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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체제의 명암

지주회사 하나에 집중, 단일 상장 통해 지배논란을 풀자

김우진 |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전략,재무회계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와 기업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촉발된 지주회사로의 전환의 필요성은 국내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층 부각됐다. 이론상 지주회사는 상호출자형 지배구조에 비해 단순하고 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운영되는 지주회사 모형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고 자회사가 모회사와 별도로 상장된 경우가 많아 피라미드 방식의 기존 지배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과정이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자본의 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주회사 체제가 가진 긍정적인 면을 살리고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단일기업(stand-alone) 체제보다는 다수의 기업이 하나의 그룹에 소속되는 기업집단(business group) 체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한국형 기업지배구조를 논할 때는 이사회 등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governance mechanism도 중요하지만 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이 어떤 구조로 연결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국내 지주회사 제도의 도입 취지와 실제 전환 과정을 살펴보고 지주회사 제도를 한국형 지배구조의 바람직한 대안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 평가하고자 한다.

 Governance vs. Control

논의에 앞서 우선 지배구조라는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선행돼야바람직한지배구조를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기업지배구조를 주로 지분구조 등 출자 및 소유관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다. 예컨대삼성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물론 소유구조도 지배구조의 중요한 부분이다. 현대 기업 이론의 근간이 되는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경영진이 직접 소유한 지분율이 높을수록 대리인 문제가 낮고 따라서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리인 이론에 의한 설명은 주식 소유에 동반되는 배당권 또는 현금흐름권(dividend or cash flow right)의 효과에 기반을 두는 반면 국내에서는 지배구조를 의결권(voting or control right)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corporate control structure를 기업지배구조로 이해할 때가 많다. 이런 입장에서는바람직한지배구조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영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바람직한 지배구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안정적 경영권보다는 활발한 M&A를 선호할 수도 있다.

 재무금융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corporate governance ‘The ways in which suppliers of finance to the corporations assure themselves of setting a return on their investment (Shleifer and Vishny, Journal of Finance, 1997)’로 이해한다. , 주로 주주 및 채권자 등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투자자 중심으로 governance에 접근한다. 이런 입장에서는 governance지배구조보다는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의) ‘통제수단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의미에서 접근한다면바람직한지배구조의 정의는 비교적 명확하다. 주주 및 채권자에게 적절한 수익을 제공해 주는 지배구조가 바람직한 지배구조다. 아래에서는 Shleifer and Vishny의 정의에 입각해 지배구조를 이해하고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지주회사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집단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소위 소수의 지분으로 순환출자 등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많은 기업군을 거느리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복수의 기업 간 출자 또는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차등의결권 주식(dual class shares)1 을 통해 가능하다. 예컨대 최대주주 X가 기업 A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기업 A가 기업 B의 지분 50%를 보유하면 X A를 통해서 B의 의결권을 50% 행사할 수 있지만 B가 배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25%(=50%x50%)2 만 받게 된다. 이러한 다단계 출자(pyramid)를 통해 X는 출자 단계의 하부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 의결권은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는 있지만 배당권은 얼마 되지 않는데 이는 다양한 형태의 대리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X가 배당권이 5%에 불과한 기업에서 비자금을 형성하면 이 중 95%는 다른 주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주회사에 대한 최근의 논의에 의하면 지주회사 체제는 이 같은 소유지배 괴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율로 많은 지배권을 행사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대안적 성격의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의 지주회사에 대한 정책 방향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목적에 맞춰 변화를 겪어왔다. 1981년 제정된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당초 경제력 집중 억제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1986년 공정거래법 제1차 개정 당시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야기하는 재벌 체제를 규제하기 위해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력 집중 억제 규정이 도입됐으며 이에 따라 계열회사 지배만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이 금지됐다. 그러나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대규모 기업집단에서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운영해 왔다.3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자 유치 및 기업의 분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순수)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할 필요성이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도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일정한 행위를 제한하는 형태로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 이후 국내 자본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자 또는 견제자로 등장했고 이와 동시에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지주회사가 지배구조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 OECD 등의 의견을 통해 대두된 것이 이즈음이다. 지주회사는 기존의 계단형·상호출자형 소유구조에 비해 단순·투명한 소유구조를 가지므로 이론적으로 소유지배 괴리도를 완화할 수 있고 기관투자가나 소수 주주들의 경영감시 활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의 소유구조가 단순·투명하다는 논리는 주로 미국의 지주회사를 근거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는 지주회사는 미국식 지주회사와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

 첫째, 미국의 지주회사 체제하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존재하지만 모자회사 사이의 출자지분은 대부분 100%. 이 경우 출자단계가 아무리 많아도 소유지배 괴리가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대리인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이런 구조는 지주회사라는 명칭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실질은 오히려 단일기업(stand-alone) 체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현행법상 한국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해 상장 자회사는 20%,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만 지분을 보유하면 된다. 따라서 지주회사 체제에서도 다단계 출자를 통한 소유지배 괴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둘째,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면 자회사는 당연히 비상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식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지주회사만 상장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식 지주회사와 가장 비슷하게 운영되는 지주회사는 우리, 신한, 하나, KB 4개 은행지주회사들이다.4 예컨대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우리금융지주회사 주식만 상장돼 거래되고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을 포함한 6개 주요 자회사 지분을 100%(우리투자증권은 41.64%)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주회사에서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지주회사뿐 아니라 자회사들도 별도의 상장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전환 이후 지주회사인 ㈜두산 이외에도 두산중공업 등 5개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가 별도의 상장기업으로 존속했다.

 물론 한국의 지주회사들은 출자구조나 단계에 대해 법령상 제약을 받는다. 예컨대 수직 출자만 가능하고, 수평·순환·공동 출자는 금지5 하며, 출자단계는 손자회사까지만 가능하고, 증손회사의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는 현행 지주회사가 순환출자보다는 단순·투명한 소유지배구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분을 100% 미만으로 보유하는 상장 자회사가 존재하는 한 소유지배의 괴리 및 이와 관련한 대리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주회사 전환의 실제

 현행법상 미국식으로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또는 물적분할 방식이 있다. 현존하는 4개의 은행지주회사는 대부분 이런 방식을 활용해 설립됐다. 즉 기존에 존재하던 기업이 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후, 자회사 주식을 100% 보유해 지주회사가 되는 방법이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와 달리 100% 완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경우가 별로 없다. 실제로 LG, SK, GS, CJ 등 다수 일반 지주회사는 대체로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를 두 개로 분할하되 회사 간에는 지분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신규 자회사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기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컨대 A기업을 인적분할해 B기업을 신설했다면 B기업이 설립되며 신규로 발행된 B의 주식을 기존 지분율에 따라 A기업 주주들에게 배분한다. 결과적으로 A기업 주주들은 A B기업 주식을 모두 갖게 되며 분할 직후 재상장 이전에는 일시적으로 A기업과 B기업의 지분 구조가 동일해진다. 다만 인적분할은 분할 직후 A B 사이에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자회사 간 지분관계를 전제로 하는 지주회사와 잘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이 인적분할 방식을 선호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으며 이는 국내 지주회사 체제가 갖는 한계 및 문제점과 맥을 같이한다.

 첫째,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상승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인적분할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회사가 될 회사(이하 H)는 자회사가 될 회사(이하 S)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한다. 공개매수의 대가로 현금을 주는 대신 H의 신주를 발행해서 지급한다.6 그 결과 H S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모자회사 관계가 형성되고 공개매수에 응한 자회사 주주들은 자회사에 대한 지분이 줄어드는 대신 모회사 지분이 늘어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소수 주주를 포함한 자회사의 모든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실질적으로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또는 물적분할과 동일한 결과가 된다. H S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기존 주주들은 분할 이전의 지분비율대로 H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 소수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다. 반면 H의 지분을 가능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 공개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소수 주주들이 불응한 지분은 유상증자 시 실권주가 발생했을 때와 논리적으로 유사하게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재 필자가 진행 중인 연구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이런 방식을 적용한 21건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에서 일반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율은 평균 5.3%(중간값 2.2%)에 지나지 않은 반면 최대주주 일가의 공개매수 참여율은 평균 84.6%(중간값 99%)에 달했다. 이처럼 일반주주들이 보이는 소극적인 태도를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서는관성(inertia)’으로 지칭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일반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고 최대주주 일가는 보유 중인 S주식을 대부분 H에 넘긴 후 H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한 결과, 최대주주 일가의 H에 대한 지분율은 공개매수 이전 평균 24.6%(중간값 25%)에서 전환 이후 평균 49.9%(중간값 51.8%)로 높아졌다. 반대로 S에 대한 지분율은 평균 24.6%(중간값 25%)에서 4.26%(중간값 0.1%)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H S에 대한 지분율은 평균 12.6%(중간값 12.2%)에서 37.6%(중간값 35.3%)로 높아졌다. H S에 대한 자회사 지분을 효과적으로 확보했고 최대주주 일가는 S에 대한 직접 지분율을 포기하는 대신 H에 대한 직접 지분을 두 배가량 높인 것이다. 최대주주 일가는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지주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행태재무학자들이 지적한 일반주주들의 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적극 활용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공자본7 의 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인적분할에서는 분할 직후 두 회사 간 지분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개매수 이전부터 H S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12.6%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지분의 일부는 H S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분할 이전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SK의 사례를 보자. SK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이전인 2006 10월 자사주를 대량(17.8%)으로 취득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왜 그렇게 많은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SK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처리해 이것을 2개 회사 주식으로 분할한 후 모회사가 승계하도록 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원래 자사주 취득은 회사의 자산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payout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것이 우리 상법의 기본 입장이기도 하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시가총액을 계산할 때 취득 자사주는 유통주식 수에서 제외하고 사실상 소각한 것으로 취급한다. 어차피 이미 회사 자산에서 현금이 유출돼 일부 주주들에게 환원된 부분이므로 없는 것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다만 국내 회계기준에서는 주식을 소각한 후 신주발행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취득 자사주를 차변(자산 계정)에 기재하되 자산이 아니라 자본의 차감항목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세법에서는 자사주의 취득이나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기 위해 자사주를 자산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법 체계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하는데 이렇게 자사주를 자산으로 취급한 기업이 분할되면 모회사가 보유하는 모회사 자사주는 자본 차감 계정이지만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자사주는 투자자산으로 계상돼 인적분할 직후부터 H S에 대한 지분관계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편의상 무부채 상태로 가정)의 인적분할 이전 주주지분이 100이고, 이 중 일반 자산은 90, 자사주는 10이라고 하면 자사주 차감 후 총자본은 90이다. 따라서 11 분할을 했다면 인적분할 후에는 45짜리 기업 2개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자사주 10을 자산 취급해서 모회사 자사주 5, 자회사 자사주 5로 분할한 뒤 이를 모회사가 승계하면 모회사의 장부상 가치는 50(=45+10에서 모회사 자사주 5 차감)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회사가 승계한 자회사 주식 5만큼 가공자본이 형성된 것이다. 원칙적으로 자사주는 자산이 아니라 자본의 차감 항목이므로 세법을 근거로 한 인적분할 이후 자회사 신주의 모회사 배분은 사실상 자사주 취득분만큼 가공자본을 허용하는 결과가 돼서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셋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확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회사 지분율을 100%로 하는 완전 자회사 체제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문제다. 하지만 자회사 지분율이 100%가 안 돼서 두 개의 상장기업이 존재하는 경우 S 주식을 H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두 기업 간 주가 흐름 차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최대주주의 목표는 S 주식 1주를 반납하면서 H 신주를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다. 이 교환비율은 자본시장 관계 규정에 따라 일정한 공식에 의해 정해지는데 기본적으로는 공개 매수 시점을 전후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기준이 된다. 예컨대 분할 당시 S H가 각각 1만 원이었는데 공개 매수 시점에 S 2만 원으로 오르고 H 5000원으로 하락했다면 S 주식 하나당 4개의 H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즉 분할 이후 공개매수까지 S H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라야 H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필자가 분석 중인 21개 지주회사 전환 사례에서 재상장 이후 평균적으로 H 주가는 꾸준히 하락한 반면 S의 주식은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 결과 S H 사이의 주식 교환비율이 평균 2.5(중간값 2.1)에 달했다. S 주식 하나당 평균 2.5개의 H 신주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2012년 국내 모 증권사에서 발간된 보고서에는 투자자가 지배주주와 이해관계를 같이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전략이 제시되기도 했다. 즉 인적분할로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가 분리된 후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자회사 주식에 투자하라는 내용이다. 지배주주는 자회사 주가가 높을수록 주식 교환 시 지주회사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으므로 공개매수 전까지 자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 노력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2012년 하반기 Outlook Report, 대우증권).

 만약 본질가치에 근거한 교환비율에 비해 S H보다 일시적으로 고평가된 상태에서 실제교환비율이 결정된다면 이는 H 신주를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것은 마치 할인 발행된 주주우선배정 유상증자, 즉 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되는 신주 인수 기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이 경우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에게 발생하는 손실은 참여한 주주들의 이익으로 바로 이전된다. 필자가 분석한 21개 사례 중 4분의 3에서 최대주주 일가의 보유주식 가치가 지주회사 전환 후 증가했는데 이 같은 부의 증가에서 일부는(전부는 아니더라도)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inertial 투자자들이자발적으로포기한 부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부의 이전은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면에서 비자금 등 회사자산을 유용하는 소위 터널링(tunneling)과는 논리적으로 다르다.

 

국내 세법에서는 자사주 취득이나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기 위해

자사주를 자산으로 인정한다.

 

 

관성(Inertia)이란?

어떤 이유에서든 경제주체들이 처음 주어진 옵션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속성을 말한다. 예컨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음향기기를 구입했을 때 사람들은 굳이 초기 세팅을 변경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Baker, Coval, Stein(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007)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inertia 경향을 보일 때 경영진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인수기업의 주주들이 inertia 경향을 보인다면 신주를 발행해서 조달한 현금으로 피인수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주식인수 방식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편이 인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진행되면 주주들은 신주발행 절차에 참여한다는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반면 주식교환 방식의 인수합병에서는 피인수기업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인수기업의 주식을 교부받는다. 이런 논리를 한국의 인적분할 기업에 적용해보면 H의 지분을 적극 확보해야 하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일반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한다는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 주주들이 지니는 이러한 성향을 고려하면 인적분할 이후 공개매수라는 지주회사 전환 방식은 최대주주 입장에서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주회사와 소유지배 괴리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실제로 지주회사 체제로 어떻게 전환하는지 그 과정과 효과들을 살펴봤다.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기업집단에서 실제로 소유지배 괴리가 완화됐을까? 금융지주회사처럼 100% 완전 자회사를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것 같은 방식의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면 100% 미만의 기업 간 출자관계를 추가로 형성하기 때문에 소유지배 괴리를 오히려 높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필자가 분석 중인 21개 사례에서는 공개매수 이전 분할된 2개의 회사에 대한 최대주주 일가의 직접지분율이 평균 24.6%였는데 공개매수 이후에는 H에 대한 지분율이 49.9%로 높아졌고 S에 대한 지분율은 4.3%로 낮아졌다. H S에 대한 지분율은 12.6%에서 37.6%로 높아졌다. 따라서 최대주주 일가의 H에 대한 현금흐름권은 공개매수 이전 24.6%에서 49.9%로 높아지지만 S에 대한 현금흐름권은 공개매수 이전 27.7%(=24.6%+24.6%×12.6%)에서 23%(=4.3%+49.9%×37.6%)로 낮아진다. H는 출자단계의 최상부에 있으므로 소유지배 괴리가 발생하지 않지만 S에 대해서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14.6%포인트(=37.6%-23%)의 추가적인 소유지배 괴리가 발생한다. 두산, 한진, CJ, LG, LS, SK 등 기업집단 6개의 지주회사 전환 이전과 이후 소유지배 괴리도 변화를 분석한 김우찬, 이수정(경제개혁리포트 2010-11, 2010)에 따르면 기업집단 차원에서의 총의결권 및 총현금흐름권은 모두 소폭 상승했고 괴리도의 변화는 기업집단마다 편차가 있어서 평균적으로는 거의 불변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소유지배 괴리의 완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주회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하나만 상장시키는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대리인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바람직한 지배구조 대안으로서의 지주회사 체제

 최근까지 규제 당국은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다양한 경로로 유도해 왔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집단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실제 전환했다.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을 오로지 규제당국의 의도대로 단순·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경영권 승계 등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예컨대 필자의 분석대상 21개 사례에서 H에 대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평균 24.6%에서 49.9%로 상승했다. 최고 50%의 상속세를 전부 주식으로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지주회사 전환 이전에는 지분율이 24.6%에서 절반인 12.3%로 떨어지므로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는 49.9%의 절반을 상속세로 내더라도 약 25%의 지분을 여전히 보유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지주회사 지분을 유지할 수 있고 지주회사는 37.6%의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S H에 대한 효과적인 지배가 가능하다. SK, CJ, 코오롱, 대상 등을 포함한 다수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는 이 같은 지배력 강화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바람직한지배구조로 보는 입장에서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여러 가지 장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세제 측면에서도 지주회사 전환 후에는 자회사 배당금의 모회사 익금 불산입율을 더 높게 인정해주는 등이다. 그러나 주주 및 채권자에게 적절한 수익을 제공해주는 지배구조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체제가 반드시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설명했듯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지주회사 체제는 출자단계에 일부 제한은 있지만 사실상 순수한 계단식 출자구조(pyramid)와 유사하다. 이론적으로 단순·투명한 소유구조로서의 지주회사는 미국식 또는 금융지주회사식의 100% 완전 자회사 및 단일 상장 지주회사를 의미한다. 국내 일반 대규모 기업집단에 이를 적용하자면 최대주주 일가는 지주회사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 지주회사가 모든 자회사 지분을 100%에 가깝게 보유하는 형태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런 형태로 갈 때는 100% 자회사화에 소요되는 자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지주회사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최대주주 일가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고 이와 연계해 계열분리 등 복잡한 이슈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으므로 단기간 내 이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하나만 상장시키는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영진이 기업집단 전체에 대해 직접 소유한 지분율을 높여 대리인 문제를 줄이고 기업집단 전체의 가치를 올리려는 유인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족경영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 대리인 이론에 의하면 회사에 지분에 거의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보다는 오히려 특정 가문이 안정적인 (지주회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편이 더 낫다. 뿐만 아니라 이 경우에는 자회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어떤 이득이나 손해도 궁극적으로는 지주회사의 주주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귀속되므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또는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지주회사의 일반 주주들도 최대주주 일가와 동일한 비례적 청구권을 갖는다. 사전적(ex ante) 의미에서 훨씬 더 강하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국내 지주회사 체제에 막연한 환상이나 불필요한 적대감을 갖기보다는 대리인 문제를 더 정교하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지주회사 제도를 운영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학술적·실무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해가야 할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woojinkim@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재무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자원부 사무관(행시40),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고려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재무 및 지배구조로등 주요 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게재하면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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