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2016년 3월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올해 출시된 신차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1985년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30여 년간 독점해 온 국내 중형차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SM6는 원래 SM5의 후속 차종으로 개발되던 모델이었지만 새 브랜드로 선보이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급형 세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베스트셀링카의 영예를 안게 된 SM6의 성공요인 첫 번째는 무엇보다 기존 제품의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된 오퍼링(offering)을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의 대표속성(정형성)을 파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또 차급 파괴를 언급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배기량-크기-사양은 항상 같이 움직이는 조합이었는데 SM6는 엔진 면에서는 밑으로, 사양 면에서는 위로 올라감으로 이 공식을 깬 것이다.
국산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2016년 상반기 기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한 승용차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가족을 위한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중시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는 각 완성차업체의 간판과도 같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수익성과 생산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중형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한들 지나치지 않다.
르노삼성자동차가 2016년 3월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1985년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30여 년간 독점해 온 국내 중형차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3월부터 10월 말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4만5604대다. 이는 올해 출시된 신차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월 5000여 대가 팔리는 현재 추이가 지속되고 연말 특수까지 더해지면 르노삼성은 SM6 단일 차종만으로도 2015년의 전체 판매대수(6만3776대)에 근접하는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같은 중형급인 쏘나타는 올 1∼10월 6만9039대가 판매됐지만 택시 등 법인차량을 제외한 순수 자가용 등록대수는 2만9931대에 불과하다. 자가용 등록대수가 4만300여 대인 SM6는 사실상 올해 국내 중형차시장의 압도적인 승자라고 할 수 있다.
SM6의 성공은 18년 전 국내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1세대 SM5’를 떠올리게 한다. 르노삼성의 첫 번째 전성기는 ‘삼성자동차’ 시절인 1998년 출시한 1세대 SM5가 소비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시작됐다. 닛산의 중형 세단 세피로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한 1세대 SM5의 당시 포지셔닝은 현재의 SM6와 유사하다. 쏘나타 등 대중적인 중형세단보다는 고급스러우면서 ‘그랜저’ 등 준대형 세단보다는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워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잘 만들면 무조건 팔린다’는 법칙이 깨어진 지 오래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도 시장의 반응과는 괴리되는 현상을 보일 때가 있다.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전략이 성패를 좌우하는 주된 요인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그렇다면 SM6는 어떻게 ‘1세대 SM5’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었을까. 독자적인 제품개발 투자 여력도, 영업 인력 측면에서도 현대차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는 르노삼성은 어떻게 새 모델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투입할 수 있었을까.
주우진wchu@snu.ac.kr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인터넷 마케팅> 저자
- JIBS Decade Award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