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관리도, 삼림 훼손 감시도 AI로
“효율 높이고 비용 줄여라” 혁신 전쟁

316호 (2021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사례

1. 구글의 지표면 분석 플랫폼 ‘어스 엔진(Earth Engine)’과 기상 예측 모델 ‘나우캐스트(Nowcast)’

2. 댄포스(Danfoss)의 AI 기반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

3. 셸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 효율화 프로그램 ‘리차지 플러스(RechargePlus)’

4. 엘리먼트AI의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기후를 위한 AI(AI for Climate)’



과학에 관심이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추억 한편에 ‘월간 과학동아’ ‘월간 뉴턴’ 등의 잡지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동아를 탐독했다. 솔직히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과학적 발견, 신기한 제품들을 멋진 그림과 함께 보는 재미가 컸다.

기후변화 현상을 처음 접한 것도 과학동아를 통해서였다. 1986년 3호 과학동아에는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 CO2의 축적,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1 이 게재됐다. 이 글의 필자 는 온실효과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뉴욕, 플로리다 등 주요 대도시가 물에 잠기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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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기후변화는 인류 문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범세계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2002년 1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이슈도 ‘기후변화’였다. 포럼에서 발표된 ‘향후 10년간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요인’ 중 상위 5개2 가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지속가능성 연구단체인 ‘퓨처어스(Future Earth)’가 2002년 2월 발표한 ‘우리 지구의 미래(Our Future on Earth)’ 보고서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200여 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퓨처어스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세계 5대 위험’ 중 1∼3위3 가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지부진한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는 ‘그린 스완(Green Swan)’4 , 즉 ‘나타날 것이 확실시되지만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하고 발생 시 인류에 실제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될 전망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과학계는 기후변화를 안정화시키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경부터는 확고한 감소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대기 중 CO2 농도는 인류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모든 매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초대형 산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기오염, 그린랜드의 기록적인 빙하 감소, 식량 위기 등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한 결과다.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앞으로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 Storage, CCS), 바이오에너지, 지구공학(Geoengineering)5 등 지금까지 논의된 여러 과학기술 솔루션은 아직 기술적인 성숙도나 경제성 등의 문제로 인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기존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하거나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탐색하도록 해주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6 로 각광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대명사인 구글과 덴마크의 엔지니어링 기업 댄포스, 세계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셸과 캐나다 기반의 AI 스타트업 엘리먼트AI7 등 네 회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AI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I. 구글의 지표면 분석 플랫폼 ‘어스 엔진(Earth Engine)’과 기상 예측 모델 ‘나우캐스트(Nowcast)’

구글의 ‘어스 엔진(Earth Engine)’은 지구의 공간 및 지리 정보를 담고 있는 플랫폼으로 지표면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과학적 분석과 시각화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어스 엔진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 기후와 날씨, 대기 조성과 같은 정보, 위성 촬영 이미지, 미국 농무부/국립지질조사청 등에서 작성한 농지, 삼림 분포 이미지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지난 40년간 매일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회전하면서 지표면을 촬영한 이미지가 저장돼 있다. 이 밖에도 어스 엔진은 대규모 데이터세트의 활용 및 분석을 돕기 위한 기본적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와 도구들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어스 엔진은 방대한 데이터를 각 기관의 필요에 따라 가공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구글 어스 엔진 기반의 대표적 응용 사례로 2015∼2016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와 구글이 공동으로 진행한 ‘전 세계 지표수 탐색(Global Surface Water Explorer)’ 프로젝트가 있다. 1926년 미시시피강이 범람하면서 수많은 마을이 파괴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댐과 수천㎞ 길이의 제방이 건설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60년 후 강 흐름이 과거와 달리 잔잔해지면서 삼각주로 유입되는 토사의 양이 현저하게 적어졌다. 이로 인해 1만3000㎢에 달하는 면적의 삼각주(영국 런던의 10배 규모)가 멕시코만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렇게 오랜 기간 ‘생성 → 확장 → 감소 → 소멸’을 반복하며 인류의 생존 및 번영을 좌우하는 ‘지표수’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EC는 구글과 함께 어스 엔진의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미국의 주요 쌀 생산지 중 하나인 새크라멘토 밸리를 포함한 주요 지역의 지표수 변화를 월별로 추적, 분석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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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구글의 AI 기술 프로젝트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기상 예측 모델인 ‘나우캐스트(Nowcast)’8 다. 단기적으론 출퇴근 시간, 이동 경로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중장기적으로는 홍수, 산불, 장마 등의 재난을 예측해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하는 기후변화 대응 솔루션이다. 구체적으로 구글은 가로세로 1㎞ 지역 내 공간의 1∼3시간 내 기상을 예측하기 위해 딥러닝 기술에 기반을 둔 강수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 대륙의 레이더 기상 관측 데이터9 를 U-넷(U-Net) 아키텍처10 를 사용해 학습시켜 60분 전/30분 전/현재 데이터를 가지고 1시간 뒤의 기상을 예측한다. 구글 연구진은 이런 접근 방식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사용하는 고해상도 시간 예측 기법(High-Resolution Rapid Refresh) 대비 단기 기상 예측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2. 댄포스의 AI 기반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

유럽연합(EU)에서는 빌딩이 에너지 소비량의 약 40%, CO2 배출량의 약 36%를 차지한다고 본다. 따라서 EU가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에너지 및 탄소 절감 목표를 달성하려면 건물의 냉난방 효율 최적화는 피해 갈 수 없는 과제다. 11 각종 제어 기기, 시스템 및 에너지 전문 기업인 댄포스(Danfoss)는 지난 2016년부터 핀란드의 냉난방 솔루션 및 사물인터넷(IoT) 기반 빌딩 관리 전문 업체인 린히트(Leanheat)와 제휴해 AI 기술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온도와 습도, 사용자의 온도 설정 행동 데이터를 핵심 데이터로 활용해 건물 전체의 난방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구체적으로, 각 건물에 설치된 IoT 센서들이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제어실로 보내면 이곳에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열역학 기반의 소프트웨어가 온도와 습도를 최적의 효율로 제어한다. 이 과정에서 거주자가 느끼는 ‘열 쾌적성 수준(Thermal Comfort Level, TCL)’을 최적화하기 위해 댄포스의 소프트웨어가 설정한 초기 온도 설정치에 대해 거주자가 어떻게 반응(사용자 행동 패턴)하는지를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궁극적으로 거주자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온도 조절 메커니즘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림 3) 댄포스는 고객들이 자사 솔루션을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 대비 평균 10∼20%, 냉난방 관리비는 30% 정도 각각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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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감축 측면에서도 댄포스의 솔루션은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개 유럽의 일반 가정집에선 연평균 약 7톤의 CO2가 배출되는데 이 솔루션을 적용한 가정의 경우 연간 CO2 배출량이 평균 2.5톤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댄포스는 약 10만 호에 달하는 가구에 이 솔루션을 공급했다. 앞으로 EU 전 지역에 이 솔루션을 확대 적용한다면 EU의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1억5600만 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댄포스의 주장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와 같은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CO2 절감 효과는 개별 가정의 에너지 사용 패턴 변화에 따른 효과에서 멈춰선 안 된다. 개별 사용자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AI 시스템을 통해 집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총발전량 수요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전력 수요 관리(Demand Response, DR)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네스트랩스(Nest Labs, 현재 구글 네스트(Google Nest)와 오스틴에너지(Austin Energy) 12 가 진행한 DR 시범 사업을 살펴보자. 텍사스는 해마다 여름이면 냉방 수요에 따라 전력 도매가가 ㎿h당 40∼1000달러 이상, 때로는 5000달러13 가까이 치솟기도 한다. 이렇게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화하기 위해 네스트랩스와 오스틴에너지는 일반 가정 대상 DR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수요자(고객)가 절약한 전기를 수요 관리 사업자를 통해 전력 시장에 판매하고, 그 판매 수익을 고객과 수요 관리 사업자가 공유하는 사업이었다. 네스트랩스와 오스틴에너지는 프로그램 가입자당 인센티브 형태로 85달러를 지급하고 중앙 제어 시스템을 통해 가입자 가정의 온도 관리(최적화)를 시행했다. 그 결과 DR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해인 2013년 여름에만 5.7㎿, 다음 해인 2014년 여름엔 13㎿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전 단가가 높은 발전원의 사용량을 줄여 전력의 평균 시장 가격을 낮추는 ‘시장 안정화’ 효과와 상당한 규모의 CO2 발생량을 ‘발전’ 단계에서 억제하는 두 가지 효과 모두를 거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댄포스와 린히트의 AI 기반 냉난방 시스템 최적화 솔루션을 유럽의 전력 시스템과 연계해 능동적으로 DR 사업을 전개하는 접근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이뤄진다면 개별 가정의 에너지 소비 절감에 따른 CO2 절감에 더해 전력 생산 체계의 합리화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추가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3. 셸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 효율화 프로그램 ‘리차지 플러스(RechargePlus)’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CO2 배출량 절감을 통한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 중 핵심적인 방안의 하나다. 하지만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도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충전소 운영도 충분히 효율화되지 못한 까닭에 전력 비용상 손실도 상당하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 충전소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14 ‘리차지 플러스(RechargePlus)’로 불리는 프로그램15 인데 일별 전력 수요 패턴을 분석해 해당 일의 전력망 수요를 예측함으로써 시간대별로 수요가 많아 전기 가격이 높은 시기를 피해 최적의 요금으로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많은 운전자가 전력망에서 동시에 충전을 진행하면 큰 부하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키게 돼 전체 에너지 효율을 낮추고 충전 요금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요금 구조와 수요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면 병목 효과를 발생시킬 충전 시간대를 피함으로써 소비자는 충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다. 또한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대(가령, 태양광발전이 많은 점심시간대)를 제안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AI를 통해 어떻게 서비스나 사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셸연구소(Shell Research)의 어드밴스드 애널리티스 전문가 조직(Center of Excellence, CoE)을 이끄는 대니얼 제본스의 통찰이다.16

사실 셸은 지난 몇 년간 클린테크(Clean-tech,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면서 오염 물질의 발생을 줄이거나 근본적으로 없애는 기술을 통칭) 영역, 특히 신연료(New Fuels) 활용의 확산을 위한 사업 및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셸 ‘리차지 플러스’ 프로그램에서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앱 ‘셸 리차지(Shell Recharge)’도 셸이 2017년 인수한 독일 스타트업 뉴모션(NewMotion)이 개발한 앱을 기초로 한 것이다. 17 (그림 4) 이뿐 아니라 셸은 분산 에너지 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s) 분야 회사들과 축열(Thermal Storage)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자사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석유와 가스(oil & gas)에서 전기(electricity)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셸의 이런 움직임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위해서일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도래하게 될 저탄소 사회에서 석유와 가스에 의존해 왔던 교통 및 산업용 에너지 공급망이 전력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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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엘리먼트AI의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AI for Climate’

필자가 2020년 말까지 일했던 엘리먼트AI는 딥러닝 분야 3대 거장18 중 하나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창업한 AI 스타트업이다. 엘리먼트AI는 ‘기후를 위한 AI(AI for Climate)’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 세계 정부기관, NGO 및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전략 및 솔루션 개발을 수행했다. 크게 1) 원격 센싱(Remote Sensing)과 AI를 통한 모니터링 기술 개발 2) 제조업 및 전력 산업 내 에너지 소비 최적화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 솔루션 개발 두 가지를 목표로 했다.

우선, 원격 센싱과 AI를 결합한 모니터링 기술의 예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하는 하이레스넷(HighRes-net)을 들 수 있다. 중남미에 위치한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으로 전체 지구 산소의 20∼25%를 생산하고 CO2를 소비하는 ‘지구의 허파’다. 하지만 현재 아마존 열대우림은 대형 산불과 무분별한 벌채 및 가축 방목 등으로 해마다 삼림 파괴가 심각하다. 이런 산림 파괴 전조 현상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선 데이터(특히 정밀한 관찰이 가능한 고해상도 이미지) 수급 및 가공에 꽤나 큰 비용이 든다. 특정 지역 전체를 1회 촬영한 인공위성 고해상도 이미지를 다운로드받는 것만 따져도 수십억 원대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엘리먼트AI는 역시 벤지오 교수가 세운 연구소인 밀라(Montreal Institute of Learning Algorithms, MILA)와 함께 하이레스넷이라는 다프레임초고화상(Multi-Frame Super Resolution, MFSR)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저비용 또는 무료로 활용 가능한 다수의 이미지를 활용해 원본 이미지보다 해상도가 최소 3배에서 5배 이상 높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즉, 시간차를 두고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저해상도 이미지들을 통해 실제 사물의 구체적인 특성을 결합해 재생함으로써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엘리먼트AI는 하이레스넷 기술을 활용해 아마존에서 불법적으로 방목되고 있는 가축의 규모 변화를 성공적으로 판별해 냈다. 이는 미국 정부기관이나 NGO에서 초대형 축산 사업자가 아마존 등지에서 무분별하게 가축을 방목해 삼림을 훼손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엘리먼트AI는 현재 미국 국토안보부, 농무부 등과 함께 비영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숲과 강줄기의 형태 변화나 작물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도 하이레스넷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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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엘리먼트AI는 전 세계 선도 제조사 및 전력 사업자와 함께 에너지 및 원자재 소비를 최적화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면서 사업적 성과도 개선할 수 있는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중 한 사례로 유럽의 대형 태양광발전 사업자와 진행 중인 ‘일사량(日射量) 기반 전력 생산량과 전력 수요 예측 및 매칭’ 기술을 들 수 있다.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을 사전에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지역 기상에 대한 데이터가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력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 탓에 상당수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백업을 위해 디젤발전소 등 기존 발전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된다. 엘리먼트AI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기상 데이터와 태양광발전소 운영 데이터에 더해 기상 조건(예: 구름의 양)을 파악하기 위한 레이더 데이터와 다중(multispectral)/초분광(hyperspectral) 위성 이미지 등을 결합해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과 시장의 전력 수요 및 가격을 N-비츠(N-BEATS)19 기반으로 예측, 최적의 발전소 운영 패턴을 학습하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통해 디젤 기반의 백업 발전소를 덜 사용하고 태양광발전소의 유휴 시간을 절감함으로써 발전소 운영 비용의 절감에 따른 수익 최적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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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양면성

인류가 활용해 온 다른 모든 기술과 같이 AI 기술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잠재력 측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19년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가 발표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한 한 개의 신경망 아키텍처를 찾아내고 훈련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무려 320톤의 CO2가 배출된다. 이는 미국인이 타고 다니는 보통의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면서부터 폐차되는 순간까지 배출하는 CO2 총합의 약 다섯 배에 해당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실로 AI 기술은 ‘환경 비친화적인’ 기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기에 AI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하드웨어에 모델을 배포하고 운영하는 과정까지 고려한다면 에너지 소비 총량은 훨씬 증가할 것이고, 그에 따른 탄소배출량도 더 커질 것이다.

필자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런 걱정을 기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AI 기술로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명확한 밑그림 없이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구매하고, AI 기술에 접근하기 쉽게 포장된 오픈소스 API와 이를 활용할 팀을 뽑는다. AI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어떻게 개발하고 상업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개발과 운영은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기 십상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모르는 사이 ‘온실가스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2020년 4월 MIT의 발표에 따르면 모델의 계산 효율성을 증대시켜 ‘잠재적 CO2 배출량’을 수천 분의 일로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일반 기업에서 AI 솔루션 개발과 운영의 효율성을 상당히 제고할 수 있는 각종 도구와 전문적 서비스도 시중에 나오고 있는 상태다. 저전력 칩에서도 AI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적화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애틀 기반의 저전력 에너지 기반 AI 스타트업인 엑스노어닷에이아이(Xnor.ai, 2020년 애플에 인수)는 2019년 배터리 없이 하나의 태양열 셀이 부착된 칩에서 AI 알고리즘을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쩌면 AI 기술을 도입하는 모든 곳에서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기여할 첫 번째 단계는 AI 기술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체계와 도구, 인프라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선택은?

아쉽게도 AI 기술 기반의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은 아직 학계와 글로벌 기술 기업 중심의 연구와 실험에 치우쳐 있다. BP, P&G, 코카콜라, BMW, 몬샌토(Monsanto), 존디어(John Deere) 등 모든 산업 영역의 선도적 사업자들이 자사 제품의 생산과 운영 전반에 걸친 ‘탄소 발자국’ 절감 전략과 목표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지만 실천을 위한 투자와 그 결과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 정부기관, 지자체 등에서 국립공원의 삼림 보호나 생태 다양성 조사, 기상 예측 등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해 자사의 사업을 전환하는 모습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CO2 배출 7위 국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전력, 교통, 제조 등 전 산업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을 혁신적으로 저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모델을 환경친화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AI 기술의 명과 암, 가능성과 한계를 잘 이해하고 현실의 사업에 적용하는 시도가 빠르게 확대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기후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사업 성과의 개선도 이뤄낼 수 있는, 진정한 AI 기반의 혁신 사례가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음병찬 엘리먼트AI 한국•동북아 전 총괄 byaengchan.eum@gmail.com
필자는 20년 이상 대형 IT 사업자,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기업 고객과 함께 신기술 기반의 시장 검토, 사업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카카오 AI사업 부문을 거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엘리먼트AI의 동북아 지역 대표로서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AI 전략 수립 및 솔루션 개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