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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Trend in Digital

때론 '아날로그 감성'이 '편리함'을 넘어선다

유인오,민희 | 242호 (2018년 2월 Issue 1)

시간이 갈수록 스마트한 가전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원격 조정이 가능한가 하면 인공지능과 대화하면서 기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기존 제품에 최신 디지털 기술이 추가되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 방법이 복잡해져 부담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전보다 편리하게 사용하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사용 장면은 한층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전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스마트한 기능을 강조하지 않는다. 정감 있으면서도 생활 속에서 위안을 주는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다가간다. 이를 위해 자연현상을 연상시키는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아날로그 정서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수묵화 같은 효과를 연출하는 가습기 컨셉

한국의 산업디자이너인 김현석(Kim Hyeonseok)이 2017년 10월8일, 온라인 포트폴리오 사이트인 비핸스에 예술 작품 컨셉의 가습기(MONG MONT)를 공개했다. 보통 가습기는 원형 혹은 사각형의 정형화된 형태로 일정한 부피를 차지한다. 그는 이왕 이렇게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면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습기 하면 으레 수증기를 떠올리는 것을 반영해 물안개가 자욱한 산을 모티브로 삼아 벽에 걸 수 있는 액자 형태의 가습기를 고안했다. 뒷부분에는 물탱크가 있으며, 초음파 발생 장치로 진동시켜 물을 분무하는데, 가습기가 작동되는 모습이 마치 새벽녘의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같다. 가습기의 작동 모습을 안개라는 날씨 현상으로 표현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형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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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화권이나 공통으로 인지하는 날씨 현상을 이용해 가습 효과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그것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처럼 감상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전제품은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넘어서 사용자와 감성적으로 소통하며 더욱 조화롭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새장처럼 디자인한 조명 겸 스피커

전통문화를 되살려 전통적인 소재로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제작하는 대만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다치컨셉(Daqi Concept)은 새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의 문화와 대만의 잉거(Yingge) 마을의 도자기 공예를 결합한 가전제품을 판매 중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문화가 있었다. 바쁜 현대인들도 이러한 여유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새장을 닮은 스피커 겸 조명인 진구(JinGoo)를 디자인했다. 전통 공예 기법을 통해 유려한 곡선을 가진 새 모양의 조명을 만들고, 원목으로 된 새장의 바닥에는 저음 전용 스피커인 ‘우퍼’를 내장했다. 우퍼에서 발생하는 음파가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새의 꼬리 부분에 반사돼 풍부한 음질을 구현한다. 늘 곁에 두고 새소리를 감상했던 전통을 이어 새장 같은 가전제품을 탁자 위에 올려 두거나 옷걸이에 걸어두고 은은한 조명과 감미로운 음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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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글로벌 기업, 공공기관, 학계, 미디어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트렌드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 하에 사용자 경험 디자인, 신상품 컨셉 개발, 미래 시나리오 연구, 브랜드 전략 컨설팅, 사용자 리서치, 트렌드 워크숍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유인오 메타트렌드연구소 대표 willbe@themetatrend.com
민희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 hee@themetatr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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