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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로 보는 세상

SK실트론 인수과정으로 본 TRS 거래 구조

최종학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7년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 당시 SK그룹 최대주주 최태원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던 29% 지분의 의결권을 TRS 계약을 통해 인수했다. 그 결과 최 회장은 2500억 원을 실제 지불하지 않고 이자비용을 포함한 수수료만 내고도 29% 지분에 해당하는 SK실트론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도 누리게 됐다. 이 거래를 두고 공정위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 상승이 명백하게 예견되는 상황에서 ㈜SK가 직접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기업가치 상승이 명백하지 않았으며 이미 ㈜SK가 인수를 포기한 상황에서 경쟁 업체의 지분 인수를 막기 위해 지배주주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 반론했다. 법원은 ㈜SK가 사업 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겨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법적 근거는 충분치 않다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TRS 거래가 ‘사업기회의 유용’ 목적으로 악용되기도 하므로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래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LG실트론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 기초 원료인 실리콘웨이퍼,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솔라 실리콘웨이퍼, LED에 사용되는 사파이어 웨이퍼를 만드는 회사였다. 웨이퍼(wafer)란 반도체의 소재가 되는 얇은 조각으로 주로 둥근 원형 모양을 띤다. LG실트론은 계속 적자를 보던 솔라와 사파이어 웨이퍼의 생산을 2013년부터 중단하고 실리콘웨이퍼 생산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 성과는 전방 사업인 반도체 업종의 사이클과 동일하게 맞물려 있다. LG실트론 고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인텔,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기업이다. 경쟁 업체들 중에 LG실트론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일본이나 미국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업계 내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LG실트론의 전신은 동부그룹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 몬산토가 50대50의 비율로 설립한 ㈜코실이다. 1989년 몬산토의 지분을 동부가 인수해 동부전자통신으로 출범했다. 그 후 LG그룹에서 ㈜코실의 지분 51%를 인수해 사명을 LG실트론으로 바꿨다. 2007년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던 동부그룹으로부터 보고펀드와 KTB PE(사모펀드)가 4200억 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지분 49%를 인수했다. 보고펀드가 29%, KTB PE가 20%를 인수했고, 보고펀드는 인수 대금의 절반 정도를 우리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차입했다. 보고펀드는 회사의 경영 환경이 개선된 후 상장을 해서 투자금을 회수(exit)하기를 원했으나 회사의 경영 환경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고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방 사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투자 후 7년이 지난 2014년 들어 채권단은 더 이상의 대출 기한 연장을 거부하고 담보로 잡았던 LG실트론 주식을 보고펀드로부터 넘겨받았다. 그 결과 보고펀드는 투자금을 거의 다 잃게 됐으며 그 후폭풍으로 회사가 쪼개지게 된다.1 물론 보고펀드에 대출을 해줬던 채권단도 큰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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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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