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스타트업,대기업 적용 방법론

빠르고 유연한 린스타트업 경영, 대기업의 창의적 혁신에도 유용하다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경영 환경은 기업 전략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기업들이 성장해 시장을 지배하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식스시그마 등 고전적인 경영 전략의 대표 사례였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역설적으로 린스타트업을 가장 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업이다. 대기업들이 린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1) 일관된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후원하라

(2) 최소한으로 시작하라

(3) 창의적 실천 방안을 고안하라

(4) 전사적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하라

 

 

1. 새로운 혁신 전략으로 부상한 린스타트업

 

린스타트업(Lean Startup)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린스타트업은 본디 벤처기업가 출신 에릭 리스(Eric Ries)가 자신의 창업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의 창업 및 성장을 위해 고안한 경영 전략이다. 그는 린스타트업을 통해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이 실패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혁신을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이 도요타(Toyota)가 표방하는 린 경영(Lean Management)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개념의 이름을린스타트업’이라고 지었다. 그는 벤처기업들이 완전한 제품을 출시하느라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기보다는 시장의 평가를 빠르게 수집해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보완하고 역량을 축적하는린스타트업을 실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주장했다.

 

린스타트업의 핵심 원칙은 간단하다. 제품 아이디어 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가설에 기반해 최소 기능을 갖춘 제품(MVP·Most Viable Product)을 빠르게 출시하고 잠재 고객의 반응을 측정해 문제점을 고치거나 과감히 비즈니스의 방향을 전환(Pivot)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창업자들이 실패의 부담을 낮추면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리스는 린 경영의 카이젠(Kaizen)과 안돈(Andon) 등 주요 개념을 바탕으로 린스타트업의 원리를 설명했다.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과 스플릿 테스트(Split test), 지속적 배포(Continuous deployment)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린스타트업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린스타트업이 큰 인기를 얻게 된 주된 요인은 창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마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벤처기업의 창업은 특정 기술과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융복합 기술을 적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IT(정보기술)와 헬스케어, 바이오 및 나노 등 여러 기술이 어우러진 비즈니스 모델이 활발히 등장하면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의 출현 가능성은 고조되는 반면 창업이 실패할 확률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업을 만들고 안정된 궤도에 올리기까지의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벤처투자자들이 소수 기업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보다는 다수의 기업에 적은 금액을 분산해 투자하는 경향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론 콘웨이(Ron Conway)는 소규모의 자본을 다수 기업에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는흩뿌려 투자하기(Spray and Pray)’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벤처 창업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 폴 그래함(Paul Graham)이 설립한 벤처기업 육성 기관 Y-Combinator는 다양한 기업들에 수만 달러 내외의 적은 금액을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기업의 집중 투자에 따른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적은 금액으로 유망 기업을 선점해 미래에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과 고객의 수요를 빠르게 파악해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린스타트업 이론은 벤처기업 창업자는 물론 투자자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1

 

2. 린스타트업, 대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린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단지 벤처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여러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린스타트업의 이론 및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이를 적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한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혁신은 모든 기업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물론이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대기업들도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인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새롭게 고치고 조직 변화 및 기술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기도 하지만 정작 이러한 시도들이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늘날 경영 환경은 기업 전략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고 예측이 비교적 용이했던 과거에는 중기 혹은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예상하고 단계적으로 절차를 거치는 전략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 간 경계가 와해되고 기업 간 경쟁 강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기업들이 성장해 시장을 지배하는 현상도 숱하게 관찰되고 있다. 대기업 역시 이전과 달리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많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최신 경영 전략을 통해 신사업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식스시그마(Six Sigma)나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은 물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과 같은 전사적인 IT 도입이 크게 유행했고 이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나 트리즈(TRIZ) 등이 혁신 경영 전략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방법이 경영 환경의 변화로 진부하게 느껴지면서 대기업들은 최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린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스도 대기업의 신사업 추진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고민하고 치밀한 전략과 모험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벤처기업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린스타트업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 한다.2

 

 

린스타트업의 가치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린스타트업이 대기업 내 기업가정신을 새롭게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전에 혁신 기업으로 각광받던 기업들도 성장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 비즈니스와 업무 방식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시장과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오늘날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끈기 있게 실행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업종과 유형을 막론하고 대기업이 저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바로 린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린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식스시그마 등 고전적인 경영 전략의 대표 사례였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역설적으로 린스타트업을 가장 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GE는 린스타트업을 자사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패스트웍스(Fast Works)라는 전략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Intuit)도 신제품 개발에 린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다수의 성공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3 현재 구글(Google)이나 퀄컴(Qualcomm) 등 기술과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 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린스타트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카콜라 등 다른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게 린스타트업이 맞는 전략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린스타트업은 근본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고 조직과 비즈니스 추진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벤처기업을 위한 전략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과 비즈니스 수행 방식, 그리고 독특한 기업 문화 등 대기업의 특성은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개선을 거쳐 내재화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린스타트업이 다수의 벤처기업을 통해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린스타트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추진하는 대기업이라면 이를 자사의 실정과 의도에 맞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3. 대기업의 린스타트업 적용 핵심 포인트

 

린스타트업의 실천 방법을 획일적으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각 기업마다 조직 및 비즈니스의 성격이 다른 까닭에 린스타트업 역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나름의 차이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는 린스타트업이 말하는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대기업들이 린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통 포인트를 정리해 제시한다.

 

(1) 일관된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후원하라

린스타트업 적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경영진이 린스타트업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비전을 가지는 것이다. 특히 린스타트업처럼 빠른 속도를 지향하는 전략이 낯설고 생소한 기업일수록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수립한 목적과 비전 자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즉 린스타트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인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한 실험의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 사실 벤처기업들이 초기에 수립한 비즈니스 모델과 추진 계획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란 매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창업 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익조차 창출하지 못하는 소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시기를 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며, 아주 적은 기업만이 끝까지 살아남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을 설립한 제프 베저스(Jeff Bezos) 역시 초기에 수립한 비즈니스 모델이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 역시 아마존 설립 초기에는 누적되는 수익 악화로 고전했고 심지어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등 기업을 닫을 뻔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갓 등장한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했고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끈질기게 추진한 결과 마침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어떤 비즈니스든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는 경영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린스타트업 역시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 이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일부 벤처기업들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많은 벤처기업들이 이들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실행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대기업의 린스타트업 추진 과정도 근본적으로는 벤처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설을 세우고 신속하게 잠재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방향 전환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보통 지속적인 실패에 직면하면 기업 내부적으로 추진 과정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고 이를 포기하거나 백지화하려는 경향이 짙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를 린스타트업의 당연한 과정으로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사적인 역량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영진은 린스타트업을 추진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린스타트업 도입이 지니는 의미와 이상적인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유행에 따른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임을 반복적으로 인식시킴으로써 직원들이 새로운 프로세스를 자발적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린스타트업이 사업 추진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못 해석되기 쉽다. 이러한 경우 린스타트업은 도입 취지와 다르게 기대했던 성과를 창출하기는커녕 동일한 시행착오만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경영진은 실패를 통해 새로운 학습과 경험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주장해야 할 것이다.

 

경영 환경 변화에 둔감한 대표적 기업으로 지목됐던 GE가 패스트웍스라는 낯선 전략을 빠른 시간 내에 전사적으로 정착시킨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최고경영진의 굳은 지지와 후원이었다. CEO 제프 이멜트를 비롯해 GE의 비전과 성장 방향성을 고민하는 리더들이 패스트웍스에 일관된 믿음을 보이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직원들은 새 제도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풀고 이를 자신들의 업무에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4 물론 패스트웍스를 막 도입한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잦은 마찰과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GE의 경영진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사내에 기업가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추진한 결과, GE는 패스트웍스 도입 초기인 2013년에는 20개 남짓한 패스트웍스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불과 1년 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400개 이상의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패스트웍스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5

 

(2) 최소한으로 시작하라

린스타트업이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신속성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현장에서 빠르게 검증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기 위해서는 상황의 변화에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조직이 유리하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크고 세부적으로 나뉘어진 조직 구조는 전문화된 업무 처리에 유리한 반면 린스타트업이 말하는 속도 경영을 실천하기 불리하다. 따라서 린스타트업에 익숙하지 않은 대기업이라면 기존 비즈니스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실험을 추진할 수 있는 별도의 작은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대를 품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아이디어가 실패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 그리고 고정관념 등 유무형 인프라의 한계다. 여러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MIT의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교수 역시 혁신적인 제품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인프라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제품보다 매우 느리기 때문에 새로운 모험들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인프라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작은 조직이 모든 유형의 비즈니스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일단 비즈니스가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규모와 수익을 늘리기 위해 보다 많은 인력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린스타트업은 검증된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잠재력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아이디어의 타당성 발굴 및 시장 안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린스타트업을 통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과 빠른 실천이 가능한 작은 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팀워크 전문가인 하버드대 리처드 해크먼(Richard Hackman) 교수는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생산성과 혁신 창출이 오히려 어렵다고 지적한다. 산술적으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총량은 구성원 숫자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늘어갈수록 커뮤니케이션의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합의하고 검증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구성원이 많은 조직일수록 도리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실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혁신 창출을 위해서는 작은 규모의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팀을 구성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은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소위피자 두 판의 법칙을 주장했다. 구성원들이 적을수록 팀의 목표를 더욱 명확히 이해하고 맡은 역할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한 조직보다 뛰어난 혁신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많은 연구에서는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자원의 70%를 기존 사업의 개선에, 20%를 연관 사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투입하는 반면 리스크가 높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는 약 10%를 투입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10%의 자원은 역설적으로 미래 전체 수익의 70%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적정 규모는 각 기업의 비즈니스나 추진 방향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의 인력과 자원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빠르게 실험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린스타트업을 추진하는 조직의 구성원 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이들의 질적 수준이다. 각 구성원들의 전문성이나 부여되는 역할이 추진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린스타트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각 구성원들의 능력이 목적 달성에 적합한지, 다른 구성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팀의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측면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린스타트업과 같이 아이디어 도출과 실패, 그리고 학습이 반복되는 과정의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일수록 조직의 성과 창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GE 역시 작은 조직을 중심으로 패스트웍스를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GE는 고객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험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거대 조직 체계만으로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기발한 아이디어가 제안되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10명 안팎의 팀을 구성해 검증할 가설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MVP 제작 및 잠재 고객 반응 청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작은 조직을 구성해 제품의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하고 고객 대응 프로세스도 훨씬 간소화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을 한층 끌어올렸다.6

 

린스타트업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작은 조직을 통한 혁신의 성공 사례는 많다. 1940년대 군수 기업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Corporation)이 만든 스컹크웍스(Skunk Works)는 한정된 인원과 자원만으로도 세계를 놀라게 할 혁신 제품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 큰 주목을 받았다. 스컹크웍스에 투입된 사람들은 특수 분야의 고급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팀원들은 스컹크웍스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주어진 역할 내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해 자신들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수학을 전공한 스컹크웍스의 한 엔지니어는 10여 년 전 발표된 소련 과학자의 논문까지 찾아 연구한 결과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구현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한편 모토로라(Motorola) 역시 이와 비슷한 시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 초 휴대폰 시장에서 고전하던 모토로라는 주요 시설이 밀집한 일리노이에서 멀리 떨어진 시카고에 비밀리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사업개발팀을 꾸렸다. 신사업개발팀은 여기에서 기존 사업에 영향을 받지 않고 획기적인 콘셉트를 지닌 휴대폰의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이와 같은 노력 끝에 모토로라는 당시 가장 얇은 두께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춘 레이저(Razor)를 출시할 수 있었다.

 

(3) 창의적 실천 방안을 고안하라

방대하고 세밀하게 구분된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직원들의 업무 분장도 명확한 대기업에서 린스타트업과 같은 신속한 실험과 방향전환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태스크포스 등 별도로 구성된 조직을 넘어 사내 전반적으로 린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조직 구성 및 특징에 따라 린스타트업의 실천 방안을 새롭게 고안해 볼 수 있다.

 

린스타트업이 말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하라는 원칙은 신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은 시저스(Caesars)로 이름을 바꾼 하라스 엔터테인먼트(Harrah’s Entertainment)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게리 러브맨(Gary Loveman) 하버드대 교수는 기존 업계의 전략에 의문을 가지고 고객들의 카지노 출입 빈도와 게임 금액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라스는 기존 상식과 달리 자사의 주요 고객이 카지노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에 하라스는 건전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근 레스토랑과의 제휴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고, 그 결과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상품 기획과 R&D, HR, 마케팅, 품질 관리 등 기업 내 여러 기능을 막론하고 주요 이슈 및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문서나 구두상 커뮤니케이션에 그칠 뿐 정작 실행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를 신속하게 실험하고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린스타트업을 응용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잠재 고객, MVP, 성과 측정 등 린스타트업의 기본 구성 요소를 상황에 맞게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사실 린스타트업의 원형인 린 경영 역시 도요타의 도요타생산시스템(Toyota Productivity system) MIT의 제임스 워맥(James Womack) 교수 등 여러 경영학자들이 품질 관리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직 완전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시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최종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배포와 테스트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는 성급한 출시가 이뤄지면 제품 완성도가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만일 실험이 실패로 끝난다면 급격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소비자들의 집단적 이탈 등의 여러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미완성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기업 내부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잠재 고객으로 설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다. 큰 조직은 신속한 아이디어의 실행 측면에서 벤처기업보다 불리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아이디어를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구성원들은 각각의 업무 및 전문성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평가 및 개선 활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가상적인 시장을 내부적으로 조성한다면 직접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내부 의견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픽사(Pixa).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경영하던 루카스필름 내 하나의 부서에 불과했던 픽사는 1997년 디즈니와 손잡고 만든 토이스토리(Toy Story)를 시작으로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든 이후 만드는 작품마다 큰 성공을 거두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픽사에는 일일 리뷰 회의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일일 리뷰 회의는 픽사의 모든 직원들이 모여 미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여기에서는 직급과 부서에 관계없이 여러 직원들이 작품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이들의 창의적인 의견 개진은 시장 출시 전 해당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

 

린스타트업의 또 다른 주요 개념인 MVP 역시 구현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반드시 MVP가 특정 기능을 갖춘 하나의 제품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동작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간단한 프로토타입이나 스케치 및 동영상만으로도 손색 없는 MVP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MVP를 통해 잠재 고객들의 반응과 평가를 정확히 획득하고 이를 통해 학습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MVP의 구성 및 특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클라우드 파일 저장 서비스 기업 드롭박스(Dropbox)의 첫 MVP는 제품이 아닌 동영상이었다. 파일 저장 서비스는 복잡한 기술과 시스템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간단한 핵심 기능을 갖춘 MVP조차 구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드롭박스의 창업자 드루 휴스턴(Drew Houston)은 자신이 구상하는 서비스가 어떻게 구동될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묘사한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미래의 고객들이 드롭박스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나타낸 이 짧은 애니메이션 동영상은 투자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든든한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

 

(4) 전사적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하라

린스타트업에서 MVP를 만들어 출시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정이 바로 적합한 데이터를 사용해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린스타트업에서 혁신 회계라 부르는 이러한 데이터 확보 및 측정의 원칙은 린스타트업의 전체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다. 뛰어난 가설과 이에 기반한 MVP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 측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린스타트업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사실 데이터 활용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흔치 않다.

 

 

빅데이터가 글로벌 경영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데이터 활용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IT가 다방면에 걸쳐 빠르게 적용되면서 디지털 데이터의 산출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전의 제한적인 데이터 활용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미래 예측 및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7

 

데이터 활용 전략의 핵심은 데이터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 및 활용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각종 데이터를 풍부하게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규모만이 뛰어난 가치 창출을 보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의사결정 수준이나 실제 경영 성과와도 정확히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상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데이터 활용의 목적과 기대 효과를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및 활용 등 구체적인 접근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 및 활용에 대한 인식 및 실제 적용 수준은 대기업이라고 반드시 벤처기업보다 우수한 것도 아니다. 업무에 데이터 활용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 일부 전문 조직에 국한된다는 고정관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무 프로세스 진행 및 의사결정 등 중요한 활동의 대부분은 제한적인 정보에 기초한 경영진 및 실무진의 직관과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조직 및 기능을 막론하고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는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과거에는 기업 내 HR 조직이 데이터를 인력 배치 및 교육 등 주요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구글과 제록스(Xerox) 등 많은 기업들의 HR 조직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 인재들의 성과 및 잠재 가능성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을 적절한 조직에 배치하거나 각 직원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HR의 여러 업무에 걸쳐 데이터 활용을 확대한 결과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추고 업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굳이 직원들이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할 역량을 갖출 필요는 없다. 린스타트업이 말하는 혁신 회계의 본질 역시 거대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답을 얻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여기에서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목적에 적합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시사점을 얻는 능력은 기업의 신사업 발굴은 물론이고 기존 업무의 성과 제고를 위한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전문 학위와 노련한 경험을 갖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라도 된다. 현재 업무와 역할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발견하고 이를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린스타트업의 전사적 도입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린스타트업은 날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흔히 혁신이란 과감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상과 추진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많은 히트 제품들은 초기에 그 개념이 등장한 후 지속적인 개선과 방향 전환을 거친 끝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고객에 대한 관찰과 학습을 꾸준히 지속해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는 린스타트업의 기본 사상은 기업의 규모나 종류를 막론하고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전에도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전략들이 학계 및 산업계의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식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규모가 크고 복잡한 대기업일수록 새로운 전략 도입은 더욱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린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전반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직원들의 린스타트업을 위한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여러 현안과 갈등을 포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또한 린스타트업을 지속하기 위한 경영진 및 직원들의 관심과 의지 역시 린스타트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핵심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각 기업들은 린스타트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고유의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기업의 조직 및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린스타트업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적용될 수 있다. 사실 린스타트업 그 자체 역시 구체적 방법론이라기보다는 현장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하나의 철학에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대기업일수록 린스타트업을 자사의 상황과 현실의 맥락에서 유연하게 해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각자의 실천 방법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DBR Mini Box 1]

 

GE의 패스트웍스

 

GE 2012년 린스타트업을 고안한 에릭 리스와 함께 린스타트업을 자사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패스트웍스는 린스타트업과 전체적인 구조 및 추진 방식이 유사하지만 GE의 조직 구성 및 사업 특성에 맞게 일부 수정한 프로그램이다.

 

 

GE의 패스트웍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해 사업화를 추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내 혹은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제기되면 이를 패스트웍스로 실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10명 내외의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팀을 구성하며 필요에 따라 실제 고객도 참여시킨다. 이들은 제안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여기에 맞게 최소 기능을 갖춘 시제품을 빠르게 만든다.

 

 

패스트웍스 팀이 만든 시제품은 주요 고객 및 타 부서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치밀한 검증과 피드백을 받게 된다. 또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다각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습을 통해 기능을 개선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새롭게 개선된 제품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평가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일 발견된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새롭게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GE CEO 제프 이멜트 등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후원과 효과적인 임직원 커뮤니케이션, 고객 니즈 대응을 위한 전사적 IT 적용 등으로 패스트웍스 프로그램을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패스트웍스 도입을 위한 컨설팅 및 임직원 코칭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 패스트웍스 전문 마스터들이 500여 명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리더급을 포함한 여러 직원들을 대상으로 패스트웍스 적용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 패스트웍스는 15개 이상의 사업부 내 500여 개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는데 신제품 개발 사이클(New Product Introductions) 30% 이상 단축하고 고객 대응 속도를 4배 이상 개선하는 등 GE를 이전보다 훨씬 기민한 조직으로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GE는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패스트웍스를 도입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2010 GE의 에너지스토리지 사업부는 뛰어난 성능을 지닌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이 배터리를 전력 소요가 큰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기에 앞서 다양한 고객 수요 조사를 통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결과 GE는 기존에 목표로 설정한 시장 대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신흥국의 휴대전화 기지국에 이 제품을 적용하는 것이 보다 유망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이에 따라 GE는 판매 전략을 바꿔 휴대전화 기지국 시장을 대상으로 배터리 생산과 세일즈를 집중한 결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I

 

 

또한 GE의 대표적인 주력 제품인 7HA 가스터빈의 개발에도 패스트웍스가 적용됐다. GE 발전사업부는 기존 방식대로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시제품 제작부터 최종 제품 개발의 모든 과정에 주요 고객을 참여시켜 지속적으로 성능에 대한 피드백을 받도록 했다. 또한 가스터빈을 개발하기 위해 상품 기획과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품 개발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GE는 기존보다 40%나 비용을 절감하면서 경쟁사의 제품보다 우수한 출력을 가진 가스터빈을 개발할 수 있었고 신제품 개발 주기 역시 2년 가까이 단축했다.II

 

 

 

 

 

 

[DBR Mini Box 2 ]

 

 

린스타트업이란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은 실리콘밸리의 벤처 사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자신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경영 전략이다.i  그는 이 전략이 인원과 자본이 제한적인 벤처기업들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도요타의 린 경영(Lean management)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린스타트업이라 명명됐다.

 

린스타트업의 핵심은 비즈니스 가설에 따라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측정해 실패의 원인을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시장의 니즈를 이해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완전한 제품을 출시하느라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기보다는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MVP·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어 고객의 평가를 받고 비즈니스 가설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기능을 보완하거나 혹은 사업의 방향을 조기에 전환(Pivot)해 실패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린스타트업의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는 린스타트업의 방법과 유사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여러 구성원들의 신속한 검증을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디자인 전략(Design thinking)을 제시했다.ii  또한 기존의 폭포수(Waterfall) 방법론iii 을 대신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이론으로 자리잡은 애자일(Agile) 방법론 역시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배포하고 검증해 문제점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의 캐즘 마케팅 및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 등 여러 경영 대가들의 전략도 린스타트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린스타트업은 구체적인 혁신 추진 전략, 특히 생존의 갈림길에 있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드롭박스(Drop Box) 등 여러 벤처 기업들이 린스타트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린스타트업은 크게 (1) 아이디어 구상 (2) MVP 개발 및 출시 (3) 측정 (4) 학습의 단계로 나눠진다. 먼저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는 새로운 제품 및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잠재 고객과 제품 수요에 대한 가설을 수립한다. 이후 MVP 개발 및 출시 단계에서는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한다. 여기에서는 고객의 반응과 선호도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부가 요소를 제외하고 검증하고자 하는 핵심 기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MVP를 만들어야 한다.

 

측정 단계에서는 MVP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를 파악한다. 이 단계에서는 MVP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데이터를 사용해 측정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데 대표적으로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과 스플릿 테스트(Split test)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코호트 분석이란 기간 및 그룹 등 다양한 기준으로 고객을 구분해 구분된 집단별로 고객의 행동을 비교 측정함으로써 고객이 제품에 대해 느끼는 반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또한 스플릿 테스트란 원본 제품과 대안으로 제시된 제품들을 동시에 제공해 각각에 대한 고객의 행동 차이를 비교하면서 새로운 기능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제품의 유형과 특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 분석 기법 및 고객들의 주관적 의견 등을 통해 MVP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습의 단계에서는 측정 단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초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얻게 된다. 실제 제품이 출시됐을 때 핵심 기능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 혹은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됐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만일 학습을 통해 MVP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되면 핵심 기능을 보강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이를 근거로 보다 개선된 MVP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핵심 기능의 유효성이 낮고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에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향 전환(Pivot)을 할 수 있다.

 

현재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인튜이트(Intuit) GE, 구글 등 여러 대기업들도 린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빠른 검증 및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린스타트업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편으로 연구소 및 학교 등 각종 기관 역시 린스타트업 연구 및 실무 적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린스타트업을 활용해 기초과학 연구의 성과를 상업화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또한 스탠퍼드를 비롯해 버클리, 컬럼비아 등 미국 전역의 유수 대학들도 린스타트업을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간주하고 관련 강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케이스 위주의 고전적 경영 수업을 고집해 온 하버드대 역시 린스타트업을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학생들이 소규모로 팀을 꾸려 실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FILED(Field Immersion Experiences for Leadership Development)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무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는 린스타트업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일례로 인튜이트 인디아(Intuit India)는 인도의 농부들에게 시장 가격 정보를 SMS로 알려주는 파살(Fasal)이라는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린스타트업을 적용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iv  인튜이트 인디아가 파살을 만들기 위해 린스타트업을 적용한 사례를 앞서 소개한 각 단계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 아이디어 구상

인튜이트 인디아는 농부들이 농산물의 시세를 알지 못해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만일 농부들에게 효과적으로 농산물의 시세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많은 농부들을 가입자로 확보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됐다. 인튜이트 인디아는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여러 농부들과 농산물의 재배 및 거래 방식에 관해 인터뷰했고 이를 통해 재배 지역 농산물 시세를 SMS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2) MVP 개발 및 출시

인튜이트 인디아는 구체적인 서비스 인프라 개발에 착수하는 대신 종이에 서비스의 개념도를 그린 뒤 농부들에게 보여주면서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한편으론 지정한 농부들에게 농산물 가격을 SMS로 일일이 제공하는 실험을 통해 이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거쳐 인튜이트 인디아는 대화식 음성응답(IVR·Interactive Voice Response)에 기반한 안내 시스템(Concierge MVP)을 개발해 농부들의 반응을 실험했다. 여기에서도 인튜이트 인디아는 IVR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사람이 자동 응답 장치인 것처럼 꾸미는 방식을 사용했다. 농부들이 자동 IVR을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환경만 조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MVP를 만들 때 개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3) 측정

인튜이트 인디아는 사무실이 위치한 방갈로르(Bangalore) 근처의 치카발라푸라(Chikballapur)에 거주하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MVP를 실험했다. 선정된 농부들의 MVP 사용 특징 및 다양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문제점을 단계적으로 보완할 수 있었다.

 

 

 

(4) 학습

MVP를 통해 인튜이트 인디아는 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시사점을 얻었다. 서비스를 사용한 농부들의 평가에 따라 서비스는 지속적인 개선 과정을 거쳤다. 일례로 농부들은 지정된 시간에 일방적으로 SMS를 수신하는 Push 방식을 선호하기보다는 농산물을 수확할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인튜이트 인디아는 농부가 SMS를 스스로 선택해 받을 수 있는 Push 방식으로 서비스 개발 방향을 전환했다.

 

 

 

 

전승우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wjeon@lgeri.com

필자는 연세대 기계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KAIST 전자전산학과 석사 및 서울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터넷 및 이동통신을 연구했으며 현재 LG경제연구원 전략 컨설턴트로 재직하면서 경영 및 하이테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저명 IT 학회 및 저널에 다수 논문을 게재했으며 LG Business Insight IT 산업 및 경영 전략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저서로는 <혁신의 모든 것(2015)>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