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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

작고 자율적인 EBU를 활성화하자 환경감지 능력이 업그레이드된다

허문구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환경감지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안

첫째,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력, 그리고 실험정신을 가진 기업가가 나타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적 사업단위(EBU) 조직을 도입하면 유용하다.

둘째, 시장이나 기술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일선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기회의 선택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향적 정보전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넷째, 다양한 기업 및 개인들과 상생과 협업을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글(DBR 180)에서 빠른 추격자로서의 국내 기업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제 파이어니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파이어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먼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환경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기업이 되기 위한 첫 단추는 경쟁자보다 앞서 환경의 기회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에 가장 부족한 환경감지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환경감지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1

 

창조적인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EBU

국내 기업들에 꼭 필요한 환경감지 역량을 구축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창의적인 사고와 상상력, 그리고 실험정신을 가진 기업가(entrepreneur)를 양성하고,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감지 역량은 근원적으로 기업가적 역량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이 종합쇼핑몰과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그리고 전자책 단말기(킨들), 태블릿, 온라인 콘텐츠, 식품배달업(아마존 프레시) 등으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제프 베조스의 기업가적 역량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 앞바다 허허벌판에서 세계적 조선회사의 가능성을 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나 국내 경제가 한창 성장 중이던 시기에 이미 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기회를 찾아세계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재벌 1세대는 타고난 기업가였다. 이런 기업가적 역량을 바탕으로 그들은 대기업을 일구었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의 주요 경영자들은 기회감지 역량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오너의 지시에 따라 기존 사업을 키우고 관리하며 혁신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사업을 일군 사람들은 아니다. 포스코를 창업한 박태준 회장의 뒤를 이은 경영자들은 대부분 관리자였지 기업가가 아니었다. 이들은 관리자로서 유능할지 모르지만 스스로 사업을 만들고 키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업가적 역량은 검증받지 못했다. 이런 점이 포스코가 신사업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현재 대기업에서 중용되고 있는 경영자와 임원은 주로 좌뇌형이 많다. 이들은 분석과 논리에 강한 사람들이다. 기존 사업을 관리하고 현재 업무나 프로세스의 효율화에는 유능하지만 창조와 혁신에는 약점이 있다. 창조와 상상력, 혁신에 강점을 가진 우뇌형 인재들이 더 많이 중용돼야 한다. 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분명하다. 대기업 내에서 많은 기업가가 탄생할 수 있는 구조와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가적 사업단위(entrepreneurial business unit: EBU)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2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단일 사업 중심의 기업들은 기능식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각화된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대기업들의 조직은 전략사업단위(SBU)나 운영사업부(OBU) 중심이다. 이런 방식들은 여러 사업과 대규모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적합한 방법이었지만 한계도 많다.

 

사업의 성장에 따라 자연히 단위 조직과 사업부의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으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조직이 관료화된 것이다. 규모가 큰 조직에서 스피드가 강조되다 보니 의사결정은 집권화되고 중앙집권적, 수직적 조직체계를 갖게 됐다. 이는 추격 단계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유연한 환경 감지 측면에서는 대단히 불리한 구조다. 따라서 작은 규모의 EBU를 많이 만들어서 EBU에서 전략의 구상과 실행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GE는 최근 이와 유사한 형태의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전사 혁신을 실험 중이다. 패스트웍스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3 처럼 의사결정 절차를 최소화하고 제품개발과 시장반응 수집을 신속하게 진행함으로써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프로그램이다.이미 수백 개의 패스트웍스가 진행 중이며 이멜트 회장은 거대 조직인 GE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패스트웍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BU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도록 설계돼야 한다.4 첫째, 규모가 작아야 한다. 조직은 규모가 커지면 규칙이 늘어나 관료화되고, 권한이 특정인에게 집중돼 개인의 자율성이 약해지기 쉽다. 벤처가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세계 150여 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수십만 명의 직원이 있는 ABB의 본사가 100명 정도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ABB의 모든 조직이 50명 이내의 profit center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작으면 규정이나 제도가 필요하지 않으며 계층도 불필요하다. EBU의 책임자도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항상 환경을 대면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나 기회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둘째, EBU는 완전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EBU에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충만하도록 해야 한다. 자율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환경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실험과 실패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EBU는 그 책임자가 자신의 기업을 창업해 운영하듯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와 토양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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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문구moongoo@knu.ac.kr

    - (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 포스코 경영연구소 센터장 역임
    - 포스코 자문위원 역임
    - 한국전략경영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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