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경계는 변화의 출발점이다. 경계에 서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경계는 영속적이지 않다. 기술과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영원한 기술, 영원한 기업이란 없다. 기술과 기업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히 경계에 서야 한다. 그 위에서 경계를 품고, 즐기고, 넘어서는 자만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훔칠 수 있다.
빅뱅이 있은 후 우주는 가스와 먼지로 뒤덮였다. 우주 공간을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이 백억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먼지들을 눈사람처럼 뭉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많은 별이 태어났다. 지구도 그렇게 탄생한 별 중 하나였다.
수소와 메탄, 수증기가 풍부했던 초기 지구의 대기가 번개나 태양복사, 화산의 열에 노출되면 단순한 유기화합물의 혼합물이 형성된다. 이 유기화합물이 원시 바다에 축적돼 따뜻하고 묽은 유기물 수프가 만들어지고 이 수프를 영양분으로 삼아 바닷속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 1920년대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 제기된 ‘오파린-홀데인’ 가설의 주된 내용이다.
생명체는 자기 복제 능력을 가진 분자다. 이 특성 때문에 바닷속에는 생물들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변방으로 밀려나는 생물들도 생겨났다. 해륙(海陸) 간 경계에 서게 된 생물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바닷속에서 버티다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것인지, 아니면 경계를 탈출해서 낯선 땅 육지로 거주지를 옮길 것인지. 경계에 내몰린 바닷속 생물들 가운데 대부분은 뭍으로의 이사를 포기한 채 바닷속에서 생명을 마감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반면 과감한 변화를 선택한 생물들도 있었다. 이들은 용감하게 육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그곳에 자손들을 퍼뜨렸다. 식물과 나무, 꽃들이 그렇게 태어났고 인간의 조상인 동물도 그렇게 태어났다.
박영규chamnet21@hanmail.net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