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PMI
Article at a Glance
많은 국내 기업들은 다음의 이유로 PMI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관련 산업 간 통합으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 경우,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 세밀한 통합전략 수립에 실패한 경우, 속도조절이나 통합수준 등 실행방식을 잘못 설정한 경우, 통합리더십이 부재한 경우 등이 대표적 원인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PMI를 하는 데 있어 이 다섯 가지를 개선하고 우리가 강점이 있는 리더십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 간 장벽을 없애야 한다.
서론
과거 국내 기업들의 M&A에 대한 인식은 ‘기업을 사고파는 일’, 혹은 ‘인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게임’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만 보고 인수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실수도 빈번했다. 그러나 최근 M&A 뒤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PMI(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에 대한 논의와 실행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혼자 살아남기 버거운 경영환경 속에서 M&A는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전략적 선택이며, 성공적인 PMI는 이 전략적 선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이다. 이 글은 북미나 유럽에서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PMI 작업에 관한 연구와 실증사례를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봄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전략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국내 기업에 필요한 통합전략의 요소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업 M&A는 신규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와 범위를 실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경영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사업에 진출할 때 인수 기업의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시장착오와 진입 비용을 줄이고 신속히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필요한 역량을 단숨에 확보해 기업 성장을 도모하는 데 탁월한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2000년 이후 국내 기업의 M&A 건수는 연평균 500건에 이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 규모는 최근 10년 이래 최대치로, 578건의 거래 건수와 635억 달러의 인수 금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32%나 증가했다. 삼성, SK, 한화 등 그동안 M&A에 인색했던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또 과거 제조업에만 치중했던 거래가 제약, 식품, 서비스, 방위산업, 에너지, 카드, 면세사업,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거래 영역도 크게 확대됐다.
오너 체제가 강한 국내 기업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 경험 부족 등으로 그동안 국내외 M&A에 소극적이었다. 최근의 M&A 바람은 신성장 동력을 통해 성장률 둔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업의 바람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M&A 전담부서를 통해 인수 후 경영관리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M&A 시장의 규모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적다. 아시아 M&A 시장에서 인수 금액을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은 각각 13.0%, 8.0%다. 한국의 점유율은 2.4%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의 M&A가 활성화하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인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M&A를 위한 커다란 자금시장이 형성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M&A 후 통합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06년 대우건설을 사들인 금호아시아나그룹,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2007년 명지건설과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이 실패 사례들이다. 무리한 자금조달이 원인이 된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가 M&A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을 사고파는 데만 급급해 PMI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M&A에서 가장 쉬운 것은 인수 자체다. PMI가 제대로 이뤄져야 비로소 M&A에 성공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M&A는 기업의 사업 확장, 신사업 진출 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 대부분이 PMI의 잘못된 관리로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M&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PMI 통합전략에 좀 더 깊이 있는 실태 분석과 원인 분석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 후 통합전략(PMI)은 무엇인가
국내 기업의 PMI 실태와 이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전략이 무엇인지 탐색하기에 앞서 PMI 자체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M&A의 절차를 보면 크게 인수회사를 물색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실사과정(Due diligence process or Pre-deal stage), 인수 대상회사 선정 후 협상을 통한 인수가 및 인수조건을 결정하는 협상과정(Negotiation process or transaction stage), 인수-피인수 기업 간 전략적, 조직적, 문화적 차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통합과정(Integration process or post-deal stage)으로 분류된다. (그림 1)
PMI는 마지막 단계인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인수-피인수 기업 간 조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인수-피인수 기업 간 서로 다른 기능을 재배치하거나 정보기술 시스템, 생산설비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지휘 체계, 일하는 방식, 보상제도 전략, 조직문화 등 경영 전반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하나로 융합하는 작업이다.
통합이라 함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이르는가. 연구자나 실무 전문가들마다 설명이 다양하지만 통합은 크게 인수 후에 발생하는 지식이전, 자원공유,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통합(Task integration)과 인수-피인수 기업 간 임직원들의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한 인적통합(Human integration)으로 나뉜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합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체화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통합을 대상에 따라 기업의 상이한 업무처리 방식을 통합하는 절차적 통합(Procedural integration), 기업의 상이한 시스템, 중복 자원을 합리화하는 물질적 통합(Physical integration), 인적자원의 상이한 가치관, 규범, 기업문화 등을 통합하는 사회문화적 관리통합(Managerial and sociocultural integration)으로 분류한다. (표 1)
인수-피인수 기업 간의 특성과 산업적 연관성, 인수합병의 목표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결정된다. 크게 보면 인수-피인수 기업 간 기술적, 관리적, 전략적 측면의 하드웨어적인 요소에 대한 통합, 인수-피인수 기업 간 임직원들의 심리적, 행위적, 인간적, 문화적 측면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 대한 통합이 PMI의 대상이자 추진과제인 셈이다. 물론 언급한 다양한 차원의 통합은 서로 분리돼 별개의 과정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호소하는 PMI의 어려움은 주로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는가. 선행연구들이 제시하는 난제는 과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 차이에 따른 사람 관리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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