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A 개요
Article at a Glance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기업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M&A 시장이 열렸다. 최근 M&A 추세는 국내 기업 간의 대형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분야별로는 제조 및 금융 부문에서 M&A가 많았다. 사모펀드의 약진도 눈부시다. 전략적 투자자에 비해 낮은 가격에 자산을 인수한 점, 인수 기업의 경영진에게 가치성장에 주력해야 할 강력한 인센티브와 자율성을 주는 점 등이 사모펀드의 성공비결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점을 참고해 M&A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
기업 간 M&A(인수합병)란 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낯선 단어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M&A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자본시장연구원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인수를 포함한 국내 M&A 시장 규모는 787억 달러(약 90조 원)다. 전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2011년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거래 건수는 2013년 482건에서 46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대형 매물이 많아 인수 규모는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OB맥주, 다음카카오, 우리금융 등의 대형 이슈가 M&A 시장을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M&A 거래가 있을 때마다 공공연히 ‘한국형 M&A’란 말을 써왔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형 M&A에 대한 정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구체적인 의미가 바뀌어 왔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형 M&A는 대부분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대기업 사이의 ‘빅딜(Big Deal)’을 일컬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군을 확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M&A를 말했다. 국가 간 거래보다 국내 기업들 사이의 매각 작업이 많았다는 점도 이때의 특징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형 M&A의 양상도 사모펀드(PE)들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국내 M&A 시장에 대거 진출했고,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성장이 주요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이나 사업 축소가 M&A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M&A와는 다른 점이다. 본고에서는 국내 M&A의 흐름과 특징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M&A는 무엇인가
M&A는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수행되는 합병(Merge)과 인수(Acquisition)를 의미한다. 여기서 인수는 대상 기업의 자산 또는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얻는 것이고, 합병은 두 개 이상의 회사가 법률적으로 하나의 기업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인수와 합병 작업을 넘어 M&A의 의미도 좀 더 넓어지는 추세다. 주식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 합작, 영업양수도, 자산양수도, 포괄적 주식 교환, 우회 상장 등이 모두 넓은 의미의 M&A로 사용되고 있다.
기업 M&A는 결합 방식에 따라 수평적, 수직적, 혼합형으로 나뉜다. 수평적 M&A는 동일 업종에 있는 경쟁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생산설비의 활용, 중복 노후 시설의 폐쇄, 연구개발비의 절감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할 때 이 방식을 쓴다. 일부 기업은 이 과정에서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직적 M&A는 다른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수직적 계열화를 위해 사용된다. 생산제품의 원재료 공급처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의 안정성과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혼합형 M&A는 서로 다른 업종에 있는 두 회사 사이의 결합이다. 해당 업종 사이의 사업적 가치사슬에서 연관 관계가 없는 회사끼리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M&A의 종류는 경제적 동기로 다음 다섯 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첫째,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둔 M&A가 있다. 기업의 합병을 통해 두 기업 사이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효율성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M&A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력 및 자본 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추구한다. M&A를 통한 분산투자로 세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나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경영 다각화도 이에 속한다. 둘째, 기업 성장 목적의 M&A가 있다. 인수기업에 투자를 함으로써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신속한 외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적을 가진 M&A를 말한다. 셋째, 시장 비효율을 활용하기 위한 M&A가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한 뒤 더 높은 가치에 팔아서 차익을 보는 경우다. 넷째, 위험 관리 및 시장 지배 목적의 M&A다. 이 경우 M&A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마지막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M&A가 있다. 인수자가 지배구조 문제로 가치가 떨어진 기업을 인수해 경영자를 교체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M&A 시장
세계 M&A 시장은 미국이 주도해왔다. 미국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세계 M&A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주로 효율성 개선을 위한 수직적 M&A가 많았다. 한 기업이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해 효율성을 개선한 뒤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1970년대에는 비관련 산업의 기업들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혼합형 M&A가 주류였다. 1980년대는 1970년대의 무분별한 다각화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는 적대적 M&A가 많았다. 현금을 차입해 인수하는 LBO(Leveraged Buyout)도 이 시기에 활성화됐다. 1990년대에는 주식 시장의 활황과 함께 주식을 이용한 지불 방식이 늘었다. 주식 교환 방식으로 동일 업종 내 수평적 M&A가 많았고 국가 간(cross-border) M&A도 급증했다. 사모펀드로 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거래도 크게 늘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M&A 시장은 이처럼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미국 시장의 M&A 규모는 2조 달러에 달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하향세를 보여한때 1조 달러를 밑돌기도 했지만 지난해 반등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1조5000억 달러였다.
최근의 세계 M&A 시장도 미국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2007년 4조5000억 달러를 넘었던 거래액은 2009년 2조1000억 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3조5000억 달러 규모로, 거래 건수는 4만968건으로 늘어 그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각국의 경기 부양정책에 따라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 M&A 시장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미국이 45%,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20%를 차지했다. (그림 2)
세계 M&A 시장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 간 거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시장에서 국가 간 거래의 비중은 43%였다.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한 거래도 늘었다. 산업 분야로는 IT, 미디어 업종의 거래가 전체의 23%로 가장 높았고, 에너지(19%), 소비재(11%), 금융(10%) 분야가 그 뒤를 따랐다. 결제방식도 최근에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M&A의 목적도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유형 자산 확보를 위한 거래가 많았다면 지금은 특허나 인재 확보, 글로벌 고객 확대, 해외 기업의 역량 흡수 등 무형 자산을 얻기 위한 인수까지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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