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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머나먼 우주’… 국내 산업 어떻게 키워야 하나

민간이 우주 개발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
존재감 미미한 국내 우주 산업 육성해야

김민수 | 284호 (2019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아폴로 11호가 역사적인 달 착륙에 성공한 지 벌써 50년이다. 그동안 우주 산업은 냉전시기 우주 경쟁으로 시작된 1단계와 군사용 개발로 치달은 2단계를 지나 민수용·산업용 우주 기술 확대 시기였던 3단계, 디지털 기술 활용 시기인 4단계를 거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5단계에 접어들었다. 우주 개발 주체도 이제 거의 민간으로 넘어간 ‘뉴 스페이스’ 시대다. 여전히 한국의 우주 산업은 그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한국에서도 우주 산업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산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과 투자자들도 미래 전략 차원에서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69년 7월16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 탐사선 아폴로11호를 새턴V 로켓에 실어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했다. 지구 궤도에 올라 지구를 한 바퀴 반 비행한 아폴로11호는 새턴V의 3단 로켓을 점화하고 달 궤도에 진입했다. 우주비행사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표면에 착륙했다. 드라마 같은 인류의 최초 달 착륙 소식은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50년 전 일이다.

인류에게 영감을 준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을 1950∼1960년대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군비 경쟁과 우주 탐사 경쟁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데 이어
1961년 4월 구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1966년에는 최초로 무인 우주탐사선 루나9호를 달에 연착륙시키기도 했다. 자극을 받은 미국은 1961년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폴로 계획’을 세웠고 8년 만에 성공했다.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달 착륙 뒤 50년이 지난 2019년 4월, 이스라엘의 무인 달 탐사선 ‘베레시트’가 2월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이스라엘 비영리 민간 기업 스페이스IL이 개발한 베레시트는 지구 궤도와 달 궤도를 돌며 4월 4일 달 표면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9월 초에는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가 달 착륙선 ‘비크람’을 싣고 달 착륙을 시도했다. 7일 새벽 궤도선에서 분리된 비크람은 달 남극 부근 착륙을 시도하던 중 지상 2.1㎞ 상공에서 교신이 단절돼 착륙에는 실패했다. 이보다 앞선 1월 초에는 2018년 12월 초 발사된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인류 처음으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이처럼 달 착륙 50년이 되는 올해 미국과 러시아(구소련)가 아닌 세계 우주 강국들은 경쟁적으로 달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50년 전 미국과 구소련이 군비 경쟁과 우주 개발에 자존심을 건 경쟁을 했다면 올해 달 탐사 경쟁은 스페이스X라는 걸출한 민간 기업이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고 인도와 중국은 달 탐사를 중심으로 선진 우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달 탐사는 대중이 열광할 만한 소재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우주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민간의 우주 산업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도 비교적 민간의 참여가 활발했던 위성 활용뿐 아니라 초소형 위성(큐브샛)과 소형 발사체 제작 등에도 스타트업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주목받는 스타트업들이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목받고 있다.

우주 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은 우주 강국을 추격하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우주 산업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현재 항공우주 산업이 글로벌 차원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글로벌 우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
1. 우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OECD는 우주 산업 발전 패러다임을 5단계로 보고 있다. 1단계는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로 촉발된 우주 경쟁이다. 당시 우주 산업은 안보와 군수용 중심으로 발전했고 아폴로 프로젝트로 이어져 우주 탐사도 시작됐다. 1970년대 2단계는 정부 주도의 군사용 우주 기술 중심으로 발전된 지구 관측 및 위성통신 등 민수용·상업용 우주 기술 개발이다.

대표적인 게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이다. 1970년대 군용 목적으로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했다. 냉전 시대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확인해 군사 작전에 활용하기 위한 게 주요 목적이었다. 미국은 1973년 GPS 개발을, 구소련은 1976년 글로나스 개발을 시작했다. 1978년 첫 GPS 위성을 발사한 미국은 2016년 기준 31개의 GPS 위성을 운용하며 글로벌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군용으로 개발된 GPS가 민간에 개방된 계기는 1983년 9월 소련 영공을 침범한 대한항공기(KAL기)를 소련군이 격추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군사용으로 사용되던 GPS를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3단계는 민수용·상업용 우주 기술 확대 시기다. 위성통신 서비스와 지구 관측 정보를 활용한 농업, 해양,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이 확대됐다. 4단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우주기술 활용이 확산됐다. 위성TV 서비스와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됐고 스마트폰 등에서도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응용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하며 우주 산업 범위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 시기에는 전자부품, 컴퓨터, 소재 기술 등 접목으로 소형 위성이 개발됐고 기존 우주 강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 추진됐다.

현재진행형인 5단계의 핵심 키워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다. 초소형 위성을 중심으로 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시장의 확대와 AI와 접목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석 서비스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화성 유인 탐사를 비롯해 태양계 및 심우주 탐사도 활발해지고 있다.



향후 7∼8년간 눈여겨볼 시장은 바로 소형 위성에 기반한 위성 데이터 관련 서비스다. 시장 분석 업체 유로컨설트(Euroconsult)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6년까지 발사된 500㎏ 이하의 소형 위성 수는 6214기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발사된 890기의 약 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은 통신위성으로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트업 원웹이나 스페이스X, 플래닛랩스 등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소형 위성군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대규모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출현을 감안하면 2026년 전체 지구 관측 시장은 2016년 대비 약 3.9배인 206억 달러(약 24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위성을 활용한 지구 관측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 마트의 주차장 차량 수 변화를 파악한 시장 동향 및 매출 추이 분석 등으로 나타나는 경제 동향과 기업 동향 분석, 석유 가스전 시추 수와 저장 탱크, 유조선의 변화를 파악한 원유 생산량 예측, 농업 분야 위성영상과 AI 분석을 통한 작황 예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 뉴 스페이스 시대가 왔다
최근 우주 개발 트렌드인 ‘뉴 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2019년 6월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페이스앤젤스는 민간 투자금이 투입된 우주 개발 업체가 2000년 24개에서 2019년 375개로 늘어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민간 우주 개발 업체에 투자된 금액도 190억 달러(약 22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우주 개발 기업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은 미국 스페이스X는 지난 2002년 설립해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3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팰컨9 로켓을 개발한 스페이스X는 현재 한 번 발사한 팰컨9 로켓을 지상과 해상에서 회수해 재활용하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스페이스X의 도전은 이미 상업 발사 시장에서 자리매김한 팰컨9 로켓에만 그치지 않는다. 2019년 들어 팰컨9보다 훨씬 강력한 로켓인 ‘팰컨 헤비’를 두 번이나 쏘아 올렸다. 팰컨 헤비는 팰컨9보다 추력이 10% 강한 로켓 ‘블록5’ 3기를 묶어 1단 엔진으로 사용한다. 보잉747 항공기 18기가 내는 추력과 유사한 2300톤 규모의 추진력을 낸다.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이 장착된 상업용 유인 우주선을 2021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우주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발사체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춘 스페이스X는 또 다른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월24일 스페이스X는 우주 위성 인터넷 구축 프로젝트 ‘스타링크’의 1단계 위성 60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200㎏대의 소형 군집위성 약 1만2000개를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지구 저궤도에 띄워 전 세계에 초고속 위성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다.

유럽의 강소국인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SES는 정지궤도와 지구중궤도에 83개의 인공위성을 운용 중인 세계 최대 위성 운용 회사다. 1988년 첫 번째 위성 ‘아스트라1A’를 발사하며 유럽 최초 민간 위성 운용 회사가 됐다. 1985년 설립됐고 통신과 방송, 데이터 중계와 같은 위성 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며 2017년 매출액 약 20억 유로(약 2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위성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발 스타트업과 기존 ICT 글로벌 기업들의 뉴 스페이스 경쟁 참여도 눈에 띈다. 영국 스타트업 원웹은 2012년 설립돼 2021년까지 약 130㎏ 위성 648개를 1200㎞ 상공에 올려 전 세계에 무선네트워크를 공급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원웹은 올해 2월 6개 위성을 실은 첫 로켓을 발사했다. 위성들이 남극과 북극을 통과하며 사각지대 없이 전 세계 모든 곳에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IT 클라우드 시장 최강자로 올라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인공위성 데이터 다운로드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지상국 서비스를 내놨다. AWS는 저장과 처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인공위성 데이터 다운로드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 12개의 지상국과 24개의 안테나를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광섬유 네트워크를 확보해 위성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게 장점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민간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영국 우주 개발 기업 버진갤럭틱은 2019년 2월22일 민간인 승객을 태우고 첫 시험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2명의 조종사가 유인 우주선에 1명의 민간인을 태우고 90㎞ 상공에 도달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은 올해 달 착륙선을 공개하며 2024년까지 달에 착륙하겠다고 공언했다. 우주 관광객을 태워 우주여행을 하는 상품도 준비 중이다.

우주 인터넷, 위성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서비스 외에도 전통적인 위성 영상으로 승부를 보려는 민간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우주 개발 기업 플래닛랩스는 소형 위성을 사용해 지구 전체를 고해상도 사진으로 촬영, 농업과 국방, 첩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플래닛랩스는 앞서도 언급했듯 소형 위성을 활용해 지구 전체를 고해상도 사진으로 촬영한다. 24시간 지구 전역을 그물망처럼 촬영하며 하루에만 120만 개의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생성한다. 촬영된 사진과 영상은 수요 기업의 니즈에 따라 농업이나 국방, 첩보,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우주 개발 기업 악셀스페이스도 소형 위성으로 관측한 영상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소형 위성을 통해 관측한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총 50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해 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악셀스페이스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로부터 인공위성 개발을 위탁받은 첫 민간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약 378조 원)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7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우주 산업의 현주소
1. 존재감 미미한 한국 우주 산업
위성 개발과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정부 투자가 일궈낸 한국 우주 산업도 전 세계적인 우주 개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전략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2018년 2월 정부가 그동안 우주 개발 환경 및 정책 변화 움직임을 반영해 수립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은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우주 개발 계획을 구체화했다.

우주 강국들과 민간 기업들이 앞 다퉈 달 탐사 경쟁에 나선 2019년, 한국에선 9월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31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었다.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법 제6조에 근거해 우주 개발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국가우주위원회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과기정통부 1차관이 위원장이다.

이날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는 2020년 12월로 예정했던 한국 최초 달 궤도선 발사 계획을 2022년 7월로 19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술적 한계다. 달 궤도선은 예비 설계 이후 상세 설계 및 시험모델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로 경량화에 어려움을 겪어 당초 목표했던 달 궤도선 무게 550㎏보다 23%가량 늘어난 최대 678㎏으로 조정됐다.

달 탐사 사업은 정권에 따라 일정이 자주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과학기술부가 달 궤도선을 2017년 개발해 2020년 우주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달 궤도선 발사를 2018년으로 변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번에 이를 다시 2022년으로 수정했다.

문제는 사업 추진 일정이 늦춰지고 궤도선 무게가 늘어나면서 달 궤도선 발사를 위탁한 스페이스X에 추가로 약 89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현재 ‘누리호’라는 이름의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상업 위성과 달 궤도선을 쏘아 올릴 만한 발사체를 갖추지 못해 위성을 쏘아 올릴 때도 해외 발사체에 의존하고 있다. 2018년 12월 쏘아 올린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2A’호도 프랑스의 발사체 기업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됐다.

우주 산업은 우주 관련 기기의 제작 및 우주 활용에 이르기까지 우주 관련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공급, 활용 등 모든 공공 및 민간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OECD와 ‘스페이스리포트온라인(The Space Report Online)’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우주 산업 규모는 3566억 달러(약 425조 원)에 달한다. 2017년에는 7.5% 성장해 총 3835억 달러(약 458조 원)로 큰 폭으로 늘었다. 반도체 분야 시장 조사 업체 IHS가 2017년 발표한 2016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524억 달러(약 421조 원)다. 우주 산업은 규모만 놓고 보면 반도체 시장과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와는 달리 한국이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이내에 불과하다. 자력으로 위성을 제작, 발사할 수 있고 우주로켓의 시발점이 되는 75톤급 발사체 시험 비행에 성공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우주 개발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2. 우주 기업 약 60%가 우주 매출액 10억 원 미만
지난해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펴낸 2018 우주 산업 실태 조사(2017년 기준)에 따르면 실태 조사에 참여한 우주 관련 기업은 2013년부터 대폭 늘어났다. 2012년 조사까지 91개에 그쳤던 우주 기업은 2013년 147개에서 2014년 248개로 대폭 늘었고 2017년 326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부터 실태 조사에 우주 활용 분야 내비게이션과 위성 셋톱박스 항목 등 B2C와 우주 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우주 분야에 추가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 기업들은 절반이 위성 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편중됐다. 실태 조사에 참여한 우주 관련 289개 기업 중 우주 산업의 핵심 기술로 볼 수 있는 위성체 제작과 발사체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은 각각 19.3%, 19.9%에 불과했다. 위성 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 참여 기업은 44.5%로 가장 많았으며, 과학연구와 우주탐사 등 우주 개발 본연의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각각 12개, 8개에 그쳤다.

매출과 수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약 60%인 192개 기업의 우주 관련 매출액은 10억 원 미만으로 영세하다. 우주 관련 매출의 88.6%가 위성 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로 내비게이션과 위성방송 셋톱박스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기준 우주 산업 분야 수출액은 1조8163억 원으로 위성 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 수출액이 99%에 달한다. 국내 총생산액 대비 우주 산업 기업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0.2%에 불과하다. 2013년 0.15%, 2014년 0.17%, 2015년 0.16%, 2016년 0.17%로 2013년 이후로 매년 큰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우주 경제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우주개발의 필요성’ 보고서는 ‘아리랑’ 등 다목적 실용 위성 시리즈 개발과 나로호 발사,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 등으로 우주 분야 투자 규모가 증가하면서 우주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별 규모를 살펴보면 위성을 활용하는 서비스 및 관련 장비 산업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주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우주 산업의 인프라스트럭처, 즉 위성 및 발사체 개발뿐만 아니라 위성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고도화하는 등 활용 서비스 관련 산업을 위한 투자와 정책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3. 한국의 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2018년 11월28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시험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한국은 앞서도 언급했듯 우주 발사체 기술 자립과 인공위성 활용 서비스 및 개발 고도화를 내세운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2018년 2월 수립했다. 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그동안 국가의 위상 제고나 경제 발전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키워드로 내세우는 변화의 길을 모색했다.

한국형 발사체를 통한 위성 발사와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한 우주 발사체 기술 자립과 인공위성 활용 서비스 및 개발 고도화, 우주 탐사 시작,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우주 혁신 생태계 조성, 우주 산업 육성과 우주 일자리 창출의 6대 중점 전략 분야로 구성됐다.



한국형 발사체 기술 자립 이후에는 500㎏ 이하 위성 발사가 가능한 소형 발사체로 관련 기술을 확장하고 이후 3톤급 정지궤도 위성 발사가 가능한 대형 발사체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위성 개발의 경우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위성 개발 체계를 효율화하고 위성 정보 활용 종합 계획을 수립해 위성 관련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도 마련됐다. 2022년으로 미뤄진 달 탐사 사업도 우주 탐사 사업으로 첫걸음을 내디딜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우주 개발 전문 기관 중심으로 추진돼 온 우주 개발 사업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국내 우주 산업 체계를 바꿔나간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형 위성과 발사체 관련 국내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항우연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기관 및 대학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우주 산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더 이상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 정책이 세계적인 트렌드 속에서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주 개발을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만 쓸 것이 아니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해 우주 산업 활성화와 우주 관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해 나갈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민간의 우주 개발 참여로 대변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 개발 분야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고민과 민간 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


4. 한국의 뉴 스페이스 기업들,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연다
정부가 새로운 계획을 내놓기는 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뉴 스페이스 시대가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일부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2년 제1회 초소형 위성경연대회에 참여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박재필 대표가 창업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국내 최초 우주 스타트업으로 불린다. 이 회사는 현재 초소형 위성 부품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KAIST, 서울대 등 대학에 공급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1년 국내 최초로 상업용 초소형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린다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초소형 위성 발사를 위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발사체를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페리지항공우주도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2020년 3월 호주에서 총길이 8.5m에 총중량 1800㎏의 발사체 ‘블루 웨일’의 하단 발사체 발사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발사체는 기존 발사체 대비 비용이 50분의 1에 불과하지만 50㎏의 탑재체를 450㎞ 궤도에 올리는 게 가능하다. 초소형 위성에 적합한 발사체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뉴 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한 마리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다 같이 뛰어드는 펭귄처럼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는 각오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성공적인 우주 산업 사례 하나만 있다면 정부와 투자기관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위한 향후 전략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변화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전략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다. 공무원들이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장기간 우주 생태계 조성을 담당할 ‘우주청’ 설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우주 개발 주도권을 바로 민간이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개편이 먼저라는 것이다.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으로 외청을 설치해 과기정통부를 순환 보직에서 제외하고 독립적인 기획 및 예산 집행 권한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비슷한 맥락의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과기정통부 중심의 우주 개발 거버넌스는 발사체, 위성 등 대형 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개발(R&D) 중심 체계로 외교, 안보, 산업 등으로 확대되는 우주 정책 범위 확대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주 개발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2007년 2934억 원에서 2018년 6028억 원으로 확대됐으나 전담 부서는 3개에서 2개로 감소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현재 우주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303개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 및 연구개발 투자액, 거래구조 등 통계를 작성 중이다. 연구원 측이 발사체 관련 업체를 바탕으로 우주 산업 구조 지도를 작성한 결과 우주 산업 종사 기업들이 자동차와 철강, 조선업 등 분야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 우주 분야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동인으로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개발의 독점·협력 여부, 저비용·재활용 우주 발사체 기술의 발전 정도 등을 꼽고 있다. 우주 산업은 첨단 소재, 데이터(국토, 교통, 재난, 자원 등) 기반 공공서비스 등 첨단 산업 육성의 통로라는 관점에서 우주 정책과 우주기술 및 산업 육성을 위한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으로 전주기적 관점에서 전략 및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IT 전문지 전자신문에서 기자를 시작해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기자, 조선비즈 과학바이오팀장을 맡으며 과학 기자로 일했다. 현재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에서 과학 분야 이슈를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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