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A 개요

換亂이후 M&A 1기, 규모 키우기 효과 이젠 사모펀드 힘입어 전문화하는 2기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기업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M&A 시장이 열렸다. 최근 M&A 추세는 국내 기업 간의 대형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분야별로는 제조 및 금융 부문에서 M&A가 많았다. 사모펀드의 약진도 눈부시다. 전략적 투자자에 비해 낮은 가격에 자산을 인수한 점, 인수 기업의 경영진에게 가치성장에 주력해야 할 강력한 인센티브와 자율성을 주는 점 등이 사모펀드의 성공비결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점을 참고해 M&A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기업 간 M&A(인수합병)란 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낯선 단어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M&A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자본시장연구원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인수를 포함한 국내 M&A 시장 규모는 787억 달러( 90조 원). 전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2011년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거래 건수는 2013 482건에서 46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대형 매물이 많아 인수 규모는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OB맥주, 다음카카오, 우리금융 등의 대형 이슈가 M&A 시장을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M&A 거래가 있을 때마다 공공연히한국형 M&A’란 말을 써왔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형 M&A에 대한 정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구체적인 의미가 바뀌어 왔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형 M&A는 대부분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대기업 사이의빅딜(Big Deal)’을 일컬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군을 확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M&A를 말했다. 국가 간 거래보다 국내 기업들 사이의 매각 작업이 많았다는 점도 이때의 특징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형 M&A의 양상도 사모펀드(PE)들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국내 M&A 시장에 대거 진출했고,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성장이 주요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이나 사업 축소가 M&A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M&A와는 다른 점이다. 본고에서는 국내 M&A의 흐름과 특징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M&A는 무엇인가

 

M&A는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수행되는 합병(Merge)과 인수(Acquisition)를 의미한다. 여기서 인수는 대상 기업의 자산 또는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얻는 것이고, 합병은 두 개 이상의 회사가 법률적으로 하나의 기업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인수와 합병 작업을 넘어 M&A의 의미도 좀 더 넓어지는 추세다. 주식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 합작, 영업양수도, 자산양수도, 포괄적 주식 교환, 우회 상장 등이 모두 넓은 의미의 M&A로 사용되고 있다.

 

기업 M&A는 결합 방식에 따라 수평적, 수직적, 혼합형으로 나뉜다. 수평적 M&A는 동일 업종에 있는 경쟁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생산설비의 활용, 중복 노후 시설의 폐쇄, 연구개발비의 절감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할 때 이 방식을 쓴다. 일부 기업은 이 과정에서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직적 M&A는 다른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수직적 계열화를 위해 사용된다. 생산제품의 원재료 공급처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의 안정성과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혼합형 M&A는 서로 다른 업종에 있는 두 회사 사이의 결합이다. 해당 업종 사이의 사업적 가치사슬에서 연관 관계가 없는 회사끼리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M&A의 종류는 경제적 동기로 다음 다섯 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첫째,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둔 M&A가 있다. 기업의 합병을 통해 두 기업 사이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효율성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M&A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력 및 자본 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추구한다. M&A를 통한 분산투자로 세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나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경영 다각화도 이에 속한다. 둘째, 기업 성장 목적의 M&A가 있다. 인수기업에 투자를 함으로써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신속한 외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적을 가진 M&A를 말한다. 셋째, 시장 비효율을 활용하기 위한 M&A가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한 뒤 더 높은 가치에 팔아서 차익을 보는 경우다. 넷째, 위험 관리 및 시장 지배 목적의 M&A. 이 경우 M&A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마지막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M&A가 있다. 인수자가 지배구조 문제로 가치가 떨어진 기업을 인수해 경영자를 교체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M&A 시장

 

세계 M&A 시장은 미국이 주도해왔다. 미국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세계 M&A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주로 효율성 개선을 위한 수직적 M&A가 많았다. 한 기업이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해 효율성을 개선한 뒤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1970년대에는 비관련 산업의 기업들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혼합형 M&A가 주류였다. 1980년대는 1970년대의 무분별한 다각화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는 적대적 M&A가 많았다. 현금을 차입해 인수하는 LBO(Leveraged Buyout)도 이 시기에 활성화됐다. 1990년대에는 주식 시장의 활황과 함께 주식을 이용한 지불 방식이 늘었다. 주식 교환 방식으로 동일 업종 내 수평적 M&A가 많았고 국가 간(cross-border) M&A도 급증했다. 사모펀드로 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거래도 크게 늘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M&A 시장은 이처럼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미국 시장의 M&A 규모는 2조 달러에 달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하향세를 보여한때 1조 달러를 밑돌기도 했지만 지난해 반등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15000억 달러였다.

 

 

 

최근의 세계 M&A 시장도 미국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2007 45000억 달러를 넘었던 거래액은 2009 21000억 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35000억 달러 규모로, 거래 건수는 4968건으로 늘어 그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각국의 경기 부양정책에 따라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 M&A 시장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미국이 45%,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20%를 차지했다. (그림 2)

 

 

 

세계 M&A 시장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 간 거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시장에서 국가 간 거래의 비중은 43%였다.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한 거래도 늘었다. 산업 분야로는 IT, 미디어 업종의 거래가 전체의 23%로 가장 높았고, 에너지(19%), 소비재(11%), 금융(10%) 분야가 그 뒤를 따랐다. 결제방식도 최근에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M&A의 목적도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유형 자산 확보를 위한 거래가 많았다면 지금은 특허나 인재 확보, 글로벌 고객 확대, 해외 기업의 역량 흡수 등 무형 자산을 얻기 위한 인수까지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한국형 M&A 1: 외환 위기∼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M&A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그전에는 부실기업 구제나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M&A 시장을 주도했다. 과잉 설비 투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동종업체끼리 합병을 추진하거나, 부실기업을 정리하기 위해 대기업에 특정 기업을 인수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M&A는 민간 주도로 넘어갔다.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이 주도하는 M&A의 장이 선 것이다. 본격적인한국형 M&A’ 시대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의 한국형 M&A는 미국 시장의 초기 모습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1970년대 혼합형 모델이 인기를 끌었듯이 당시 한국의 M&A도 비관련 산업을 위주로 한 다각화가 많았다. 외환위기로 인해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알짜 기업을 사들일 수 있었다.

 

이 시기의 M&A는 다음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 M&A의 주요 목적은 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의 사업 확장 및 성장이었다. 당시 기업들에 M&A는 향후 먹거리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일부 기업은 M&A로 몸집을 키워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재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도 했다. 둘째, 대기업 간의 M&A가 많았다.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 내 대기업들 간의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LBO를 통한 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이 시기다. 이때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부 회사들은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그런 기업들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중에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 시기 M&A를 통해 대대적인 변신을 거듭한 대표적인 기업이 두산이다. ( 1) 성공적인 M&A를 통해 부채에 허덕이던 소비재 회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B2B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두산은 2000년대 초반 비관련 분야의 사업에 진출하는 혼합형 M&A로 출발했다. 이후 굵직한 연관 사업을 연이어 사들이며 거래의 성격을 수직적 M&A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기존의 알짜 소비재 사업을 팔아서 매매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었다.

 

1995년 두산의 부채비율은 600%에 달했다. 변신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은 2000년 말 한국중공업 인수였다. 이 거래를 통해 두산은 중공업이라는 성장 엔진을 장착했다. 이후 주택과 토목,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하는 고려종합개발과 합병했고, 대우종합기계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모기업의 시초인 OB맥주의 지분도 5%만 남기고 다 팔아버렸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서 두산그룹의 소비자와 산업재 비율은 1997 7426에서 2007 1585로 크게 역전됐다.

 

인프라 사업으로 가닥을 잡은 뒤 두산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수() 처리 기술 업체인 미국 ASE, 2006년에는 루마니아의 주단조(鑄鍛造) 업체인 크베너IMGB 및 세계 4대 보일러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미쓰이밥콕을 각각 인수했다. 2007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M&A를 기록한 미국의 밥캣(Bobcat) 인수를 성사했다. 밥캣은 농기계 제조회사로 출발해 운송, 건설, 농업 관련 기계 설비 및 서비스 분야의 소형 중장비업체로 성장한 업계 1위 기업이었다. 이 같은 M&A를 통해 두산은 전 세계에 사업망을 갖춘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

 

한국형 M&A의 또 다른 사례는 STX. 이 회사는 M&A로 몸집을 불려 자산 규모 24조 원, 재계 순위 1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조선업과 해운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급속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STX그룹은 2000 12월 한누리 컨소시엄이 쌍용중공업의 지분 34.5% 165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인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금액을 회수하고, 그 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강 회장은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하는 데 1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STX조선해양으로 바꿔 2년 뒤 상장시켰고 총 1100억 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2004년 범양상선(이후 STX팬오션)을 인수할 때도 4200억 원을 투입했다가 1년 후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시켜 3800억 원을 받았다. 2007년 국내 증시에 상장할 때 추가로 5800억 원도 거둬들였다. 조선과 해운업이 세계적인 호황과 함께 STX인수-기업 실적 개선-상장-새로운 기업 인수라는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었다. STX는 연이은 M&A로 엔진부품-선박엔진-조선-해운의 수직 계열화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STX그룹의 주력사업인 조선업과 해운업의 경기가 악화되며 회사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주력 계열사들이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STX는 선박 제조 선수금을 다른 계열사에 투자해 정작 배를 만들 돈이 없었다. STX그룹은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 채권의 만기가 2011∼2013년에 집중되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2013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강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사퇴하면서 STX그룹은 사실상 해체됐다.

 

일부에서는 STX그룹이 어려움을 겪은 원인 중 하나로 무리한 수직 계열화와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꼽는다. STX그룹은 M&A를 통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계열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구조는 계열사 하나가 실적이 부진하면 다른 회사들이 타격을 받아 위기관리가 힘들다는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STX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였다. 순환출자는 적은 지분으로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면 다른 회사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STX그룹은 신규 사업 진출, 수직 계열화 및 세계화라는 기존 성공 공식에만 치중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점이 패착으로 꼽힌다.

 

 

한국형 M&A 2: 2000년대 후반현재

 

 

 

한국의 M&A 시장은 최근 5년간 커다란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거래액은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고, 전체 거래액이 약 90조 원 가까이로 증가했다. (그림 3) 글로벌 기준에서도 최고 수준의 규모다. 국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에서 M&A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2 4.2%에서 2014 6.4%로 증가했다. (그림 4)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시장을 한국형 M&A 2기로 본다. 2기와 1기의 가장 큰 차이는 거래의 목적이다. 1기에서는 기업들이 성장 및 확대 전략으로 M&A를 선택한 반면 2기에서는 주력 사업 강화와 비주력 사업 축소가 주요 목적이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규 사업 투자 대신 기업 매입에 나선 것도 1기와 다른 점이다. 창업주들의 은퇴와 상속에 맞물려 기업의 지배구조에 변동이 생기면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늘었다. 사모펀드의 부상도 눈에 띈다.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별도로 다루겠다.

 

한국형 M&A 2기의 세부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형 거래(Mega-deal)’가 많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사된 합병의 건당 평균 거래금액은 2012년 상반기 45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상반기에는 2676억 원 이상으로 늘어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 2) 2014년 한 해만 놓고 보더라도 AB인베브가 58억 달러에 OB맥주를 인수하고,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지분 70% 36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대형 딜이 봇물을 이뤘다.

 

 

 

둘째, M&A 규모는 확대됐지만 국내 거래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거래의 약 75%가 국내 기업 간의 M&A였다. 사업 다각화 혹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한 대기업들의 계열사 합병이 여전히 주류를 이뤘다. 강관제품 및 자동차 경량화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현대하이스코를 인수한 현대제철이나 CJ GLS를 인수해 국내 최대 물류회사를 출범시킨 CJ대한통운이 대표적인 사례다.

 

셋째, 국가 간(cross-border) 거래 규모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국가 간 M&A 규모가 가장 미미한 나라에 해당한다. (그림 5) 2014년 전 세계 국가 간 M&A 규모는 16337억 달러로 전체 M&A 시장에서 44%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한국 내에서 국가 간 M&A는 전체 시장의 27.6%에 머물렀다. 게다가 국가 간 거래 중 상당 부분은 해외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이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인바운드 딜(in-bound deal)’이었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 간 M&A 4분의 3이 인바운드 딜이었다. 이런 거래의 대부분은 국내 기업의 비핵심 투자 및 자산 정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대글로벌은 비핵심 자산 처분을 위해 현대로지스틱스 대주주 지분을 일본의 오릭스에 넘겼고, 한진에너지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회사(사우디 아람코)에 매각했다.

 

 

 

넷째, 업종별로는 제조 및 금융 부문의 M&A가 많았다. 지난해 국내 M&A에서 제조업 비중은 21%, 금융 부문은 37.4%였다. 금융 부문 거래는 2013년만 해도 20%에 머물렀는데 2년 만에 그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세계 M&A 시장에서 제약과 통신 등 신기술 부문과 신사업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와 비교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특히 제약 분야 M&A가 크게 늘어, 14%까지 비중이 증가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신 부문의 거래도 2009 7%에서 2014 17%까지 상승했다. (그림 6)

 

 

 

다섯째, 이와 같은 대형 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M&A 거래액은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거래금액 10억 달러 이상의 M&A는 국내에서 15건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94, 91건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M&A 거래는 단 한 건도 성사된 바가 없었던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5건과 13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올해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홈플러스 매각 건이 최소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를 시발점으로 더 큰 대형 매물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부상

 

한국형 M&A 2기는 사모펀드를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의하면 M&A 시장에서 2005 9%였던 사모펀드 비중은 2013 44%로 약 5배가량 커졌다. 2013년 상위 10대 거래 중 8건이 사모펀드 주도로 성사됐으며, 지난해 현대, 동양, 한화, 한진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자산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대우조선해양 등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도 사모펀드들이다.올 하반기메가 딜로 예정돼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도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도 함께 팽창했다. 2007부터 7년간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6배 이상 늘어나 44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림 7) 세계적으로 사모펀드의 역할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졌지만 글로벌 추세와 비교해보더라도 이 같은 성장세는 유독 눈에 띈다. 맥킨지가 지역별 사모펀드 시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은 최근 110억 달러 이상의 설정액을 기록하며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 규모의 사모펀드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내 사모펀드들의 경우 국내 투자자(유한 파트너·LP)가 아닌 국부펀드 및 연금펀드 등의 글로벌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25000만 달러를 투자한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연금(OTPP) 5억 달러를 투자한 테마섹(싱가포르 정부 펀드)이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사모펀드의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모펀드의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기에 계량화된 답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포트폴리오 편입 기업들을 통상 3∼5년 이상 보유하며 IRR(내부 수익률)의 경우 거래별로 산출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 관련 정보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에 매력적이라는 전언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형 M&A의 성공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KKR-어피니티 컨소시엄 2009 OB맥주를 18억 달러에 인수해 2014 58억 달러에 매각했다. 40억 달러 이상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한편 MBK 2013 10억 달러에 인수한 코웨이의 30% 지분에 대한 시세는 현재 60억 달러에 육박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포트폴리오 편입 국내 기업들을 보유하는 기간은 평균 5∼6년이며, 연 수익률은 9.3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이후 코스피 및 코스닥의 연 수익률 7%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치다. 국내 M&A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대기업의 계열사 확대에 대한 규제도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분의 30% 이상을 인수할 경우 상호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 금지 등 다수의 법적 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모든 사모펀드가 선전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수익률이 현실화되지 않은 대형 거래도 많다. 그러나 성공사례들을 통해 대기업들을 비롯해 다른 업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첫째, 사모펀드는 전략적 투자자(SI)에 비해 더 낮은 가격에 자산을 인수하고 있다. 전문적 투자자로서 사모펀드는 감정적 혹은 정치적 요인에 의해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낮다. 딜로직에 따르면 2004∼2015년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전략적 투자자(SI) 대비 매출 대비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to sales), EBIT(이자 및 세전 이익) 혹은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1 를 포함한 모든 지표 측정에서 더 낮은 인수가격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 3) 

  

둘째, 국내 대기업의 고위급 경영진과 달리 사모펀드의 경영진에게는 가치성장에 주력해야 할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다. 기업가치 상승으로 매각할 때 차익을 볼 경우 해당 경영진에게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다. 국내 대기업 고위경영진의 보수는 대부분이 회사의 시장가치 및 그룹 내에서 수행하는 업무실적에 연동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진의 경우 통상 3∼5년의 기간 내에 해당 기업의 가치를 성장시켜야 하므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모펀드들은 인수 기업의 경영진에게 핵심 전략 및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있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허용하고 있다. 이 펀드들은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산업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수 대상 회사의 경영진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반면 엄격한 수준의 재무적 잣대로 EBITDA 성장 및 현금흐름 등의 핵심지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인수 기업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한국 M&A의 성장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홈플러스의 매각 작업 때문에 이미 M&A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에 국내에서 35조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거래가 예정돼 있는 매물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리은행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정부 기관이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를 민영화시키는 차원에서 매각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첫 번째다. 동양시멘트, 쌍용건설, 동부익스프레스 등 기존에 경영 위기를 겪었던 회사들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사모펀드가 사들여 가치를 올린 뒤 다시 시장에 매각하려고 내놓는 회사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앞으로도 신규 설비투자보다 M&A가 효율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정자원과 설비투자의 증가율이 둔화되고 기업들은 신규 투자보다 M&A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또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상속 문제로 비주력 기업을 시장에 많이 내놓을 것이다. 창업자들이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증여세 등의 이유로 계열사들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발표된원샷법등 정부의 M&A 활성화 대책 등도 시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의 분석은 향후 M&A를 모색하는 기업들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거래에 불필요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자세히 해당 기업의 가치를 검토해야 한다. 앞서 검토했듯 사모펀드는 실제로 전략적 투자자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해 M&A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거래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가치를 평가해야 하며 무조건 딜을 따내야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거래를 마무리한 다음에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거래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사모펀드와 달리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투자를 5년 내 회수하지는 않지만 사모펀드의 경영 기법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 최고의 인재를 고용하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국내 대기업들은 이런 경영 기법을 재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런 사모펀드식 경영 기법은 재벌의 중소 규모 계열사에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50조 원 매출의 재벌 기업에서 50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중소형 계열사는 핵심 계열사만큼의 집중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지금은 기업들이 정체성을 다시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기업들의 상속 과정, 정부 투자 기업의 민영화, 그리고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의 엑시트 등 향후 5년 동안 대형 거래가 줄줄이 남아 있다. 두산이 성공적으로 변신한 것처럼 많은 기업들도 핵심 역량을 점검하고 정체성을 다시 그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M&A 시장 활성화 방안”, 금융연구원보고서, 2013 12

2. 두산의 M&A를 통한 성장전략,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및 김혜전 서울대 경영대학 석사과정 논문, 2009 8 12

3. “M&A PEF 시장의 기초적인 이해”, 현대증권보고서, 2015 5 26

4. 세계 M&A와의 비교를 통해 본 국내 M&A의 특징, 현대경제연구원 VIP 리포트, 2015 7 20

5. “Hyundai Steel to Complete Merger with Hyundai Hysco on July1”, Business Korea Magazine, 4월호, 2015

6. “Aramco Overseas To Acquire 28.41% Interest In S-Oil From Hanjin Energy For US$1.96 Billion”, Research Views, 2014 7 2

7. “Hyundai Sells Logistics Unit to Orix”, WSJ, 2014 7 17

8. “CJ GLS merges with CJ Korea Express”, Private Equity Korea M&A News, 2013 1 10

 

 

이용진 맥킨지 서울사무소 디렉터 richard_lee@mckinsey.com

이용진 디렉터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화학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1999년 맥킨지 보스턴 사무소로 입사했고, 2003년 자리를 옮겨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6월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로 디렉터에 승진했다. 이 디렉터는 주로 통신, 전자, 미디어, 하이테크 분야와 사모펀드(Private Equity) 업계를 맡고 있다. 국내외에서 하이테크 및 사모펀드 분야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