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②-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

“아름다운 것은 편안하다 변화하는 美의 기준을 주목하라”

132호 (2013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임채범(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아름답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이 명제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겠지만아름다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경영자는 흔치 않다. ‘아름다움은 분명 쉬운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때론 시각적으로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분명 아름다움을 느낀다.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와 통찰력이 뒷받침돼야만미학 경영혹은 ‘Beauty in Business’라는 어려운 개념을 풀어낼 수 있다. 프랑스 철학과 미학을 바탕으로 현대 대중 소비사회의 특징을 연구해 온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를 만나아름다움이 무엇이며 기업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지금의 소비자들은아름답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를 추구하고 또한 집착한다. 왜 그럴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제품의 품질이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미제와 독일제, 일제가 기능과 품질이 탁월했다. 국산도 삼성과 LG 제품 정도만 믿을 수 있었다. 지금 어디 그러한가. 기능과 품질은 다 거기서 거기다. 차별화할 포인트가 없어졌다. 겉보기의 아름다움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또 경제성장에 따른 풍요로 자연스레 나타나는 부분도 있다. 누가 지금 몸을 가리기 위해서 옷을 사나? 집에 쌓아놓고도 또 아름다운 옷을 구입한다. 미적 요인이 현대사회의 제품생산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이 기능 끝내준다” “진짜 편하다” “정말 따뜻한데라고 말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속된 말로간지난다” “스타일 죽인다라는 말로 제품을 표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좀 더 근원적으로 설명하자면 아름다움에는 사람들을 안심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서양미술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희랍신화를 소재로 했건, 성서를 소재로 했건 간에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는 아름다움에서 어떤 불멸성과 신성한 이미지를 발견했고 그것이 자신들을 보호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그림들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았다는 말이다. 반면 근원적으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추함은 어떤 나쁜 징조로 여겨진다. 심지어 공포감도 일으킨다.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서 악마는 왜 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마귀할멈은 왜 추하고 늙었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모든 사람이 다 아름답게 태어날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사람은 외모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거나내적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등의 도덕률도 생겨난 것이다. 그러다가 성형술과 미용술의 발달로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되자 현대인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폭발해버렸다. 자기 몸은 물론이고 대량생산 제품에까지 아름다움을 요구하게 됐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있고 ‘사람 눈은 다 똑같다는 말도 있다.

각각 아름다움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나타내는 말인데 아름다움은 보편성이 있는 것인가.

당연하다. 칸트가 이미 보편타당성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세잔의 사과 그림을 본 적이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그림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과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게 존재하고 먹고 싶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무런 사심 없이, 사과에 대한 관심 없이 좋아하는 거다. 그리고 비슷한 판단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그걸 다 좋아한다면 그건 보편타당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그린버그는아름다움이란 한 사회에서 구성되는 것으로 그것이 더 이상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때 새로운 예술사조, 새로운 아름다움이 나타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한 시대에 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은 아름다움이 나중에 보면 당시의 특수성이 된다는 것이다. 수천, 수백 년 전 미인의 기준과 지금 미인의 기준이 다른 이유다.

 

‘한 사회에서 통하던 미의 조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새로운 걸 만든다

그린버그의 말을 들으니 경영학의혁신이라는 화두가 떠오르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 지속되면 사람들이 싫증을 낸다. 처음엔 누구나 좋아하다가 싫증을 내고 새로운 걸 찾게 된다. 그중 일부는 빨리 새로운 걸 찾고 어떤 이들은 늦게 서야 새로운 걸 찾아 나선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때로 사람마다 다른 게 아니냐고 말하는 건 그것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변화에 맞춰 나가는 게 제품이든 브랜드든아름다움을 화두로 삼은 지금의 기업들이 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그 시대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시대에 맞는 적합성과 적절한 타이밍에 내놓는 새로움이 곧 그 시대의아름다움과 통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내놓을 때를 보면 그전까지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을 눈으로 보여주던 방식의 아름다움을 벗어던지고 처음 보면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의미니멀리즘의 형태를 보여줬다. 미학적으로는 이를숭고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느끼는 싫증을 파악하고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던졌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미에 대한 욕망은 어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것인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힐링’ 화두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람들이 최근 아름다움에 거의 집착수준을 보이는 건 아주 자본주의적인 경쟁심리다. 사람들이 명품을 찾는 심리와 같다. 좋은 것을 쓰고 스스로가 타인보다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심리가 바탕이 돼 있다고 본다. 기업들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경쟁적으로 천편일률적인 아름다움을 모든 제품에 추구하고 있다. 성형외과에서 똑같은 미인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형태인데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여자 배우들 얼굴이 구분이 안 돼 나 역시 때론 입고 나온 옷으로 구별할 때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다 똑같이 예뻐지는 시대에는 조금 덜 예뻐도 소박하고 인간미가 있는 게 아름다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미의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차별화가 돼야 아름다움도 생기기 때문이다.

 

차별화에는원본이 갖는 중요성도 포함되나.

디지털 시대에 모든 것이 원본과 똑같이 복제된다면 원본은

더 중요해지는가, 아니면 의미가 사라지는가.

의류로 치면 명품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와 SPA복제품이

더 이상 겉보기로는 차별화되지 않는 시대인데.

발터 벤야민이 말한 원본이 주는아우라를 말하는 것 같다. 사실 벤야민이 현존한다면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나타난 복제품(시뮬라크르)을 극찬했을 것이다. 더 이상 오리지널이냐, 카피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명품 브랜드에 이를 적용해보면 계층 상승의 욕구 말고아름다움의 차원에서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유인은 적다. 소비자에 대한 접근이나 마케팅도 그런 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대중적인 디자이너나 연예인, 심지어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와 협업해 오히려 더 대중적이고 값싼 하위 브랜드를 내놓는 것도 나는 그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시대에는 그런 방식이대중화된 명품을 파는 게 더 적합하다는 의미다. 아름다움은적합성에 있는 것이지명품의 오리지널리티에 영원불멸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기업 자체도 아름다워질 수 있나?

기업은 본래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지 않은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불가능한 건 아니다. 아름다움은 곧선함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착하다는 뜻이 아니다. 영어로 말하면 ‘good’은 그 자체로 착하다, 좋다는 의미를 갖지만 문장 속에서 ‘It’s not a good time to do’라고 하면 그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선함이란 시대와 상황에 적합함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은 곧 아름다움이다. 사회와의 상생이랄지착한 기업이 화두가 된 시대에 그에 맞추지 못하는 건 시대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을 기업이 놓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게 시각적인 부분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그 이상의 느낌이라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건 국가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남미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면 사람들은 불쾌하게 느끼고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아름다움을 구성하고 유럽은 특유의 복지가 아름다운 나라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걸 다시 한 단계 내려서 기업에 적용하면 그 기업이 사회와의 조화 속에서 갖는 이미지는 분명 아름답게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아름다움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을까.

()를 넘어선숭고의 시대로 갈 것 같다. 여기에서의숭고란 앞서도 잠깐 말했듯이 애플의 미니멀리즘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났다.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에서 쓰는 그런 숭고라는 단어와는 다른 의미다. 보자마자아름답다고 느끼고 기분 좋아지는 게 아니라 처음엔 당황스럽고 때론 불쾌할 수도 있지만 조금 익숙해지고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쾌감을 느끼는 그런 것들이다. 이미 예술작품에서는 그런 것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시각적이고 즉각적인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뭔가 불안함을 주고 처음에 곧바로 호감을 표하기 어려웠던 것들이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최대한 예쁘게 포장하는 광고나 홍보가 넘쳐나니까 뭔가 영화적인 서스펜스를 주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때론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불쾌감을 주는 것들이 기억에 남는 상황이 됐다. 베네통의 예전 광고들이 그런 단초를 보여줬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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