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경영 리더십
Article at a Glance
자율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7가지 원칙
1)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실행하라 2) 각자가 선호하는 자율의 틀을 바탕으로 차별화해서 실행하라 3) 자율경영이 가능한 업무와 직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실행하라 4) 업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5) 평가 기준과 책임소재(accountability)를 명확히 하라 6) 자율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직원들을 선별적으로 보상하라 7) 임원들의 평가 항목에 권한 위임과 자율경영을 포함시켜라 |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사상가 중 한 명인 게리 하멜(Gary Hamel)은 지난 2007년 발간한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에서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한다. 기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진화하는데 기업에서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20세기 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리더들이 직원들은 지시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고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섞어 이들을 동기부여하는 것이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치 동물원에서 재주 넘는 코끼리와 원숭이를 훈련시킬 때처럼 말이다.
경영관리(management)의 어원에는 직원 존중의 정신이 없다!
게리 하멜의 이런 주장이 사실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기업에서 직원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관리 혹은 경영관리를 뜻하는 단어인 ‘management’의 어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Management란 “기업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용한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 구성원의 활동을 조율하는 것(Management in businesses and organizations is the function that coordinates the efforts of people to accomplish goals and objectives by using available resources efficiently and effectively)”을 의미한다.1
그런데 management란 단어의 어원이 흥미롭다. 이는 이탈리아어 ‘maneggiare’에서 나왔는데 이 단어는 ‘도구를 다루다’란 뜻, 특히 ‘전쟁에 나설 때 필요한 도구를 다루다’란 뜻으로 자주 쓰였다. 동시에 이 단어는 ‘손’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manus’와 ‘무엇을 실행하다’란 뜻의 라틴어인 ‘agere’란 단어에서 비롯됐다. 정리해보면 우리가 경영관리 혹은 관리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management란 단어는 전쟁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도구(말, 마차, 배, 무기)들을 다루는 행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사람을 관리하다(manage people)’라는 표현에는 ‘사람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란 의미가 간접적으로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효율적인 관리의 대상이지 주체성을 가지고 의미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주체는 아니라는 가정이 담겨 있다.
사람의 도구화와 헨리 포드의 몰락
사람 관리에 대한 이런 철학은 20세기 과학적 경영관리의 아버지라 불린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에 의해 체계화됐고 자동차 왕이라 불린 헨리 포드(Henry Ford)에 의해 생산 현장에서 활용됐다. 이들에게 사람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하나의 도구이자 자원의 하나일 뿐이고,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적당한 당근과 채찍이었다. 따라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하루 최저임금 5달러(당시 근로자들의 하루 평균 임금이 2달러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와 1일 8시간 근무와 같은 조치는 직원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공헌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좀 더 높은 생산성을 짜낼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계산적인 사고의 결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결국 포드는 편협한 사고와 괴팍한 성격,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경영 파국을 맞게 되고 1920년대 말에 GM에게 1위 기업을 내어주며 미국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2위로 추락하고 만다.2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이야말로 직원들을 성장시키고 성과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자율경영은 이제 소수의 특이한 기업들만이 실천하는, ‘좋지만 딱히 우리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좀 그런’ 생각이 드는 특별한 경영방식이 아니다.
직원은 신뢰와 존중의 대상이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프레드릭 테일러와 헨리 포드로 대표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 관리는 헨리 포드의 몰락과 상관없이 미국형 경영방식의 근간이 되며 20세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는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가 됐던 구시대의 성공방정식이지 창의와 혁신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가 된 지금의 경영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영환경은 소수의 리더만이 생각과 의사결정을 독점하기보다는 조직 구성원과 이를 공유하며 이들의 집단적인 역량과 창의성(collective intelligence & creativity)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3 수평적 리더십이란 리더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조직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그들의 역량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도 직원들을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수직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시와 명령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21세기 창조경제에 적합한 리더로 볼 수 없다.
다시 게리 하멜의 <경영의 미래>란 책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그는 책에서 미래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기업의 예로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고어(Gore & Associates), 구글(Google)을 들며 이들 기업이 어떻게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지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했다. 미래 사람경영은 이래야 한다며 그가 극찬한 이 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직원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일하게 하는 ‘자율경영(autonomy)’이다. 구글의 직원 존중과 수평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이번에는 홀푸드마켓의 자율경영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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