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 벤틀리. 이들은 탄생한 지 100년이 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외도 명품 브랜드 중에 장수 기업들이 많다. 명품 브랜드들은 어떻게 기업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일부 브랜드의 공통된 경영 전략과 헤리티지(유산)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 초기에는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했다.
2. 단순히 가격만 비싸게 한 것이 아니라 제품과 브랜드에 가치를 담아냈다.
3. 혁신도 헤리티지가 된다. 철학을 기반으로 ‘디지털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2018년 6월, 프랑스 명품 기업 샤넬은 108년 만에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 96억2000만 달러(약 11조6800억 원)에 영업이익은 27억 달러(약 3조2800억 원), 순익 17억9000만 달러(약 2조1700억 원)로 영업이익률은 28%였다. 업계 1위인 루이뷔통은 여전히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샤넬이 큰 결심을 한 것을 두고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샤넬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샤넬의 기업실적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은 놀라웠다. 실적 자체도 그렇지만 영업이익률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이 7%이고 그나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수명도 2016년 기준, 24년에 불과하고 앞으로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110년을 존속하면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샤넬이란 브랜드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생존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 많은 명품 브랜드의 나이가 만만치 않다. 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에르메스는 1837년에 탄생했고, 루이뷔통도 1852년에 태어났으니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1921년에 설립돼 100년이 됐고, 또 다른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도 1913년생이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롤스로이스(1906년), 벤틀리(1919년), 부가티(1909년) 등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나 명품 시계, 귀금속 브랜드들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길래 기업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는 시대에도 여전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일부 브랜드의 경영 전략과 헤리티지(유산)를 살펴보면서 어떤 점들이 이 브랜드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SCENE #1 샤넬의 변신2019년 3월, 청담동 명품거리에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일본에 이어 아시아 3번째였다. 오픈 소식도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날 퍼렐 윌리엄스(미국의 뮤지션이자 패션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캡슐 컬렉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는 점도 이슈가 됐다. 샤넬은 퍼렐 윌리엄스와의 협업으로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 오래된 패션하우스에서도 과감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사실 샤넬만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루이뷔통은 슈프림과의 협업으로 패션업계에 많은 이슈를 만들었고 2018년, 펜디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이후 명품 브랜드들의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이 크게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샤넬이 눈에 띄는 것은 꾸준하게 변신과 진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몬스터케이블과 함께 헤드폰을 내놓으며 샤넬이 그저 과거의 전통과 명예, 즉 ‘레거시’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2017년, FW 컬렉션 홍보쇼를 위해 패션쇼 현장에 대형 에펠탑 모형을 설치하고 #ChanelTower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현장의 셀럽과 인플루언서 참여를 통해 바이럴 효과를 극대한 사례도 있다. 2018년 국내에선 홍대에 오락실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MZ세대가 샤넬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단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