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마이클 포터

전략의 신, 경영의 대가와 만나다

134호 (2013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DBR 정기 필진 중 한 명인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새 코너손자와 마이클 포터의 연재를 새로 시작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손자병법>의 난해성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를 잘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원전을 모두 읽어보거나 이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문은 총 13편에 6000여 자로서 일반적인 글씨 크기로 쓰면 A4 용지로 약 다섯 페이지에 불과하다. 표현은 쉽지만 함축적이고 간결해 문구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손자병법>의 원본은 2500여 년 전에 죽간(竹簡)에 쓰여져 세월이 흐르면서 대나무 조각을 이은 끈이 끊어지기도 하고 일부 원문의 배열이 흩뜨려져 심오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손자병법>을 외국어로 번역할 경우 원문(중국어)의 뜻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상응하는 외국어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립 또는 모순되는 개념을 많이 다루는 도가(道家)사상이 <손자병법>을 이루는 철학의 바탕인데 이 도가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손자병법>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손자병법>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후세들의 노력은 지속돼 왔다. 기원전 6세기경 춘추전국시기 제(?)나라 사람 손무(孫武) <손자병법>을 펴낸 후 1000년이 조금 더 지나 8세기 무렵에 <손자병법>이 일본으로 전파됐다. 그 후 다시 1000년이 지나 18세기 프랑스 신부 아미오(Jean Joseph Marie Amiot)가 불어로 번역해 처음으로 유럽에 전파됐고 이후 지금까지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30여 개 국의 언어로 번역돼 왔다.

 

<손자병법>은 병법에 대한 책이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경영전략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손자병법>

의 내용 중에는 경영에 큰 도움을 주는 내용들도 많지만 경영에 적용하기 어려운 독소조항도 상당히 많다. 기존 관련 서적들이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손자병법>을 무차별적으로 경영지침서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는 위험하다. 경영 분야에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쟁과 경영의 본질적인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손자병법>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과 경영, 그리고 <손자병법>의 특징

 

사람들은 기업전략을 적과 싸워 이기는 경쟁전략으로만 보기 때문에 군사전략을 경영전략에 널리 활용하지만 전쟁과 경영 간에는 본질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를가치창출의 정도윤리수준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림 1)

 

전쟁은 인간뿐 아니라 재산과 자연자원을 파괴한다. 승자는 패자의 자원을 차지하므로 전쟁은 자원 재분배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승자 역시 전쟁으로 인한 일정한 대가(비용)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전후(戰後) 결과는 항상 마이너스가 된다. 따라서 전쟁은 본질적으로 가치파괴(value destruction)란 특성을 가진다. 반면 경영 활동의 본질은 가치창출(value creation)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관련 기업과 협력하고, 주주에게 이윤을 줌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다른 기업과 경쟁을 하면서 더욱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 전반을 발전시킨다.

 

윤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전쟁에서는 속임수가 필수요건이다. 손자는용병의 본질은 적을 속이는 것(兵者, 詭道也)’이라고 했다. 군사전략을 수립할 때는 속임수를 써서 적이 아군의 능력, 의도 및 상태에 대해 오판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전쟁에서 윤리수준은 매우 낮거나 거의 없다. 반면 경영에서 윤리는 기본이다. 사회에 해를 주면서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사회의 배척을 받아 시장에서 도태된다. 따라서 경영에서 윤리는 필수적이며 그 수준은 매우 높다.

 

비록 전쟁의 윤리적 기준을 경영전략에 적용시킬 수 없고 전쟁의 목적 또한 가치창출과 거리가 멀지만 <손자병법>은 몇 가지 점에서 기존의 일반 병법서와는 달리 경영의 목적에 상당 부분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손자는 전쟁에서 무조건 적을 이기는 것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비용의 최소화를 강조했다.이는 전쟁이 엄청난 물자와 병력을 소모하므로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개인은 물론 국가에 큰 피해가 발생하며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돈과의 싸움이다. 손자는 군사 10만 명을 동원하는 데 하루에 천금(千金)이 필요하고 전쟁을 오래 끌수록 투입된 자원도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국력이 쇠약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손자는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으면 군대를 동원하지 말아야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오래 끌면 안 된다(故兵貴勝, 不貴久)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만약 승리의 확신이 없으면 차라리 비겁하더라도 전쟁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무조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확실하게 이기는 전쟁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손자는 전쟁에서 전승(全勝·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란 방법을 강조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百戰百勝非善之善也)”라는 손자의 말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이다. 모든 승리를 군사적 대결을 통해 얻으면 자원 소모도 그만큼 많아지고 이러한 승리는 오히려 새로운 재앙의 시작인()’가 될 수 있다. 손자는 전쟁은 피치 못할 상황에서 쓰는 최후의 대안이어야 하고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셋째, <손자병법>은 단순히 무력으로 적을 이기는 군사전략의 수준을 넘어서는 대전략(大戰略)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에 필요한 전략과 전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전쟁 전의 준비와 이에 필요한 경제적 요소에 대한 준비, 전쟁 후 사회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손자는 군사적 힘과 수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의 역량을 통합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추구하기에 일반 병법서보다 다루는 내용의 폭이 훨씬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근대 군사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쓴 <전쟁론(Vom Kriege)>에서는 무력을 통해 승리를 얻는 전략을 위주로 논의했으며 전쟁 전과 후에 대한 고려 및 기타 비무력 수단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손자병법>의 전쟁비용 최소화, 완전한 승리, 대전략 등의 핵심원칙은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영전략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손자병법>을 경영 분야에 적용하는 기존 연구는 대부분 <손자병법>의 일부 문구를 인용해 기업의 성공사례를 해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경영전략을 위한 체계적인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사례를 통한 군사전략과 경영전략의 연관성을 모색하는 것보다는 <손자병법>과 경영전략의 이론적 체계를 깊이 있게 이해한 후 이들 간의 연관성(그리고 비연관성)을 잘 연구해 경영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손자병법>과 포터 경영전략의 연관성

 

경영전략 분야 최초로 학문적 기반을 정립하기 시작한 사람은 경영학의 대가인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다. 그는 이론과 현실을 넘나들며 시대의 변화를 꿰뚫는 많은 경영전략모델을 제시했다. <손자병법>과 포터의 경영이론을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첫째, 전략요소의 구성이다. 손자는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적군과 아군의 비교뿐만 아니라 주변상황도 포함해 철저히 파악할 것을 강조했다. <손자병법>

에서는 적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외부요소도 전략수립에 포함했다. 이러한 외부요소는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장군(지도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적절히 아군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포터는 산업환경이 기업의 활동에 주는 영향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 theory)에서 한 단계 발전해 기업의 성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기업이 속한 산업의 환경뿐만 아니라 기업이 산업 내에서 선택한 포지션도 중요한 요인으로 다뤘다.즉 손자와 포터는 통제 불가능한 외생변수와 통제 가능한 내생변수를 모두 전략의 구성요소로 포함시켜 전쟁 또는 경영에서 효과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전략의 핵심원칙이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 전승(全勝)’이 최상의 병법이라고 했다. 이는 적과 무력으로 직접 싸우는 것보다는 전략으로 적을 미리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군의 군사력과 자원의 소모를 최소화함으로써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포터는 기업이 포지셔닝의 선점을 통해 같은 분야에서 다른 경쟁자와의 경쟁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전략을독특한 포지셔닝(Unique Positioning)의 확보로 정의했다. 따라서 포터와 손자는 모두 경쟁자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전략의 핵심원칙으로 보았다.

 

손자는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이고 포터는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로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들의 전략이론에서는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기반으로 <손자병법> 각 편의 핵심원칙과 포터의 중요한 경영이론들과의 연결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손자병법> 13편과 이에 대응하는 포터의 경영전략이론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1편부터 6편까지는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 선점을 위한 효율적 자원배치와 관련된 전반적인 계획에 해당하는 전략(strategy) 부분이고 7편에서 13편까지는 구체적인 군사행동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적인 책략에 해당하는 전술(tactics) 부분이다. 특히 이 중 1() 2(作戰)은 전쟁 전의 준비단계로서 전반적 계획과 경제 및 군수(軍需)와 관련됐고 나머지 3편에서 13편까지는 전쟁 시작 후 작전 단계의 군사전략과 전술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손자가용간(用間)’을 마지막 편에 뒀는데 이는 최초의 전략계획에서부터 최후의 승리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제1()’와 마지막 편의용간이 일관성을 이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각 편에서 비록 전쟁에서 승리를 이루기 위한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각 편의 순서는 임의로 배정된 것이 아니라 깊은 논리가 내재돼 있다. <손자병법> 각 편의 핵심내용을 간략히 정리하고 포터의 경영전략과의 연관성을 소개하겠다. ( 1)

 

1(·): <손자병법> 전체 13편을 총괄하는 편으로서 <손자병법>의 핵심사상이 압축돼 있다. 손자는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이고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기에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이를 치밀하게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구체적으로 도(), (), (), (), () 5가지 측면에서 적군과 아군의 상황을 파악하고 비교해 승패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5개 요소 중 천()과 지()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소이고 나머지 3개 요소인 도(), (), ()은 통제 가능한 내부 요소다. 따라서 손자의 5가지 요소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 적군과 아군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기본모델이다.

 

이와 관련된 포터의 경영전략 모델은 다이아몬드 모델(Diamond Model)이다. 이 모델은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모델이지만 산업, 기업, 개인 등 다양한 차원과 분야에서의 경쟁력 분석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모델은생산조건’ ‘수요조건’ ‘관련 및 지원 분야’ ‘기업 전략, 구조 및 경쟁 4개 내생변수와정부기회라는 2개 외생변수로 구성돼 있다. 다이아몬드 모델의 구성요소는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해 각 요소의 우위창출에 영향을 준다. (DBR 44한국인이 검토해야 할 다이아몬드 모델참고.) 따라서 손자의 5가지 요소와 다이아몬드 모델은 모두 통제 가능한 내적 요소와 통제 불가능한 외적 요소를 활용해 종합적인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2(作戰·작전):전쟁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전쟁비용과 군사물자를 조달하는 방법을 논했다. 전쟁을 일으키려면 필요한 비용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책의 앞 부분에 둔 것이다. 전쟁에서 드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손자는 작전 면에서 속승(速勝)과 현지조달을 최대한 활용하는 보급을 강조했다. 전쟁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게 되고, 국가의 자원이 소진되며, 사회질서가 혼란해져 주변 제후국들이 이를 이용해 전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적국에서의 현지조달은 주로 군대의 식량을 의미한다. 이는 운수장비와 인프라가 낙후돼 장거리 보급이 어려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포로로 잡힌 적에게 잘 대해줘 가능하면우리편으로 만들게 한다. 따라서 손자는적을 이길수록 아군이 더욱 강해진다(勝敵而益?)”라고 했다.

 

손자의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전략은 포터의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과 연결시킬 수 있다. 기업은 일련의 활동을 통해 경영활동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가치사슬이라고 한다. 포터는 가치창출 활동을 주요 활동(Primary Activities)과 지원 활동(Support Activities)으로 구분했다. 주요 활동은 다시 다섯가지 활동으로 나뉘고 지원 활동은 다시 네 가지로 나뉜다. 기업의 가치사슬은 단순히 분리된 활동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가치사슬 각 활동 간의 매끄러운 연계와 조정을 통해 전반적인 비용을 줄이거나 가치를 높여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DBR 105포터 교수도 못 본 글로벌 트렌드: 다중 가치사슬참고.) 가치사슬의 각 활동 간의 효율적인 연계를 통한 비용절감은 손자의 속승을 통한 전쟁비용을 줄이는 과정과 연결시킬 수 있다. 또한 가치사슬의 모든 활동을 내부에서 자체 수행할 필요가 없고 외부 업체에 맡기거나 다른 기업과 팀을 구성해 함께 수행할 수도 있다.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가치창출 활동은 손자의 현지조달의 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외부의 자원을 이용해 자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3(謀攻·모공): 3편부터는 본격적인 작전단계에 해당한다. 이 편의 제목인모공은 교묘한 전략으로 공격한다는 뜻인데 이를 세 번째편에 배치한 것은 전쟁 전의 충분한 계산과 전쟁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이 구비됐을 때 교묘한 전략을 사용해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편에서 손자는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것보다는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라고 주장했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경제적 손실을 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나 후자나 승리를 쟁취하려면 이에 따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손자는지피지기(知彼知己·적을 알고 나를 알다)’라는 전쟁의 전제조건이자 용병의 기본을 제시했다. 손자는전쟁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지만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승부가 반반이며 적도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知己知彼, 百戰不貽;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貽)”라고 주장했다.

 

손자의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승론(全勝論)은 포터의 산업매력도를 분석하는 5요소모델(Five Forces Model)과 연결시킬 수 있다. 산업의 매력도, 즉 산업의 이익과 성과는 5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기존 경쟁자들 사이의 경쟁,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 제품 및 서비스의 위협, 공급자의 교섭력, 그리고 구매자의 교섭력으로 구성된다. 매력도가 높은 산업에 투자할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 모델을 잘 활용하면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적 분석만을 통한 투자결정보다 훨씬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쟁에서 승리하려면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전쟁의 전제조건은 경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면 우선 그 산업의 구조, 5가지 요소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4(·): 3편에서 제기한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승론은 비록 적을 이기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실제로 전쟁을 통해 적을 굴복시켜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4편부터는 전쟁에서 무력으로 싸워야 할 경우 적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 논했다. 손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선 적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형(·군대가 포진한 형태)을 만들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우선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게 만든 다음 적이 실수를 저지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승리를 얻는 것(?不可勝以侍敵之可勝)이라고 했다. 여기서 전자는 방어의 형을 가리키고 후자는 공격의 형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손자는승리하는 군대는 우선 승리의 조건을 다 갖춘 후 전쟁을 시작하지만 패배하는 군대는 전쟁을 시작한 후에 승리를 구한다(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적에게 패하지 않을 형을 조성하는 것은 포터의 네 가지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과 연결시킬 수 있다. 포터는 한 산업에서 다른 기업보다 뛰어난 성과를 이루기 위한 전략적 포진의 방법을 낮은 원가(Low Cost)와 차별화(Differentiation)라는 두 가지의 전략으로 구분했고 또한 사업의 범위를 전 산업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산업의 일부분만 선택해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BR 42전략의 기본은 무엇인가?’ 참고.) 위의 두 가지 전략(저원가/차별화)과 사업의 범위(좁다/넓다)를 결합하면 네 가지 본원적 전략을 얻게 된다. 포터는 네 가지 본원적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할 경우 경쟁자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손자의 전쟁에서의 형의 조성과 포터의 네 가지 본원적 전략은 모두 적 또는 경쟁자에 비해 뛰어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5(·): 4편이 물리적 측면에서 적에 비해 압도적인 군의 형태에 대해 논했다면 5편은 심리적 측면에서 군대의 세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는 기세를 의미하는데 군대의 세력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게 하는 힘의 작용을 가리킨다. 손자는 이러한는 정()과 기()의 결합에 의해 형성되는데은 정수로 적을 상대하고 견제하는 방법이고, ‘는 묘수로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데 손자는으로 적과 대치하고로 승리를 얻는다고 했다(以正合, 以奇勝). 이러한 적에게 드러난 병력 또는 방법과 감춰진 병력과 방법을 교묘하게 결합해 적으로 하여금 잘못된 곳에 병력을 배치함으로써 적군과 아군의 전력 차이를 만들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경영에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포터의 운영 효과성(Operational Effectiveness·OE)과 전략적 포지셔닝(Strategic Positioning·SP)이다. OE는 더 좋은 제품을 경쟁자보다 더 빨리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DBR 57베낄 것이냐, 틀을 바꿀 것이냐참고.) 한편 SP는 경쟁자와는 다른 활동을 하거나 비슷한 활동을 다른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OE는 해당 분야에서 다른 효율적인 경영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기에 전쟁에서 적에게 쉽게 드러나는 방법인의 역할과 유사하고 SP는 경쟁자와는 차별화된 경영모델을 추구함으로써 직접적인 경쟁을 회피할 수 있기에의 역할과 유사하다. 한편 손자는의 역할의 중요성을 동일하게 봤지만 포터는 OE는 결국 산업 내에서 파괴적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에 경쟁력의 향상에 있어서 OE보다는 SP를 선호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6(虛實·허실):앞서 5편에서 군대의 세력이 모두 한 방향으로 집중함으로써 막대한 힘을 조성하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6편에서는 구체적인 힘의 방향성에 대해서 명확히 제시했다. 즉 피실격허(避實擊虛), 적의 강점을 피하고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피실격허를 위해 손자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첫째, 작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주도적 위치에 서 있지 않으면 적이 가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급급해 끌려다니게 돼 힘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둘째, 결정적인 지점에서 아군의 전력을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만약 병력이 여러 장소로 분산되면 각각의 장소에 병력이 부족해로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무형(無形), 즉 아군의이 적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만약 아군의 배치가 적에게 드러나면 원하는 곳에 병력을 집중할 수 없고 전쟁에서 주도권도 장악할 수 없게 된다.

 

손자의 이러한 용병원칙은 포터의 전략적 포지셔닝(Strategic Positioning), 트레이드오프(Trade-off), 적합성(Fitness) 등 세 가지 전략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다. 우선 포터의 전략적 포지셔닝은 경쟁자가 차지하고 있지 않은 시장에 선택과 집중해 가치창출을 극대화()하면서 주도권을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손자의 첫 번째 원칙과 연결시킬 수 있다. 포터는 기업의 경쟁우위는 기업 전체가 아닌 몇 개의 핵심능력에 의해 결정되므로 핵심능력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을 어느 분야에 더 많이 또는 적게 배치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포터의 트레이드오프는 손자의 두 번째 원칙과 연결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경쟁우위의 지속성은 하나의 활동이 아닌 여러 활동으로 이뤄진 하나의 시스템 조성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결국 경쟁자가 자사의 경쟁전략을 쉽게 모방하지 않게 하는 방어의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것은 전쟁에서 아군의 진정한 군대의 형태를 드러나지 않게 하는무형의 전쟁원칙과 연결시킬 수 있다.

 

7(軍爭·군쟁): 7편부터는 전쟁에서 당면하게 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전술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군쟁은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다는 뜻이다. 이 편에서는 아군의 군사력이 약한 경우 적을 이기는 방법으로 우회해 오히려 빨리 가는우직지계(迂直之計)’를 제시했다. 이는 우회로를 택해 적을 잘못된 곳으로 유인함으로써 적보다 늦게 출발하지만 결국 먼저 유리한 위치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이는 경영에서 포터의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CSV)의 개념과 연결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결과인 이윤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의 사회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과 달리 CSV는 기업이 가치창출을 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사회 분야와 협력을 통해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을 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과 사회가 모두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을 강조한다. (DBR 93공유가치 창출의 기본은 윤리, 착한 기업이 더 오래 간다참고.) 따라서 CSV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의 이익까지 고려함으로써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로부터 더 많은 이득을 얻게 되고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포터의 CSV와 손자의우직지계는 모두 겉으로 보기에 어렵고 별로 이로움이 없는 길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8(九變·구변):이 편의 제목은 ‘9가지 변칙으로 돼 있지만 고대 중국어에서 숫자 9아홉이 아니라아주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구변은 무궁무진한 변화를 뜻한다. 이 편에서는 상황에 따른 무궁무진한 변화에 대한 임기응변 원칙을 강조했다. 용병에 있어서 일반적인 원칙이 있지만 원칙에만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되고 상황에 따라 변칙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손자는장수가 상황에 따라 용병을 달리 할 줄 모르면 비록 지형을 이용하는 원칙을 알지라도 지형을 이용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將不通于九變之利, 雖知地形, 不能得地之利矣)”고 했다. 손자는 1편에서전쟁의 승리는 상대하는 적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정형화해 가르쳐 줄 수 없다(兵家之勝, 不可先傳也)”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변칙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에 있어서 상황에 따라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전쟁에서의 변칙은 경영에서의전략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다. 포터는 기업 전략에 대한 개념을 세 번이나 바꿨다. 1980년라는 책에서는한 산업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찾는 것이 전략이라 했고, 1985년라는 책에서는네 가지 본원적 전략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으며, 1996 ‘What is Strategy’라는 논문에서는독특한 포지션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전략에 대한 정의가 비록 여러 번 바뀌었지만 경영전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선택이다. 어떠한 산업에서 경쟁할지, 산업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할지, 그리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에 자원을 집중할지 등은 모두 선택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전쟁에서 변칙의 사용과 경영에서 경영전략의 사용의 핵심은 모두 상황에 따른 정확한 선택과 판단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9(行軍·행군):이 편의행군은 단순히 군대를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동, 전투, 행군, 숙영 등 일련의 작전행동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편에서 손자는 산지, 하천, 소택(斥澤), 평지 등 네 가지 특수지형에서 군의 운용법과 외부로 드러내는 적의 행동을 통해 적의 의도와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손자는 전략 수립과 작전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지피(知彼·적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9편에서 처음으로 적의 상황을 판단하는 32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32가지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한 가지는 자연현상을 통해 적의 상황과 의도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예를 들면새들이 날아오르는 것은 복병이 있기 때문이다(鳥起者, 伏也)’ 등이 있다. 32개 중 아홉 개가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한 가지는 적의 외적인 행동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사들이 작은 그룹을 지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숙영을 준비하는 것이다(少而往來者, 營軍也)’ 등이 있는데 나머지 23개가 여기에 속한다.

 

포터의 네 가지 본원적 전략은 기업이 경쟁자에 비해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데 유용한 전략이지만 경쟁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기업의 경영전략도 단순히 위의 네 가지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예를 들면, 미국 자동차 정비회사인 Jiffe Lube는 엔진 오일 교환, 에어컨 및 타이어 점검 등 몇 가지 서비스만 제공하고, 스웨덴 가구회사인 Ikea는 새로 가정을 꾸린 젊은 부부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Jiffe Lube Ikea는 모두 저원가 전략을 선택하지만 구체적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특화했다. 전자는 특정 서비스의 제공에 특화하고 후자는 특정 소비자의 수요에 특화했다. , 같은 본원적 전략을 선택했지만 구체적인 경쟁타깃(Competitive Target, 상품 또는 소비자)이 다르다. 따라서 경쟁타깃이라는 요소를 본원적 모델에 추가함으로써 포터모델의 설명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다.포터의 본원적 전략모델에 경쟁타깃의 추가와 <손자병법>에 있어서 따로 적의 정황을 판단하는 법을 제시한 것은 모두 경쟁상대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전략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서 공통점을 가진다.

 

10(地形·지형):이 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은 여섯 가지 지형에 따른 작전원칙을 설명했는데 구체적으로 통형(通形), 괘형(?形), 지형(支形), 애형(隘形), 험형(險形), 원형(遠形) 등 여섯 가지 지형으로 구성됐다. 손자는적과 나를 알면 승리를 이루면서 위태롭지 않고, 천과 지를 알면 승리하되 그 승리가 완전한 것이다(知己知彼,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라고 했다. 이는 지형을 알고 지형의 이로운 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뒷부분은 장수의 능력 부족 또는 과실로 인해 군대가 위태로워지는 여섯 가지 상태인 주병(走兵), 이병(弛兵), 함병(陷兵), 붕병(崩兵), 난병(亂兵), 배병(北兵)을 제시했다. 장군의 능력은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손자는개인적인 명예를 구하지 않고, 전장에서 물러나와서 죄를 받는 것을 피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보호하고 군주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을 생각하는 장군은 국가의 보배(進不求名, 退不避罪, 惟人是保, 而利合于主, 國之寶也)이다라고 했다.

 

포터의 CEO들의 일곱 가지 주의할 점이라는 리더십에 관한 논문의 내용은 손자의 6패병(敗兵)과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 지면 관계로 여기서는 일곱 가지를 모두 설명하지 않고 이 중 한 가지만 설명하겠다. 예를 들면, CEO들이 주의할 첫째는, CEO는 직접 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업무가 내외적으로 아주 많기 때문에 CEO는 모든 업무를 본인이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 알맞은 사람을 선택해 적합한 업무를 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한편, <손자병법>의 붕병(崩兵)은 장수가 부하 장교들의 능력을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통제권을 잃은 군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손자의붕병과 포터의 새 CEO들의 첫 번째 주의할 점을 연결시킬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하부 직원의 능력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 있어서의 능력 부족 때문에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11(九地·구지):구지 <손자병법>에서 가장 긴 편이다. 7(군쟁)이 실제 용병론의 서론이라면 이 편은 결론으로 볼 수 있다. 이 편의 10(지형) 달리 땅의 자연적인 형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적군과 아군 간 형성되는 전략적 상황을 의미한다. 이 편에서는 아홉 가지 전략적 형세에 따른 용병법과 원정작전법이 강조됐다. 특히 전략적 형세에 따른 병사들의 심리를 고려해 용병하는 것이 이 편의 중요한 특징이다. 손자는병사들의 일반적인 경향은 포위당하면 스스로 막는 법이며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면 싸우고 상황이 지나치게 위급하면 명령에 절대 순종하게 되는 것이다(故兵之情: 圍則御, 不得已則?, 過則從)”라고 했다. 이는 손자의 각 전략적 형세에 따른 용병전략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손자는 중지(重地)전략에서 병사를 적지에 깊이 들어가게 하면 병사들은 마음이 전투에 집중돼 군대의 응집력이 높아지고 또한 병사들의 긴장된 정신상태가 유지돼 결사적인 정신력과 투지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적 형세를 전략적 요소로 다루는 경영전략은 포터의 배치·조정(Configuration-Coordination·C-C)모델과 연결시킬 수 있다. C-C모델은 포터가 가치사슬과 국제경쟁우위의 원리를 이용해 개발한 기업의 세계화 전략모델이다. 배치(Configuration)는 기업의 가치사슬 내의 활동을 어느 지역, 그리고 몇 개 지역에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조정(Coordination)은 서로 다른 지역에 배치한 활동들의 연계 정도를 의미한다. 배치와 조정을 기준으로 수출중심전략, 단순한 글로벌 전략, 현지 적응 전략, 통합적 글로벌 전략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이 가치사슬 활동을 세계 각 지역의 적합한 곳에 배치해 현지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각 지역 간의 조정을 통해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것이 전쟁에서 손자가 형세에 따라 병사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해 용기와 투지를 높이는 전략과 공통적인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2(火攻·화공):화공 <손자병법>의 뒷부분에 둔 것은 손자가 화공의 피해 정도가 아주 커서 이를 사용하기 전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전반부는 화공의 종류, 시행조건, 활용원칙 및 파괴성 등을 다뤘다. 특히 화공은 고대 전법에서 중요한 특수전의 하나로서 무기체계가 아직 발달되지 않는 손자 시대에서는 그 효력이 일반 무기보다 훨씬 높아 현대의 핵무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편의 후반부는 화공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내용보다는 전쟁의 신중론(愼重論), 유리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이지 말고, 소득이 없으면 군대를 사용하지 말며, 위태롭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와 같이 전쟁의 전반적인 면에 대한 경고를 주로 다루고 있다.

 

한편 경영에서 경쟁자 간 기술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 경쟁전략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포터가 특별히 강조했다시피 경쟁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기업의 창조된 우위(Created Advantage)를 기반으로 한 기존과는 다른 혁신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조된 우위는 천연자원, 비숙련 노동자 등과 같은물려받은 우위(Inherited Advantage)’와 대조되는 개념으로서 고기술,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 등과 같은 고급 및 전문화된 새로 창출된 요소를 말한다. 포터는 창조된 우위는 차별화된 제품과 독점적 제품 기술과 같이 높은 수준의 경쟁우위를 획득하는 데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전쟁에서의 화공과 경영에서의 창조적 우위는 모두 성공을 이루는 혁신적인 수단과 뛰어난 효력을 가지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13(用間·용간):손자는 적의 상황을 아는데 있어서 귀신에 의지해서는 안 되고 오직 사람에 의존해야 한다(先知者, 不可取於鬼神, 必取於人)고 했다. 9(행군)에서 손자는 적의 상황을 파악하는 32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는 적의 외부에 드러난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나 적의 내적 의도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정보를 알아내는 데는 스파이(용간)가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막대한 전쟁 비용에 비해서는 아주 적기 때문에 용간에 대한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간은 적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적으로 하여금 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하는 기만의 역할도 한다.

 

전쟁의 본질이 속임수이므로 군사전략에서 용간이 적의 정보를 알아내는 데 중요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지만 경영에서는 윤리경영은 기본이기 때문에 산업 스파이를 통해 경쟁자의 비밀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경영에서는 스파이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IT)이다. IT의 발전은 산업구조를 구성하는 5요소에 영향을 주고 또한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각 활동에 영향을 줌으로써 새로운 경쟁우위의 원천을 창출할 수 있다. 전쟁이든, 경영이든 정보의 획득이 경쟁우위 창출에 있어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방법에서는 다른 점이 있다.

 

<손자병법>과 포터 경영이론의 비교를 통한 시사점

 

<손자병법> 13편의 각 편의 핵심주제와 이에 맞는 포터의 경영이론을 연결시킨 결과 놀랍게도 포터의 중요한 경영이론들이누락되거나 겹치는 부분 없이(No missing and no overlapping)’ 모두 관련됐다. 그러나 <손자병법>을 무차별적으로 경영전략에 적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림 2)

 

지면의 제약으로 이번 글에서는 <손자병법>과 포터 경영이론의 공통점을 강조하면서 군사전략을 경영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부분을 주로 보여줬다. 그러나 경영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1편의 속임수, 2편의 약탈의 의미가 담긴 적지에서의 식량 조달, 4편의 적이 실수를 저지르게 만든 후 적의를 공격하는 것 등은 가치파괴 또는 탈취의 성격을 가진 군사전략들이다. 또한 기술 혁신을 기초로 한 차별화 전략, 기업 전략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최후의 심판권을 가진 소비자와 정부의 조정역할의 존재 등 가치창출과 관련된 일련의 전략들은 경영에서만 있을 수 있다.

 

일부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구분이 없이 군사전략을 무작정 경영전략에 적용하려고 하는데 자칫하면 기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예를 들면, 속임수와 같은 경영에 적용할 수 없는 군사전략을 경영에 이용한다면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물론 사회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손자병법>과 경영전략의 이론적 측면에서 비교하는 방법론과 큰 틀을 보여줬고 더 구체적인 내용과 두 축 간의 자세한 연결은 이후로 연재되는 글들에서 <손자병법>의 각 편별로 보다 상세하게 논의하겠다.1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경영에 적용 가능한 손자의 군사전략, 적용 가능하지 않는 군사전략, 그리고 경영에 특유한 경영전략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심도 있게 보여 줄 것이다. 이러한 정밀한 분석은 기업으로 하여금 <손자병법>과 같은 소중한 군사전략 지침서를 올바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여 이를 경영전략에 적용하는 데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