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 회계처리와 상장의 비결
Article at a Glance
대우전자의 국내 유통망 역할로 출발한 하이마트는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AEP)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2005년 유진그룹에 인수된다.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은 2011년 하이마트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데 이때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IFRS) 도입이 구세주 역할을 한다. IFRS 도입 이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회계기준(K-GAAP)하에서는 영업권을 20년 이내에 정액으로 나누어 상각해 매년 상각분을 비용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IFRS하에서는 영업권 상각을 매년 할 필요가 없고, 영업권의 공정가치를 평가해 공정가치가 장부가치보다 하락한 경우(회계상의 전문용어로는 손상차손이 발생한 경우)에만 하락한 부분만큼 장부가치를 상각한다. 이에 따라 하이마트는 IFRS가 적용된 2010년 손익계산서에서 106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K-GAAP하에서 비용 처리했던 약 900억 정도의 영업권 상각비를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치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한국거래소 상장요건을 충족한 하이마트는 2011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한다. |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5년 영업이익 1600억 원, 당기순이익 1065억 원의 영업성과를 올렸다. 2014년에 기록한 영업이익 1400억 원, 당기순이익 960억 원의 성과에 비해 진일보했지만 회사가 창사 이래 최고의 성과를 기록했던 2013년보다는 못하다. 어쨌든 2012년 말 유진그룹에서 롯데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롯데하이마트는 2014년 겪었던 침체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2015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는 데도 불구하고 거둔 호실적이어서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수 과정을 되짚어보면 롯데그룹은 하이마트를 어부지리로 손에 넣었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에 걸쳐 유진그룹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하이마트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분쟁을 벌였다.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하이마트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던 선종구 회장을 교체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겉보기에는 32%의 지분을 보유한 유진그룹이 18%를 보유한 선 회장보다 보유지분이 월등히 많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막상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선 회장이 약 10%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황이었고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결과 지분비율이 비슷한 양자 사이의 분쟁에서 뚜렷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아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양측은 타협책으로 양 당사자 모두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쟁 중 양측 모두 감정이 악화돼서 서로 상대방에게는 회사를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과정에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약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H&Q와 IMM 컨소시엄의 설득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를 사기 위해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롯데쇼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조2500억 원 정도의 높은 입찰가격을 적어냈던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그 후 협상이 결렬되면서 MBK파트너스는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의 인수전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두 인수목표회사를 저울질하다가 웅진코웨이를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2012년 10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해서 롯데하이마트가 탄생했다.
그러나 갈등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분쟁이 벌어지던 당시 유진그룹 측과 선 회장의 측근에서 제보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비밀이 드러남에 따라 선 회장은 검찰의 수사를 거쳐 횡령 및 배임,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리고 2015년 벌어진 1심과 2016년 벌어진 2심 법원에서 일부 기소내용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AEP파트너스의 하이마트 인수와 매각
그렇다면 과거 하이마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고 유진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하이마트는 원래 대우전자의 국내 유통망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삼성전자의 디지털플라자(Digital Plaza)나 LG전자의 베스트샵(Best Shop)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다가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대우전자가 파산하자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독립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대우전자 시절 이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임원이었던 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대리점 사장들을 규합해서 독립한 것이다. 1999년에 사명을 하이마트로 변경했다.
하이마트 창립 이전의 국내 가전제품 유통은 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가전제품 제조사들의 전속 대리점들을 통해 이뤄져 왔다. 그런데 하이마트는 대우전자 제품뿐만이 아니라 타 회사의 제품까지 모두 한곳에서 판매하는 ‘전자제품 양판점’으로 변신했다. 대우전자로부터 독립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소비자들이 다른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해 보고 선택할 수 있어 하이마트는 인기를 끌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사라지자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종업원 지주제가 ‘누구도 주인이 아닌’ 제도로 변해가면서 비효율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3년 동안 연속해서 매출이 제자리를 맴돌자 선 회장은 이런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주주들인 대리점 사장들과 직원들을 설득해서 하이마트를 경영할 수 있는 주인을 찾아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때 나타난 회사가 홍콩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인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AEP)다. AEP는 2005년 조세피난처 국가인 네덜란드에 페이퍼 컴퍼니인 Korea CE Holdings(KCH)를 설립했다. AEP가 KCH 설립을 위해 정확히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다. KCH는 AEP가 투자한 자기자금과 이 자금을 담보로 외부에서 대출한 자금을 합쳐 약 2800억 원을 출자해서 다시 하이마트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한국에 설립한다. AEP가 직접 자회사를 국내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세피난처 국가에 첫 번째 자회사를 세운 후 다시 그 회사의 자회사로 한국에 두 번째 자회사를 세운 이유는 조세피난처 국가를 경유해 투자하면 한국에서 소득이 있는 경우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는 국내법의 허점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계 PEF가 국내 투자를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할 때도 역시 널리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이마트홀딩스는 설립 직후 다시 국내 금융사로부터 부족한 자금을 차입해서 2005년 4월 약 5200억 원으로 하이마트 지분 80%를 인수했다. 이후 나머지 지분 약 20%도 추가로 1700억 원에 매입해 하이마트를 100% 소유하게 된다. 총 매입대금은 약 7000억 원이었다. 매각조건은 선 회장이 계속 경영을 담당하며 AEP에서 CFO를 파견하고 경영자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AEP가 얼마의 자체 자금을 투자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KCH가 차입한 자금과 하이마트홀딩스가 차입한 자금을 모두 합쳐 생각해보면 7000억 원의 인수 대금 중 최소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만 자기 돈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부족한 자금을 빌려서 인수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LBO(leveraged buyout, 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이용해 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의 예다.
2007년 5월 들어 하이마트홀딩스는 하이마트를 흡수합병한다. 그렇지만 하이마트홀딩스는 페이퍼 컴퍼니이기 때문에 경제적 실질은 하이마트만 남는다. 그리고 존속법인의 이름도 하이마트로 정한다. 합병한 이유는 하이마트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부채(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빌려온 돈)를 하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하이마트가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서 갚기 위해서다. 또한 조만간에 하이마트를 다시 매각할 것이므로 두 회사를 합쳐서 복잡한 연결관계를 정리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논의의 편의상 이때 합병을 통해 탄생한 회사를 (구)하이마트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이런 과정들은 간단히 <그림 1>에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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