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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

제품 출시는 신상품 개발의 마지막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김현진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보통 기업에서 개발자들은 개발이 끝나면 다른 부서에 제품을 넘겨준 뒤 손을 턴다. 하지만 파이브락스에서는 개발자가 기획부터 출시 이후 고객 피드백 수집 단계까지 직접 챙긴다. 린스타트업 정신에 따르면 제품 출시가 개발의 마지막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보통 조직에서는 제품 개발과 관련해 여러 부서가 각자 입장을 토대로 논란을 자주 벌이는데 이는 고객의 평가를 근거로 해서 제품 개발 방향을 정하자는 린스타트업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제품의 사양을 정하지 말고 고객에게 이를 맡겨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또 다양한 고객과의 소통, 기업 내 조직 간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린스타트업의 핵심 프로세스인 ‘Build-Measure-Learn’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창수 파이브락스(5Rocks) 대표 겸 탭조이 부사장(36)은 최근 국내 벤처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로 통한다. 그가 세운 국내 벤처기업 파이브락스가 지난해 베타서비스를 출범한 지 16개월 만에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미국 최대 모바일 광고 업체 탭조이(Tapjoy)에 인수되면서2의 파이브락스를 꿈꾸는 국내 기술 벤처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꼽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흔치 않은 글로벌 M&A(인수·합병) 성공사례이자 엑시트(exit) 사례로 꼽힌다.

 

그는 파이브락스에 린스타트업 정신을 접목해 기술벤처의 성공사례로 이끌었다. 이 대표는 특히 에릭 리스가 저술한 <린스타트업>을 번역해 2012년 국내에 소개하면서 자연스레린스타트업의 전도사가 되기도 했다. 그는 경영현장에서 어떻게 린스타트업을 활용했을까. 지난해 8월부터 미 캘리포니아 주로 거처를 옮겨 탭조이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대표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린스타트업>을 번역한 것을 계기로 실제 업무에서도 린스타트업 전략을 적극 적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수 후 탭조이에서도 린스타트업을 활용하고 있나.

에릭 리스가 주장한 린스타트업은 스타트업 기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은 아니다. 대기업이나 NGO, 정부기관도 적용할 수 있다. 탭조이는 약 3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후기 단계(Late stage) 스타트업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매출 규모나 직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다보니 린스타트업의 장점이 제대로 발현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오히려 한국 파이브락스에서 미국 본사로 근무처를 옮긴 네 명의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탭조이에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다시 한번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린스타트업의 핵심 요소 중에는 현장 중심의 고객 개발, 유연한 제품 개발 방식이 있는데 파이브락스는 개발자가 제품 개발의 일부 단계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단계에 관여함으로써 끝까지 고객 지향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통상 엔지니어들은 정해진 기획에 맞춰 개발을 하고 개발이 끝나면 후속 조치를 취할 부서에 제품을 넘겨준 뒤 손을 털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이브락스에선 개발자가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출시 이후 고객 피드백 수집 단계까지 모두 관여해 실제로 고객들이 얼마나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성공한 점과 실패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각각 직접 챙긴다. 린스타트업에 따르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개발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출발점이 된다.고객 피드백과 판매 추이를 살펴 우리가 세웠던 가설이 맞는지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린스타트업은 Build-Measure-Learn이란 프로세스를 통해 가설을 세워 검증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데 개발자가 이 모든 과정을 꿰뚫고 있지 않으면 최종 목표인 학습(learn)이 이뤄질 수 없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조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과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 조직이다. 린스타트업이 뿌리를 잘 내리려면 이 두 조직이 각각 상대 조직 역할에 대해 잘 알고 크로스체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고의 중심은 고객이어야 한다. 탭조이도 구성원들의 다양한 국적에서 읽을 수 있듯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린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덕분에 두 기업의 결합 이후 7개월 만에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수도 있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 관련 기업에서는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빈번히 이뤄진다. 진화된 버전을 내놓기에 앞서 어떻게 예상 결과를 측정하나.

특정 서비스나 제품을 빨리 만드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든 것이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대부분은 개발 시기를 맞추는 데 급급해 출시 자체에 주력한다. 하지만 그 후 고객들에게 미친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고객 반응을 측정한다.

 

아블라컴퍼니에서 레스토랑 예약 앱인포잉과 ‘입소문 앱으로도 불리는 소셜 광고판불레틴등의 서비스를 만들면서 사업의 단계별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 해답은 어떻게 찾을 수 있었나.

이 시기에 <린스타트업>을 번역하면서 사업의 성공 요인은 개인의 특출 난 역량이나 마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한 과학적 실천에서 비롯되며 가설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이브락스는 스타트업 업계에서피봇(pivot)의 교과서로 불린다. 피봇은 린스타트업 방법론 중 하나다. 린스타트업에 따르면 기업이 세운 가설이 틀렸거나 잠재 고객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을 때 과감히 방향을 전환(pivot)해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한다.이런 전환 대상은 제품, 고객군, 판매 채널, 제휴사업자 등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며 단순히 제품을 바꾸는 형태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린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실험했다. 레스토랑 예약 앱인 포잉의 예를 들면 리뷰를 매일 5건씩 올리는 게 나을지, 이틀 정도씩 시간을 두고 올리는 게 나을지를 결정하는 것, 앱으로 예약을 하면 ARS로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레스토랑에 전달해주는 시스템이 작동될 때 자동전화 속 목소리의 성별은 어떤 쪽이 나을지 등 디테일한 영역에서 다양하게 가설을 세우고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유저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조건을 주는 식의 실험으로 가설을 증명한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린스타트업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일까. 그리고 파이브락스가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은 임시조직이다. 한 번만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동작하고(repeatable), 규모를 키울 수 있는(scalable)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전까지의 임시 조직이 스타트업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린스타트업을 적용해 Build-Measure-Learn의 사이클을 돌려야 한다. 초기 투자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이 사이클을 여러 번 돌려 회사가 성공적인 모델을 찾으면 일정 궤도에 오르는 것이고, 이 사이클이 너무 늦게 돌아 뭔가를 발견해 성장하기 전 자본금이 떨어진다면 실패한 것이다.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툴들을 활용해야 한다. 고객을 읽을 수 있는 툴이 바로 그것이다. 파이브락스가 모바일 게임 사용자 그룹을 집중 분석해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구매 과정 등을 유형화시키는 등 주로 스타트업인 게임회사들의 마케팅을 돕는 분석 기법을 제공하다보니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 같다. 사용자, 즉 고객의 반응을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파이브락스 자체가 린스타트업을 돕는 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 특히 중견 또는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의 Build-Measure-Learn 사이클을 적용해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방식이 생소하다면 상당히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기업이나 이 사이클을 어느 정도는 적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큰 기업일수록 목표를 수립하는 사람과 그 목표를 맞춰야 하는 사람들 간에도 온도 차가 엄청나게 크고, 이를 만드는 사람, 완성품을 고객에 전달하는 사람 및 관련 부서 간의 벽도 크다. 또한 이 사이클을 도는 와중에 실제로 고객들에 이 서비스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처음 이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했을 때 세웠던 가설이 맞는지를 모든 직원들이 직접 검증하긴 어렵다. 기획자는 기획만 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고, 개발자는 제품만 만들고, 마케터는 판매만 촉진하는 컨베이어 벨트형 분업 방식으로는 Build-Measure-Learn을 실행할 수 없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내부 논쟁을 많이 한다. 개발자는 개발자의 관점에서, 마케터는 마케팅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게 되는데 이는 무엇을 측정(measure), 무엇을 배울 것(learn)인가를 고객에게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얘기기 때문에 린스타트업 정신에 위배된다.이러한 틀에서 탈피해 고객에게서 나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한 뒤, 배울 점을 얻는 과정을 찾으려 애쓴다면 규모가 큰 기업들도 린스타트업의 툴을 충분히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린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 중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유독 많다. 어떤 환경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이나.

실리콘밸리에서는 동네 카페를 가도 투자자에게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처음 만난 옆자리 사람에게 타사 동향을 물어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즉 어딜 가든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직원, 투자자들이 어울려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나누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경쟁력은 결국소통에 있는 것 같다. 고객과의 소통, 기업 내 조직 간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Build-Measure-Learn의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직이 커지더라도 이런 소통 구조가 작동한다면 린스타트업을 좀 더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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