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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의 자금조달

생명주기 따라 펀딩 전략 수정하라

윤영섭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사회적기업가(또는 사회적기업)는 가난, 질병, 문맹, 환경파괴 등의 사회적 문제를 기업가적인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게 믿기만 한다면 용기, 열정 및 비전을 가진 사람 정도로만 인식되겠지만 사회적기업가는 매우 실질적인 일을 성취하는 사람들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전쟁터에서 부상 군인들을 치료한 선한 간호사의 대명사로만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가족, 친구, 교회와 국가로부터 조달한 45000파운드를 가지고 근대적 간호학교를 최초로 설립한 사람이기도 하다. 인도의 간디는 비폭력이라는 철학에 근거, 무저항 시민운동을 일으킨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인도의 가난, 여성권리, 경제자립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1990년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총재 유누스 박사는 미소금융(micro-finance)을 사업모델로 만들어 조국의 가난퇴치에 공헌했다. 우리가 잘 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수백억 달러의 기부를 통해 실제로 아프리카의 기아와 질병의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실질적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용기와 열정만으로 불가능하다. 어느 때를 막론하고 정부, 영리기업, 비영리재단, 종교단체, 심지어는 동창모임에 이르기까지 한 조직이 돈 없이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돈이 누구에게는 최대의 가치가 아닐지라도 그 위력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영어성경에는 신(God)과 돈(Mammon)이 대문자로 나란히 대비돼 있다. 영리기업과 비영리법인의 혼합형인 사회적기업도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 글은 사회적기업의 자금조달에 관한 것으로 먼저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현황을 알아보고, 사회적기업과 일반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을 비교하며 사회적기업의 생명주기에 따른 자금조달 방법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임팩트투자가 사회적기업의 자금조달에 갖는 의미를 서술한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현황과 과제

국내외 추세로 볼 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이 향후 우리 사회에 더욱 깊숙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식 자본주의, 영미식 금융자본주의, 또는 월가식 카지노자본주의에 대한 치열한 비판과 반성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공동체자본주의, 창조적 자본주의, 혹은 자본주의 4.0이라 불리는 새로운 자본주의에는 소득양극화 및 시장과 공동체 간 충돌을 줄이고 상생을 도모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보다는 민간이 창조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 7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후 2011 6월 말 현재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의 수는 532, 예비 사회적기업은 1005개다. 2012년까지 1000개의 견실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2015년까지는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4295개의 사회적기업이 육성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형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형 사회적기업이 370여 개, 그리고 다른 광역단체나 기초단체가 육성하는 사회적기업이 다수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사회적기업(예비사회적기업 포함)은 현재에도 2000개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은 규모가 매우 영세하다. 2009년 말 사회적기업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05%, 매출 총액이 2355억 원으로 GDP 대비 0.02%에 불과하다. 사회적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81000만 원, 평균 당기순이익은 2400만 원 정도다. 둘째, 조직형태는 상법상 회사가 44%, 민법상 법인이 25%, 사회복지법인이 14%, 비영리 민간단체가 13%으로 상대적으로 비영리 법인의 비율이 높다. 셋째, 사회적 목적으로는 일자리 제공이 46%, 사회서비스 제공이 13%, 그리고 혼합형이 27%로 일자리 제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1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을 향후 더욱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적기업을 질적으로 향상시켜 지속 가능한 성공모델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이 창업성장성숙 단계에 이르는 생명주기의 여러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적절하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돈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고 전략·경영·법률 분야에서 전문가의 컨설팅을 적절하게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서양 속담에너무나 많은 꿈이 은행의 주차장에서 무너진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자금조달이 어려워 그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적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와 관련해서 이 글은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자금조달 수단을 생명주기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자본조달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다. 둘째, 지난 20∼30년간 외국에서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사회목적(임팩트)투자를 사회적기업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생명주기와는 밀접한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적기업의 가치(혼합가치) 증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자금조달 수단의 최적 믹스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사회적기업과 일반(영리)기업의 자금조달 수단

우선, 사회적기업의 본질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듀크대의 그렉 디즈 교수는 사회적기업을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을 실리콘밸리의 첨단 개척자가 가진 비즈니스 규율, 혁신 및 결단력과 결합한 기업이라고 정의한다.2 디즈 교수의 정의는 슘페터의 기업가정신과 통하고 있다. 슘페터는 기업가를창조적 파괴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생산능력을 증대시키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디즈 교수에 의하면 사회적기업가는 새로운 자원과 사람을 결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의 역량을 키워가도록창조적 파괴를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기능이나 체질에 있어서 일반 기업가와 사회적기업가는 매우 유사하고 단지 목적만 다를 뿐이다. 일반 기업가는 이익 또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반면 사회적기업가는 이익 이외에 사회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려 한다. 그러나 사회적기업가는 정부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문제, 그리고 시장의 해결책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도전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기업가는 오래 전부터 필요한 재무적 지원과 경영적 서비스를 받아 세계적 명성을 가진 기업을 만든 반면 사회적기업가는 매우 불확실하고 제한적인 자금조달에 의존해야 해 명성 있는 사회적기업은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갖고 있다. 우선, 일반 기업의 경우 일단 사업성이 증명된 후에는 채권이나 주식의 발행을 통해 폭넓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은 재단, 사회사업가, 정부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단기로 조달하는 데 그친다. 최근 일부 사업성이 증명된 사회적기업은 사회목적(임팩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시장(social capital market), 또는 사회목적투자거래소(impact investment exchange)가 조성되고 있으나 아직은 태생단계에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정부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보고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회적기업은 정부보다는 신축성을 갖는 재단의 자금에 의존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 1>은 일반 기업과 사회적기업이 사용 가능한 자금조달 수단을 비교하고 있는데 양자 간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표1] 자금 조달 수단 비교


부채 중 사회적기업에 제공되는 특수금융기관대출은 영·미에서는 지역개발금융기관(CDFI, 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 tions)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CDFI는 지역개발을 주목적으로 하는 은행, 신용협동조합, 펀드 또는 미소금융 형태의 금융기관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재무성의 지역개발금융기관펀드에 의해 CDFI로 인증되면 지역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이 지원된다. CDFI대출의 특징은 만기와 이자지급 방식이 신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시카고 지역의 쇼어뱅크(ShoreBank) 2010년에 파산선고를 받기 전까지 시카고 남부의 빈민지역에서 그 지역의 개발을 돕는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한 역사상 가장 유명한 CDFI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소금융재단이나 사회연대은행 등이 시행하는 소액대출제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보조금은 정부나 재단에서 지급하는 창업 또는 성장 투자자금을 말하는데 자금 회수 여부에 따라 일반적으로 기부형 또는 회수형으로 분류된다.

 

프로그램연계투자(PRIs) 1969년 미국에서 세법 개정으로 시작된 것으로 재단 또는 다른 형태의 자선기관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재단 또는 자선기관에 제공하는 장기, 저리의 대출과 대출보증을 주로 말한다. 이 밖에도 특수목적예금, 주식 매입 또는 부동산 매입대 지급 등의 형태로 지원되는 경우가 있다. PRIs는 재단에는 5% 법적 의무기부금으로 인정되고, 사회적기업에는 신용사회에서 대출상환 기록을 쌓고 이익도 남길 수 있게 함으로써 은행이나 다른 주류 금융기관으로부터 새로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PRIs는 과거 30년 동안 미국에서 사회적기업에 투자된 송금액의 약 75%까지 그 규모가 확대됐다고 한다. PRIs는 한번 사용하면 없어지는 보조금과는 달리 일단 상환되면 같은 금액의 자금이 다른 여러 개의 재단에 이전돼 자선기금을 더 넓게 쓸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우리나라에는 세법상 PRIs와 같은 것은 없으나 한 재단이 다른 재단에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는 투자는 다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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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섭

    - (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대외부총장
    - 고려대 부설 지속발전연구소장
    - 사회복지법인 다운회 이사장
    - STX 사외이사
    -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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