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가장 인기가 있으면서도 가장 덜 알려진 기술.”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 교수는 저서 『필립 코틀러 마켓 5.0』에서 이 기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 누구도 기업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아직은 무지개나 신기루처럼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그 기술. 바로 AI(인공지능)입니다.
AI 분야 석학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AI 분야에 최근 5년 새 투자된 돈이 이 분야의 연구가 처음으로 공식 출범한 1956년 이래 투자된 돈보다 더 많다”며 “새로이 찾아온 AI 연구의 황금기”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AI는 많은 비즈니스 리더가 “당연히 도입해야 하는 기술이라 생각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도입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행착오가 많다”고 고백하는 대표적 분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맥킨지가 2020년 실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50%가 최소 1개 이상의 비즈니스 부문에 AI 기술을 도입했지만 이를 활용해 이자 및 세전 이익(EBIT)의 5% 이상을 창출한 효과를 낸 기업은 22%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조사 대상 기업의 48%는 EBIT 창출 효과가 5% 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저조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도입 초기, 조직 내부의 합의가 부족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보니 어떤 분야에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전략적 우선순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부터 구성원 간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011년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겸임교수가 AI 프로젝트와 관련해 “처음 몇 개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초기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첫 번째 시도에 성과가 입증돼야 조직 내부에서 먼저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의 작은 성과들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축적된 성공 경험들이 결국 큰 성과를 구성하는 재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 DBR 기고문에서 AI 도입 과정을 ‘단거리 경주가 연속되는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명명하며 “큰 그림을 그리면서 단기 목표를 경유해 장기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데서 그 핵심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AI 도입 단계에 있어 기업 간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대부분의 전문가가 리더십, 그리고 이와 연동되는 경영진의 이해도를 꼽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맥킨지 조사 결과 AI를 잘 적용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C레벨 경영진의 전반적인 리더십 수준이 2.3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한 기업 현장에서 AI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AI 전략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그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코로나란 큰 변수를 만나면서 글로벌 패권 전쟁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AI 기술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영원히 종식되지 않고 인류와 함께 공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AI 기술이 화상 회의,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삶에 깊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저서 『인공지능 없는 한국』에서 마르크스가 사회주의 혁명을 주창하면서 ‘혁명의 그날’을 ‘100년이 하루가 되는 날’로 표현했던 데 빗대 “코로나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100년이 하루가 되는 인공지능 혁명’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국•중국 및 기술 선진국들이 질주하는 사이 기술 혁신 규제 등의 걸림돌 탓에 주춤했던 한국은 ‘전 세계 AI 핵심 인재 500명 가운데 한국 출신 비율 1.4%’ ‘국가별 정부의 AI 준비 지수 26위(옥스퍼드 인사이트 조사)’ 등의 지표가 증명하듯 이미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자 목표로 꼽히는 ‘AI 기반의 산업, 사회, 국가 구조의 전면적 변혁’의 출발점은 역시 비즈니스 현장에서 AI 적용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서 시작할 것입니다. 이를 고민하는 비즈니스 리더라면 AI 도입과 적용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소프트랜딩하는 지름길을 제시하는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AI 온보딩’에 주저 없이 올라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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