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급속한 경제 발전과 사유 재산의 증가로 중국 미술 시장은 세계 3대 시장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냉소주의, 사실주의에 입각한 웨민쥔, 정판즈,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거액에 거래되며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에 비해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중국 미술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침체됐다. 세계 미술 시장의 관심은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로 이동하고 있고, 중국의 수집가들도 서양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중국의 젊은 작가와 바이어들은 글로벌 감각을 길러 중국 미술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이 발간하는 CKGSB Knowledge 2021년 3월 호에 실린 ‘The Art of China’ 원고를 번역, 요약한 것입니다. |
중국 미술 시장이 폭발적인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자본이 중국의 내수 시장에만 국한된 것일까, 아니면 서구 미술 시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일까? 중국 현대미술이 각광을 받고 있고 잠재력도 충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승자가 독식하는 오늘날 미술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5년 중국의 부유한 해안 도시 상하이의 크리스티 경매장. 무대에 오른 경매인이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샹양(尙揚)과 저우춘야(周春芽)의 작품 가격을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지만,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마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서양 고전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날 경매에 모습을 드러낸 서구 거장들의 작품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의 최종 낙찰가를 기록하며 새 주인 품으로 떠났다. 미술 업계에서는 이날이 중국의 대작 예술가들의 작품 수집에 집중해온 바이어들의 수집 패턴에 변화가 생긴 기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초창기 중국인들은 중국의 전통 미술품과 골동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고, 이를 건전한 투자 방식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개인의 수집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 중국의 많은 투자자가 중국 미술 작품을 사들이는 것보다 전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 걸려 있는 서양의 명화들을 수집하는 것이 더 안전한 투자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다 지난 10년을 기점으로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다소 시들해진 눈치다. 오히려 최근엔 아프리카의 예술품이 뜨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예술계의 큰손, 중국 바이어들은 서구와 아프리카 작품을 탐닉하며 수집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자국 현대미술을 집중 지원하며 중국 미술 생태계의 든든한 물주가 될 것인가?
중국 미술계의 부흥중국 미술 시장은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1970년대 말 문화대혁명이 종식될 때까지 약 30여 년 동안 호황기를 누렸다. 이때까지는 계획 경제 체제 분위기 속에 국가가 운영하는 골동품 숍에서만 예술품을 사고팔 수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시장 개혁으로 폭발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개인이 소유한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경매장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까지 중국의 예술 시장은 완벽하게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1992년 경제도시 상하이에 첫 국영 경매회사 둬윈센(朵云轩)을 열고 본격적인 미술 작품 거래에 나선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사유 재산의 증가로 경매라는 시스템의 등장은 수집가들을 예술 시장 투자에 끌어들이기 충분했고, 그 결과 폭발적인 중국 미술품 소비를 부추겼다. 당시 서구에서는 갤러리들이 일차적인 예술품 거래 시장을 주도한 반면 중국은 경매 회사들이 유행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아트 컨설팅사 페가소스파이브의 아니타 아처 디렉터의 말이다. “중국에는 상업적인 갤러리가 드물었기 때문에 경매 회사들이 중국 미술품 시장의 가격과 유행을 주도했다. 오늘날 중국 현대미술의 부흥을 일으킨 것도 경매 회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유럽미술재단(TEFAF)이 중국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미술 작품을 수집할 때 갤러리나 개인 딜러를 통하는 것보다 경매 회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과 격렬한 입찰 과정에서 모두가 사고 싶어 하는 작품을 낙찰받으면 ‘내가 제대로 된 것에 투자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