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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기술전략

새로운 기술패러다임의 키워드: 제한적 개방혁신•기술생태계•역혁신

이주성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산업, 정치, 경제, 사회의 복합적 변화로 인해 기술전략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 유효했던 전략이나 2000년대 들어서 10여 년간 주목받았던 트렌드조차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개방성 및 초연결성, 공유가치, 융합과 창조 패러다임이 강조되는 전환기를 맞아 기술전략은 어떻게 새로워져야 할까. 중요한 세 가지의 전환기 기술전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제한적 개방형 혁신(Closed Open Innovation) 전략이다. 지금까지 개방형 혁신은 수없이 강조돼 왔지만 우리나라 기업경영에 적합한 모델이나 연구개발(R&D) 부서에 적용을 위한 매뉴얼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기술전략부서의 리더들은 아직도개방형 혁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수많은 외부기회 중 어떻게 우리 회사와 연구소에 맞는 기술을 탐색하고 신제품으로 소화해내지?’ 등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실상 많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방대한 외부로부터의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구체적으로 자사의 기업전략에 부합하는 기술을 소수의 엘리트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로부터 찾아내 협력적으로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를 제한적 개방형 혁신이라고 명명해보고 그 예와 적용방안을 본문에서 살펴볼 것이다.

 

둘째로는 기술생태계(Technology Ecosystem) 전략이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자가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기술의 제공자가 참여하게 된다. 그 유기적 상호작용이 비즈니스가 되고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스마트폰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단말기의 제조에도 글로벌 가치사슬이 형성되고 이것을 사용하면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기반해 무수한 수익모델이 창출된다. 따라서 이 기술생태계에서 어떠한 위치를 선점하고 참여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가 기술전략의 핵심이다.

 

셋째로는 역혁신(Reverse Innovation) 전략이다. 역혁신은 새로운 기술개발이 로테크(low-tech)에 기초해 시작될 수 있고, 나아가 선진국으로 역수출돼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펩시코의 대표적 스포츠음료 게토레이(Gatorade)는 미식축구팀(The Gators) 선수들을 위해 물보다 빠르게 수분을 보충하는 성분을 연구하던 중 콜레라로 인한 설사를 다스리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전통 약용음료를 역으로 들여와 개발한 사례다. GE 또한 휴대용 의료영상기기와 같은 역혁신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강조되는 공유가치 창출(CSV)을 위해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일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좋은 기반이 된다.

 

이상의 세 가지 전환기 기술전략에 대해 상세한 개념 및 사례, 그리고 기업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1. Closed Open Innovation

내부 R&D와 내부적인 역량을 개발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관련 비용 증가와 짧아지는 제품수명 주기,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기술적 환경에 대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요인들이 폐쇄형 R&D 형태를 줄어들게 하고 이전의 수직계열화된 연구개발 구조에서 기업 외부의 지식을 활용하는 개방형 R&D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개방형 혁신 패러다임에서 기업들은 내부지식과 외부지식을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개방형 R&D 시스템은 기업이 공급자와 고객, 그리고 외부 지식의 통합을 통해서 외부 아이디어를 내부적으로 융화시켜 혁신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개방성은 외부 자원을전적으로이용하는 것이 아니라어느 정도 적절히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 파트너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업들은 내부 R&D 과정이나 외부 지식을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흡수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의 내부 역량을 다지면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외부 파트너와 협력해 개발하는 제한적 개방형 혁신(Closed Open Innovation)이 필요하다.

 

외부 파트너와의 기술 협력이 실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협력 시도보다는 기업의 사업(Business), 보유 역량(Capability) 및 자산(Asset)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협력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치 산업재 생산기업이 생활용품 기업인 P&G C&D(Connect & Develop)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라할 경우 외부 파트너의 특성, 고객의 특성, 제품 수명 주기의 상이함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Open Innovation을 협력의 참여정도와 의사결정 구조로 나눴을 때 <그림1>의 하단부를 Closed Open Innovation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폐쇄·계층적(Closed & Hierarchical) 모드는 제한된 참여자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특정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한 소수의 파트너와 협력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문제의 정의와 해결책의 결정은 전적으로 문제해결을 의뢰한 기업에 의해 수행된다. 다양한 가정용 제품에 대한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동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 풀을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 기업 알레시(Alessi)가 폐쇄·계층적 모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특이한 사람 모양의 와인 병따개를 만든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알레시는 로켓처럼 생긴 주전자, 나뭇가지 모습을 한 액자꽂이, 축 늘어진 사람 형상의 책갈피 등 예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알레시에는 자체 디자이너가 한 명도 없고 외부 인력이나 기술을 제한적이며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협력을 한다. 알레시는 제품개발 시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위해 해당 분야와 관련 없는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새소리를 내는 ‘Bird Kettle 9093’ 주전자는 건축가가 만들었는데 주전자 주둥이 끝에 작은 플라스틱 새를 달아 물이 끓으면 새소리가 나도록 설계했다. 알레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워크숍을 개최한다. 10만 개 이상이 팔린 히트상품인 고슴도치 모양의 클립홀더도 이 워크숍에 참여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상품화된 것이다. 알레시는 신규 디자인 발굴을 위한 연구소를 따로 두고 외부 디자이너들의 응모작을 검토한다. 누구든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수시 공모전에 응모해 알레시의 신진 디자이너로 영입될 수 있는 조직적 체계를 갖췄다. 이러한 폐쇄·계층적 모드는 특정 분야의 엘리트 집단(Elite Circle) 내에서 협력이 발생하는 경우다.

 

한편 폐쇄·수평적(Closed & Flat) 모드는 협력 참여자의 범위는 제한되나 참여자 간 공동의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문제 정의에서부터 해결책 제시에 이르기까지 공동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모드다. IBM과 반도체 제조기업 간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기술 개발 제휴(Alliance)와 같은 컨소시엄(Consortium) 형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폐쇄·수평적 모드의 특징은 컨소시엄 내에서 협력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성과를공유하는 것이다. 또 각사의 기술을 공유하면서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게 된다. IBM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반도체 제조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및 운영(폐쇄·수평적 모드)을 통해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한 솔루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3M 3D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도시바/NEC 8개 기업과 시스템 LSI 개발, ARM과 차세대 모바일 반도체 개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자사에 가장 적합한 협력 모드의 선택은 협력 형태별 장단점 분석도 중요하지만 자사의 전략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잘 따져 결정해야 한다. 이때 외부환경에 의한 전략의 변화에 따라 협력 모드 또한 바뀔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협력모드의 선택과 동시에 R&D 프로세스에 전략적 인텔리전스(Strategic Intelligence)를 강화하면 외부환경과 제품 요구사항 변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Closed Open Innovation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그림1>에서와 같이 정보수집을 개방형으로 하면 이를 기업의 니즈에 맞도록 걸러내고 가장 적합한 기술을 평가해 체화하기까지 높은 전문성과 많은 비용, 시간적 노력이 요구된다. 전략적 인텔리전스는 자사의 기술전략과 현재 역량에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수집, 분석해 활용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사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빠르게 찾아 흡수함은 물론이고 복잡한 현상을 총체적으로 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외부의 중요한 변화가 자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세울 수 있게 한다.

 

전략적 인텔리전스 담당부서는 전문적인 분석관리자들을 통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법을 사용하면 경영이슈에 대한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데이터 기반의 기술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즉 기술, 시장(소비자 및 시장환경), 경쟁자, 세 가지 차원의 조합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어떤 기술에 투자하고, 어떻게 혁신성과를 창출할 것인지 플래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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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성 | - (현)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 일본 도쿄대 경제공학연구센터 연구원
    - 엔트루(Entrue) 컨설팅 파트너스 선임 컨설턴트
    -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등을 역임

    joos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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