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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맞춤형 자산 관리 앱 ‘뱅크샐러드’의 성장 전략

“내게 맞는 금융상품 추천에 재미까지”
밀레니얼세대 사로잡은 똑똑한 비서

배미정 | 273호 (2019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 레이니스트가 만든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돈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밀레니얼세대의 니즈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뱅크샐러드가 방대한 규모의 고객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상품 추천으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1. 일방적인 광고보다는 나의 소비 패턴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받고 싶은 고객의 니즈와 페인 포인트를 해소해주는 ‘진통제’ 같은 앱을 만들었다.
2. 주 타깃층인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금융 비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는 재미를, 금융회사에게는 마케팅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
3. 직무 중심의 ‘뱅크’와 가치 중심의 ‘트라이브’의 이원화된 시스템을 통해 부서 간 이기주의를 없애고 공통의 고객 가치를 위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매일 신용카드로 지출한 돈과 계좌잔고, 보유한 부동산과 자동차 시세에 이르기까지 내 모든 재산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알아서 관리해주는 시대가 왔다. 영수증을 주렁주렁 붙여가며 손으로 직접 계산해 작성하던 가계부 공책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후 엑셀 파일로 가계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계산기는 필요 없어졌지만 여전히 내용을 일일이 입력하는 게 불편했다. 그런데 이제는 앱이 알아서 내 재산 데이터를 다 불러와서 계산뿐 아니라 분석해서 재테크 조언까지 해준다. 모바일 앱 하나로 개인종합자산관리(Personal Finance Management)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같은 국내 모바일 PFM 시장을 개척한 선두 주자는 대기업도, 금융회사도 아닌 20대 중반의 청년이 창업한 스타트업 레이니스트다. 레이니스트가 만든 일명 돈 관리 앱 뱅크샐러드는 2017년 6월 첫 출시 이후 2년여 만에 다운로드 수가 2019년 4월 기준 400만이 넘으면서 PFM 서비스 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입자는 35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MAU)만 150만 명에 달한다. 유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의 밀레니얼세대들에게 ‘뱅샐’로 통하는 앱이다.

유저들이 앱에 자발적으로 제공한 금융자산 데이터 규모만 약 87조 원으로 1인당 데이터를 연동해 관리하는 금액은 평균 2485만 원에 달한다. 뱅크샐러드는 자체 보유한 6000종이 넘는 국내 모든 금융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유저 개인의 재무 상황에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뱅크샐러드 앱에서 공인인증서 인증만 하면 각종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내 금융재산 데이터를 한 번에 끌어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1 앱이 알아서 실시간으로 재산 변동 내역을 업데이트해주고 상황에 맞는 지출 관리와 자산 관리 솔루션까지 알려준다. 앱이 똑똑하게 나만의 금융 비서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뱅크샐러드는 주요 유저인 밀레니얼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앱은 유저들 개인에게 꼭 필요한, ‘나만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 방식도 ‘쿨’하다. 유저의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데, 예컨대 택시를 평소보다 자주 이용하면 “차라리 차를 사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핀잔 섞인 문구를 보내는 식이다. 이용자가 뜨끔하게 여길 팩트를 위트 있게 전달해 재미와 공감을 얻는다. ‘뼈를 때리는’ 일침을 가차 없이 보낸다고 해서 ‘팩폭(팩트 폭력) 앱’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최근에는 “봄 왔다고 막 쓰다가 벚꽃만 엔딩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라는 뱅크샐러드 메시지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꾸 과소비하면 가수 장범준의 노래 ‘벚꽃엔딩’처럼 통장 잔고도 끝이 날 수 있다는 걸 경고한 문구였는데 한 유저가 “야, 돈 관리 어플, 너 좀 너무해”라며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2만3000회 이상 리트윗되고, 63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남의 참견을 싫어하는 한편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이다.

뱅크샐러드는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 롤모델로 꼽힌다. 그간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규제 환경 개선과 시장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육성 사업 2 의 시범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금융회사들과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이용의 법적 근거가 명확해지면 금융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그로부터 비즈니스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DBR이 레이니스트의 창업자인 김태훈 대표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뱅크샐러드의 성공 비결과 비즈니스 전망을 분석했다.


금융상품의 합리적 소비를 묻다

대학생 시절 길거리 호떡 장사로 일찍이 장사에 눈을 뜬 김태훈 대표는 생애 첫 신용카드를 고르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용카드 종류는 2000종이 넘는데 정작 나한테 맞는 신용카드가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드 회사들은 저마다 자기 상품의 혜택이 가장 크다고 홍보하는데 혜택의 가짓수가 너무 많은 데다 정보가 다 흩어져 있어 과연 어떤 카드가 내 지출 습관에 맞는지 비교해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금융상품은 이렇게 많은데 정작 나한테 맞는 상품을 고르기 힘든 이유는 뭘까? 김태훈 대표는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연결하면 금융상품 선택의 어려움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신용카드 혜택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웹 사이트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상품 정보만으로는 개인별로 최적화된 상품이 뭔지 고르기가 어려웠다. 개인화된 추천이 가능해지려면 고객 데이터도 연결돼야 했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 가맹점에서 얼마 이상 결제하면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가 분명하게 계산되기 때문에 개인의 소비정보를 반영하면 어떤 카드의 혜택이 나한테 가장 큰지를 1원 단위까지 계산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개인에게 최적의 신용카드를 추천하는 서비스의 창업 아이디어로 2012년 서강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레이니스트를 창업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일은 만만찮았다.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2500종이 넘는 카드의 혜택 정보를 직접 수집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사이트에 카드 정보가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아 정보를 정확히 알려면 일일이 회사에 전화나 메일로 문의할 수밖에 없었다. 또 카드 회사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류해놓은 카드 혜택 25만 개를 카테고리별로 일일이 표준화 작업을 해야 했다. 김 대표는 “왜 그동안 아무도 이런 작업을 시도하지 않았는지 직접 해보니까 알겠더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집념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5명의 친구들과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매일 16시간 이상 데이터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해서 표준화된 신용카드 DB를 완성하는 데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2014년 8월 국내 최초로 개인화된 신용카드 추천 웹 서비스 뱅크샐러드가 탄생했다. 소비자들이 음식점, 교통 등 카테고리별로 본인의 소비 정보를 직접 입력하면 카드별로 할인 혜택을 1원까지 계산해서 혜택이 가장 큰 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1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던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듬해 뱅크샐러드는 코스콤 핀테크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19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착

하지만 성공의 기쁨도 잠시, 레이니스트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웹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 12월 출시한 뱅크샐러드 앱 1.0 버전이 폭삭 망한 것이다. 앱 리뷰는커녕 악플도 없을 정도로 반응이 싸늘했다. 한마디로 아무도 관심 없는 앱이었다. 야심차게 만든 앱에 정작 유저가 모이지 않자 멤버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김태훈 대표는 “다들 큰 충격에 빠져 스스로에게 실망하다가 나중엔 지표 자체를 보지 않으며 문제를 외면하기 시작하더라”며 “조직에 가장 큰 위기였다”고 회고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앱의 본질인 고객의 니즈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출시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앱 1.0을 과감하게 닫았다. 그리고 앱에 담겨야 할 철학이 무엇인지,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비즈니스의 본질을 다시 따져봤다. 특히 웹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휩쓸려 가장 중요한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봤다. 유저들은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좋아했지만 자기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길 귀찮아했다. 유저들이 정확한 추천을 위해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수고가 커질수록 카드 추천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앱 1.0은 잘 쓰면 도움이 되는 ‘비타민’ 같은 앱이었지, 유저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진통제’ 역할을 하진 못했다.

레이니스트는 유저들이 소비를 관리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만 담은, 그래서 유저들이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앱을 만들기로 새롭게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2016년 10월 뱅크샐러드 앱 2.0 버전이 나왔다. 문자메시지에서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자동으로 끌어와서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유저가 직접 소비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수고를 줄임으로써 이전보다 객관적이고 자동적인 상품 추천이 가능해졌다. 앱 2.0 버전은 출시 2개월 만에 구글플레이 선정 2016년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앱’으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 번 실패의 쓴맛을 맛본 레이니스트는 잠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잘나가던 앱 2.0을 3개월 만에 접고 3.0 개발에 나선다. 앱 2.0은 어느 정도 유저가 확보되면서 앱을 통한 자동적인 지출 관리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신용카드 결제 내역 알림 메시지는 카드사에 메시지 수신을 동의한 사람만 받기 때문에 고객 기반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지출뿐 아니라 다른 금융 자산도 앱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늘었다. 지출뿐 아니라 자산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앱으로 스케일업이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그로부터 약 6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2017년 6월 레이니스트는 스크레이핑 기술을 활용해 공인인증서 인증 한 번으로 전 금융 계좌의 자산 내역을 끌어와 볼 수 있는 현재의 뱅크샐러드 3.0 버전을 출시했다. 스크레이핑 기술은 말 그대로 고객의 동의를 받고 데이터를 긁어오는 방식 3 이다. 당시 일부 가계부 앱이 스크레이핑 방식을 활용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지만 사용자 경험이 불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뱅크샐러드에는 수집한 데이터를 실제 신용카드 추천으로 연결하는 알고리즘, 일명 쉐프(Chef)를 개발한 노하우가 있었다. 여기에다 사용자의 지출 상황에 맞는 조언과 격려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금융 비서’ 서비스를 추가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돈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뱅크샐러드 3.0은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3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이듬해 3월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하며 데이터 기반 돈 관리 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고객과 금융회사가 ‘윈윈’하는 데이터 트러스트 구축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금융 데이터와 금융회사의 상품 데이터와 연결함으로써 고객에게 개인화된 금융 상품 추천 솔루션을 제공한다. 수익 모델은 뱅크샐러드에서 추천한 금융 상품 관련 정보를 고객이 클릭하거나 고객이 상품을 실제 구매했을 때 금융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2019년 4월 기준 뱅크샐러드를 통해 발급되는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월평균 5000장에 달한다. 고객이 뱅크샐러드에 내는 비용은 전혀 없다.

많은 기업의 고민 중 하나가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해진 고객들이 데이터 제공을 꺼리는 것이다. 특히 금융 재산 같은 개인의 민감 정보는 금융회사들이 보안을 이유로 거의 독점적으로 보유, 관리해왔다. 하지만 일개 스타트업인 레이니스트는 철옹성 같은 금융 데이터 수집의 장벽을 뚫고 밀레니얼세대로부터 데이터 트러스트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뱅크샐러드가 선점한 데이터 트러스트는 뱅크샐러드의 핵심 자산으로 다른 경쟁업체들이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1. 고객에게 광고 아닌 ‘나만의’ 금융 정보 제공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뱅크샐러드에 자발적으로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태훈 대표는 “우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며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주니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상품의 선택은 금융회사 혹은 지인 추천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융회사는 자사 상품만, 지인은 본인이 써본 상품만 알기 때문에 추천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뱅크샐러드는 유저가 자발적으로 제공에 동의한 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알고리즘을 거쳐 개인별로 혜택이 가장 큰 상품을 추천한다.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이 상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뱅크샐러드가 의도적으로 특정 회사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는 구조다. 뱅크샐러드는 특정 금융사에 특혜가 가는 일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든 금융회사에 같은 기준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객은 특정 상품의 광고성 정보가 아닌 나한테 최적화된 객관적인 금융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됐다.

오로지 “고객을 위한다”는 데이터 활용과 수집의 ‘목적’ 부문에서 유저들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다. 김태훈 대표는 데이터 트러스트를 크게 ‘안전’과 ‘의도’에 대한 신뢰로 구분하면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신뢰만큼이나 데이터를 진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것인지 ‘의도’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공인인증서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고객이 앱을 열고 인증할 때마다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공인인증서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데이터 소유권과 보안을 지킨다. 아무리 정보 보안이 철저하다고 해도 기업이 내 데이터를 불투명한 목적으로 사용할지 의심되면 누구도 정보 제공에 동의하기가 꺼림칙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뱅크샐러드는 데이터 활용의 목적이 회사 수익이 아닌 고객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김태훈 대표는 “우린 오로지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예컨대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신용카드 혹은 보험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고객의 데이터 제공에 따른 효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가 고객 데이터를 특정 금융상품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했다면 고객은 앱의 알고리즘을 신뢰하기는커녕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뱅크샐러드는 대면 인터뷰 중심의 고객 관리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서비스 UX를 강화했다. 김태훈 대표는 “우리만큼 고객을 많이 만난 회사는 없을 거라고 자부한다”며 “타깃층을 세분화해 3개월 단위로 최소 30명 이상 만나 인터뷰를 하고 우리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고객을 서너 번 이상 만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객 니즈가 서비스로 개선되면 다시 또 만나 만족도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개선 방향을 묻는 과정을 거친다. 뱅크샐러드의 유저라면 누구나 페이스북 사용자그룹에 가입해 개인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실시간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뱅크샐러드는 지출 관리에다 자산 관리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앱의 얼리어댑터인 재테크 고수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참고했다. 뱅크샐러드 멤버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으로 자산 관리 경험이 적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재테크 고수들을 직접 만나 조언을 들으면서 유저들과 경험의 간극을 메웠다. 예컨대, 금융 계좌뿐 아니라 부동산과 자동차 시세까지 자산 내역에 추가하는 아이디어는 모두 헤비 유저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김태훈 대표는 “유저들은 전체 마이너스인 순자산을 확인하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반영하니 순자산이 플러스로 계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자산이 늘어날수록 유저들은 더 자주 앱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금이나 그림 시세까지 추가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을 만날 때 금융 서비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뿐 아니라 실제 이용하면서 느낀 ‘감정’도 많이 묻는다고 한다. 예컨대, “대출 상담을 받으면서 어떨 때 기뻤나요? 어떨 때 짜증났나요?”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런 감정 관련 정보들은 서비스에서 고객이 기뻐하는 접점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태훈 대표는 “고객의 문제를 당장 근본적으로 해결해주기 어려울 때는 감정적으로 고객의 힘든 감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먼저 제시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 인터뷰 마지막에는 지인에게 앱을 추천할지 여부를 반드시 묻는다. 추천 의향은 고객의 최종 만족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고객이 앱을 추천하기가 애매하다고 하면 왜 그런지 이유를 또 묻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한다.



2. 금융회사는 밀레니얼 충성 고객 확보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독자적인 앱과 온라인 마케팅 채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뱅크샐러드가 자사의 마케팅 채널 유입을 방해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진 않을까? 놀랍게도 뱅크샐러드는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업권을 막론하고 12개 금융사들와 MOU를 체결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뱅크샐러드의 영업 방식이 자사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자사 상품만 팔지만 뱅크샐러드는 모든 회사의 상품 데이터를 비교하고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처음엔 못 미더워하던 금융회사들도 뱅크샐러드의 역량을 인정해 공식적인 협업 파트너로 삼고 제휴 영역을 늘리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에 뱅크샐러드는 모바일 금융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 고객을 확보하는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핵심 타깃층이 2030 사회초년생 밀레니얼세대로 이들 문화와 취향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밀레니얼세대는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 쉽게 말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상품의 가격보다 개인의 욕구를 더 중시한다. 한 달 내내 알바로 고생해 모은 돈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는 식이다. 본인도 밀레니얼세대인 김 대표는 또래들에게 지출과 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려면 기존 금융회사가 상품을 홍보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김태훈 대표는 “밀레니얼세대들이 금융을 쉽고 재밌게 받아들여서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조언을 해도 권위적이지 않게 그들이 평소 자주 하는 생각을 메시지로 보낸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유저의 화장품 소비가 많으면 뱅크샐러드는 “얼굴에 눈, 코, 입은 하나밖에 없다” “지나가다 올리브영을 습관처럼 들어가시죠?”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다. 일반 금융사에서 고객들에게 인앱 메시지를 보내면 클릭률이 약 10%에 불과한 반면 뱅크샐러드 금융 비서 메시지는 클릭률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뱅크샐러드를 통해 금융회사가 확보한 고객은 밀레니얼 고객 중에서도 특히 충성고객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뱅크샐러드는 기본적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추천받은 상품이 실제 판매로 연결됐을 때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고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신용카드사의 고질적인 고민 중 하나는 카드의 혜택만 누리고 갈아타는 체리 피커들이었다. 그런데 뱅크샐러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를 통해 발급된 신용카드의 경우 평균 가입 유지 기간이 3년 정도로 긴데다 이용 규모도 꾸준히 안정적이라고 한다. 뱅크샐러드가 개인의 소비패턴에 맞는 최적의 카드를 추천해주는 데다 지출 관리까지 조언해주기 때문에 생긴 부수적인 효과다.

또 금융회사는 뱅크샐러드를 통해 더 많은 고객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뱅크샐러드의 신용 관리 서비스는 통신요금 납부 내역, 국세 납부 내역 같은 고객 정보를 끌어와 고객의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고객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대출 등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뱅크샐러드가 금융회사의 정보원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최고의 무기는 재능 간 협업
뱅크샐러드는 2017년 6월 3.0 버전의 공식 앱을 출시한 후 2017년 12월 금융 비서, 2018년 5월 신용 관리와 대출 협상, 같은 해 11월 보험 설계, 2019년 3월 연금조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6개월 안팎의 주기로 꾸준히 주요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추천에서 시작해 대출, 보험, 연금에 이르기까지 전혀 새로운 금융상품 시장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출했다. 김태훈 대표는 이처럼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협업’에서 찾았다. 공통의 가치를 목표로 다양한 재능을 갖춘 인재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한 성과라는 것이다. 뱅크샐러드 특유의 협업 시스템의 중심에는 독특한 조직 체계인 ‘트라이브’가 있다.

1. 재능 중심의 트라이브 조직
뱅크샐러드의 조직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뱅크(Bank)’와 ‘트라이브(Tribe)’로 나뉜다. 뱅크는 인적 자원이 모인 저수지를 의미한다. 인사, 전략, 기술, 마케팅 등 기능 중심의 조직으로 일반 기업에 있는 직무별 팀과 비슷하다. 반면 부족을 뜻하는 트라이브는 가치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성 조직이다. 뱅크에 있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갖춘 휴먼 캐피털이 모여 트라이브를 이룬다. 예컨대, 기술 뱅크에 속한 개발자가 동시에 데이터 커넥트(Data Connect) 트라이브에서 일하는 식이다. 트라이브당 평균 인원은 10명 안팎인데 현재 7개의 트라이브가 운영되고 있다. 김태훈 대표에 따르면 트라이브 각각은 개별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프로덕트 오너이자 트라이브 장이 될 수 있는데 밸류에이션을 통해 검증을 받고 뱅크로부터 휴먼 캐피털을 빌려 간다. 아이디어가 좋은 트라이브가 회사에서 더 많은 리소스를 가져가는 일종의 아이디어 경쟁 체제라고 볼 수 있다. 트라이브는 전적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성과도 트라이별로 평가받는다.

뱅크샐러드도 처음에는 보통 기업들처럼 직무별로 모여서 일했다. 개발자는 개발자끼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 모여서 일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다 보니 직원들이 고객 가치보다는 자기 능력 중심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어떻게 디자인을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개발자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 또 직무 간의 편견도 생겼다. 예컨대, 직무에 따라 “개발자는 이래서 문제야” “디자이너는 저래서 문제야”라는 식으로 오해가 쌓였다. 김 대표는 직무 중심의 일하는 방식이 고객 중심의 협업을 방해하는 한계를 깨달았다. 그래서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한 트라이브에 모여 같은 자리에서 일하도록 방식을 바꿨다. 같은 트라이브는 공동의 고객 가치를 목표로 시너지를 추구한다. 일하는 방식도 고객 가치 중심으로 설계한 것이다. 예컨대, 데이터 커넥트 트라이브는 흩어진 금융 데이터를 연결한다는 가치를 추구하며 앱 내에서 ‘My금융’ 탭을 담당한다. 김태훈 대표는 “트라이브 단위로 일하면서 직무 간 이기주의와 사일로(Silo) 현상이 사라졌고 고객 가치 중심으로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2. 빠른 실행과 저렴한 학습
트라이브 협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빠른 실행과 검증, 피드백이다. 뱅크샐러드 직원들은 이를 “담대한 협업”이라고 불렀다. 트라이브는 무조건 3개월 단위로 운영하고 성과를 평가해서 계속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김태훈 대표는 “하나의 프로덕트를 실험하는 데 6개월은 너무 느리고, 1개월은 너무 빠르다. 3개월이 서비스를 실험하는 데 충분한 최소한의 시간 단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트라이브가 일단 구성되면 구체적인 전략 구상과 실행은 전적으로 트라이브 자율에 맡겨진다. 3개월 후 핵심 결과(Key Result)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철저한 자율 체제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빠르게 실험하고 저렴하게 학습하는 것이다. 김태훈 대표는 “어제 낸 아이디어가 오늘 실패하면 별로 아쉬울 게 없다. 그런데 1년 동안 많은 돈을 들여 노력한 게 실패로 돌아가면 상처가 크다. 비싼 실패가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가 과거 앱 1.0과 2.0 버전을 빠르게 접고 3.0으로 갈아탈 수 있었던 비결도 저렴한 실패를 인정하는 빠른 의사결정 덕분이었다.

뱅크샐러드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획부터 프로토타입 출시에 이르기까지 이틀이 채 안 걸린다. 앱 내 테스트 배너 등을 활용해 최대한 빨리, 최소 기능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반응을 체크하면서 학습하고 개선한다. 김태훈 대표는 “핀테크처럼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시장에서는 완벽주의를 고수하기보다 가설 검증을 얼마나 빨리하는지가 최종 승패를 결정한다고 본다. 빨리 실패하고 저렴하게 학습해서 시행착오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3. 상시 정보 공유와 자발적 피드백
시행착오를 관리하는 데는 구성원 간 대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직시하는 피드백이 중요하다. 김태훈 대표는 과거 앱 1.0이 실패했을 때 조직이 망해가는 위기 신호를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아무도 서로 얘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써 외면하고 근거 없는 낙관으로 무시했다. 마치 희망을 잃은 암 환자 같았다.” 그때 위기를 해결하기 시작한 실마리도 구성원이 모여 대화를 통해 문제를 직시하면서였다. 왜, 무엇이 틀렸는지, 앱을 더 잘 만들려면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물었다. 그러면서 구성원 간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었다.

레이니스트는 매주 두 번, 월요일과 금요일에 주간 업무를 계획하고 회고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월요일 오전에는 매니저 레벨 이상의 리더십 미팅과 트라이브장 미팅을 하고,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전 직원이 모여 트라이브별로 한 주간 업무를 계획하고 회고한다. 또 3개월 단위로 ‘레인스토밍’이란 이름의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면서 지난 3개월간 업무 회고와 다음 3개월의 굵직한 계획을 기획한다. 트라이브별로 거의 모든 직무 담당자가 배정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진행 중인 업무를 구성원들이 모르기 어려운 구조다. 레이니스트는 3개월마다 동료 간 360도 평가를 할 때도 공유와 피드백 관련한 문항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똑똑한 고객을 만드는 금융의 ‘자비스’
1. 고객이 필요하면 이종 데이터도 결합
뱅크샐러드는 최근 건강과 금융의 이종(異種) 데이터를 연결해 보험을 설계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보험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한 것은 뱅크샐러드가 처음이다. 뱅크샐러드는 앞으로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까지 연결하면 이전에 없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정부도 뱅크샐러드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뱅크샐러드가 보험 설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금융 상품 선택에 있어 고객의 애로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획의 출발은 역시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했다. 보험 설계를 둘러싼 고객 불만의 가장 많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보험사와 설계사가 추천해주는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사 입장에서 유리한 상품이다 보니 병에 잘 안 걸리는 보장 위주로 설계가 된 경우가 많았다. 둘째, 현재 보험 상품은 평균적인 국민 건강을 기준으로 표준화돼 있는데 건강 상태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개인 맞춤형 추천이 안 됐다. 개인은 본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보험 상품을 원하는데 그런 상품을 추천하려면 개인의 건강 데이터가 필요했다. 김태훈 대표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검진 데이터를 받아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본인이 걸릴 확률이 높은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을 추천하면 합리적인 보험 설계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보험 설계 서비스는 고객이 공인인증서 등 개인정보를 인증해서 건강보험공단의 최근 건강검진데이터를 앱으로 불러오면 검진 항목별로 결과를 정상·주의·위험으로 분류해 보여주고, 해당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보험료가 저렴한 순서대로 추천해준다. 앱 화면으로 내 건강 상태뿐 아니라 발생 가능한 질병, 예상 의료 지출비 등을 한눈에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보험까지 체크할 수 있다. 첫 베타 서비스 때는 다른 보험 상품 추천 사이트처럼 상품 정보를 상단에 띄웠었는데 고객 반응이 시큰둥했다. 반면 상품이 아닌 건강검진 결과를 앱 화면 상단에 노출하자 상품을 클릭한 고객 수가 베타 테스트 때보다 무려 800% 증가했다고 한다. 본인의 건강 정보를 토대로 보험을 선택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가 정확하게 확인된 것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본인 건강에 필요한 보험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다음에 설계사와 특약을 논의하는 식으로 능동적으로 보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보험 상품만 노출하는 기존 추천 사이트와 본질이 다른 고객 경험과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2. 금융 상품 정보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뱅크샐러드가 데이터 간 연결을 통해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고객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김태훈 대표는 “예컨대,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낮추는 데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나 자동차 연비, 가족관계 같은 다른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금융 상품과 연계하면 더 합리적이고 똑똑한 금융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새롭게 론칭한 연금 조회 서비스는 밀레니얼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유저를 늘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 데이터를 끌어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본인이 적립하고 있는 공적·사적 연금 현황을 앱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평소 연금 관리에 무심했던 직장인들도 뱅크샐러드를 통한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 50대 이상의 유저 비중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다.

앞으로 금융권의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4 가 본격 활성화돼 기술적 한계가 사라지면 뱅크샐러드의 자산 관리 서비스 수준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고객 데이터를 스크린 스크레이핑 방식으로 불러오기 때문에 고객이 앱을 켜서 공인인증서 등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픈 API가 활성화되면 고객의 사전 동의하에 고객이 앱을 켜지 않아도 API를 통해 실시간 고객 정보를 호출해 금융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뱅크샐러드는 PFM 시장의 퍼스트무버로 입지를 다지면서 유저들의 데이터 트러스트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또 꾸준한 유저 조사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오픈 API를 통한 빅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육성되면 뱅크샐러드를 통한 금융 서비스의 질은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훈 대표의 목표는 뱅크샐러드를 고객을 위한 금융의 ‘자비스’로 키우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아이언맨은 인공지능인 자비스를 장착하고 스마트한 파워를 발휘한다. 김 대표는 “고객이 뱅크샐러드를 장착하기만 하면 여느 금융 전문가 못지않게 똑똑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비스’ 같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 mini box : 뱅크샐러드의 성공 요인 분석
조직을 쪼개서 권한 위임… 지식 경영 체계 구축

새로운 비즈니스는 늘 해당 산업에서 변화가 발생했을 때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가에 의해 시작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지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 특히 고객 행동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혁신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시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뱅크샐러드는 신용카드 시장에서 젊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감지했고, 빠르게 시장 기회를 포착했다. 이어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잠재고객의 필요를 해결하는 새로운 서비스 솔루션을 제시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은 고객 문제에 대한 이해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고객이 왜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단일한 개체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고객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객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고, 또 실제로 그러한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은 한 사람의 고객이 수행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이 수행하기도 한다. 예컨대, 유모차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많은 경우 유모차를 구매하기 위해서 시장 조사를 하고, 유모차의 성능을 분석하며, 사용 시 위험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엄마’는 구매자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 유모차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서 대개 아기의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유모차 가격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지불자의 역할은 구매자 역할과 달리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유모차가 판매되면 실제 이용은 아기와 엄마가 한다. 이들이 사용자다. 물론 아기의 엄마가 가격을 지불했다면 엄마가 구매자, 지불자, 사용자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지불한 사람만을 고객으로 인식하면 실제 가치 창출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고객을 무시할 위험이 있다.

고객의 역할을 사용자, 지불자, 구매자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고객이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고객이 겪는 문제가 다르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유모차의 예로 돌아가면 유모차의 구매 시 가격, 성능, 위험도에 대한 분석을 어떻게 쉽게 해 줄 것이냐의 이슈는 구매자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가격을 일시불로 할 것인지, 할부로 지불할 것인지는 지불자의 역할에 관한 것이며 실제로 사용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용자에 관한 사항일 것이다.


구매자와 사용자의 역할에 천착

뱅크샐러드가 최초에 고민한 문제는 새로 신용카드를 만드는 젊은 고객의 문제였다. 각각의 신용카드가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이슈였는데 이는 약 2000종에 가까운 신용카드 중 어떤 카드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알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였다. 누군가가 “이게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카드야”라고 얘기해 주면 좋으련만 모든 신용카드회사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가장 좋다고 얘기하니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법하다. 뱅크샐러드는 신용카드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고객의 입장에서 혜택을 분류해 이 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했다. 여기에 더해 고객들의 소비 행태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고객 개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신용카드를 추천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두 번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두 번째 이슈는 사용자의 역할이다. 젊은 사용자들은 제한적인 소득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본인의 미래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거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한편 고객이 특정한 활동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소비하면 경고를 보내 그들의 행동을 수정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금융 컨설턴트의 역할을 수행한 셈인데 고객들의 감각에 맞춰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고객의 행동을 바꾸고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했다. 고객들이 뱅크샐러드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할수록 금융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객충성도가 높아지고 전환 비용 또한 높아진다.


역량 리스크(capability risk)의 최소화
뱅크샐러드가 고객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만들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솔루션으로 만들어내는 역량과 마케팅 전략,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참여와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강력한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참여는 지식 경영이라는 틀에서 이해될 수 있고 파트너들의 참여는 네트워크 역량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구성원들이 가진 지식 역량을 가장 잘 활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고어텍스나 3M처럼 조직을 잘게 쪼개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뱅크샐러드의 트라이브 협업 구조는 빠른 실행과 검증, 피드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지식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뱅크샐러드의 조직 체계는 BMW의 프로젝트하우스에 있는 연구혁신센터와 닮아 있다. BMW의 연구혁신센터는 건물의 한가운데 위치한 아트리움 블록에 프로젝트팀을 두고, 프로젝트팀 뒤의 바깥쪽 타원형 구조물에 각 기능팀을 배치함으로써 매트릭스 조직구조를 물리적 공간 속에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 프로젝트팀이 위치한 아트리움 블록은 혁신을 위한 지휘소이고, 바깥쪽 타원형 건물에 위치한 기능 부서들은 새로운 지식 창출과 지식저장소 역할을 한다. 기능 부서들이 프로젝트팀에 가장 최신의 혁신에 관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뱅크샐러드 또한 ‘뱅크(Bank)’와 ‘트라이브(Tribe)’라는 조직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다. 뱅크는 인적 자원이 모인 저수지로 인사, 전략, 기술, 마케팅 등 기능 중심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반면 트라이브는 뱅크에 있는 서로 다른 재능의 휴먼 캐피털이 모여 트라이브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러한 조직구조는 지식의 창출과 활용을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세 번째로 뱅크샐러드는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같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충성고객들과 강력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뱅크샐러드가 경쟁자가 될 수도 있어 경계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뱅크샐러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해당 금융기관의 충성고객이 된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금융기관들과 강한 협력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고객들에게도 고객들의 데이터를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는 데 쓴다는 것을 확신시킴으로써 강한 협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


향후 발전 방향
회사가 커지면 구성원들이 기존의 성공방식을 답습하려 하며, 이러한 경향은 관료화를 부추긴다. 관료화는 기업가정신을 잃게 하고 기업을 타성에 젖게 해서 결국 몰락의 길로 이끌 위험이 크다. 뱅크샐러드는 아직 젊은 조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은 적지만 늘 경계해야 하는 첫 번째 문제다.

뱅크샐러드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사업을 통해 신용카드나 보험뿐만이 아닌 고객의 다양한 거래정보를 가지게 되면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솔루션에서 개인 고객의 생활 문제로 전선을 넓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가능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문제를 바라보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생각하는 솔루션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업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반드시 고객의 문제를 바라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되 가능한 작은 시장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은 사업들의 수많은 유기적 연결체를 지향해야 한다.

필자소개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yongjkim@sogang.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주립대 빙엄턴(Binghamt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컨설턴트를 거쳐 뉴욕주립대에서 조교수 생활을 했고 2007년 서강대 경영대학에 부임해 지식경영, 서비스 혁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 중소기업정책심의회 위원, 스마트핀테크 연구센터장,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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