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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Trend

의료용 로봇, 웨어러블 기기…
날개 단 헬스케어

김종엽 | 279호 (2019년 8월 Issue 2)
2019년 4월 중국 대륙에서는 5G,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원격 수술 성공 사례가 발표됐다. 광둥성 인민병원과 광둥 가오저우시 인민병원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41세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공동 수술을 진행했다. 가오저우시 인민병원에서 약 400㎞ 떨어진 광둥성 인민병원 소속의 전문가가 5G로 전송된 고화질 수술 화면을 보고 원격 의료 가이드를 제시했고, 가오저우시 인민병원 소속 의사가 이 가이드에 따라 수술을 집도했다. 주목할 점은 수술 준비를 할 때 광둥성 인민병원이 실제 환자의 심장 영상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모델링으로 3D 심장 모형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실제 환자의 심장과 똑같은 3D 심장 모형을 만든 뒤 이렇게 제작된 모형을 이용해 원격으로 수술 가이드를 수행한 것이다. 3D프린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모형이 아니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5G, AI, VR 등 여러 기술의 총체가 원격 의료로 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원격 수술에 성공한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내시경 수술에 널리 활용되는 ‘다빈치’ 의료용 로봇을 활용해 기존 의료 서비스 제도권 내에서 원격 수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헬스케어를 통한 각국의 변화 시도는 2019년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실로 상전벽해에 가깝다. 헬스케어에 대한 달라진 인식과 소비자 니즈의 변화도 혁신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헬스케어가 주로 의료 서비스라는 제도 안에 갇혀 있다 보니 주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질병의 예방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고, 자연스럽게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건강보험만 봐도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달라진 사회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처음 건강보험이 도입됐을 때만 하더라도 건강보험의 명칭은 ‘의료보험’이었고, 질병이 발생한 뒤 병원 진료 및 치료에 대해 일부 보장해주는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0년을 기점으로 건강보험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보장 범위가 확대되는 등 제도가 크게 바뀌었다. 이제 정부는 건강검진이나 금연 등 치료를 넘어 일반적인 건강 증진 활동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지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헬스케어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과 기술 혁명이 있다. 특히 5G, AI,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전이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되면서 변화의 속도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헬스케어 시장에 가져오는 변화는 데이터 분야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환자의 진료 기록, 의료영상 자료 등으로 구성된 의료 데이터, 유전체 분석기술 발달에 따른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 등 산업 내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한 각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조금씩 다르긴 해도 공통적으로 보험 청구 데이터가 존재하며,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의 출현으로 데이터가 더 많이 생산, 축적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개별적으로 저장될 뿐 확장성을 가지고 활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이질적인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되고 분석됨으로써 의미 있는 가치를 생산한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크게 AI, 의료용 로봇,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나뉜다.



AI

먼저, AI 분야에서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1 가 국내 여러 병원에 도입되면서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 왓슨 포 온콜로지가 실패했다는 일부 지적과 분석도 있으나 이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에 국한된 것이지 의료용 인공지능 전체의 실패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방사선의료기기전시회(RSNA)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18년 12월 시카고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참여한 수십 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의료영상기기회사들도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이는 실제 결과로도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의료용 인공지능’ 제품은 26건에 달한다. 한국도 다양한 업체가 폐결핵 판독용 인공지능 솔루션, 안저(眼底) 판독 인공지능 솔루션 등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진행 중인 제품도 있다.

의료용 AI 가운데 특히 발전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영상 판독 보조기술’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 업체들도 의료영상 판독 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실제 의료현장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의료진의 수준 차이에서 오는 오진율은 줄어들고 세계적인 영상의학과 전문의 공급 부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둘째, ‘임상 판단 보조 시스템’의 활용도 활발하다. 왓슨 포 온콜로지가 대표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의료지식이 쏟아지고 짧은 기간 내 변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AI 기술을 접목한 ‘임상 판단 보조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대를 뛰어넘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내시경, 의료용 로봇 등 다양한 의료기기와 AI의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 AI가 적용된 의료용 수술로봇은 의사의 수술 과정에서 적절한 가이드를 주고, 사전 경고를 하면서 의료 과실을 줄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AI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미 GSK, Eli Lilly, Pfizer, Janssen, Novartis, Bayer, BMS 등 유명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신약 개발 분야의 경우 임상에서 AI를 활용할 때와 달리 비용 지불 주체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의료용 로봇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분야는 의료용 로봇이다.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료용 로봇의 종류는 간호 로봇, 재활훈련 로봇, 수술용 로봇 등 다양하다. 의료용 로봇의 시초는 2000년 세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미국 Intuitive Surgical社의 다빈치 수술로봇이다. 사실 처음 의료용 로봇이 개발된 이유도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의 원격 수술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주로 흉강경과 복강경 등 ‘최소 침습수술’을 지원하는 보조 로봇 정도로만 쓰였다. 그런데 5G 시대의 개막은 이런 판도를 바꿔놓고 있으며 로봇의 활용 영역이 원격 수술로까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사회·인구학적 변화 역시 재활 및 요양, 간병 로봇 분야가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런 로봇은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뇌졸중, 치매 등 신경장애와 만성질환이 증가할수록 그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으며 장애인 및 노약자의 삶의 질 향상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도 산업부와 복지부가 이러한 의료용 로봇, 특히 재활 및 요양로봇 개발 및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부는 로봇의 개발과 보급을, 복지부는 중개연구 및 서비스 모델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부는 돌봄 로봇 서비스 모델 개발 계획
(2019∼2020년)을 통해서 기존 기기로는 해결이 어려운 돌봄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봇 개발 및 실제 적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웨어러블 기기

AI, 로봇 분야와 더불어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는 웨어러블 기기 분야다. 고성능 마이크로컨트롤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물인터넷이 발전하게 됐고, 이런 기술은 의료용 또는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기기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임상 환자의 치료 및 건강관리는 환자의 건강 상태에 관해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데, 기존 의료 체계에서는 이런 정보 획득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수시로 환자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는 모바일 기술과 더불어 더욱 발전하게 됐다. 모바일 제품과 의료용 및 건강관리용 웨어러블이 접목되면서 갤럭시 기어, 애플워치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의 건강관리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타 IT 기기와 연계한 모바일 헬스케어라는 분야가 출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개발도상국의 보편적 의료 보장 달성을 위해 모바일 헬스를 적극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도 의료비 절감을 위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는 추세다. 이미 사람들이 일상 시간을 보내는 집, 차량,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수집한 건강, 신체 관련 데이터를 건강 상태의 예측, 관리,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 건강보험 기관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HP(Hewlett -Packard)와 협력해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에 사물인터넷 기기를 설치·모니터링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의 질환 관리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 밖에도 호주, 미국 등 이미 많은 국가도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 의료비 절감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결론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앞 다퉈 헬스케어 혁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추세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기술 적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인력 부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헬스케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분야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정부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현재 연 2조6000억 원 규모에서 2025년 4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과 새로운 의료기술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및 삶의 질 향상 및 편의를 증진하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서 헬스케어 산업 분야도 적극 지원하려는 태세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역시 각종 혁신 및 지원전략을 발표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이미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한국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바이오헬스 투자 의지가 있고 급격한 사회변화를 담아내려는 시장의 기술 진보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필자소개 김종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4차신산업육성팀 연구원 kjy11109@khidi.or.kr
김종엽 연구원은 차의과학대 보건행정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 및 병원관리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보건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4차보건산업추진단에서 신산업육성 및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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