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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공동기획: 오너의 선택

오너 경영 vs. 전문 경영인 체제 名門장수기업의 핵심은 기업가정신!

김기찬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가업 승계의 방법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 대신 오너 경영의 길을 택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가족기업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가족 승계를 기준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노력을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지속시키되 여기에 전문 경영자의 관리역량을 조화시키고, 전문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튜어드십(Stewardship·청지기 정신)을 갖춘 전문 경영자를 키우고 선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편집자주

DBR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명문 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너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이어지고 있는 이 포럼 내용 가운데 가족 경영 체제와 전문 경영 체제와 관련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의 강연 및 토론 내용을 요약합니다. 많은 한국 조직들이 당면한 현안 문제에 대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1.문제제기

명문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가업승계다. 가업승계는 대부분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오너 경영체제와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주는 전문 경영인체제, 두 가지 중 하나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본인이 이룬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업은 이미 고용 창출의 핵심 주체로서, 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서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만 생각할 수 없다. 기업은 단순히 한 개인의 수익을 얻는 매개가 아니라 일종의사회적 제도(Social Institution)’. 1970, 1980년대 창업해 기업을 일으킨 창업가들이 연로해지면서 현재 많은 기업이 세대전환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은 사회적 제도로서 계속 존속하는 계속기업체(Going Concern)가 돼야 한다. Going Concern이라는 것은계속되는 골칫거리라는 의미도 가진다. 살아남기 위해 기업이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의 수명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2007년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기업의 수명이 1955년에는 45, 1975년에는 30, 1995년에는 22, 2005년에는 15년으로 단축되고 있다.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발표 자료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이며, 중소제조업체의 평균 수명은 12.3년이다. 100대 기업의 40년 생존율은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명문 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생존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미래를 지향하며 끊임없는 창조와 도전을 이뤄내는기업가정신이다.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가업승계 이슈도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살려낼 것에 하는 점에 초점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

 

2. 가업 승계 vs. 전문 경영자 승계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의 두 가지 길, 모두가 빛과 그림자가 있다. 가업 승계인 오너 경영의 강점은 오너십과 주인의식이다. 창업자는 최대한 건강한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할 것이 당연지사다. 반면 너무 돈만 알고 사람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오너 경영의 단점이다. 이와 관련해 오너의 3(욕심, 의심, 변심)이라는 말이 있다. 오너들이 지나친 욕심 때문에 종종 독단적 황제경영자가 되려고 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기업에서는 사람이 크기 어렵고 전문성 있는 후계자를 양성하기도 어렵다.

 

대리인(Agent)으로서의 전문 경영자는 가장 전문성이 뛰어난 경영자를 후계자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가족만큼의 몰입 경영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관료화되고 단기 경영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기업가정신으로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회피하고, 단기적 이익 추구로 장기적 기업 이익의 훼손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핵심은 기업 승계의 과정에서 어느 빛이 더 밝고, 어느 그림자가 더 어두운가의 싸움이다. 기업 승계의 과정에서 기존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만들어가는 전문적 경영 능력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파괴적 신기술에 대한 투자처럼 기업가적 의사결정이 동시1 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장수 과정에서 하나의 마법 같은 기술이 기업성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한 혁신을 준비하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기업가정신 없이 기존의 제품과 성과관리에만 관심을 가지면 결국 신성장 엔진개발에 실패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술은 일정한 S형 궤적(trajectory)을 그리며 누적적으로 역사성을 갖고 발전한다. 대신 하나의 기술이 수명이 다하고, 새로운 기술의 S커브가 단절적으로 새롭게 시작되도록 대체하는 신기술로 갈아타는 전략적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때 전략적 인내구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림 1>에서 빗금 친 부분이 새로운 S곡선을 준비하는 기술투자의 인내구간이 된다. 전문 경영자를 선택하는 경우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대부분의 전문 경영자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근시안적 경영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문 경영자 기업은 단기 수익에 성공하고 미래 기술투자에 실패하는 생산 의존성(productivity dependency)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 그러므로 기업 승계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미래의 모험에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의 S커브가 단절적으로 새롭게 시작되도록 준비2 해야 한다.멀리 보는 긴 호흡의 지속경영이 가능한가를 핵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오너가 없는 공기업은 오너가 없으므로 전문 경영자가 자기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반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이나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본인의 재임기간 동안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 투자결정이 주로 이뤄진다. 게다가 이 기업은 내 것도 아니고 너의 것도 아니다. 이는 곧내 것이기도 하고 너의 것이기도 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의식들이 퍼지면 주인의식이 부족해지고 도덕적 해이도 심각해진다. 단순히 경영자를 바꾸는 것만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문제는 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의 경우 기업의 주인이 없으면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

 

두 번째로 전문 경영자를 중시하는 미국식 증권자본주의의 기업성과를 살펴보자. 일단 전문 경영자는 단기적 판단에 능하다. 그러므로 성장기에는 아주 효율적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역시 장기적 투자가 약하고 금융적 모델로 흐르기 쉽다. 현재의 저주(curse of incumbency)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장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이 흔들린다. GM, US Steel, 코닥 등을 보라.

 

 

 

세 번째로 일본식 조합자본주의(corporate)를 보자. 일본은 오너가 없다. 미쓰비시 등 대다수 재벌들은 생명보험회사가 주인이다. 수십 번의 M&A가 이뤄지면서 일본에서는 대주주가 거의 사라졌다. 일본식 경영은강한 현장, 약한 본사라고 한다. 현장에서의 개선 능력은 강하지만 경영자의 전략적 판단 능력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의사결정 속도도 늦다. 일본의 전자산업 세트업체가 대부분 무너지고, 또 회복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진화의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는 오너십을 가진 지도자가 전문 경영자보다 낫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산업 자체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유럽처럼 오너십이 없는 국가의 전자산업은 대부분 망했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IT 회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을 보면 거의 창업자가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HP처럼 전문 경영자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한국의 한 전자업체도 2000년대 중반 전문 경영자 체제로 전환한 후 미래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지속성장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이 회사는 오너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야 연구개발 투자가 활성화됐다. 또 지금의 수익모델 기술이 수명이 다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기술의 S커브가 단절적으로 새롭게 시작되도록 준비3 하는 긴 호흡의 신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 경영자의 단기 성과 중시의 근시안적 경영은 이러한 준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3. 기업가정신이 작동하게 해야 한다.

가업승계에서 핵심은 기업가정신을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투자하며, 시장을 개척해 가는 정신을 말한다.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 중 하나를 선택할 때의 핵심은 어떤 것이 기업가정신을 더 잘 구현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관리적 마인드만으로는 변혁기를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경영자는 단지 기존 자원의 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점차 쇠퇴하고 있다. 한때 피터 드러커는 한국을 가장 기업가정신이 왕성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1970, 1980년대 우리 기업들은 해외시장을 개척했고, 1990년대는 해외 법인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어떨까.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OECD 국가 중 24위다. 이를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시장성(opportunity) 지표와 함께 표시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미국, 캐나다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높은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기업가정신이 낮은 수준이다.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을까?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도전과 틈새창출 능력(niche creation)에 달려 있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신제품, 신기술, 차별화에 도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create 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 something valuable than before).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찾고, 또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들은 서쪽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2014년 보고서와 KPMG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장잠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의 시대(Asianization)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외 시장에 도전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 안주한 일본 기업들이 갈라파고스화로 잃어버린 20년을 만든 실패 교훈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4. 오너 경영의 길과 전문 경영자의 길

국내 사례의 경우 많은 기업들은 가업 승계의 방법으로 오너 경영의 길을 택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가족기업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가족승계를 기준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노력을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업 승계를 전제로 어떻게 오너 경영의 문제점을 보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3가지 이슈를 살펴보자.

 

첫째, 기업가정신을 지속시키되 여기에 전문 경영자의 관리 역량을 조화시켜야 한다. 두 가지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기업의 평균 수명을 단축시키고 장수기업을 저해하는 4가지 현재의 저주(curse of incumbency)를 피해야 한다. 현재의 제품에 안주해 신제품 창조에 실패하는 경우, 현재의 시장에 안주해 신시장 개척에 실패하는 경우, 현재의 능력에 안주해 생산성 경쟁력에 실패하는 경우, 현재의 수익을 미래에 투자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순환성의 실패가 현재의 저주다. 현재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해가야 한다. 오너 경영은 여기에 강점이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관리와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창업자는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해 가업 승계를 준비한다.

 

휴맥스 사례를 보자. 전문 경영자의 관심은 내부 효율성에 있고, 오너기업가의 관심은 외부 경쟁과 시장 변화에 미리 대비해가는 환경관리에 있다. 두 가지의 조화를 위해 변대규 휴맥스 창업자는 전문 경영자와 역할을 나누고 있다. 기업가란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또한 변화를 기회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휴맥스는 휴맥스 홀딩스의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오너 기업가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오너 기업가는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그룹을 끊임없이 변화하게 하는 환경관리에 초점을 둘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5년 후 그림은 기업가가, 1년 그림은 전문 경영자가 맡아가는 식의 역할 분업이 이뤄졌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연결핀(Linking Pin)으로서 전문 경영자를 잘 활용하고 있다. 현재 아키고 사장에 이르기까지 도요타의 역대 11명의 사장은 6명이 가족 사장, 5명은 전문 경영자 사장이다. 이는 가족기업의 모습을 유지하되 시기에 따라 전문 경영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창업자 집안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시기에 따라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다.

 

둘째, 전문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튜어드십(Stewardship·청지기 정신)을 갖춘 전문 경영자를 키우고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스튜어드십이란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임 있는 계획과 자원 관리를 구현하는 사명의식을 말한다.

 

 

 

GE의 후계자 발굴 및 육성제도가 좋은 사례다. GE CEO 발굴위원회를 두고 오랫동안 후계자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그리고 그가 리더에 오르면 장기적인 임기를 보장한다. 20년간 GE 최고책임자로 있었던 젝 웰치 회장은 7년간 15명의 후보를 경쟁시켰고, 최종적으로 제프리 이멜트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장수기업일수록 CEO 재임기간이 길다. 히든챔피언의 CEO 재임기간은 평균 20년에 이른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 투자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대 사례가 미국 코닥이다. 코닥은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CEO의 임기도 짧았다. 반면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CEO 2000년 취임 이후 10년 이상 회사를 책임지며 중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회사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앞으로 한국에도 후계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입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튜어드십을 갖춘 전문 경영자는 오너 경영자 이상의 기업가정신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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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요약

오너(owner)는 외롭다. 임직원이, 참모가 아무리 많고 또 유능해도 최종 결정은 그의 몫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그 결정의 순간, 선택의 해법이 쉬울 리 없다. 선택한다고, 결정한다고 그것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도와 조건은 달라지고, 결국엔 사람도 달라진다. 그래서 오너는 괴롭기도 하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명문장수기업센터가오너의 선택을 묻는 이유다.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의 일환으로 중견련 명문장수기업센터는 318일 가족경영 체제와 전문 경영인 체제에 대해 본격적인 토의를 진행했다. 경영 현장의 목소리를 요약해 담았다.

 

 

1. 오너 경영은 양날의 칼

주제발표를 한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1997 IMF 관리체제 이후 국내 30대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살아남은 16곳의 성공 원인도 오너 경영, 망한 14곳의 실패 원인도 오너 경영이라고 했다. 가업 승계나 사업다각화의 성공 여부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오너 경영의 장·단점이 성패에 더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재벌 오너경영의 이런 특징은 중견기업들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기다 창업한 지 30, 40년에 육박한 중견기업들의 경우 후계자 승계 문제와 맞물려 리스크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슈 제기를 맡은 ㈜제우스 이종우 대표는두 체제는 모두 불완전하다고 했다. 창립 45주년이 된 ㈜제우스의 경우 1대 창업자, 2대 전문 경영인, 3대 전문 경영인을 거쳐 지금은 다시 2세 경영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두 체제는 서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정 토론자로 나온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 박사는 “2, 3세로 이어지면 전문 경영인과의 문제보다도 가족 간 갈등이 더 큰 문제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 선택의 열쇠는 기업가정신

2개의 기업이 있다 하자. 전문 경영인 기업과 오너 기업 중 어느 쪽이 더 성과가 좋을까? 김기찬 교수는단기적으론 전문 경영인 모델이 강한데 장기적으론 오너 경영 모델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10년을 두고 조사해 보니 오너가 사람을 키워 이를 핵심역량으로 활용한 기업의 주가가 무려 12배나 높았다고도 했다.

 

기업혁신 단계에 따라 선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김 교수는일상적인 경영관리(Operation Management) 혁신 단계에선 과학적 관리가 가능한 전문 경영인들이 잘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결정하고 진행해야 할 경영전략 혁신이나 비즈니스모델 혁신은 오너 체제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화 박사는미국의 워런 버핏은 장남이 승계를 거부하자 자신의 역할을 CEO CFO, 지주회사 등 3가지로 나눴다. 버핏은 그중 지주회사 회장 역할만을 장남에게 맡겨 기업문화와 창업정신을 이어가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현실에서 원론적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춘 기업은 소수다. 게다가 전문 경영인이 장기 경영에까지 성공한 사례는 손꼽을 만큼 드물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3. ‘황제 경영막는 시스템 필요

이종우 대표는㈜제우스에서 2차례에 걸친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권한이양(empowerment), 독점적 소유의식의 양보가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지속가능한 조직 관리와 경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과 자본주의를 보는 견해와도 직결돼 있다. 자본주의 최고 가치는 자본이 아니라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가라는 쪽으로 시대 흐름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너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진에 올라선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부분 독일 가족기업에서는 오너 후손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먼저 외부에서 경력을 쌓아 자신의 자질을 인정받아야 한다. 입사했다 해도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만 한다. 전문 경영인보다 자격이 뛰어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찬 교수는오너 경영, 가족 경영 체제가사회적 인정(認定)’의 단계로 가자면 독단적 황제 경영을 막는 다각적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명문(名門)은 중요한 단어라 지적하고해당 기업이 사회적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고, 국민과 사회가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면 정부가 기업에 혜택을 주는 과정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가업(家業) 승계라는 용어나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선집 변호사(중견련 대외협력부회장)가업 승계는 그 이름 때문에왜 남의 가업 승계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승계 문제가 공감대를 이루려면 먼저 그에 상응하는사회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4. 정도전, 유능한 신하로 계속 남게 하려면

그렇다면 성실한 스튜어드십(stewardship)을 갖춘 전문 경영인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기찬 교수는 “2개 체제가 효율적으로 상호보완하게 하려면 오너는 끊임없는 기업혁신은 물론 인재 개발과 전문 경영인 육성을 핵심적 이슈로 부여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도전을 발굴하고, 또 정도전으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은 바로 오너 자신이라는 말이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사이의 신뢰와 정보 공유도 중요하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2세를 넘어 이후의 승계까지 내다본다면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의 존재는 승계의 필수다. 심각한 정보의 격차가 존재한다면 전문 경영인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기적 비전을 함께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종우 대표는 한때 유행한 스톡옵션과 관련해서금전적 보상에만 매몰되면 전문 경영인도 재무적 실적으로만 나타내려 할 것이다. 여기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장기적 비전 설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오너에 대한 신뢰도 필요하다. 독일 가족기업들의 성공에는회사의 이익을 가족의 이익에 우선한다는 특별한 기업문화가 깔려 있다. 김선화 박사는 “100년 넘은 기업들을 보면 사촌 경영이나 형제 경영을 하는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다. 만약 자녀 승계가 여의치 않다면 전문 경영인을 두고 지주회사 형태로 가는 방식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정리=윤성철 중견련 명문장수기업센터장

yoonsc@ahpek.or.kr

 

윤성철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일보에서 정치부장과 해양문화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이어 세계해양포럼(WOF)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원본부장(상무)으로 명문장수기업센터를 이끌고 있다.

 

 

 

 

 

셋째, 상당수의 중견 기업들은 건실한 경영으로 주식가치가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의 가업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후계자는 이를 현금화해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기 어렵다. 건실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견기업의 상속세 감면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 실제 가업 승계가 이뤄졌다하더라도 상승된 기업가치가 미래의 혁신과 재투자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 차등의결권 도입 없이 주식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흐트러질 위험이 높다.

 

5. 토론 및 결론

유럽, 일본에는 가업 승계 장수기업이 많다. 왜 그럴까? 가족이 장기적 경영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오너십을 극복하기 어려운 여건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명문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가족에게 물려주는 가업 승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다만 오너 경영자를 중심으로 하되 전문 경영자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시스템을 보완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의 역할은 사회가 자본의 승계가 아닌 고용과 부가 창출의 승계를 인정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회적 제도로서 기업을 혁신하고 미래를 준비해가는 혁신 마인드, 사회적 책임,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명문 장수기업에서의 명문이란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의 미션을 잘 수행하는 기업이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목적이라는 사고는 우리가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서의 사고다. 명문 기업의 미션은 종업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몰입하면서 살아갈 만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글로벌시장을 찾아가는 기업가정신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는 가업승계제도를 지원하며 기업가정신을 저해할 수 있는 불합리한 규제, 지원제도 개선 등을 개선해야 한다. 가업승계제도 혁신방법이 세제 개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등의결권 등의 비세제적 방법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김기찬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kckim@catholic.ac.kr

필자는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구재단 SSK연구지원으로 장수기업 연구를 하고 있으며 아시아중소기업학회(ACSB) 회장이다. <JSBM(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저널의 Associate Editor를 맡고 있으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차기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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