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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장수 기업의 생존 전략

한 우물을 파든, 끊임없이 혁신하든
100년 브랜드는 위기를 기회로 여겨왔다

신동엽 | 294호 (2020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하나의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까.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할까. 그렇다면 전혀 다른 사업으로 전환했을 때 해당 기업은 이전 회사와 같은 곳으로 볼 수 있을까. 이는 경영 전략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두 가지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실무 경영자들은 물론 학자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국내 기업의 과거만 들여다봐도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120여 년을 버틴 두산은 특정 사업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변신해 급진적 성장을 추구해왔다. 반대로 동화약품은 창업 시부터 ‘부채표’라는 로고와 ‘활명수’라는 브랜드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적인 시사점은 한 우물을 파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도 역동성은 필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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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100세 전후의 장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 기업의 장수가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해외에서는 지난 100여 년간 세계 시장을 주도하면서 영원히 생존할 것 같던 코닥, 제록스 등 전설적 기업들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기업의 생존과 사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기업이 오래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사람과 같은 생물에게 사용되던 ‘장수’라는 개념이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생명체가 아닌 기업이 장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뜻하는 것일까? 장수 기업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그리고 기업의 장수는 항상 바람직한 것일까?

구미(歐美)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지만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기준에서 장수 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평가 기준에 따라 순서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장수 기업들을 살펴보면 두산(1896년 박승직상점으로 창업), 동화약품(1897년 창업), 신한은행(1897년 한성은행으로 창업, 조흥은행), 우리은행(1899년 대한천일은행으로 창업, 조선상업은행, 한일은행), 몽고식품(1905년 창업), 동아일보(1920년 창업), 삼양사(1924년 창업), 삼성(1938년 창업), SK(1939년 선경직물로 창업), 현대(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로 창업), LG(1947년, 락희화학공업으로 창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최근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대략 15년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70년 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대부분 3, 4대째 경영권을 계승해온 이들은 분명히 장수 기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한국형 장수 기업은 단순한 장수를 넘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뤄낸 주축이었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침략과 국권 상실, 일제의 가혹한 탄압과 침탈,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남북 분단, 6•25전쟁 등의 격변의 한국사를 고려할 때 이 정도 장수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성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100세 내외의 장수 기업이 우리나라에 10개 정도인 데 비해 미국이나 독일 등 산업화를 선도한 구미 국가에서는 각각 1만 개가 넘는다. 전통에 집착하는 문화적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일본은 3만 개가 넘는다. 이런 장수 기업들은 어떻게 그 오랜 기간을 생존할 수 있었을까? 100년 기업으로 장수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베스트셀러 경영서적들에서 흔히 제시하듯 ‘장수 기업의 7가지 공통 습관’ 등과 같은 리스트를 제시할 수 있으면 차라리 좋겠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내외 장수 기업들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한두 가지로 기업의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적인 전략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장수의 비결은 그야말로 서로 다른 다양한 요인이 매우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다.

장수 기업의 두 가지 전략 패러다임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 패러다임에 대해서는 크게 ‘선택과 집중’과 ‘변화와 혁신’이라는 두 가지 정반대 대안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기업의 장수뿐 아니라 경영 전략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대안적 패러다임이기도 한데 어느 쪽이 기업의 장수에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실무 경영자들은 물론 학자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누어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 우물을 파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직관적으로는 좀 더 호소력이 강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경영 전략 이론에서 특화 전략 혹은 전문화 전략이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사업 분야나 가능성을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농경민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잘 경작할 수 있는 분야에 끊임없이 더 깊이 땅을 파 들어가는 전략이다. 자신이 강점을 가진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핵심 역량과 경쟁력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여러 분야에 관심과 역량이 분산된 기업들에 비해 최소한 그 분야 내에서는 당연히 경쟁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장수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보면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특화하는 기업들은 그 분야만의 특수한 경쟁 조건들에 관한 전문적 역량과 지식을 축적하기에 유리하다. 그 분야에서 내부 생산 역량과 외부 판매망, 공급망 등 경쟁의 기반이 우월하며, 또 그 분야 소비자와 공급업체와 협력업체들에 높은 인지도와 신뢰를 유지하기에 생존에 유리하다. 조직생태학에서도 특정 니치(틈새시장)에 천착해 좁게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 조직이 광범위하게 다각화하는 제너럴리스트 조직들에 비해 좁은 특정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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