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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배우는 생존 전략

생존을 위한 제1 조건은 ‘변이’. 시장흐름에 맞춰 바꾸고 또 바꿔야

유재우 |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진화(evolution)의 목적은 진보(progress)가 아니다. 진화는 새로운 생존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변화의 결과다. 생물학적으로는 ‘변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진화의 제1 조건이다. 기업들이 생존을 말하면서도 혁신을 위한 혁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에 대한 교훈을 숲에서도 얻을 수 있다. 숲의 모태 격인 이끼가 몸 전체로 수분을 흡수하고, 뿌리를 만들어 육지 생태계의 근간을 창조하며, 꽃을 피우는 식물이 등장한 것은 모두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의 결과다.



편집자주

숲속에 사는 식물들이 억겁의 시절을 견디며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너무나 치열해서 숭고하게까지 느껴지는 생존 본능 때문입니다. 기업을 유기체라고 규정하고, 후세에도 번성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한낱 약하게 보이는 식물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인재개발 교육 전문가인 유재우 대표가 ‘숲에서 배우는 생존 전략’ 연재를 통해 숲속 식물에서 배우는 지혜를 전해드립니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이제까지 5차례의 대멸종과 10여 차례의 소멸종을 겪었다. 지구의 생명 역사는 가혹하다. 숲은 그러한 생명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살아남았다. 따라서 지금도 번영을 추구하고 있는 풀과 나무야말로 생명 역사의 진정한 승자(勝者)다. 그렇다면 풀과 나무는 과연 어떠한 전략으로 급변하는 생존환경에서 살아남았고, 지금까지 번영을 지속하고 있을까?

‘승자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38억 년 전 바닷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때의 바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달랐다. 만약 위성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지구의 바다는 ‘붉은색’이었을 것이다. 최초의 생명체가 붉은색의 박테리아였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는 유전적 변이를 거듭하다 초록색의 박테리아(시아노박테이라·Cyanobacteria)로 변신하는데, 이것이 바로 식물의 원시조상이다. 이 박테리아는 엽록소와 같은 색소를 가지고 있어서 물을 분해하고 태양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산소(O2)가 발생했는데 많은 시간이 흘러 이 산소가 대기를 가득 채우게 됐다. 산소는 대기권 상층부에서 햇빛과 충돌해 분자구조를 O3로 바꾸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오존층이 형성됐다. 이것은 생명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원시 지구의 육지는 거침없이 쏟아지는 태양열로 매우 뜨겁게 달궈져 있어 생명체가 생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존층이 형성되면서 직사광선은 차단되고 육지는 서서히 식어갔다. 대기는 산소로 가득했으니 드디어 육지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육지생태계의 근간을 창조한 이끼

바닷속 생명체가 육지에 등장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가 등장한 이후 30억 년 이상 바다 생물계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바닷속 고대생물은 화석의 형태로 남기 어려워 생명의 흔적을 찾기 어렵고 지구 전체가 얼어붙었다고 여겨지는 일명 ‘눈덩이 지구’ 시대(8억5000만 년 전∼ 6억3000만 년 전)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많은 원시생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 불리는 약 5억4000만 년 전∼4억 8000만 년 전의 시기에 다양한 생물군이 다시 등장했다. 이때 번성했던 조류식물 중 하나가 육지로 상륙한 증거가 발견됐는데, 약 4억
7000만 년 전인 오르도비스(Ordovician) 중기 때에 일어난 사건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유전적 흔적이 지금의 우산이끼와 비슷하다. 최초로 상륙작전에 성공한 우산이끼의 생존환경은 어땠을까? 사방이 물로 가득 찬 바다에서 공기 중의 수분에만 의존해야 하는 육지는 어쩌면 지옥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육지는 태양열에 의해 뜨겁게 달궈져 있어 생명체가 살아가기에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바다에서 ‘등 떠밀려’ 땅 위로 올라온 조류는 마치 뜨거운 프라이팬 같은 육지에서 거품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몸속의 수분을 다 빼앗기고 말라비틀어져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집중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량의 수분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었을 것이다. 이끼가 자기 몸의 10∼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이런 척박한 생존환경에서 버티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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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의 생존 방식은 과거와 달리 복잡해졌다.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이끼는 표류의 삶을 끝내고 정착의 삶을 살기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했다. 따뜻하고 물기가 많은 땅에 말뚝을 박고 영역을 넓혀야 했다. 바람에 쓸려 건조한 내륙으로 내던져지지 않기 위해 바위의 작은 틈이라도 단단히 붙들고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이끼는 유전적 변이를 통해 새로운 기관인 ‘뿌리’를 만들어냈다. ‘식물의 뇌’라고 불리는 뿌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끼의 작은 뿌리가 만든 기적이다. 처음에 이끼는 아직은 단단한 바위 같은 땅 위의 작은 틈에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이후 많은 시간 동안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바위가 쪼개져 돌멩이가 되고, 돌멩이는 다시 쪼개져 비와 바람을 맞으며 흙이 됐다. 흙은 육지 생태계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기반이며, 숲은 그 위에 건설됐다. 우리 인류의 역사도 숲을 떠돌며 살던 수렵생활을 끝내고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시작했고, 그 기반 위에 인류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끼가 뿌리를 만든 것도 이와 유사한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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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우

    유재우supia_eco@naver.com

    - 인터브랜드에서 브랜드 경영 컨설턴트, 인컴브로더에서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역임
    - 2006년 국내 최초로 숲에서 배우는 인재개발 교육전문기관인 ㈜수피아에코라이프를 설립하고 조직개발 및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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