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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서프라이즈를 맹신 말라

최종학 | 40호 (2009년 9월 Issue 1)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한국의 간판 기업들은 2009년 2분기에 놀랄 만한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종합주가지수를 1500선 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매출이 1분기보다 13% 증가한 32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436% 늘어난 2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2분기 매출도 1분기보다 10% 늘어난 14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20배 넘게 증가한 1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도 1분기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쟁쟁한 경쟁 업체인 노키아, 소니, 도요타 등이 여전히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다.
 
실적 발표 직전 증권가에서 발표한 전망치를 보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2000억 원, LG전자의 영업이익은 9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의 실제 실적이 시장 예측치를 초과한 현상을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라고 표현한다. 반대의 상황은 ‘어닝 쇼크(earnings shock)’라 부른다.
 

 
이 두 용어는 1990년대 초반 회계학계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학교를 졸업하고 금융계로 뛰어든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만들면서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쓰이기 시작해 현재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각종 언론 매체 등에 광범위하게 등장하고 있다.
 
기업의 실적 발표 전에 금융시장은 이미 해당 기업의 이익 수준에 대한 기대치를 내놓는다. 그 기대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1조2000억 원 정도였다면 삼성전자가 실제 이 실적을 발표해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이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시장의 기대를 월등히 뛰어넘는 2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때문에 이 차이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반대로 기업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의 이익을 발표하면 실제 이익과 금융시장 기대치의 차이를 반영해 주가가 하락한다.
 
때로는 전분기 대비 이익이 줄었음에도 주가가 상승할 때도 있다. 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금융시장의 기대치보다는 높아 양(+)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익이 늘어났어도 음(-)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나 주가가 하락할 때도 있다.
 
DBR TIP어닝 쇼크와 어닝 서프라이즈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어닝 쇼크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지 않는다. 기업의 실제 실적이 금융가의 예상보다 현저하게 미달할 때만 어닝 쇼크라고 표현한다. ‘쇼크(shock)’란 단어의 원래 의미는 ‘깜짝 놀란다’이다. 즉 실적이 예상보다 매우 좋아 깜짝 놀랄 수도 있다. 때문에 실적이 나쁘다고 무조건 쇼크라는 표현을 쓰는 건 적합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실적이 좋으면 ‘양(+)의 어닝 서프라이즈’, 그 반대는 ‘음(-)의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지나치게 자주 쓰이는 어닝 서프라이즈와 어닝 쇼크라는 표현이 실제 미국에서 쓰이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외국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양(+)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고하는 기업들이 한국에만 많은 건 아니다. 2009년 2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상황을 보자. 자동차 업계 빅 3 중 유일하게 공적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포드자동차는 7월 말에 2009년 2분기에 주당 21센트(총 6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전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는 50센트 손실이었다.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우수한 성과를 발표한 셈이다. 3M도 월가 전망치는 주당 94센트 흑자였지만 실제 발표한 주당 영업이익은 1.2달러였다. AT&T, 맥도널드 등도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양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도산을 걱정하던 기업이 넘쳐나던 게 엊그제 일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상황이 변한 걸까? 2009년 8월 초까지의 집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기업의 약 75%가 0 또는 양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양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게 경기 회복의 징후일까? 미국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의 통계를 보면 기업의 실제 실적이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치와 정확하게 일치하거나 더 높은 비율(즉 어닝 서프라이즈가 0이거나 양[+]인 비율)은 40% 정도였다. 그러나 이 비율은 1990년대 초반 50%를 넘어섰고, 1990년대 말에는 70%까지 상승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무려 80%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즉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예상치가 기업들이 추후 발표하는 이익보다 낮은 게 대부분이다.
 
왜 애널리스트의 실적 예상치가 이렇게 비관적으로 변했을까.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상당히 낙관적인 예측 정보를 내놓고 있다는 통상적인 믿음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필자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1호와 필자의 책 <숫자로 경영하라>에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믿어야 할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했듯,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실적 전망치나 투자 추천 의견들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낙관적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한 투자 추천 의견은 매수가 84%, 중립이 16%, 매도가 0%였다. 미국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40%, 40%, 2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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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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