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2009년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연 ‘더 클래식500’은 도심형 시니어 타운의 신모델을 제시했다. VVIP를 타깃으로 설계해 지금까지 입주율 100%를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은 호텔과 병원의 본질적 서비스를 결합하며 ‘케어(care)’를 업의 본질로 삼았기 때문. 오피니언 리더급의 입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서비스가 아닌 ‘진정성’이란 사실을 간파했다. 한편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 시니어 케어 산업을 결합하려는 기업들과 손잡고 시니어의 삶의 질을 높일 기술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있다. 이 시대, 시니어 주거 시설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이질적이지만 상호 보완적인 ‘진정성’과 ‘IT’다.
편집자주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우경(서강대 경영학과 졸· 조지아주립대 석사과정 진학 예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올해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14% 이상을 차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UN이 인구 노령화 과정을 정한 첫 단계인 ‘Aging Society’(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을 차지)에서 ‘Aged Society’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고령 인구는 2015년 기준 13.1%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50년에는 37.4%로 뛰어올라 일본과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고령사회로 전환되기까지 약 17년이 걸린 셈인데 외국의 경우 일본 24년, 미국 73년, 프랑스가 115년으로 속도 차이가 눈에 띌 정도다.
이 같은 고령 트렌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을 때 인간 수명 연장에 따른 ‘질 좋은 삶’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10년대 들어 관련 산업계도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각종 상품들을 내놓고 있고, 노인층의 편안한 주거 공간을 위한 시니어 타운 등도 속속 설립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산업 전체 또는 사회 전체에 파급력을 줄 만한 혁신적인 모델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캠퍼스 근처인 서울 광진구에 선보인 ‘더 클래식 500’은 도심형 시니어 타운의 신모델을 제시했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은 의료와 호텔 서비스를 결합한 시니어 VVIP 대상 시니어 타운으로 기존에 유사한 콘셉트로 서울 교외 지역에 주로 설립된 노인용 주거 시설과 달리 서울시내 한복판에 문을 연 도심형 시니어 타운이라는 점이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DBR은 호텔리어 출신으로 2012년부터 ‘더 클래식 500’을 이끌고 있는 박동현 사장으로부터 ‘럭셔리 시니어 주거 비즈니스’와 관련된 비전을 들었다.
박동현 사장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학사,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웰에이징 시니어 산업,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글로벌 차이나 최고위 과정 등을 졸업했다. ㈜호텔신라, ㈜조선호텔에서 25년간 근무하다 2012년 11월 ‘더 클래식 500’ 대표로 취임했다.
시니어 타운은 서울 근교 교외나 지방에서 주로 조성돼 왔다. 하지만 ‘더 클래식 500’은 설립 당시부터 도심형 주거타운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도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보통 막연하게 은퇴 후 전원 속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전원 속 시니어 타운 중 상당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고즈넉한 산속, 어디를 둘러봐도 노인으로 가득한 환경 속에서 시니어들은 오히려 고립감을 느끼며 우울 증세를 키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거 사례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여생을 보내려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은 거꾸로 활기가 넘치는 환경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 클래식 500’이 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형 백화점을 끼고 있다 보니 젊은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점은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또 전원형 시니어 타운 다수가 실패한 요인 중 하나가 대형 의료기관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대형 대학부속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유인책이 된 것 같다. 한편 ‘더 클래식 500’은 입주민과 건국대 학생들 간의 교류프로그램인 ‘세대공감 신문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생들은 입주민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 중국어 등을 가르쳐주고 입주민 중 업계 또는 학계 경험이 풍부한 분들은 건국대 강단에 설 기회도 갖고 있다. 입주민들이 건국대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더 클래식 500’이 고급형 시니어 타운의 성공 모델로 꼽히다 보니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니어들이 도심에서 문화적, 소비적 욕구를 채우면서 또래끼리의 끈끈한 정도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형 주거 공간’이라는 점이 타깃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했다고 생각한다.
‘더 클래식 500’은 높은 관리비 때문이라도 상류층 아니고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입주하나.은퇴 이전 법조계, 의료계, 학계에서 근무한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고위 공무원, 기업인 등 출신 직업은 무척 다양하다. 입주민 평균 연령은 76세다. 매달 지출하는 관리비 수준이 높다 보니 (표 1) 실제 VVIP만 거주하는 셈이다. 사실 한창 경제 활동을 하는 시기도 아닌데 이 정도의 금액을 관리비로 지출하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높다. 입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는 의료 관련 서비스로 24시간 상주하는 의료진, 가구마다 비치된 응급 호출 버튼, 정기 건강검진 서비스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전담 간호사를 배정해 평소 건강관리도 실시하고 있다. 돈이 많아 고급 주택에 살더라도 24시간 받기는 어려운 이런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가 관리 비용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에서는 ‘더 클래식 500’과 같은 시니어 타운 프로젝트가 이전부터 이뤄졌던 것으로 안다. 참고로 삼은 모델이 있다면.일본 도쿄에 있는 시니어 타운 세이로카(聖路加)에 주목했다. 세이로카 레지던스는 도쿄 시내에 있는 고급 맨션으로 도쿄역에서는 버스로 10분, 긴자에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초도심형 거주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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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급 주거공간에 간호사가 24시간 교대로 상주하며 내과, 신경외과 클리닉과 치매 및 스포츠센터를 갖췄다.
이 세이로카의 성공 사례와 과거에 비해 훨씬 활기차게, 최대한 젊음을 유지하려고 하는 국내 시니어들의 달라진 인식 변화를 보면서 도심형 시니어 타운의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