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와 더불어 많은 이가 ‘혁신’, 특히 ‘파괴적 혁신’의 상징처럼 꼽는 기업은 ‘우버’다. 우버는 정말로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사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버의 성공 사례는 파괴적 혁신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1995년 혁신을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하며 ‘파괴적 혁신 이론’을 만들어 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2015년에 직접 한 얘기다. 그리고 이 책의 9번째 장 ‘파괴적 혁신이란 무엇인가: 20년 후 살펴보는 파괴적 혁신 이론의 현재’에도 이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다. 이 책은 1995년 파괴적 혁신 이론을 처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한 이후 20여 년간 크리스텐슨 교수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파괴적 혁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해 기고했던 아티클을 모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부에서 직접 기획해 출판했다.
사실 파괴적 혁신은 ‘블루오션’만큼이나 경영계에서 남용되고 오해받고 있는 개념이다. 그래서 정작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파괴적 혁신을 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기업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 책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일종의 ‘가이드북’인 이유다. 실제 한국어판의 부제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11가지 핵심 가이드’다. 1995년 세계 경영계를 뒤흔든 바로 그 아티클부터 ‘혁신 방해 요인’을 다룬 아티클, 비교적 최근에 나온 ‘파괴에서 살아남는 법’을 다룬 논문까지 11개의 글이 하나의 장을 이루며 구성돼 있다. 굳이 순서에 상관할 필요 없이 관심이 가는 글부터 먼저 읽으면 된다. 1995년의 ‘파괴적 기술: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다’는 역사적인 논문답게 현시점에도 사례만 바꾸면 그대로 납득이 될 정도다.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짧지만 강렬한 다음 문장을 보자.
“3.5인치 시장과 관련해 시게이트가 수집한 정보는 3.5인치 드라이브를 원하지 않는 고객들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았다”(p.35)
3.5인치 디스크를 의미하는 ‘3.5인치’라는 단어만 최근 예상을 깨고 성공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꿔도 바로 이해가 되고 와 닿는 문장이 된다. 기업들은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08년에 쓴 글이자 이 책의 4번째 장 ‘혁신 저해 요소: 재무적 수단이 혁신 역량을 저해하는 양상’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 프로젝트가 지니는 투자 가치를 평가할 때 회사의 상태를 지금보다 낫게 만들어줄지 따지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라며 “회사의 상태는 그냥 놔둬도 나빠진다”고 말한다. 10년이 지난 2018년에도, 모든 것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혁신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이 있다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SK플래닛의 ‘11번가’가 터키에 진출했을 때 소비자들은 택배가 너무 늦게 도착한다고 짜증을 냈다. 알고 보니 터키는 한국과 달리 경비실 등 물건을 맡아줄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택배가 올 것 같으면 하루 종일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진정한 솔루션은 배송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문한 제품이 언제 도착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듯 혁신의 기본은 고객 본인도 모르는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DBR에 ‘공감디자인 Toolkit’을 연재 중인 SK플래닛 김철수 매니저의 신간에서 빅데이터도 찾지 못하는 소비자 욕망의 디테일을 잡아보자.
원제목 『Win Bigly』.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운동 연설 때 이 말을 자주 했다. ‘Bigly’라는 말은 영어사전에는 없다. 비판적인 언론매체들은 트럼프가 맞춤법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트럼프가 자주 쓰는 설득 기법이라 말한다. 사람들이 ‘Bigly’의 맞춤법에 집착하며 설왕설래하는 동안, 그 앞 단어 ‘Win’은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 = Win’이라는 이미지가 두뇌 안에 만들어진다. 저자 애덤스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고, 트럼프가 최면술사의 경지에 이른 설득 화법의 대가이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이런 트릭들을 비즈니스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