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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통신

플랫폼의 대가와 10년뒤 한국을 꿈꾸다

임광훈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MIT 슬론에서소프트웨어와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The Business of Software & Digital Platforms)’ 수업을 가르치는 마이클 쿠수마노(Michael Cusumano) 교수는 전략 분야를 담당하며, 특히 플랫폼 사업 전략의 대가로 알려졌다. 필자가 MBA에 오기 전 스마트TV 사업에 대한 일을 하면서 그에 대한 언론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슬론에 입학하면서부터 꼭 들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페이스북, 뉴욕타임스, 링크트인, 포스퀘어 등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산업의 흥미로운 최신 케이스를 다루며 저명한 기업의 리더들(예컨대 윈도 총괄 개발리더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븐 시놉스키)이 초빙돼 두 시간 동안 강연도 하고 학생들과 토론한다. 또한 일반적인 전략과목 수업에 비교할 때 IT라는 특정 산업 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대부분 관련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는 토론이 더욱 현장감 있게 진행되도록 해줬다.

 

플랫폼 기업(Platform Company) vs. 제품 기업(Product Company)

 

쿠수마노 교수는 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은 제품 사업을 하는 기업과 전략이 다르다고 말한다. 플랫폼 기업과 제품 기업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핵심 보완재의 원천(source of key complements)’에 있다고 말한다. 제품 기업의 경우 신제품을 냄으로써 자사의 제품의 보완 및 시너지 역할만을 추구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자사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보완재를 대부분 외부에서 더 많이 찾는다. 인텔의 경우 자신이 만든 칩을 다른 PC 제조사에 제공하고, 그 관계사들이 PC를 팔면서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하므로 플랫폼 기업으로 불릴 수 있다. 애플은 2003년 전까지만 해도 제품 기업이었다. 그런데 아이폰을 PC 및 전자제품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배급과 모두 연결해 하나의 단일화된 공통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독점 혹은 대다수의 점유율을 가져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품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을 가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플랫폼 기업이므로 지난 10년간 30%대의 영업마진을 유지해왔다. 애플의 수익은 2003년 적자에서부터 계속해서 개선돼 왔지만 2012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률을 추월했다. 35%의 마진율은 이제 애플이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모를 완성했다는 근거 중 하나라고 쿠수마노 교수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모든 제품 기업들은 플랫폼 기업이 되기를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 나의 질문에 쿠수마노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플랫폼 전략을 실행하는 것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의 역량이 요구되며 이것이 부족한 기업은 제품 기업으로 남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역량이 더 있어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할 자격이 주어질까? 이 수업은 다음과 같이 그 방법을 제시했다.

 

플랫폼 리더십 전략 수립의 4가지 레버(lever)

 

쿠수마노 교수가 제시한 플랫폼 리더십 전략의 중요 실행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사업 영역(Scope of Firm)

2) 기술(Technology Choices)

3) 외부 협력(Relationship with External Firms)

4) 내부 조직구조(Internal Organization and Processes)

 

MIT 슬론경영대학원 1914 GM CEO였던 앨프리드 슬론이 설립했다. ‘마음과 손(Mens et Manus)’이라는 MIT의 모토처럼 수리 및 계량적 접근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학풍을 지녔으며 혁신, 창업, 계량 분석,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MBA스쿨로 꼽힌다

 

 

첫 번째 레버인 회사의 사업 영역에서 일부 핵심 서비스는 자체적으로 제공해 플랫폼 초기 수용을 견인하고 나머지는 생태계 내 파트너사들에 맡겨야 한다. 두 번째 레버인 기술에 대한 실행 과제는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체계적으로(modular) 만들고 이를 개방해 파트너사들이 저렴하고 쉽게 이용하게 하면서도 핵심 기술만은 보호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생태계를 잘 구축하기 위해서 보완 관계의 외부 업체들과 잘 협력하고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마지막은 생태계 내 업체들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 구조를 만들 때 파트너사를 돕는 조직을 파트너사와 경쟁이 되는 조직과 분리해 실행에 저해가 되는 갈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리더가 주변 보완관계의 플레이어들을 이끌어 함께 일할 때 전체 생태계의 크기는 각 기업의 합보다 더 커지게 된다는 쿠수마노 교수의 말에서 나타나듯이 플랫폼 리더가 생태계를 잘 이끌어갈 역량이 있어야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위의 4가지 항목들은 사실 이론적이고 당연한 것들이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시행 착오를 통한 경험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최근 삼성, LG 등 하드웨어 기반 한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TV 등에서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 구글 등에 비해 생태계 구축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아직 한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나 실리콘밸리 중심의 개발자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에 아무래도 열세를 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플랫폼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

 

플랫폼 경쟁을 분석할 수 있는 또 다른 흥미로운 도구로서 쿠수마노 교수는 WTAoM (Winner Takes All or Most)라는 것을 소개했다. 플랫폼 업체가 WTAoM 3가지 요소에 얼마나 충실히 부합하느냐에 따라 이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 아래 3가지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업체는 시장을 100% 가져간다는 주장이다.

 

첫 번째 조건은 플랫폼과 보완재 간의 강한 직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다(Strong network effects between the platform and complements). 쉬운 예로서 아이폰의 앱스토어에서 제공되는 앱들이 양적, 질적으로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은 더 많은 점유율을 가지며, 아이폰이 많은 점유율을 가질수록 이에 입점한 앱들은 더 큰 수혜를 누린다는 의미다. 이는 긍정적 피드백 루프(positive feedback loop)라고도 부를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다른 경쟁 플랫폼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점이 거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Little differentiation among competing platforms). 이것을 처음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는경쟁 제품 대비 차별되는 장점이 무엇이냐에 초점을 맞추는데 두 번째 조건은 오히려 그 반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교수는 콘솔 게임 시장을 예로 들었다. 이 시장이 하나의 플랫폼이 두드러지지 않고 Xbox,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가 고르게 점유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서비스가 다르고 인기 게임 타이틀 역시 각각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모든 콘솔기기가 같은 게임을 제공한다면 네트워크 효과를 잘 구축한 하나의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3대 콘솔 업체들은 시장을 혼자 독식하려 하기보다는 경쟁사에게 독식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현재의 점유율에 만족하고 자신만의 게임 타이틀을 직접 개발 혹은 독점 계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은가구 내 하나의 플랫폼만 사용이다. (Multi-homing rare: difficult or costly for users, than one platform as their “home”) 풀어서 설명하자면, 하나의 가정(혹은 한 명의 사용자)이 비용 등의 이유로 한 개의 플랫폼만을 사용하는 경우에 시장 독식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콘솔 기기의 예를 여기서도 적용할 수 있다. 많은 게임 마니아들은 여러 개의 콘솔을 집에 두고 고르게 즐긴다. 그만큼 비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주요 게임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콘솔 시장에서의 영원한 승자가 없게끔 만드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조건을 거의 모두 만족하는 플랫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있다. 윈도를 탑재한 PC가 많이 팔리고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윈도용으로 제작됐으며 이들은 맥과는 호환이 되지 않음으로 인해 강한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윈도와 맥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베껴가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 또한 데스크톱 PC는 개인이 2대를 보유하기에는 비싸고 대체로 효율적이지 않다. 결국 맥은 PC 시장에서 편집 디자인이나 사용 편의성을 중시하는 틈새 사용자에게서만 살아남았다.

 

 

쿠수마노 교수는 WTAoM 도구를 이용해 페이스북의 플랫폼 전략을 분석했다. 네트워크 효과는 강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제품(서비스)의 차별화를 최소화해야 하며 한 사용자가 복수의 SNS를 쓰는 것을 억제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트위터나 링크트인의 차별적 서비스를 유사하게 카피해서 제공해야 하며 페이스북의 사진 등 콘텐츠들을 다른 SNS로 옮기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한편 SNS에 관해서 이 수업에서 조금 다른 시각을 얻는 기회도 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SNS 전략에 대해 강의하는 미콜라이 피스코르스키(Mikolaj Jan Piskorski) 교수가 초빙 연사로 MIT에 왔다. 피스코르스키는 SNS 시장은 두 축에 의해서 서비스의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는데 SNS 내의친구의 수의 많고 적음이 한 축, SNS 내 커뮤니케이션을 친구끼리만 공개하느냐 대중에게 하느냐인공개의 정도가 또 다른 축이다. 이렇게 볼 때 페이스북과 링크트인은 유사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트위터는 완전 반대에 위치하므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 수 없다.

 

이를 위의 쿠수마노 교수 얘기와 접목할 경우, 결국 페이스북과 링크트인은 시장 독식을 위해 서로의 서비스를 미래에 유사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나 트위터와는 가는 길이 다를 것이다. 어느 쪽의 말이든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토론과 강의를 통해 SNS는 물론 플랫폼 사업에서 사업의 영역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대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한국 인터넷 / 플랫폼 사업의 현주소

 

필자는 수업의 중간 리포트를 쓰기 위해 수업 시간에 배운 툴을 가지고 과거 일하던 스마트TV 분야에서의 구글, 삼성, LG 간의 플랫폼 경쟁을 분석했다. 필자는 스마트TV에서 위닝 플랫폼이 나오고 있지 않은 이유가 네트워크 효과의 부재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스마트TV는 스마트폰 등의 기존 플랫폼과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수마노 교수는 이 리포트에 대해전적으로 동의하며 아직까지 네트워크 효과를 못 만들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TV 마켓은 파편화(fragmented)되고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라고 평했다.

 

기말 프로젝트는 일본, 칠레 출신의 동기들과 함께 남미/일본/한국의 인터넷 시장에서 로컬 플랫폼과 글로벌(미국) 플랫폼과의 경쟁구도에 대해 분석하고 발표하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남미는 대부분의 인터넷 검색, 전자상거래, SNS에서 미국 기업들이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국 기업과 로컬 기업이 팽팽하게 경쟁한다. 반면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톡과 같은 로컬 기업이 대체로 높은 지위를 가진 시장이다. 이 현상에 대해 팀 멤버들과 함께 교수와 여러 차례 토론을 했는데 한국의 혁신적인 인터넷 문화가 그 원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에 시장이 작아서 글로벌 플랫폼들이 진입하기에는 투자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따라서 순차적 국가 확대에서 후순위일 뿐 미래에는 글로벌 플랫폼이 진입할 것이고 그렇게 될 때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로컬 업체들이 고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마치며

 

이 수업에서 제시되는 툴은 아직 이론이라고 불리기에는 구체화나 검증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의 경영 사례들을 다뤘고 전문 지식이 있는 친구들과 토론하고 교수 및 연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은 실용적인 배움을 가져다줬다.

 

수업을 받는 동안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이 있다. 아직 한국 기업들이 플랫폼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없다 보니 한국 기업에 대한 얘기에 많이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쿠수마노 교수는한국과 같이 혁신적인 기업들이 많은 나라에서 컴퓨터공학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부족한 것은 의외고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마지막 수업에서 최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쏟고 있는 노력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의 전자, 자동차 대기업들이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을 10년 전에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향후 10년 뒤에는 세계적인 한국산 플랫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라며 마쳤다.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를 바라본다.

 

임광훈 MIT 슬론경영대학원 MBA limd@mit.edu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 해외마케팅/전략기획/스마트TV 상품기획팀에서 근무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MBA 2학년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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