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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습한 ‘남자친구’ vs. 혁신한 ‘SKY캐슬’

안병민 | 269호 (2019년 3월 Issue 2)


당대 최고 톱스타들의 출연입니다. 전작을 통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은 배우들이니 환상의 조합입니다. 게다가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여자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평범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니 호기심도 자극합니다. 배경은 또 어떤가요?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쿠바랍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 로망, 여행지로서의 ‘끝판왕’입니다. 그 기대감에 시작은 무난했습니다. 8.8%로 시작한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이 2회 때는 10.3%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후로는 계속 하향세입니다. 9%, 8%를 거쳐 7%대까지 빠졌다 결국 8.7%로 막을 내렸습니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 이야기입니다.

세간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남자친구’의 스토리라인은 눈에 익습니다. 마녀의 저주에 걸린 공주를 구해내는 왕자의 이야기 말입니다. 남녀가 바뀌었을 뿐,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항상 씩씩한 캔디를 사랑하는 백마 탄 왕자 테리우스 이야기도 겹쳐 보입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줄거리에 ‘우연’이 남발됩니다. 우연히 갔던 쿠바 여행에서, 우연한 사고로 시작된 인연은,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힘겹게 입사한 회사의 대표가 또 그 우연한 만남의 상대이니, 이 정도면 우연이 없으면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연기력 만점의 최고 배우들이 빚어내는 러브스토리에 쿠바라는 이국적 풍광까지 더해졌으니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항간의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또 다른 드라마가 있습니다. 첫 회 1.7%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매회 기록을 경신하더니 18회 시청률이 20% 벽을 돌파합니다. 마지막 회는 23.8%를 찍으며 비(非)지상파 드라마로서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JTBC 드라마 ‘SKY캐슬’ 이야기입니다. SKY캐슬은 현실에 두 발을 탄탄히 딛고 서 있습니다. 중견 배우, 아역 배우 할 것 없이 행간을 채우는 소름 돋는 연기가 일품입니다. 연기도 연기지만 압권은 스토리입니다. 속도 넘치는 전개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을 꼭꼭 붙들어 맵니다.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 방송되는 반전의 예고편은 치솟는 시청률에 불을 지폈습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일그러진 욕망들이 교차하는 아수라판에서, 개연성 넘치는 상황과 캐릭터로 이야기가 전개되니 사람들은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인 양 몰입합니다. 기존 드라마 문법에서 벗어난, 시청자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혁신의 힘입니다.

예로부터 해오던 방식이나 수법을 좇아 그대로 행함. ‘답습(踏襲)’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세상은 일분일초마다 변하는데 예전 방식을 답습하니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혁신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 또한 혁신입니다. ‘변화의 내성’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존 방식의 답습에만 매달립니다. ‘성공의 덫’은 그럴 때 작동합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겁니다.

희비가 엇갈린 두 개의 드라마를 통해 되짚어보는 성공적인 변화 혁신의 첫 단계는 ‘변화 필요성의 공유’입니다. 이유 없는 변화를 받아들일 구성원은 없습니다. 왜 변화해야 하는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경쟁자의 시각으로 우리 회사의 약점을 찾아보는 겁니다. ‘우리는 잘하고 있어, 우리는 잘 될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을 깨는 것에서부터 혁신은 시작됩니다.

두 번째는 ‘변화 목적의 구체화’입니다. ‘목적’을 모르는 직원들의 노동에 영혼이 있을 리 없습니다. 명확한 ‘목적’으로 구성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줘야 합니다. 혁신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아시안 친구들이 오랫동안 연기를 꿈꿀 수 있도록 꼭 롤모델이 되겠다. 그것이 내가 더 열심히 연기하는 이유다.” 제76회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오의 말입니다. 그에게는 이런 ‘일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울림을 주는 ‘목적 있는 혁신’에 포기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예컨대, 구글의 목적은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마지막은 ‘무한긍정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겁니다. 도전에는 긍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매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베스트 시나리오가 있다면 워스트 시나리오도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계획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냈을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 계획이 있으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플랜B’입니다. 혁신에 있어 유연한 사고는 그래서 경쟁력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톰 피터스의 말입니다. 바야흐로 상시적 변화 혁신의 시대입니다. 변해야 삽니다.

필자소개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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