작업을 하거나4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5 로부터 불투명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은 거래에 참여하거나, 영향을 주거나,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된다. 구글의 나이팅게일 프로젝트(Nightingale Project)6 만 해도 그렇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 7 를 통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의료기관인 어센션(Ascension)에서 건강정보를 구입했지만 막상 환자들은 거래에 대해 아무 의견도 내지 못하고 아무 혜택도 보지 못했다. 현재 미국 보건복지부는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를 수사 중이다. 8

데이터는 대체 불가능한 특징 때문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조직에 직접 판매하기가 어렵다. 잠재적 구매자는 구매 이전에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의 가치를 미리 판단해야 한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다양하고 대량일 때만 유용한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이 많은 사람에 대한 데이터만 구매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은 협상력을 거의 가질 수 없다. 또 개인의 사전 동의가 없는 한 아직 집계되지 않았거나 익명 처리가 충분히 되지 않은 개인정보의 접근 권한을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은 불법이므로 데이터를 구매하려면 여러 단계의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데이터, 특히 사용자가 온라인 플랫폼 및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투명하게 거래되지 않으면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진다. 첫째, 데이터가 가장 가치 있는 통찰력을 내놓을 만한 회사로 유입되지 않는다. 둘째, 데이터 구매를 위한 표준 조건이 없으므로 조직의 자원 배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에 자본과 노동은 개방된 시장에서 수익(자본의 경우 이자, 노동의 경우 임금과 경력 성장)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소는 어떤 식으로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는가?

데이터 거래소는 대개 재단이나 민간기업, 또는 사용자 협동조합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된다. 데이터 거래소의 가치 창출 행위는 데이터 제공자들이 자진해서 공유한 데이터를 집계하고, 구조화하고, 익명 처리하고, 또 제3자들이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돌리게 함으로써 구현된다. 이때 제3자는 궁극적으로 데이터 제공자들이 나눠 가지게 될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한다. 개인들이 연합해 자신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거래소인 경우 제3자는 더 나은 서비스로 사용료를 대신하기도 한다. 오팔(OPAL)9 이나 엑스로드(X-Road) 10 같은 일부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제공자들이 그들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를 마련한다.

데이터 거래소는 허브 역할을 하는 미국을 필두로 싱가포르, 호주, 유럽 등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데이터 거래소는 생긴 지 얼마 안 돼 아직 뚜렷한 기수나 시장 리더가 없지만, 그런 주인공이 되려는 곳들은 점점 늘고 있다. 그냥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관련 업체 수십 곳이 등장한다.

데이터 거래소가 창출하는 가치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이런 가상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 보라. 어떤 제약 회사가 아주 그럴싸한 신사업 아이디어와 그에 걸맞은 유능한 인력,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특정 질병을 발생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려 한다. 데이터 거래소가 존재하기 전이라면 이 제약사는 알고리즘 교육에 필요한 특정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큰 장벽에 부딪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의료 기록을 수집하는 데이터 거래소가 알고리즘 개발에 딱 맞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소는 데이터를 공유한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사용료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이런 혜택은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한 환자들에게 전달된다.

데이터 거래소라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데이터 오너, 즉 이 사례에서는 환자가 데이터로 사용료나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자신의 데이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또한 제3자, 이 사례에서 제약사는 데이터 거래소가 생기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소에 있어서도 핵심은 데이터의 대체 불가능성이다. 제3자는 데이터가 집계되고, 익명 처리되고, 구조화된 뒤에만 그 데이터들로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는 제3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로 컴퓨터 코드를 돌리고, 그 코드로 무엇을 계산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게다가 거래소는 다수의 에이전트에서 온 데이터를 집계하기 때문에 알고리즘 개발에 필요한 다양성과 수량을 맞출 수 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 적절한 검사를 마친 상태라면 거래소는 데이터 제공자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정보는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답들만 제3자에게 줄 수 있다. 사례 속 제약회사도 그들이 원하는 유형의 환자 데이터에 대량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특정 의료 기록과 환자의 신원을 연결할 수는 없다. 그 덕분에 데이터 공유에 있어서 개인 동의를 얻는 문제가 상당히 단순해진다. 또 데이터 거래소는 많은 데이터 오너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대변하기 때문에 가격을 평가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데 개인 데이터 오너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더욱이 데이터 거래소가 관리하는 데이터의 가치는 대개 투명하므로 제3자는 데이터에서 도출한 통찰력을 적정 가격에 판매할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수익을 데이터의 원제공자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 제약회사 사례의 경우 환자들은 그들의 데이터가 언제 알고리즘 훈련에 사용되는지, 또 제3자인 제약회사가 그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돌린 대가를 얼마나 거래소에 지불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소 현황

현재 실제로 운영되는 데이터 거래소에는 디스파크(DSpark) 11 , 데이터리퍼블릭(Data Republic) 12 , 오션프로토콜(Ocean Protocol) 13 , 다웩스(Dawex), 이니그마(Enigma) 14 등이 있다. 이 중 오션프로토콜은 제3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이득이 되도록 개인, 조직, 각종 산업은 물론이고 다른 데이터 거래소에서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가령 자동차 제조사에서 수집한 운전 데이터는 자율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될 수 있고, 기업의 인사부에서 수집한 근로자들의 직장 만족도 데이터는 회사가 더 나은 복지 제도와 경력 계발 계획을 설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싱가포르계 비영리 기관이 운영하는 오션프로토콜은 이미 로슈나 유니레버 같은 회사들과 협력 중이다. 데이터리퍼블릭도 비슷한 프로세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찰력을 공유한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미국, 싱가포르 등의 은행, 항공사, 정부 기관이 이들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오팔15 의 이니셔티브는 데이터 교환소의 표본이다. 이들의 목적은 개인의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검사 및 분석 작업을 위해 폭넓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프로세스를 사용한다.

● 알고리즘이 데이터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원본 데이터가 저장소를 절대 벗어나지 않고 ‘안전한’ 답들만 제3자에게 전달된다.

● 데이터가 적용된 알고리즘이 개방돼 있어서 그것을 안전하다고 여기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그것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다.

● 새로운 분석 기술16 이 데이터를 항상 암호화된 상태로 관리하므로 거래소조차 원본 데이터를 볼 수 없다.

데이터 거래소는 상업적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이제는 정부나 비영리 기관을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다.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은 EU 회원국들이 보유한 모든 정부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최근 오팔 방식의 플랫폼을 채택했다. 또 에스토니아는 엑스로드17 소프트웨어로 세금이나 학교 교육, 토지 소유권 관련 데이터뿐 아니라 전자 건강 기록을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를 구현하는 기술적, 조직적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데이터 거래소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데이터 거래소는 잘 훈련된 노동력처럼, 혹은 새롭게 발견된 석유 매장지처럼 경제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잠재력이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노동력과 석유 자원은 보통 한 번에 한 회사만 쓸 수 있지만 데이터는 여러 기업이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가 이미 글로벌 경제에 큰 전환을 가져온 것처럼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실현될 공유 데이터의 영향력도 그에 상응할 것이다.18

예컨대 데이터 거래소의 등장으로 현재 데이터를 독점한 조직들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젊은 테크 기업들은 데이터가 부족해서 유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없고, 이 때문에 기성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한 데이터 학자는 이렇게 논평했다. “지난 30년간 신규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연간 13%에서 8%로 떨어졌고, 근로자가 100명 이하인 기업 비중도 5% 감소했다. 반면에 상위 5%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매출 비중은 10%나 상승했다.” 19 데이터 거래소가 늘어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도 거래소에서 자본으로 데이터 기반의 통찰력을 구매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경쟁에서 지금보다 강력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추세는 뒤집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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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균형을 바꾼 협동조합

데이터 협동조합이 등장하면서 개인은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로 돈을 벌고 본인이 직접, 혹은 다른 형태로 데이터를 교환했을 때보다 더 큰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로 뮤지션, 동영상 제작자, 긱 노동자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을 들 수 있다. 이들이 버는 수입은 보조금이 아니라 생산자와 노동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래소를 통해 창출된 개인 경제 활동 채널의 산물이다. 그 덕분에 이제는 개인도 데이터 기업가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데이터 오너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청구할 ‘임대료’는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데이터 임대 수입이 개인의 일반 소득을 넉넉하게 보조하기도 한다.

19세기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서 많은 이가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그러면서 자본가들을 상대로 더 강한 위치에서 집단 협상을 하고, 정치적 로비를 하고, 흥정을 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통해 경제적 보상을 얻게 되면 데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그러면서 새로운 데이터 협동조합이 더 많이 결성될 것이다.

더굿데이터(TheGoodData), 유럽 데이터 유니언(European Data Union), 데이터 노동자 유니언(Data Workers Union), 데이터 유니언(The Data Union)은 모두 전 세계 데이터 생산자들을 연합하기 위해 설립된 데이터 협동조합들이다. 데이터 오너들이 그들의 데이터를 일반 비조합 거래소에 팔면 다른 사용자의 데이터가 간접적으로 노출되면서 데이터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20 데이터 협동조합을 통해 데이터 판매 활동을 관리하면 이런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21 특히 기존에 있던 신용조합들은 그들을 믿고 돈을 맡긴 수백만 수탁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다 데이터 협동조합을 옹호하고 그 수혜를 받을 만한 법적 위치에 있다. 신용조합의 경우에는 그저 자본과 함께 데이터도 수집하기 시작하면 된다.22

기업과 플랫폼도 데이터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그들의 고객사와 사용자들을 통합할 수 있다. 고품질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마련한 다음,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 부가가치로 여길 만한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그에 대한 사용료를 청구하면 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이 최근 이해관계자 중심의 철학을 갖게 된 것도 이런 개념에 따른 조치일 것이다. 23 협동조합 모델은 노동조합과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독일의 사회적 시장 경제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관리자들을 위한 당부

기업이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통찰력을 살 수 있다면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비료 제조사가 특정 농작물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려 할 때, 그들은 농부들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거래소에서 직접 통찰력을 산 다음 해당 작물이 다양한 비료 제품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면 된다.

또한 기업은 데이터 거래소의 사용자뿐 아니라 직접 생성한 데이터를 가지고 데이터 생산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새로운 매출 창출의 기회가 된다. 가령 축산 회사가 건강한 동물과 병든 동물들의 이미지를 제공하면 보험사나 제약사가 이 데이터를 활용해 동물들의 질병을 감지하는 영상 인식 툴을 최적화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소와의 협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과 사용자 데이터를 이미 수집해 분석하고 있는 기업의 관리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만약 기업이 데이터 거래소와 협력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회사의 고객이나 사용자가 이 기업을 배제한 채 데이터 협동조합과 직접 연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관리자가 데이터 거래소와 협력하기로 한다면 이제부터 기업은 거래소의 구조나 기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회사에 유리한 인센티브 구조를 제안할 수도 있다.

관리자들은 데이터 거래소에 대해, 그리고 조직 내부에서 결성된 데이터 협동조합에 대해 고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데이터 협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공적 입장을 가능한 빨리 규명하고 조직 내부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누가 가장 가치 있게 여길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밖에도 기업과 플랫폼들은 그들의 고객과 사용자들이 데이터 교환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한 수익을 공유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은 경쟁사들과 차별화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가치를 제안할 기회를 얻는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데이터 거래소들이 그들의 전략과 경제 모델을 어떻게 폭넓은 방향으로 구체화하는지 신중히 살펴보고, 그렇게 내린 결론에 따라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기업은 공유 데이터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이 새로운 현실에서 발전하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호세 파라모야노(Jose´ Parra-Moyano)는 코펜하겐 경영대학원의 조교수이다. 칼 슈메더스(Karl Schmedders)는 IMD 경영대학원의 재무학 교수이다.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는 MIT에서 미디어아트와 과학 분야의 도시바 후원 교수로 있으면서 교내 연구기관인 MIT 커넥션사이언스(MIT Connection Science) 소장을 겸한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405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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