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Article at a Glance - 전략,혁신
막강한 전력과 압도적 실력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독일. 이런 독일도 2000년대 초반에는 유로 대회에서 계속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정도로 몰락했었다. 클린스만은 워크숍을 열어 코치진과 선수들을 모이게 한 뒤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던졌다. 첫째,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은가? 둘째, 세계 축구에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셋째, 국민들은 어떤 플레이를 기대하는가? 마치 경영자가 비전회의에서 던지는 질문 같다. 클린스만은 빠른 축구(fast-paced game), 공격축구(attacking game),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proactive game) 세 가지를 새로운 독일축구의 방향으로 정의했다. 이 방향에 맞춰 추진된 혁신은 대성공을 거뒀다. 독일축구협회와 모든 클럽팀이 한마음이 돼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월드컵, 환호와 충격의 드라마
충격은 챔피언의 탈락으로 시작됐다. 2010년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5-1, 칠레에 2-1로 연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월드컵 충격의 드라마는 스페인으로 시작해 브라질로 절정을 이뤘다. 브라질은 독일에 7-1로 무너지고 연달아 네덜란드에 3-0으로 패배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침몰은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반면 꾸준히 세계 최강의 위업을 달성한 독일의 성공은 남미대륙에서 더욱 빛났다.
월드컵 16강까지 남미의 열풍은 거셌다.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가 올랐다. 유럽의 위력도 여전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스위스, 벨기에가 이름을 올렸다. 8강에 남미는 4개국, 유럽도 4개국으로 팽팽하게 맞섰고 4강에도 약속처럼 남미 2개국과 유럽 2개국으로 압축됐다. 독일,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였다.
4강 대진표도 남미와 유럽의 대결로 구성됐다. 전통적인 남미와 유럽의 강호들이 서로 맞붙은 대륙 간의 대결구도로 축구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익숙한 구도 속에 충격적인 반전이 숨어 있었다. 세계 최강 4개국이지만 침몰과 비상이 교차했다. 2010년 월드컵 이후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사로 잡혀 세계 축구의 변화에 둔감한 나라와 치열한 혁신으로 거듭난 나라의 대결로 해석할 수 있다.
브라질의 몰락과 독일의 위업을 중심으로 두 나라 축구협회가 보여준 리더십의 차이를 조망해보려 한다. 특히 독일은 비전, 시스템, 조직운영, 전술 모든 면에서 향후 세계 축구의 새로운 연구모델이 되고 있다. 설령 독일이 준우승에 그쳤을지라도 독일축구협회의 시도에 대해서는 특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결국 우승하고 말았다. 독일은 축구 중흥을 위한 장기 비전, 빅데이터 분석, 대표팀 운영에서 치밀한 장인정신을 보여줬다. 오늘날 경영현장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국의 몰락-브라질
축구평론가 빌리 마이슬은 1958년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돌파해온 선수 앞에 거듭 족제비처럼 잽싼 선수들 중 하나가 막아 섰다. 사람들은 기름칠이 잘되고 서로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부품들로 이뤄진 울타리가 철컹 잠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는 단추를 눌러서 이 로봇 같은 효율적이면서도 완벽하게 개인화된 수비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인상을 받았다.” 브라질 축구가 최상급에 도달했을 때의 위력을 묘사한 것이다.1 하지만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서 처참하게 몰락했다.
10골, 브라질이 마지막 두 경기에서 내준 실점 기록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에 10골을 내주고 브라질이 얻은 득점은 단 1점이다. 브라질 축구의 영웅 지코(본명 Arthur Antunes Coimbra)는 ‘백인 펠레’라고 불린다. 일본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지코는 브라질 축구의 몰락이 브라질축구협회(CBF)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브라질축구협회가 최선의 팀을 구축하기보다는 돈벌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우선, 국가대표팀에서 많이 뛴 적이 없는 선수를 본선 경기에 여럿 등장시킨다. 월드컵을 통해 몸값을 폭등시켜 월드컵 후 해외에 내다팔 때 엄청난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것이다. 지코는 이를 ‘마네킹 효과’라고 불렀다. 최상급이 아닌 선수도 ‘브라질 국가대표’라는 경력을 입혀서 수십 배의 몸값 상승을 얻어간다는 것이다. ‘마네킹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주는 당연히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지코는 브라질 대표팀이 최고 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선수판매 유통망(sales chain)’을 장악한 사업가들의 투기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은 브라질 대표팀의 중계권을 어떤 방송국에 줄 것인지 결정한다. 공식 후원사도 회장이 결정한다. 회장이 국가대표팀 감독도 결정한다. 어떤 도시에서 월드컵을 치를지도 결정한다. 브라질 대표팀의 예선 경기의 시간마저 애초 오후 8시에서 오후 7시45분으로 변경을 지시한 적도 있다. 회장을 비판한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시간과 맞대결을 시키기 위해서였다.2
그림 1 2014년 월드컵 준결승전 브라질의 참패 장면
사진: FIFA 홈페이지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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