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한국의 미래를 위해 스타트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일을 5년째 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편견 혹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자주 대한다. 대략 이런 것 들이다.
스타트업은 루저들이나 가는 작은 회사다? 예전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분이 서슴없이 “대기업에 들어갈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이나 스타트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해서 놀란 일이 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요즘에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출중한 능력자들이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신한다. 간편 송금앱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신선식품 배송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삼성전자 출신 창업자들도 요새는 흘러넘친다.
스타트업의 매출엔 한계가 있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매출을 올리며 고속성장을 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창업 3년째인 지난해 53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올해는 1800억 원을 바라본다. 새로운 시도라 수익모델이 불투명해 보이다가도 한번 매출의 물꼬가 트이면 거침없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타트업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들이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시대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한 번에 100억 원 이상 넘게 투자받은 스타트업 소식이 거의 매주 나올 정도다. 해외에는 한 번에 10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아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의 반열에 오른 회사가 수백 곳이 넘는다.
스타트업은 부실 경영 기업이다? 매출액보다 훨씬 큰 적자를 내는 스타트업의 손익계산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있다. "기업은 무조건 이익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부실 경영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당장 이익을 내는 것보다는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 나중에 더 큰 가치를 가진 회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에서 최고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인 우버다. 설립된 지 10년이 넘는 우버는 아직도 매년 조 단위의 적자가 난다. 하지만 이런 적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100조 원의 기업가치로 내년 상장 예정이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 망한다? 스타트업의 영역에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 망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그만큼 대기업에 대한 일종의 공포심이 강한 것 같다. 자금력과 인재에서 우월한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영역에서든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죽기 살기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이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는 투자자들이 수백억 원에서 심지어는 수천억 원까지도 투자해주는데 오히려 대기업은 그런 투자를 받기 어렵다. 대기업에서는 잦은 인사이동으로 신사업 담당자가 바뀌며 사업에 혼선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리디북스는 교보문고, KT, 네이버 등 수많은 대기업이 뛰어든 전자책 시장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것만 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인공지능, 로봇, 드론, 블록체인, 핀테크 같은 뭔가 혁신적인 기술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풀면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걸 푸는 방법이 첨단기술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마켓컬리는 고객이 주로 낮에 집을 비운다는 점에 착안해 심야에 노는 냉장차량을 이용한 신선 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렇게 집요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니 신선 식품 배송의 수요를 예측해 매일 정확히 상품을 사입하고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복잡한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단순한 수작업으로 시작해 첨단 기술을 적용하게 된 경우다.
인생을 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의심하거나 비평하기보다는 박수를 쳐주고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주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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