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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오프라인 시대가 끝났다고?
경험 중심 쇼룸이 매장에 날개를 단다

데이비드 R. 벨(David R. Bell),산티아고 갈리노,안토니오 모레노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소매 유통의 미래는 어떨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전통적 형태의 매장들이 수천 개씩 폐점에 들어가고 있다.
- 경험 중심의 ‘쇼룸’이 그 자리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 쇼룸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이 만나는 공간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봄 호에 실린 ‘The Store Is Dead — Long Live the Store’를 번역한 것입니다.

오프라인의 종말과 오프라인의 르네상스라는 역설적인 현상이 소매유통의 새로운 트렌드로 뚜렷이 부각되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투자금융 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수치 집계가 완료된다면 2017년에만 미국에서 문을 닫은 소매점이 8500개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1   콘센서스(Consensus)가 내놓은 전망을 보면 미국 전역에 있는 쇼핑몰 중 25%가 머지않아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업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행가방 전문 브랜드인 어웨이(Away)부터 안경 전문업체인 와비파커(Warby Parker)까지 온라인으로 사업을 시작한 브랜드들은 팝업스토어, 쇼룸, 종합 매장 등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다.2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할아버지 격인 아마존닷컴도 이런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는 듯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으며 아마존프레시(AmazonFresh)라는 이름의 슈퍼마켓 매장을 앞으로 10년 안에 2000개나 오픈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돈다.3

이는 결국 무엇을 말할까? 오프라인 매장은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 있고 지금도 번성하고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2007년 뉴욕 맨해튼에서 보노보스닷컴(Bonobos.com)으로 설립된 이후 2017년 월마트(Walmart Stores)에 3억1000만 달러의 가격으로 인수된 보노보스의 예를 살펴보자.4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인 앤디 던(Andy Dunn)과 브라이언 스팰리(Brian Spaly)가 스탠퍼드대 MBA 학생이던 시절에 설립됐다.5 이들의 비전은 단순했다. 몸에 더 잘 맞는 남성용 바지를 매장이라는 ‘거품’ 없이 판매하자는 것이었다. 던은 2007년 당시를 회상하며 선뜻 이렇게 인정한다. “당시에는 정말 매장이 다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6 역설적인 사실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보노보스를 새로운 개념의 리테일 매장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칭송한다는 점이다. ‘무재고 전략’을 추구하는 보노보스의 매장은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와 촉감적인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태블릿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한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지역으로 배송해 주는 소규모 공간이다.7

보노보스의 사례로 엿본 이런 트렌드는 리테일의 미래를 제시한다. 온라인으로 출발한 후 오프라인을 추가하든, 아니면 오프라인(전통적인)으로 출발한 후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추가하든 작은 공간에 풍부한 경험을 선사하는 매장 형태가 소매유통의 미래가 되리란 점이다.

본 기사에서 필자들은 서로 연관된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 번째는 온라인으로 출발한 소매업체가 고객가치를 ‘슈퍼충전(supercharging)’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와 관련된 얘기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회사가 매장을 판매 중심 센터에서 경험 중심 센터로 전환하는 동시에 규모도 축소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이 두 가지 주제를 다루면서 필자들은 온라인으로 출발한 업체들이 먼저 도입한 쇼룸이란 개념을 오프라인 중심의 소매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모방해서 이점을 취할 수 있는지 설명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으로 시작한 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전통적인 형태의 매장을 열고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연구내용’ 참고.)

DBR minibox1: 연구내용
필자들은 보노보스 경영진과 함께 협력 작업을 하면서 본 기사에 대한 통찰력을 처음으로 발전시켰다. 보노보스는 소매유통업에서 가이드숍이라 불리는, 재고 없는 매장 개념을 창시한 회사다. 필자들은 고객의 태생(온라인인지, 오프라인인지)이 이후 수요와 반품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거의 10년 동안(보노보스가 설립된 2007년 10월부터) 수집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서 얻은 결과를 검증하고 추가 통찰력을 얻기 위해 부가적인 데이터베이스로서 온라인에서 출발한 안경 전문업체인 와비파커의 고객 정보도 분석했다(회사가 설립된 2010년 2월부터 축적된).
두 회사의 경영진은 본 연구를 위해 고객에 대한 주요 데이터 필드들을 제공했다. 고객 ID(기밀 유지를 위해 위장된), 구매 일시, 구매 품목, 구매 금액, 반품 데이터, 고객의 배송지 우편번호가 이에 해당한다. 필자들은 또한 매장 위치와 쇼룸 및 가이드숍의 개점일, 각 고객의 매장(쇼룸과 가이드숍) 방문 여부와 시점에 대한 정보도 이용할 수 있었다.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한 매출은 고객의 유형과 선호도, 오프라인 매장 이용 가능성에 따라 지역별로 그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i 필자들은 미국통계국(U.S. Census)과 캘리포니아, 레들런즈(Redlands)에 본사를 둔 지리정보시스템 회사인 에스리(Esri)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지리인구통계 데이터로 원데이터를 보강했다. 이로써 온라인 수요를 예측할 때 오프라인 소매 환경의 특징들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었다. 필자들은 슈퍼충전에 대한 통찰력을 도출하기 위해 모든 데이터를 기초로 분석한 주요 통계 값들을 요약해서 표로 만들었고 최첨단 계량경제모형을 도출했다. 특히 필자들은 데이터를 분석할 때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영진의 개입과 고객들의 구매 및 반품 행위를 반영한 자연실험 방식을 택했다.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소매업체들의 경우에는 매장이 어떤 식으로 진화했는지 추적하기 위해 와튼 리서치데이터서비스(Wharton Research Data Services)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여기에는 오프라인 소매점들의 매장 면적과 재고 데이터가 포함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소매점들이 무재고 전략을 채택할 때 얻는 혜택을 증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필자들은 민감도 분석을 통해 다양한 가정과 상황에 따라 이 전략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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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브랜드의 고객들을 오프라인 쇼룸으로 슈퍼충전하기
필자들이 ‘슈퍼충전(supercharging)’이란 말을 만든 건 어느 강연에서 레조넌스 컴퍼니스(Resonance Companies)의 CEO인 로렌스 레니한(Lawrence Lenihan)이 설명한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였다. 이후 DNVB(Digitally Native Vertical Brands,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오면서 수직적으로 확장한 브랜드-역주)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관련 개념을 계속 탐색해 나갔다. 보통 슈퍼충전은 어떤 소매업체가 재고가 없는 소규모 점포와 운영 효율성이 뛰어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고객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최초 구매를 이끌고, 반복 구매를 이어나갈 때 발생한다.
필자들은 슈퍼충전이란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브랜드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음 접한 고객은 더 다양한 품목의 제품들을 살펴보고 시도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랜드 경험에 있어서도 더 강도 높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이런 몰입감과 호감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없이 후속 구매의 빈도와 구매량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이런 경험은 반품을 줄여서 소매점의 운영 효율성도 높인다. 반품은 온라인 상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미덕이다. 온라인 의류업체들의 경우 보통 반품률이 30~40%에 이른다.8

슈퍼충전이란 개념을 발견하고 정리한 레조넌스의 레니한9 은 이 말이 인간관계로 이뤄진 세상의 복사판이라고 말한다. e메일로만 관계를 지속한 두 사람은 직접 만나본 적 있는 두 사람보다 보통 관계의 깊이나 친밀도가 떨어진다. 직접 만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후 발생한 온라인 소통이 처음 형성된 오프라인 관계를 더 지원하고 강화한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먼저 브랜드를 경험한 고객들은 그 브랜드의 맥락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 강한 감정적 유대감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런 유대감은 이후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작용한다.

슈퍼충전은 소매업체에도 어느 정도 이점이 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몰입도 높은 경험을 한 고객들이 소매점과 진열된 제품들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는 것처럼 소매업체도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이나 판매직원, 매장 홍보물에 대한 고객들의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반응을 통해 비디지털적인 고객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매장에서 일어나는 고객과의 상호작용, 제품 샘플링, 쇼핑 경로 등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적절한 기술을 활용하면 상호 학습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10 보노보스와 와비파커 같은 DNVB 업체들이 시작한 주요 혁신 중 하나가 ‘본사 내 쇼룸(head office showroom)’이다. 쇼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두 가지 쇼핑 채널의 장점을 멋지게 압축한다. (‘DBR mini box2: 본사 내 쇼룸’ 참조)

DBR mini box2: 본사 내 쇼룸
보노보스와 와비파커는 사업 초기부터 본사 안에 쇼룸을 마련했다. 원래는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 회사 자본은 한정돼 있는데 소비자 중에는 구매에 앞서 실제로 제품을 보고 만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사 사무실 면적을 두 배로 키우고 쇼룸으로 활용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었다. (물론 와비파커의 첫 번째 쇼룸은 닐 블루멘탈이 와튼경영대학원의 MBA 학생이던 시절에 살던 필라델피아 아파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윽고 두 회사는 사업과 쇼룸의 공생 관계를 깨달았다. 단순히 고객이 실제로 제품을 만지고 느낄 수 있다거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브랜드를 더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이 핵심은 아니었다. 디자인팀을 비롯해 회사의 다른 직원들도 고객과 직접 접촉할 수 있다는 사실도 굉장히 중요했다. 한마디로 두 회사가 본사에 마련한 오프라인 쇼룸은 지속적인 고객 방문을 유도했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에게는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상기시키고 직무와 상관없이 전 직원이 고객들에 대한 비디지털적 특성들과 쇼핑 이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쇼룸 경험은 더 나은 고객을 만든다. 고객이 의미 있고 몰입도 높은 방식으로 브랜드를 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장 제품들의 비디지털 특성들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더 잘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쇼룸은 더 나은 소매업체를 만든다. 고객이 매장에 실제로 나타나면 그들의 행동을 관찰해서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11 판매직원들은 고객의 욕구를 예측해 대응할 수 있고,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제품을 추천할 수 있고, 고객이 가진 불만사항에 대한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정량적으로 입증 가능한 슈퍼충전의 혜택들
보노보스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태생(born offline)’의 고객들, 즉 최초 거래를 실제 매장(보노보스 가이드숍 중 한 곳)에서 완수한 고객들이12 ‘온라인 태생(born online)’ 고객들보다 매출의 비례배분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오프라인 태생 고객의 비율을 20%로 표준화한다면(설명의 용이성과 기밀유지를 위해) 이들 고객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고객 비율을 단순 비례해서 계산하는 것보다 약 19%가 증가한다.

가이드숍(Guide Shops, 주로 온라인 의류업체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지칭-역주)을 방문한 고객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분명한 이점을 소위 경영학자들이 말하는 ‘선택 효과(selection effect)’의 원리로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더 ‘열광적인’ (그리고 더 가치 있는) 고객들이 가이드숍이나 그와 유사한 오프라인 쇼룸을 방문하는 경향이 더 높다는 이론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어쨌든 보노보스 가이드숍을 방문한 고객들이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와비파커의 고객 데이터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원래는 쇼룸이 없었던 곳에 쇼룸이 생기면 해당 상권의 최초 구매자 수가 7% 이상 늘어난다.13 ::C:: D.R. Bell, S. Gallino, and A. Moreno, “Offline Show- rooms in Omnichannel Retail: Demand and Operational Benefits,” Management Science, published online March 23, 2017. 쇼룸은 최초 구매자들을 더 많이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 채널의 최초 구매자 비율이 75%인 데 반해 오프라인 쇼룸의 최초 구매자 비율은 83%에 달한다. 쇼룸의 기여도를 좀 더 말하자면 새로운 쇼룸 하나가 생겼을 때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하는 신규 구매자 비율은 75%에서 67%로 떨어진다.

쇼룸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쇼룸을 경험한 고객들은 쇼룸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매장만 이용하는 고객들보다 브랜드에 대해 더 강한 애착을 갖는다. 또한 쇼룸을 방문하기 전보다도 브랜드 애착 수준이 더 높아진다. 보노보스의 실제 고객 두 명의 구매 이력과 패턴을 ‘비교’해 보면 이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한다.

‘톰’과 ‘밥’은(모두 가명) 뉴욕에 살고 있는 보노보스의 실제 고객들로 2015년 초반에 보노보스 제품을 처음으로 구매했다. 두 남성은 모두 첫 구매 상품으로 보노보스 온라인숍에서 바지 한 벌씩을 구입했다. 그해 말, 톰은 뉴욕에 있는 보노보스 가이드숍에 들려 다시 한번 옷을 구매했다(106달러 상당). 밥도 두 번째 구매를 했지만(182달러 상당) 그는 가이드숍을 방문하지 않았다. 사실 밥은 오늘날까지 온라인 고객으로만 남은 결과 슈퍼충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밥은 보노보스 온라인숍에서만 지금까지 구매를 총 6번 했는데 4개 품목에 해당되는 옷들을 총 762달러어치 구매했다. 같은 기간에 톰은 가이드숍을 두 번 더 방문했다. 톰은 보노보스에서 6번에 걸쳐 구매를 하면서 총 2082달러에 상당하는 제품들을 7개 품목에서 구입했다. (이 내용에 대한 세부 분석 자료는 ‘DBR minibox2: 슈퍼충전이 수요에 미치는 순기능’ 참고.)


DBR minibox3: 슈퍼충전이 수요에 미치는 순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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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스 가이드숍에서 오프라인 고객을 슈퍼충전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요 측면의 혜택은 평균 거래 금액, 주문 속도, 구매 품목의 범위라는 3가지 지표로 나타난다.
아래 분석은 총거래 수가 동일한 고객들을 통해 두 유형의 고객들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림2) 제일 왼쪽에 있는 주황색 막대는 가이드숍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아서 슈퍼충전을 경험해 본 적 없는 고객들의 평균 거래 금액이다. 필자들은 이들의 평균 거래 금액을 기준선인 100으로 삼았다(이는 설명의 편의를 높이면서 실제 금액을 감추기 위해서다). 노란색 막대는 결국에는 슈퍼충전을 하는 (가이드숍 방문을 통해) 고객들에 해당하지만 이들이 슈퍼충전을 하기 이전에 이행한 평균 거래 금액을 나타낸다. 103에 해당하는 이들의 평균 거래액 지수는 주황색 막대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가이드숍을 방문한 후에는 이들의 거래 금액(녹색 막대)이 대폭 상승한다. 가이드숍을 방문한 고객들의 평균 거래액 지수는 141로 슈퍼충전으로 40%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이드숍 방문 후 일어난 거래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가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역학 관계는 제품 품목에 대한 구매 빈도와 범위에서도 나타난다. 이번에는 도표 가운데에 있는 ‘평균 구매 간 걸린 시간’을 살펴보자. 주황색 막대는 온라인 쇼핑만 하는 고객들로 이들의 사이트 방문 빈도를 100으로 뒀다. 나중에 쇼룸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경우를 보면, 이들이 쇼룸을 방문하기 전에는 온라인 쇼핑만 하는 고객들보다 보노보스를 덜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온라인에 국한된 쇼핑 경험이 그다지 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쇼룸을 방문한 후 슈퍼충전을 한 고객들(녹색 막대)은 구매 빈도에서 온라인 쇼핑만 하는 고객들을(주황색 막대) 뛰어넘으며 가이드숍을 방문하기 전 자신들의 구매 빈도(노란색 막대) 또한 추월한다. 이는 구매 간 걸린 시간이라는 지표가 90으로 확 떨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슈퍼충전은 반품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반품은 의류 소매업, 특히 전자상거래 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더 리테일 이퀘이션(The Retail Equation)이 보고한 2015년 소매유통업계의 반품률14 을 보면 오프라인 의류업체들은 전 품목에서 평균 8%(연말 쇼핑 성수기에는 10% 정도) 수준으로 무려 30~40%에 달하는 온라인 업체 반품률보다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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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글에서는 실제 반품률을 표기하지는 않겠다. 그 대신에 쇼룸을 전혀 방문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쇼핑만 하는 고객들의 반품률을 100으로 지수화했다. (그림 1) 나중에 쇼룸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경우를 보면 쇼룸을 방문하기 전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의 반품률 지수가 117이다([그림1]의 노란색 막대). 이런 사람들이 온라인 구매만 하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반품 경향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온라인 매장에서만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주황색 막대)에 비해 자신의 결정에 더 주저하며 온라인 채널만으로는 옷의 피팅감을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쇼룸을 방문하고 슈퍼충전을 경험하고 나면 이런 고객들의 반품률 지수는(녹색 막대) 95 수준으로 쇼룸을 방문하기 전보다 확연히 떨어진다. 이는 온라인 구매만 하는 고객들의 반품률 지수(주황색)보다 더 낮다.

와비파커 데이터는 소매업체가 고객을 직접 접할 때 어떤 식으로 이점을 취할 수 있는지 또 다른 증거를 제시한다.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고객과 소매업체의 상호작용은 반품률을 절대치로 1% 정도 줄인다. 이는 통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의미 있는 숫자다.15 하루 종일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처럼 안경에 대해 좀 더 복잡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은 쇼룸을 방문할 가능성이 더 높다. 놀랍게도 이런 사람들의 반품률 감소폭은 나머지 사람들보다 거의 4배 정도 더 커서 3.6%나 됐다. 복잡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은 오프라인에서 제품의 적합성을 더 잘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비파커 입장에서도 이런 고객 집단은 오프라인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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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소매업체: 재고관리 대신 경험에 주력하기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소매업체들도 DNVB가 보여준 혁신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먼저 매장을 고객들이 그 브랜드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경험 센터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래야 매장을 단지 제품 구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구매조차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지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다국적 기업인 삼성은 최근 뉴욕 맨해튼에 삼성837이라는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삼성 837은 제품을 판매하거나 주문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삼성 제품들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약 5만5000제곱피트(약 1550평에 해당) 규모의 공간이다. 이 매장은 삼성의 신제품은 물론 시즌마다 전시물을 바꿔서 방문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인터랙티브 가상현실(VR) 차량 체험, 디스크자키(DJ)의 공연, 75석 규모의 극장, 셀피 스테이션까지 삼성 837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도록 자극한다.16 다른 DNVB들도 삼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혁신을 시도해 왔다. 일례로 와비파커 매장에 있는 즉석사진 부스에서는 고객들이 다양한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한다.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신발 제품들을 판매하는 회사로 시카고에 본사를 둔 버켓핏(Bucketfeet)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고객들이 직접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들도 더 풍부하고 즐거운 매장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상품 진열 방식을 새롭게 기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대형 할인매장인 타깃(Target)은 인테리어 상품군에 ‘비네트(vignette)’라는 새로운 레이아웃을 도입했다. 쇼룸과 비슷한 공간에 인테리어 상품들을 전시해서 방문 고객들이 해당 제품들은 자신의 집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인테리어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고급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Nordstrom)은 최근 판매용 상품을 배제한 소형 매장들을 곳곳에서 오픈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전시된 제품을 입어 보거나(매장에 재고는 없지만) 퍼스널 스타일리스트와 상담을 하고, 매장 안에 있는 바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매니큐어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17

여기 오프라인 소매점들이 온라인으로 시작한 소매업체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흥미로운 모델이 하나 더 있다. 가령 보노보스와 시카고를 본거지로 퍼스널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렁크클럽(Trunk Club)에서는 고객이 판매 사원과 개인 약속을 잡을 수 있다. 온라인 중심 소매점들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다양한 채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 경험을 통합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아마존북스(Amazon Books)는 아마존 온라인 사이트에서 별 4개 이상의 평점을 받은 책들만 전시하는 방식으로 선별된 책들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한다.18

고객이 매장에 전달하는 효용을 높이는 데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업체들도 있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크 랩스(Oak Labs)는 지능형 피팅룸을 개발했다. 고객은 이 피팅룸에서 선택한 의류가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서 어떻게 보일지 확인할 수 있다.19 이런 멋진 경험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할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에도 쇼핑객들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소매업체들은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픽업’ 같은 옴니채널 전략을 구현해서 매장 방문 기회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 소매업체인 데시구알(Desigual)은 매장 안에 ‘매장 배송’용 무인 로커(lockers)를 설치해서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무료로 픽업할 수 있게 한다.20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유통점과 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계기를 만든다.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지역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릭워크소프트웨어(Brickwork Software)는 자사 고객인 유통점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예약 후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트라이온(try-on)’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21

발 빠른 소매업체들은 이런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이 온라인 검색을 하거나 쇼핑을 할 때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전략은 반품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고객들이 반품 제품을 물류센터로 보내는 대신 매장에서 직접 반품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쇼룸으로 축소된 매장들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소매업체들 사이에서도 매장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의류 소매업을 선도하는 회사들의 여러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소매유통점인 월마트와 의류 전문점으로는 메릴랜드, 햄스테드(Hampstead)에 본사를 둔 조스 A. 뱅크 클로디어스(JoS. A. Bank Clothiers)의 평균 매장 면적(정규화된)의 변화부터 살펴보자. (그림 3) 본 기사에서는 편의상 두 개 업체의 데이터만 보여주지만 이런 양상은 베드 베스&비온드(Bed Bath & Beyond)나 니만마커스그룹(Neiman Marcus Group) 같은 다른 소매업체들에서도 목격된다.22

시간이 지나면서 매장의 평균 면적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소매업체들이 더 친근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면서 판매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제곱피트당 재고 비용도 하락 추세를 보인다. 전통적 소매업체 다수가 이제는 상당한 규모의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면서 옴니채널 역량도 갖추고 있으므로 매장에 일반적으로 확보해 놓는 SKU(Stock Keeping Units, 재고 관리를 전제로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의 단위-역주) 수를 크게 줄여도 되기 때문이다.23

오프라인 중심 소매업체들의 매장이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경험적 요소들을 더 많이 추가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이런 변화를 궁극적인 전략으로 채택한다면 어떤 혜택과 비용이 발생할까? 가령 보노보스가 선도한 무재고 매장을 구현한다면 말이다. 필자들은 이런 급진적인 변화에 수반되는 혜택과 비용을 파악하기 위해 일련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해왔다. 지금부터 그 결과를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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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뮬레이션 분석은 오프라인 매장을 200개 정도 갖고 있는 패션 체인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로도 그렇겠지만 이들 매장은 면적과 평균 수요 면에서 차이를 갖고 있었다.24 소매업체가 취하는 이윤을 고려한 판매 가격 인상분은 좀 보수적으로 125%를 적용했다. 그런 다음에는 일반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과 상품 구매가 가능한 매장을 겸비한 쇼룸에서 발생 가능한 매출을 서로 비교했다. 이런 분석은 소매업의 2가지 주요 변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판매 상품을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즉 재고율)와 특정 재고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매점이 보유해야 할 재고량이 그에 해당한다.

시뮬레이션에서는 2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판매 상품을 매장에서 재고로 보유하는 비율에 있어 매장과 쇼룸이 동일 확률(즉, 동일 재고율)을 유지하는 경우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실제 재고량은 매장과 쇼룸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문제를 뒤집어 매장과 쇼룸이 같은 재고량을 보유하도록 만들었다(사실 쇼룸용 재고 상품은 중앙 매장에서 관리했다). 상품 재고량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고객이 판매 상품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매장과 쇼룸 간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과 쇼룸의 목표가 양쪽 모두 고객에게 95%의 재고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25 (이런 재고율 목표의 달성 여부는 사실 수요 불확실성에 달려 있다.) 필자들이 얻은 첫 번째 통찰력은 전통적인 매장을 쇼룸으로 전환했을 때 발생하는 수요가 필요 재고량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이었다. 수요 불확실성이 특별히 높지 않은 경우에도(20% 정도로) 쇼룸의 재고율을 95%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25%라는 재고량 감소가 발생했다.

두 번째 얻은 통찰력은 이런 재고량 감소로 인해 총수익이 약 40%까지 상승한다는 점이었다(이번에도 수요 불확실성 값은 20%로 설정).

다음으로는 먼저 실행한 분석 조건을 ‘뒤집고’ 전통적 매장과 쇼룸 모두 총재고량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소매점이 쇼룸을 활용하면서 95%의 재고율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고량을 고정했을 때, 전통적인 매장에서 같은 수준의 재고량을 유지하려면 재고율이 59% 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고율은 당연히 매출과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약하자면 수요 불확실성이 20%인 세상에서 매장과 쇼룸이 같은 재고량을 가질 때 쇼룸을 가진 소매 업체는 7%의 매출 증가와 14%의 수익 상승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중앙 매장을 가진 소매점에서 재고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쇼룸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쇼룸은 매장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고정비가 적게 든다. 게다가 쇼룸은 일주일에 몇 번씩 상품을 채워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물류비도 절약된다. 쇼룸 직원들은 물류센터에서 배송되는 큼직한 박스들을 나르거나 상품을 선반에 진열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쇼룸으로 변신한 매장들은 좀 더 매력적이고 친근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물론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원하거나 급한 구매 니즈가 있는 고객들은 쇼룸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없으므로 잠재적 판매 손실로 이어지는 비용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효과는 보통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소매유통 전문가들을 통해 사례별로 어느 정도는 판단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웨이의 여행용 가방보다 보노보스의 슈트를 급히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가능성이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쇼룸이 정말 손해 보는 장사가 되려면 매출이 어느 정도로 ‘나빠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95%의 재고율을 원하는 소매점은 매출이 15%까지 떨어져도 일반 매장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총수익을 그대로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쇼룸 모델은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원하는 고객들이 가져올 매출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 꽤 의미 있는 소매업체의 경우에도 여전히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보인다.

필자들은 명백한 역설 하나로 본 기사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죽었고, 죽어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 있고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소매점들은 판매 중심에서 경험 중심의 매장 환경이라는, 미묘하지만 심오한 전략상의 변화와 함께 굉장히 번성하고 있다. 이제는 작은 규모, 기술적 보조, 하이터치(high-touch, 하이테크와 대조되는 인간적 감성), 창조적 공간이 리테일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런 전략은 벽돌 기반의 매장이든, 바이트 기반의 매장이든 똑같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도 입증되고 있다.

번역: 김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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